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인 필리핀의 해안 지역 생계에 주목한다. 필리핀의 전체 인구는 약 1억 1,400만 명에 이르며, 이 중 약 60%가 저지대 해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지역 사회는 태풍과 폭풍뿐 아니라, 홍수, 염수 침투, 해안 침식, 해수면 상승, 남획, 그리고 도시 지역의 토양 침하 등 다양한 환경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2014년부터 필리핀 해안 지역 사회에 대한 현지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특히 어업 종사자와 해초 양식업자들이 이러한 환경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하는지, 그리고 관련 정책이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다. 이 글에서는 그간의 조사에서 발견한 주요 사례와 함께, 정책과 실무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향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팔라완(Palawan) 주의 해초 양식업자와 관련되어 있으며, 두 번째 사례는 일로일로(Iloilo) 주의 어부 공동체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해안 전환을 이루기 위해, 해안 및 해양 경관을 보다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어업, 대체 생계, 해외 송금의 역할과 같은 지역 경제 선택지뿐 아니라, 기후 재정, 해안 가구의 역량 강화, 그리고 다양한 환경적 과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글은 서아시아에서 기후변화가 정치 불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시리아 내전, 이라크에서 IS 세력 확장, 이란의 반정부 시위 등은 기후 위기와 정부의 대응 실패가 결합되어 정치 불안을 심화시킨 사례다. 서아시아에서 기후 위기는 안보와 체제 정당성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다.
아프리카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특히 취약하지만, 이러한 취약성을 해결하는 일은 단순한 기후 정의의 문제를 넘어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을 위한 구체적인 기회를 창출한다.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에 대한 담론은 대륙의 역동성과 성장 잠재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회복력 강화, 생태계 복원, 에너지 접근성 확대, 그리고 환경과 개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투자와 기업가 정신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낸 데 따른 결과다. 이 글은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과 관련되어 광물 가치 사슬, 생태계, 도시화, 인프라 등 다양한 우선순위 주제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된 담론과 새롭게 나타나는 기회를 살펴본다. 또한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과를 검토함으로써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의 잠재력을 조명한다.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실제로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이러한 파트너십이 지역 주민의 생계와 생태계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끝으로, 이 글은 올해 9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국가 설립 이래 30여 년이 지난 현재 권위주의 체제로 귀결되었다. 이들 정권은 ‘신권위주의’의 전형으로서, 외형상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한 채 이를 활용하여 통치를 정당화하고 시민사회를 효과적으로 억압해 왔다. 특히 권위주의가 공고화될 수 있었던 핵심 기제는 엘리트의 자원 독점, 외국자본과의 결탁, 강대국의 직간접적 지원으로 이는 정권의 정당성의 토대를 외부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특히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정보통제 기술과 법제도를 공유하며 중앙아시아만의 ‘권위주의적 지역주의’를 형성했다.
미중 간 관세 전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 질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 대표적 수출 전진기지인 선전(深圳)은 그 최전선에 서 있으며, 관세 전쟁의 직접적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지역이다. 본 글에서는 관세 전쟁이 선전의 경제와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세계적 민주주의 후퇴 현상 속에서 한국 민주주의도 위기를 겪었었으며, 특히 2024년 윤석열 정권의 친위 쿠데타 시도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국민과 제도권의 대응은 한국 민주주의가 강한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스트롱맨과 포퓰리즘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을 거치며 유사한 후퇴를 경험했지만, 시민들의 저항과 제도적 절차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대응은 보수의 엘리트 주도적 절제와 진보의 대중 참여 확대라는 상반된 해법이 있으나, 한국은 ‘빛의 혁명’이라 불리는 촛불과 시민 행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제도 혁신과 정치 교육의 내면화가 필요하다.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남아시아에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민주주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살고 있는 곳이 남아시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남아시아의 세 나라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독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나라의 국민들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권위주의적 정부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고 있지만은 않았다. 선거를 통해서든 반정부 시위를 통해서든 적극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표면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이나 어쩌면 남아시아 민주주의가 새로운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위기는 현실이지만 하나의 설명으로 묶어내기는 힘들다. 이 글에서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군부정치와 세습정치, 초국적 탄압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풀어내려고 한다. 미얀마에서 가장 선명하게 작동하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군부정치가 명분의 문제에 시달리는 가운데, 군부의 또 하나의 약점인 선거정치는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정치 가문들에 의한 세습정치의 고착화를 겪고 있다. 