사회와 역사 150, 2026
김윤희(아시아연구소)
북한의 공식기억인 항일빨치산 서사가 인민에 의해 선택적으로 수용·재해석되면서 대항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사회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특정 계기를 통해 실천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역동성을 ‘기억의 활력’으로 개념화하고, 국가가 주입한 혁명 서사가 개인과 가족의 생존 전략 및 저항의 기제로 전유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북한 인민이 집단에 충실한 주체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우선하는 개별적 주체로 재구성되며, 공식 이데올로기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 의미생산자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The Geographical Journal 192(2), 2026
Pham Thi Ngoc Quynh(하노이국립사범대학교), Thu L. T. Dinh(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Edo Andriesse(아시아연구소)
베트남 땀장-꺼우하이 석호의 소규모 어민들이 어족자원 감소, 오염, 공간 경쟁과 분절된 거버넌스 속에서 생계를 어떻게 조정하는지 분석한다. 양식업·생태관광·생계 다각화·이주와 같은 적응 전략이 추진되고 있지만, 취약한 거버넌스와 불균등한 집행, 공간적 배제로 인해 연령·성별·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기존 불평등이 오히려 재생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연안어업의 지속가능성 전환을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복잡성과 권력관계, 공간적 정의가 얽힌 정치적 과정으로 설명한다.
Social Science Quarterly 107(4)
김다슬(조지타운대학교)
이 글은 권위주의 체제가 공공재 제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당제 선거 도입을 통해 형성되는 정치적 동기뿐 아니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국가역량이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 1970년부터 2015년까지 95개 권위주의 체제를 분석한 결과, 경쟁적 정당체제의 도입 자체는 공공재 제공과 부정적인 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조세 추출, 행정, 강제력 등 국가역량이 높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다당제 선거를 도입할 경우 예산에서 광범위한 공공재를 더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민주적 제도의 도입이 정책 변화를 유도하더라도 실제 결과는 체제가 이미 보유한 국가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교문화연구』 77권
윤준희(연세대학교), 구기연(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가자 지구 출신 스물두 명의 감독들이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그라운드 제로로부터>(2024)를 통해 이스라엘 식민주의 권력이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폭력과 이에 맞선 영화의 윤리적·정치적 실천을 분석한다. 영화는 죽음과 상처, 불안정한 생존이 가자 지구의 평범한 개인들의 일상에 구조적으로 스며든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감독과 등장인물들이 폭력의 조건 속에서 자신을 서술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권력이 강요한 명령을 재의미화하고 저항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는 폭력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속의 조건 내부에서 저항과 해방의 가능성을 수행하는 영화임을 보여준다.
Frontiers in Political Science 8, 2026
임현진(아시아연구소), 공석기(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한국을 제도적 안정이 위기 상황에서의 시민 동원에 반복적으로 의존하는 ‘운동 의존적 민주주의’로 개념화한다. 시민운동은 대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를 방어하고 교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반복적인 시민 동원은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하고 제도가 갈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사례는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취약성이 동일한 정치체제 안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Frontiers in Political Science
강명세(아시아연구소), 김종철(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2024년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속에서 유권자들이 반민주적 수단을 정당화하는 요인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은 반민주적 정당화를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었으며, 탄핵에 대한 입장이 다른 집단을 향한 정서적 양극화는 이를 크게 증가시켰다. 양대 정당 지지자들은 무당파보다 반민주적 수단을 더 정당화하는 경향을 보였고, 정서적 양극화의 영향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보다 국민의힘 지지자에게서 강하게 나타났으며 포퓰리즘 성향도 이러한 효과를 강화했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 반민주적 수단 자체에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라는 규범적 공감대를 공유했으며, 이는 한국 민주주의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대한지리학회지』 61권 1호
황규홍(시흥도시공사), 정현주(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지방소멸 담론이 청년들의 고향에 대한 복합적인 장소감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소멸’이라는 담론은 청년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고향의 긍정적 가치마저 부정적으로 재해석하게 만들어 고향에 대한 애착을 약화시키고 이주를 정당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를 통해 장소감은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사회적 담론과 정동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The Korean Journal of International Studies 24(1)
한새롬(숙명여자대학교), 황의현(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를 신흥 강국, 개발협력 대상, 협력 파트너라는 세 가지 담론으로 구성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는 한국의 발전 경험과 중견국 정체성을 비추는 ‘거울’이자, 글로벌 역할을 수행하는 ‘무대’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존의 글로벌 위계질서를 재생산할 가능성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Pacific Affairs 99(2)
양시은(충북대학교), 조민재(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식민지기의 제도와 일본 법률의 영향을 받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과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 기준을 반영한 2024년 「국가유산기본법」을 비교·분석한다. 한국의 문화유산 법제는 단순한 행정 수단을 넘어 식민지 유산을 재해석하고 초국적 규범을 수용하며 국가적 정당성을 구축하는 정치적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이러한 법제 개편은 국내 문화유산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의 국제적 소프트파워를 확대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시아리뷰』 16권 1호
박준영(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유급 가사노동을 사례로, 돌봄 공간과 국가·지역의 제도적 맥락, 글로벌 돌봄 노동 이주를 아우르는 다중스케일 관점에서 돌봄레짐의 변화를 분석한다. 자카르타에서는 제도적·관계적 비공식성이 지배적인 가운데 점진적인 공식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비공식성과 공식화는 노동 조건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복합적으로 재구성되므로 이를 각각 불안정성의 원인과 단선적인 해결책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한다.
