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온라인 매거진

베트남 행정개혁의 배경과 의미

이 글은 2025년 베트남의 국가조직개혁을 분석한다. 이번 개혁은 중앙부처 축소와 성(省) 단위 통합, 하위 행정단위 정비를 포함해 국가 체제 전반을 재편한 전례 없는 조치였다. 이는 또럼 총비서가 제시한 ‘민족부흥의 시대’ 구상과 도이머이 40주년을 앞둔 체제 업그레이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성 통합은 행정 효율성 제고와 지역 불균형 해소 같은 경제적 목표와 더불어, 중앙위원회 내 지방 대표 축소를 통해 중앙집권화를 심화시켰다. 결과적으로 남부의 정치적 영향력은 약화되고, 북부와 일부 성들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권력 재편이 이루어졌다. 이는 또럼 총비서의 권력 강화를 뒷받침하며, 제14차 당대회에서 최고 권력 구조 변화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김용균(서울대학교)
2025년 6월 16일, 베트남 국회에서 지방행정 조직 개편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출처: VGP(베트남 정부 전자 신문)

2025년 1월, 베트남 정부는 중앙부처 통폐합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18개 부처는 14개로, 부처급 행정기관은 5개에서 3개로, 정부 산하 기관은 8개에서 5개로 축소되었고, 각 부처 산하의 국(局)과 과(科) 조직도 대대적으로 통합·정비되었다. 그러나 이는 본격적인 개혁의 서막에 불과했다. 같은 해 4월, 베트남공산당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전국 63개 지방 성(省)을 34개로 통합하고, 약 700개에 달하는 시·군·구급 행정단위(꿘·후옌)를 전면 폐지하며, 읍·면·동급 기초 행정단위(프엉·사) 또한 기존 수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는 대규모 지방행정 개편안을 승인했다. 이 개편은 지방정부조직법은 물론 헌법 개정까지 수반하는 전례 없는 조치였으나, 발표 후 불과 두 달 반 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고 7월 1일 자로 전면 시행되었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행정조직 축소를 넘어, 당 조직, 국회 조직, 사회정치단체 등 베트남의 당-국가 체제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에 걸쳐 단행되었다. 이 점에서 단순한 ‘행정개혁’을 넘어선 ‘국가조직개혁’이라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향한 국가 전략

이번 국가조직개혁의 배경과 의미는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시적으로 볼 때, 개혁은 또럼(To Lam) 총비서가 취임 직후 선언한 ‘민족부흥의 시대’ 구상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2026년 초 제14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개막될 이 새로운 시대는, 1945년의 ‘사회주의 건설 시대’와 1986년 시작된 ‘도이머이 시대’를 잇는 베트남 현대 정치사의 세 번째 국가적 전환기이다. 도이머이 개혁 40주년을 앞두고 단행된 이번 개편은 단순한 경제제도 조정이 아니라 정치·행정·조직 전반에 걸친 체제 전환이라는 점에서 ‘제2의 도이머이’로 평가된다. 특히 지방 행정체계 개편을 포함한 국가조직개혁은 베트남식 사회주의 체제의 전면적 업그레이드를 지향하는 정치 프로젝트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혁신 구상은 응우옌푸쫑(Nguyen Phu Trong) 전 총비서 체제에서 추진된 ‘당 건설 및 정돈’ 노선의 연장선에 있다. 당의 통치 역량을 회복하고, 경제 발전 수준에 걸맞은 현대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이 전략은 2012년 중앙위원회 제12호 결의로 본격화되었으며, 이후 제12기(2016~2020)에서는 ‘반부패 투쟁’으로, 제13기에서는 ‘제도 건설’로 확장되었다. 2025년 국가조직개혁 또한 2017년 중앙위원회 제18호 결의에서 이미 방향과 목표가 제시된 바 있다. 행정개혁과 병행하여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혁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2025년 5월 채택된 정치국 제68호 결의는 “민간경제는 가장 중요한 발전 동력”이라고 선언하며, 민간기업의 제도적 지위 보장,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재산권 보호 강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베트남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0% 내외의 고도성장을 실현하고,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여 2045년까지 선진 고소득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국가 시스템의 근본적 재구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의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는 여전히 생산성 정체, 중진국 함정의 위험,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현재 베트남의 많은 성은 인구와 경제 규모가 작아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 지방 정부가 지나치게 분산되어 있으면 중복된 행정 비용과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성을 통합하면 행정 단위를 줄이고, 기반시설 투자와 자원 배분을 더 효율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다.

둘째, 지역 발전 불균형 해소. 호찌민시와 하노이 같은 대도시는 이미 글로벌 경제의 허브로 부상했지만, 일부 농촌·산간 지역은 여전히 저개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성 통합은 강한 지역이 약한 지역을 흡수·보완하는 구조를 통해 발전 격차를 완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셋째, 투자 환경 개선.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포함한 대규모 프로젝트 유치를 위해서는 행정 단위의 규모와 역량이 중요하다. 규모가 작은 성보다는 통합을 통해 더 큰 인구·경제 기반을 갖춘 지역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넷째, 경제 현대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 베트남은 2045년까지 고소득 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성장률 유지가 아니라 행정 효율성, 지역 균형 발전, 산업 정책 조정 등 종합적 개혁이 필요하다. 성 통합은 바로 이러한 장기적 국가 경제 전략의 일부로 이해된다. 결국, 행정단위 축소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베트남 경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라는 거시적 목표와 직결된다.