한편 민주주의의 퇴행은 타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무감각한 정부들에 의한 초국적 탄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질과 개념이 경계를 넘어 이동이 빈번한 현대의 음식은 혼종의 운명에 놓인다. 또, 내셔널리즘은 19~20세기 ‘오리엔탈·아시아·에스닉’ 음식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사람들이 오리엔탈과 아시아로 규정되는 국가·민족의 정보를 갈망하는 이유는 중산층이 지적 취미를 개발하고 식민지 및 개척지를 파악하는 데 있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으로 이주한 ‘오리엔탈·아시아·에스닉’에 해당하는 이주민은 자국을 소개하는 문화 대사(cultural ambassador)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글은 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혼종화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현상을 통해 오리엔탈·아시아·에스닉 음식이 만들어져 온 지형이 있음을 이해하기 위하여 요리책의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Since its first appearance in the Eleventh Congress Documents of the Communist Party of Vietnam (CPV), the concept of “cục diện thế giới” [world conjuncture] has been the foundation for Vietnamese official discourse on the regional and world political landscapes. However, there have been debates about this concept’s contents and its academic issues. As the CPV rushes to prepare for the summary of 40 years of Đổi Mới [Renovation] and the Fourteenth Congress scheduled for early 2026, it is an opportune time to look back on more than a decade of developing a Vietnam-specific international research approach based on the concept of world conjuncture. This article generalises this concept’s basic connotations and identifies the relationship between world conjuncture and world order from the Vietnamese public perspective. On this basis, the article clarifies the elements of world conjuncture based on the Vietnamese viewpoints, from which the predictability of Vietnamese assessments, especially those of the CPV, for upcoming regional and international conjuncture could be, to some extent, improved.
건국 이후로 이스라엘은 내부의 극우 보수주의 정부와 외부 테러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끊임없이 도전받아 왔다. 하지만 안보 포퓰리즘에 기댄 권위주의적 정부의 시민 사회 통제는 점차 시민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후 2023년에 사법부를 무력화하고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 담긴 사법개편안을 발표하자 한계를 느낀 시민들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시위를 일으켰다.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 내며 단호하게 맞선 사법개편반대시위는 시민들이 세대와 계층, 종교, 정치적 당파를 초월해 연대한 이례적인 시위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와 방식을 재고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되었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민주화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권위주의로의 회귀가 심화되고 있다. 2019년 당선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2021년 의회 해산, 국회의원 면책 특권 박탈 및 일련의 급진적 조치를 단행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으나, 위로부터(top-down)의 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실망감 속에서 많은 국민들은 사이에드의 결정을 지지했다. 권위주의 부상에서 국내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사이에드 집권 초기와 달리 현재 튀니지 민주주의 위기는 외부요인과도 연관되어 있다. 특히 유럽 이민정책의 외부화(externalization)는 주변 북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튀니지 정부가 경제·사회 개혁에 실패하며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던 시점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 강화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1991년 중앙아 5개국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하자 급선무는 국경선을 조기에 획정하는 것이었다. 지난 30년간 협상한 결과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국경선을 획정하였으나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3국은 이견으로 국경선을 획정하지 못했다. 영토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서 외부 개입으로 해결이 어려운 만큼 앞으로 국경 획정을 위해서는 당사국 간의 협상을 통한 해결이 최적의 방안이다. 국제사회는 당사국이 무력 충돌을 자제하고 평화적으로 국경선을 획정하도록 계속 지원해야 한다.
지난 2024년 2월부터 3월까지 이루어진 한 다국적 공동연구진의 대기과학 연구에서 아시아의 공기는 거대한 실험실이 되었다. 미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모인 한국, 미국, 필리핀, 태국, 대만의 공동연구진은 아시아의 대기오염을 초래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 물리적, 행정적, 과학적 난관을 뚫고 협력했다. 연구용 항공기를 활용한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과학 연구는 여러 국가의 과학자들을 엮는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인도의 대중음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영향력 있는 장르는 볼리우드(Bollywood) 영화 음악이다. 인도에서 볼리우드 영화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이야기를 담아내며 인도인들의 엄청난 인기를 받고 있는 문화 장르로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역할을 한다. 대중음악 역시 영화 음악이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영화의 흥행은 곧 영화 음악의 히트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