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제조 2025’ 10주년은 무엇을 남겼나?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한 지난 10년간 중국은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제조업에 도입해 왔다. ‘중국제조 2025′,‘전략성신흥산업’, ‘신품질 생산력’으로 이어지는 중국 정부의 일관적인 제조업 고도화 정책 지원 아래[1],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주요 제조 영역에서 중국은 큰 진전을 이뤄냈다[2].
중국의 산업정책이 유발한 전방위적인 공급과잉과 그 과정에서 노출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지원 정책은 많은 부정적 평가를 나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제조업의 전반적인 기술·생태계 수준이 뚜렷하게 상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25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선정한 등대공장 중 중국 기업은 70여 곳이 포함되며 전체의 40%를 점유했다. 등대공장에 선정된 중국 기업들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첨단기술의 통합적 적용이다. 하이얼의 교주 공장은 AI, IoT, 빅데이터 기술을 종합적으로 도입을 통해 설계 주기 시간을 50% 단축하고, 주문 배송 시간을 20% 감소시켰으며, 해외 고장률을 30% 낮췄다(WEF, 2025).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기업들이 더 이상 외부 플랫폼과 솔루션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얼, 거리 전기와 더불어 중국 3대 가전사 중 하나인 메이디(Midea)는 자체 개발한 제품 수명주기 관리(PLM)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간 20회 이상의 기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맞춤형 제품 설계와 생산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 결과, 맞춤형 주문이 31%에서 87%로 급증한 상황에서 설계 시간이 45% 감소하고, 고장률이 31%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WEF, 2025).
이런 사례들은 중국 제조 기업들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생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있는데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고에서는 중국의 AI 제조 기업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CATL, 하이얼, 샤오미의 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 제조업의 고도화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CATL의 ‘부품 제조 초격차’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이차전지 공급기업으로 거듭난 CATL은 명실상부한 배터리 연구개발 및 제조 혁신의 선두 주자이다. CATL을 필두로 하는 중국 B2B 분야의 제조 혁신은 중국이 저비용 생산기지를 넘어 고부가가치 제조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CATL은 중국 시장 제외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시점에 초격차를 위한 ‘분투 100일 896’과 같은 고강도 노동을 선포한 바 있다[3]. 그러나 그 이면에는 AI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자사가 지닌 민첩한 기술 개발 및 제품화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CATL은 가치사슬 전반에 AI 심층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스마트 생산을 넘어 완전 자율 생산 시스템 구현을 추구하고 있다. CATL은 2021년 21세기 연구소 설립을 기점으로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통해 수많은 분말과 액체 조합에 대한 다양한 혼합 매개변수를 모델링하고 있다(백서인, 2025). 이 과정에서 심층 학습 기술을 활용해 각 조합이 가지는 화학적·물리적 특성을 예측하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후보 물질을 신속하게 발굴해 낸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은 방대한 실험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전해질 조성과 양극재 혼합 비율이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해 일일이 실험하지 않고도 신후보 물질의 최적 조합을 빠르게 도출해 낸다.
또한 생산라인에 설치된 수많은 초고성능 3D 카메라의 스캐닝을 통해 인간의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미세 결함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자체 개발한 AI 모델과 첨단 컴퓨팅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결함을 정확하게 판독한다. 또한 이와 동시에 장비 마모율과 손상률도 함께 모니터링하고, 주요 핵심 장비의 고장을 정확하게 사전에 예측하여 장비 고장으로 인한 생산 중단을 예방하고 있다.
이 외에도 AI 기반의 전주기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핵심 금속의 재활용 비율을 95% 이상 높이는 등 순환 경제의 요구 수준도 만족시키며, 자사 제품의 혁신성, 안전성, 친환경의 통합적인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백서인, 2025).
