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역사 150, 2026

김윤희(아시아연구소)

북한의 공식기억인 항일빨치산 서사가 인민에 의해 선택적으로 수용·재해석되면서 대항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사회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특정 계기를 통해 실천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역동성을 ‘기억의 활력’으로 개념화하고, 국가가 주입한 혁명 서사가 개인과 가족의 생존 전략 및 저항의 기제로 전유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북한 인민이 집단에 충실한 주체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우선하는 개별적 주체로 재구성되며, 공식 이데올로기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 의미생산자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The Geographical Journal 192(2), 2026

Pham Thi Ngoc Quynh(하노이국립사범대학교), Thu L. T. Dinh(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Edo Andriesse(아시아연구소)

베트남 땀장-꺼우하이 석호의 소규모 어민들이 어족자원 감소, 오염, 공간 경쟁과 분절된 거버넌스 속에서 생계를 어떻게 조정하는지 분석한다. 양식업·생태관광·생계 다각화·이주와 같은 적응 전략이 추진되고 있지만, 취약한 거버넌스와 불균등한 집행, 공간적 배제로 인해 연령·성별·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기존 불평등이 오히려 재생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연안어업의 지속가능성 전환을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복잡성과 권력관계, 공간적 정의가 얽힌 정치적 과정으로 설명한다.

Screenshot 2026-10-01 at 11.06.14 AM

The Palgrave Handbook of Digital Latin American Studies, 2026

Benjamin M. Han(인디애나 대학교), Wonjung Min(아시아연구소), Dal Yong Jin(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칠레에서 K-pop 팬덤과 디지털 액티비즘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이 K-pop의 확산과 수용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과정을 글로벌 문화와 칠레의 지역적 맥락이 상호작용하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2021년 칠레 대통령선거와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국인 인종화 표현에 대한 팬들의 대응 사례를 통해 K-pop 팬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정치적·사회적 행동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또한 온라인에서 형성된 ‘디지털 친밀성’이 오프라인의 모임과 신체적 퍼포먼스, 공동체 형성, 행동주의로 이어지면서 K-pop이 일상적으로 체험되는 문화가 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2015년 남아공 케이프타운 대학교에 모인 학생들의 ‘#FeesMustFall’ 시위 장면
출처: Flickr / 작가: Tony Carr

아프리카에서 힙합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청년 세대의 현실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삶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청년들은 힙합을 통해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하고, 자신들의 언어와 음악적 전통을 결합해 힙라이프·봉고 플라바·콰이토·겐게톤과 같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왔다. 여성 아티스트들 역시 성차별과 젠더 규범에 문제를 제기하며 목소리를 넓히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흐름은 오늘날 아프리카 청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분노하며 꿈꾸는지를 보여준다.

일본 도쿄 시민들이 폭염을 피하려고 양산을 쓴 채 이동하고 있다. 출처: Riccardo Parretti (pexels)

폭염의 피해는 단순히 기온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연령과 건강 상태, 노동환경, 주거환경, 냉방비 부담 등 개인이 처한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본의 쿨링 셸터와 인도 아마다바드의 폭염대응계획은 경보와 함께 실제로 더위를 피할 공간과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기존 대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제로 닿고 있는지 점검하고, 폭염 위험이 크면서도 스스로 더위를 피할 선택지가 적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주거·노동·복지·보건 연계 대응이 필요하다.

Social Science Quarterly 107(4)

김다슬(조지타운대학교)

이 글은 권위주의 체제가 공공재 제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당제 선거 도입을 통해 형성되는 정치적 동기뿐 아니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국가역량이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 1970년부터 2015년까지 95개 권위주의 체제를 분석한 결과, 경쟁적 정당체제의 도입 자체는 공공재 제공과 부정적인 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조세 추출, 행정, 강제력 등 국가역량이 높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다당제 선거를 도입할 경우 예산에서 광범위한 공공재를 더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민주적 제도의 도입이 정책 변화를 유도하더라도 실제 결과는 체제가 이미 보유한 국가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교문화연구』 77권

윤준희(연세대학교), 구기연(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가자 지구 출신 스물두 명의 감독들이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그라운드 제로로부터>(2024)를 통해 이스라엘 식민주의 권력이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폭력과 이에 맞선 영화의 윤리적·정치적 실천을 분석한다. 영화는 죽음과 상처, 불안정한 생존이 가자 지구의 평범한 개인들의 일상에 구조적으로 스며든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감독과 등장인물들이 폭력의 조건 속에서 자신을 서술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권력이 강요한 명령을 재의미화하고 저항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는 폭력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속의 조건 내부에서 저항과 해방의 가능성을 수행하는 영화임을 보여준다.

