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위기는 현실이지만 하나의 설명으로 묶어내기는 힘들다. 이 글에서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군부정치와 세습정치, 초국적 탄압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풀어내려고 한다. 미얀마에서 가장 선명하게 작동하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군부정치가 명분의 문제에 시달리는 가운데, 군부의 또 하나의 약점인 선거정치는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정치 가문들에 의한 세습정치의 고착화를 겪고 있다. 한편 민주주의의 퇴행은 타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무감각한 정부들에 의한 초국적 탄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아시아의 대중음악은 국가의 경계를 넘는 활발한 교류와 함께 영향력을 더해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특히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인디음악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의 공연장과 페스티벌에서도 인도네시아 음악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음악적 토양이 지닌 역사성과 역동성을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인도네시아 음악에 담긴 서사와 의미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방콕에 근거한 전설 세 가지를 소개한다. 전설은 역사와 관련되며 표징물이 존재해야 한다는 특징을 지니는데, 그에 부합하는 세 이야기는 방콕에 수도를 건립할 때 세운 기둥인 락므앙, 죽은 이들의 구역에 세워진 에라완 신전, 그리고 불멸의 여귀(女鬼) 매낙 프라카농이다.
이 글은 태국 치앙마이 주변 산악지대(조미아)와 평지 사이를 오가는 카렌족 등 소수종족의 전략과 실천을 다룬다. 평지에 터를 잡고 인구를 끌어모아 도시를 세우려는 국가에 맞서서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산으로 향했다. 산과 평지에 두 질서가 공존하며 인구 이동의 동학을 만들어냈다.
이 글은 2023년 5.14 태국 총선을 분석하며 전례 없는 의제들이 공론화된 태국 정치의 오늘을 논한다. 제1당으로 부상한 전진당은 징병제 폐지, 왕실모독법 개정 등 태국 사회 중추 권력 개혁을 공약에 배치했다. 전진당의 대범함은 총선 승리의 이유이자 기득권층의 저항을 받는 이유다. 이 저항은 전진당 총리 후보 피타 림짜른랏에 대한 투표 부결로 귀결됐다. 2014 쿠테타 세력이 제정한 현행의 ‘유사민주주의’ 한계는 지속될 것이다. 또한 친탁신계 프어타이당이 전진당 배제 연정을 이끌며 태국 정치갈등은 체제 변화와 맞물릴 전망이다.
싱가포르의 언어 정책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면서 종족에 따라 각기의 모국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정책으로 요약된다. 다종족 사회 싱가포르의 국민은 모두 영어를 ‘실용성의 언어’로 사용하는 동시에 각 종족의 언어를 ‘정체성의 언어’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싱가포르의 언어 정책이 인구의 75%를 구성하는 중국계 주민들이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영국 식민통치 시기 엘리트의 언어 규범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일반 주민에게 강요되면서 나타난 부작용과 한계에 주목한다.
『쭈옌끼에우』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문학 작품으로, 주인공인 ‘끼에우’가 세상에서 직면하게 되는 고난과 시련이 베트남 민족의 상황과 동일시되면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끼에우를 모범으로 삼고 그의 삶을 통해 위안을 얻을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에 걸맞은 시각으로 끼에우의 삶과 그의 ‘진정한 마음’을 다시 바라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필리핀 가톨릭에서 아이 예수와 성모 숭배, 그리고 사순절과 성주간의 고행 의례는 공감을 통해 호혜성이 발휘되는 가족관계의 이상을 신과의 관계에 투영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어른이 아닌 ‘아이’ 예수상을 모시면서 신의 계시나 도움을 요청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은 좀 더 편안하고 일상적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주민은 화교인가 아니면 말레이시아 국민인가? 한국에 양자경으로 알려진 미셸 여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동남아시아의 중국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이 과연 현실에 부합하는지 질문하게 한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는 자신을 ‘화교’가 아니라 ‘화인’이자 ‘말레이시아인’으로 인식한다.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이 오늘날 동남아에서 가장 가시적인 면모를 보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풍부하고 젊은 노동인구, 꾸준하고 높은 경제성장, 중앙에서 지방까지 책임자를 직접 선출하는 선거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노동이 힘을 갖는 배경이 되어 준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노동운동의 내부 경쟁과 분열도 유발했다.
최경희(아시아연구소) 미얀마 군부에 의한 일상화된 폭력, 그렇지만 한 사람의 죽음도 헛되지 않게 하기 2021년 2월 1일 발생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는 동남아 역사에서 1979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프놈펜 점령(소병국, 2020:591) 만큼, 21세기에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이후 20세기 후반 대륙부동남아 지역 내에서 국가 내 극심한 정치적 갈등이 왕왕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IMF 외환위기 이후 그리고 […]
이연(한국외국어대학교) 퀴어의 렌즈로 바라본 “다양성 속의 통일” 2014년 개봉 영화 꾸스완디(Lucky Kuswandi) 감독의 <밤의 부재(Selamat pagi, Malam; In the absence of the sun)>는 저마다의 도전에 직면한 세 명의 여주인공이 자카르타의 한 러브 호텔에서 각자의 파트너와 사회적·종교적 규범에서 일탈한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이다. 이들 중 한 명인 기아(Gia)는 오랫동안 뉴욕에 살다가 자카르타로 막 돌아오나 고국에서 되려 이방인이 […]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동남아의 낭만적인 이미지 뒤에 복잡하게 전개되는 국제현실 보통 사람이 가지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이미지 중 한가지는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동남아, 어딘지 모르게 느긋하고 한 박자 쉬어 갈 수 있는 그런 동남아일 것이다. 호화로운 리조트 수영장 선베드 옆 테이블에 놓인 물방울 송송 맺힌 시원한 과일주스는 아니어도 길가 작은 카페에서 더위를 피해 시원한 커피라도 한잔 놓고 앉아 […]
조윤미(독립연구자) 통념상 연애라 하면, 주로 젊은 미혼의 두 남녀가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기 위해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으로써, 두 사람 간에는 정서적 친밀성과 상대에 대한 욕정의 정서가 공유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의 중심에 놓인 역동성이 바로 ‘성’이라는 문제이다. 연애 과정에 놓인 당사자 개인에게도, 그리고 이러한 연애 과정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성’이란 문제는 매우 중요한 자기 […]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2020년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에 따르면 2009년 94점이었던 미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2019년 86점으로 하락했다. 세계는 트럼프(Donald M. Trump) 행정부가 반대파 인사를 탄압하고, 국가기관을 장악했으며 여론을 조작하는 등 민주주의를 지속할 제도를 파괴한 사실을 목격했다. 비교정치학자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로 확산하는 ‘안개에 갇힌’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10년만 보더라도 힌두뜨바(Hinduttva)를 전면에 내세운 모디(Narendra Modi) 총리, 필리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