『인도연구』31권 1호
양영순(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자이나교가 생물학적 성별과 심리적 성욕을 구분하며 독창적인 젠더·섹슈얼리티 이론을 발전시켰음을 밝히고, 자이나교의 이론이 여성과 성 소수자의 해탈 가능성을 둘러싼 종파 간 논쟁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자이나교의 섹슈얼리티론이 해탈 이론과 결합된 독창적인 종교철학 체계임을 주장한다.
『중동연구』44권 2호
안소연(아시아연구소), 구기연(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2023년 가자 전쟁을 둘러싼 한국의 공적 담론이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한다. 보수·진보 언론은 상반된 시각을 보인 반면, 소셜미디어는 시민사회와 초국적 네트워크가 팔레스타인 연대와 대안적 담론을 확산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기존 언론의 역할을 보완하고 공적 담론의 형성 방식을 재구성하고 있다.
『일본문화연구』 98호
이호상(인천대학교), 다무라 후미노리(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일본 중소도시 중심시가지의 쇠퇴 원인이 인구감소보다 소비자 유출과 소비행태 변화, 교외 상업시설과의 경쟁에 있음을 밝힌다. 현재 일본에서 중소도시의 중심시가지는 상업 중심에서 행정·주거·관광·문화 기능이 결합된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따라서 활성화 정책도 생활중심지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한다.
As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구기연(아시아연구소), 진은선(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혁명, 전쟁, 재건, 대내외 위기 과정에서 반복적인 권한 위임을 통해 국가 권력의 핵심 기관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한다. 위기 상황에서의 권한 위임, 새로운 영역으로의 기능 확장, 그리고 제도화 과정을 거치며 국가와 혁명수비대 간 상호 자원 의존 관계가 강화된 결과, 혁명수비대는 상당한 자율성을 얻게 되었다.
The Sociological Review 74(2)
김민환(한신대학교), 김란(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한국전쟁이 반공주의의 제도화, 군사 중심의 경제 재건,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 구조를 통해 현대 한국 사회를 형성했다고 분석한다. 전쟁은 미국 원조와 군사적 필요를 기반으로 경제·사회 체제를 재편했으며,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낙인과 차별도 제도화되었다. 이러한 전쟁의 유산은 민주화 이후에도 징병제와 반공주의 체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사상과 문화』 28권 4호
공석기(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제도, 시민사회, 공론장, 생활세계, 동아시아 질서가 동시에 약화되는 다층적 구조 위기로 규정하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 임현진의 민주주의론을 재구성하고, 생활세계–지역공동체–시민사회–국가–지구시민사회를 연결하는 다층적 민주주의 모델을 제시한다. 나아가 지역 기반 민주주의, 시민사회 자율성 회복, 정치제도 개혁, 초국적 시민연대 강화를 한국 민주주의 재구성의 핵심 과제로 제안한다.
『한국경제지리학회지』 29권 1호
백일순(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AI 시대에 암묵지 개념 자체가 경제지리학에서 어떻게 설명적으로 활용되어 왔는지를 재검토한다. 이 글은 암묵지를 직접 관찰된 실체라기보다 산업집적과 지식의 공간적 국지성 등을 설명하기 위해 구성된 분석적 개념이라고 주장하며, AI 시대의 암묵지를 관계적·혼성적·재조정된 암묵지라는 세 가지로 분류하고 그 분석적 활용 조건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Religions 17(3)
양영순(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베단타, 요가, 불교, 자이나교 전통을 비교하여 자각몽과 유체이탈 경험을 단순한 심리 현상이 아니라 자아와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활용된 ‘경계적 의식 상태’로 분석한다. 각 전통은 이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지만, 현대 신경과학의 설명과 함께 의식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보여준다. 이 글은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종교적·의례적·형이상학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ranian Studies, 2025
구기연(아시아연구소 HK교수)
이 글은 한국에서 유학하는 이란 여학생들의 동기, 적응 과정, 졸업 이후의 진로를 분석한다. 이란 여학생들은 한류와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로 한국에 유학왔지만, 문화적 장벽과 차별, 제한적인 비자 제도로 인해 정착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결과 일부는 캐나다나 독일 등 제3국으로의 추가 이주를 선택한다.
『동남아시아연구』 36권 1호
윤대영(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20세기 전반 사이공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정착과 생존 과정을 분석한다. 초기 이주자들은 인삼 무역과 상업 활동을 통해 기반을 마련했으며, 일부는 이후 한인 기업가로 성장하는 토대를 구축했다. 그러나 일본의 인도차이나 점령과 태평양전쟁은 한인 사회의 이주 환경과 귀환·잔류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