하이얼의 ‘대규모 맞춤형 생산’
중국 하이얼은 최근 수년간 일본 산요, 미국 GE 가전 부분 등을 인수·합병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AI와 IoT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며 중국 내 10개 등대공장을 보유한 첨단 제조 선두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얼은 자체 개발한 iMES(지능형 제조실행시스템)을 기반으로 ERP(전사적 자원관리), 물류, PLM(제품 수명주기 관리) 등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 관리해 제조, 연구개발, 물류 간의 실시간 연계를 가능케 했다(Lai & Luo, 2024). 예를 들어, 공장 내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100% 디지털화하여 관리하기 때문에 생산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품질 관리를 쉽게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각종 센서, 로봇 등 첨단 장비와 기술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작업자가 생산 설비 및 관리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생산 과정을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다.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하이얼은 주문부터 생산, 검사, 출하까지의 전 과정을 평균 24시간 이내에 완료하고 있으며, 맞춤 생산(Customized Production) 비율은 이미 70%를 넘어섰다. 과거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했던 대규모 맞춤형 생산(Mass Customization)을 현실화한 것이다. 하이얼의 선양 냉장고 공장은 이처럼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해 맞춤형 제품 종류를 20여 종에서 500종 이상으로 확대했음에도 생산 기간은 15일에서 7일로 단축하는 등 생산 효율도 최적화한 상태다(WEF, 2025).

또한 하이얼은 사용자의 니즈를 생산에 반영해 다양한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대규모 맞춤형 생산’ 모델도 구현했다. 구매자는 온라인 플랫폼 또는 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선택하고 이런 모든 옵션이 제품에 반영되는 구조다. 하이얼의 이런 고객 맞춤형 대량 생산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고도화돼 초개인화된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반영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같이 만드는 ‘공동 창조’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하이얼은 올해 양회 기간 중국 네티즌들이 제안한 속옷, 양말, 옷, 신발 등을 모두 따로 세탁할 수 있는 ‘게으름뱅이 세탁기’의 정식 출시를 발표하기도 했다(정성조, 2025).
샤오미의 ‘Factory As A Service’
스마트폰부터 체중계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전자제품 만물상’ 샤오미(Xiaomi)는 최근 전기차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라이프 스타일 공급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샤오미는 이처럼 폭 넓은 제품군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AI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샤오미가 2024년 중국 베이징 창핑(昌平)에 설립한 전기차 생산공장이다. 공장 내에는 29개의 실험실과 더불어 약 700대 이상의 로봇이 설치되어 대형 다이캐스팅, 프레싱, 차체 연결, 차체 조립, 도장, 조립 등 핵심 공정을 100% 자동화했으며,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면 76초마다 새로운 샤오미 SU7 한 대를 생산할 수 있다(신경진, 2025). 또한 샤오미의 스마트 팩토리는 건설 초기부터 생산 작업장 지붕 전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연간 1,640만kWh의 친환경 전력을 생산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샤오미 펑파이 스마트 제조 플랫폼(Hyper Intelligent Manufacturing Platform)’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 펑파이 플랫폼은 다층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요 변동에 따라 생산 설비 자동 최적화, 자재 자동 조달, 품질 이상 징후 감지 시 즉각적인 생산 공정 조정 및 원인 분석 등의 고도화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北京经济技术开发区, 2024).
궁극적으로 샤오미는 공장 자체를 유연한 생산 플랫폼으로 전환해, 하나의 스마트 공장에서 가전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진정한 ‘Factory as a service’ 모델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샤오미의 개별 제품뿐 아니라 샤오미의 스마트 공장 자체가 최고의 인기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대응 전략
중국 기업들의 AI 기반 제조 혁신은 한국 제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내 자본과 기업의 강도 높은 노동 외에도, 이들 기업이 어떻게 산업 현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와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여 개별 요소 기술부터 전체 AI 제조 아키텍처를 설계하는지 학습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미래 시행착오를 줄임과 동시에 중국의 비교우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스마트 AI 제조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공급과잉 상태에 이른 중국의 제조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산업별 선두기업보다는 중국 내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영역 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세컨드 티어의 민간 기업들과의 협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가전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경험을 자사 제품에 활용하고 싶어 하는 중국 하이엔드 전기차 스타트업과의 협력이나 중국 내수 시장의 재공략을 노리는 유럽, 일본 기업과 중국 내에서의 전략적인 R&D 협력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 볼 수 있다.