출처: ChatGPT 생성 이미지

미국에서 시작된 힙합/랩 음악은 지난 30~40여 년 동안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중국 등 동북아시아 각 지역의 언어와 문화, 음악산업과 결합하며 성장해 왔다. 각 지역의 구체적인 전개 과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언더그라운드 씬과 주류 음악시장의 상호작용, 디아스포라와 초국적 네트워크의 역할, 그리고 2010년대 이후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산업의 영향이라는 공통적인 흐름이 나타난다. 또한 동북아시아의 힙합/랩은 사회·정치적 발화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과 자기표현, 라임과 플로우를 활용한 언어적 실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를 통해 힙합은 미국의 음악 장르가 단순히 이식된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청년들의 삶과 문화 속에서 각 지역의 방식으로 변주되고 재구성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리아의 난민 캠프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나르고 있다. 
출처: Ahmed akacha (Pexels)

2026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채택 75주년을 맞아, 변화된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 난민보호체계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1992년 협약 가입, 2012년 아시아 최초의 독립 난민법 제정이라는 제도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난민인정 확대와 실효적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정하고 전문적인 난민심사와 함께 재정착·보충적 보호경로를 확대하고, 교육·의료·노동·주거 등 국가의 일반 제도 안에서 난민의 사회통합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대학·기업, 난민 당사자가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사회통합과 난민보호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은 ‘난민을 심사하는 국가’를 넘어 난민의 인간적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고, 난민과 선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민주적 공동체를 구현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Frontiers in Political Science 8, 2026

임현진(아시아연구소), 공석기(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한국을 제도적 안정이 위기 상황에서의 시민 동원에 반복적으로 의존하는 ‘운동 의존적 민주주의’로 개념화한다. 시민운동은 대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를 방어하고 교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반복적인 시민 동원은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하고 제도가 갈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사례는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취약성이 동일한 정치체제 안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84

고길곤(아시아연구소)

사회과학 전반에서 활용도가 높은 다변량 통계분석의 이론과 응용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생성형 AI와 군집·차원 축소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정교한 분석 도구의 필요성과 학문적 공백을 짚고 체계적 학습의 토대를 제시한다.

선형대수 기초를 바탕으로 PCA, 요인분석, 구조방정식 모형을 중심에 두고 정준상관·대응분석·다차원척도법·군집·판별분석까지 폭넓게 설명한다. 측정이론을 별도로 다루며 실제 연구 적용 예시를 연결하고, SAS 기반 코드와 Colab Notebook을 통해 AI 시대의 분석 전이를 돕는다.

키르기스스탄 래퍼 Begish의 공연 장면
출처: Instagram(@begishzbp)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랩 음악은 세계적인 힙합 장르가 지역적 특징과 결합해 변형된 사례다. 중앙아시아 랩의 지역성은 전통적인 음악 요소뿐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 표현하는 경험, 지역사회의 수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이해할 수 있으며, 세 나라에서 랩의 위상과 발전 방식은 시장·국가·공동체의 서로 다른 영향에 따라 각기 다르게 형성되어 왔다.

한국, 중국, 대만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국가들의 반도체 경쟁. 출처: AI 생성 이미지(Chat GPT)

동아시아의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보조금 지급이나 수출 규제를 넘어 산업별 의존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 대만,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와 무역 제한에 머무르지 않고 공급망과 산업의 대외 의존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하는 정책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반도체 산업 외부에서 발생한 다양한 위기를 계기로 촉진되기도 했다. 세 국가의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계기는 서로 다르지만, 산업정책은 경제적 의존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공통된 논리로 수렴하고 있다.

Frontiers in Political Science

강명세(아시아연구소), 김종철(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2024년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속에서 유권자들이 반민주적 수단을 정당화하는 요인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은 반민주적 정당화를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었으며, 탄핵에 대한 입장이 다른 집단을 향한 정서적 양극화는 이를 크게 증가시켰다. 양대 정당 지지자들은 무당파보다 반민주적 수단을 더 정당화하는 경향을 보였고, 정서적 양극화의 영향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보다 국민의힘 지지자에게서 강하게 나타났으며 포퓰리즘 성향도 이러한 효과를 강화했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 반민주적 수단 자체에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라는 규범적 공감대를 공유했으며, 이는 한국 민주주의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d7c81e33-753c-41a1-9b5d-89fe3245ee6a

나가사와 유코(아시아연구소)

경제성장을 이룬 아시아 각국은 APEC, RCEP 등을 통해 경제적 연계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EU와 같은 정치적 통합의 움직임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전후 80년을 맞아 아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느슨한 공동체의 싹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점차 심화되는 아시아의 교류와 화해의 현재를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