둘째, 기술 경쟁력 및 상품 인지도 기반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기영역에서 오랫동안 축적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의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차세대 부품 소재의 연구개발, 공정 관리 및 불량 검출, 자율 제조 등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 시도를 효율적으로 내재화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AI를 활용한 맞춤형 고객 경험을 제공하여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토탈 솔루션 제공자로 진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스마트 홈 – 스마트 모빌리티 – 스마트 시티 간의 유기적 연결을 기반으로 다양한 K-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가 융합된 차별적인 라이프 스타일 공급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혁신을 위해 우리도 주요 선도 기업 주도의 개방형 스마트 제조 플랫폼을 구축하고 주요 중소·중견 기업 및 혁신 스타트업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생태계 내에 연결된 모든 기업 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획기적인 생산성 제고와 함께 활발한 개방형 혁신을 유도하여 새로운 제품 혁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가 제품 기획과 생산에 더욱 깊이 관여하고,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AI 기반 제조-서비스 통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1] 주요 정책 수단: ①국가주도 투자펀드(인도기금) 신설, ②보조금 및 금융지원 확대, ③전략적 해외투자, ④국영기업 통폐합을 통한 효율화, ⑤신규 국내 경쟁업체 설립 촉진(외국의 기술 지배력 완화), ⑥중소기업 지원, ⑦시장접근 제한을 통한 국내기업 보호(화이트 리스트 배제, 표준 장벽 등), ⑧해외직접투자 유치, ⑨기술 이전 및 합작사 설립 의무화
[2] 중국제조 10대 분야: ①차세대 IT, ②고정밀 공작기계(CNC) 및 로봇, ③항공 및 항공우주 장비, ④해양공학 및 첨단 선박, ⑤첨단 철도 운송 장비, ⑥신에너지차, ⑦전력 장비, ⑧농업 장비, ⑨신소재, ⑩바이오 및 의료기기
[3] ‘분투 100일 896’이란 100일 동안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며 경쟁자와의 격차를 확실하게 벌려 놓겠다는 CATL의 경쟁 전략 슬로건이다.
저자 소개
백서인(baekseoin@hanyang.ac.kr)은
한양대학교 ERICA 글로벌문화통상학부 조교수이다. 칭화대에서 정밀기계 공학사. KAIST에서 기술경영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과학기술외교안보연구단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현대중국학회 과학기술분과위원장, 한중사회과학학회 디지털경제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로 중국의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 혁신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참고문헌
백서인. 2025. “중국, 불을 끈 공장과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 중앙일보 (7월 28일). 26.
신경진. 2025. “대륙의 실수’ 샤오미 공장엔 사람 없어도…76초에 전기차 1대[베이징 수퍼팩토리]” 중앙일보 (7월 23일). 1.
정성조. 2025. “中 하이얼, 네티즌 제안한 ‘게으름뱅이용 세탁기’ 출시한다. 연합뉴스 (3월 12일).
Lai, C., & Luo, S. 2024. “Employee-centered Industry 5.0-Case analysis of Haier.” Green Manuf Open, 2:9, OAE Publishing Inc.
WEF. 2023. Global Lighthouse Network: Shaping the Next Chapter of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https://www3.weforum.org/docs/WEF_Global_Lighthouse_Network_2023.pdf
WEF. 2025. Global Lighthouse Network: The Mindset Shifts Driving Impact and Scale in Digital Transformation. https://reports.weforum.org/docs/WEF_Global_Lighthouse_Network_2025.pdf
北京经济技术开发区. 2024. “小米汽车来了 超级工厂在北京亦庄 拥有超700台机器人关键工艺100%自动化废重金属做到零排放”, 亦城时报 (3月 29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