정치 권력과 지역 균형의 재편

이번 개혁은 단순한 행정단위 축소를 넘어 정치 권력의 구조적 재편을 수반한다. 성 단위 통합은 지역 간 권력 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그 실행에는 고도의 정치적 조율이 요구된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180명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방 성의 당 비서는 당연직 중앙위원이다. 성의 수가 63개에서 34개로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강한 성이 주변 성을 흡수하고 통합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중앙위원회의 지역 대표 구성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방의 정치적 위상은 약화되었으며, 중앙-지방 간 권력 구조도 중앙집권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앙위원회 내 지방 대표 비율이 기존 38%에서 20%로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공산당 주요 결정은 과반의 중앙위원 지지가 필요하므로, 이 변화는 지방의 정치적 영향력을 본질적으로 약화시킨다. 당장 14차 당대회에 참가할 대표자들부터 지방 대표의 비율이 크게 줄고 중앙 몫이 증가할 전망이다. 중앙-지방 간 권력 이동과 아울러 지방 간 권력 재편도 관찰된다. 이번 통폐합을 통해 남부 지방이 북부에 비해 상대적 영향력 약화를 맞게 되었다. 남부 지방은 개편 전 35명의 중앙위원을 배출했으나, 이후 16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북부 지방은 30명에서 20명으로 줄어드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북부에 유리한 권력 재편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이제 북부 지방은 남부에 비해 중앙위원회 내에서 5 대 4의 수적 우위를 갖게 되었다. 결국 이번 성(省) 통합은 행정 효율화를 명분으로 하지만, 그 본질은 중앙 권력의 강화와 권력 재편이라는 정치적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대규모 권력 재편이 내부 반발 없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또럼 총비서가 정치국과 중앙위원회 등 당 조직을 사실상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름과 행정중심지를 둘러싼 정치적 협상

어떤 성이 통합된 이후에도 명칭과 행정중심지를 유지했는지는, 지도부 내 권력 협상 과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예컨대, 흥옌성과 타이빈성이 통합되었을 때, 통합 성의 이름과 행정수도 모두 흥옌이 차지했다면, 협상에서 흥옌이 우위를 점했음을 알 수 있다.

<표> 부상과 개혁, 그리고 성통합의 승자. 출처: 저자 제공

 

63개 성의 통폐합 사례를 분석해 보면 두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표 참조). 첫째, 최근 10년간 행정개혁 성과가 뛰어난 성일수록 통합 후에도 이름과 수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행정 성과가 높을수록 해당 성의 당위 비서가 중앙위원회 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점은 남부보다는 북부에서 두드러졌다. 둘째, 최근 10년간 중앙위원을 다수 배출한 성(출신 성 기준)일수록 통합 과정에서 이름과 수도를 확보할 확률이 높았다. 지도부 내 수적 기반을 확보한 지역들이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상한 성들은 남부보다는 대체로 북부에 많았으나, 이러한 약진이 성 통합 과정에서 이름이나 성도를 차지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으로 이어진 경향은 오히려 남부에서 두드러졌다. 즉 상대적으로 소수의 최근 약진한 남부 성들이 이번 통합 과정에서 주변 성들에 대해 정치적 우위를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14차 당대회와 4주체제의 변화 가능성

지난 1년간 또럼 총비서의 행보를 돌아보면, 베트남은 행정개혁과 시스템 혁신을 통한 국가역량 강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권력의 분산보다는 집중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총비서 1인 권력의 강화가 두드러진다. 내년 초 열릴 제14차 당대회에서, 총비서와 국가주석을 분리했던 기존의 4주체제(총비서,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총비서와 국가주석을 분리하는 체제는 레주언 총비서 시절(1960~1986) 이래 65년간 유지되어온 정치 전통이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2024년 9월, 중앙위원회는 외교를 국방·안보와 동등한 수준의 핵심 임무로 격상시켰으며, 2025년에는 당중앙 대외관계위원회와 국회 외교위원회를 폐지했다. 이는 외교를 총비서가 직접 관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2024년 8월 취임한 또럼 총비서는 국가주석을 대신해 해외 국빈방문을 주도해오고 있다. 이 흐름을 고려할 때, 제14차 당대회에서 총비서가 국가주석을 겸임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족부흥의 시대’를 선포하는 동시에 최고 권력 구조의 변화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 소개

김용균(yongkyunkim@snu.ac.kr)

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부교수, 아시아연구소 베트남센터장, 학부대학 광역주임

전) 서울대학교 사회대 부학장, 베트남국립대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방문교수

<주요 저서와 논문>

“베트남 2024: 정치 격랑 속 순항한 경제.”『동남아시아연구』 35(1), 2025.

“2008년 이후 베트남 발전모델의 변화: 혼종성의 내향적 정교화.” 『아시아리뷰』 12(2), 2022.

“외국기업의 정치적 위험관리 전략으로서 현지 CSR의 효과 분석: 베트남 도시개발 진출 한국기업의 비시장 전략 비교.” 『동남아시아연구』 31(4), 2021.

“Subnational Investment Promotion Agencies and Foreign Direct Investment in South Korea: A District-Level Analysis.” Korea Observer 52(1), 2021.

“When It Rains, It Pours: Foreign Direct Investment and Provincial Corruption in Vietnam.” Journal of East Asian Studies 19(2), 2019.

<최신관련자료>

Central Committee of the Communist Party of Vietnam (2025). Conclusion No. 127 on implementing research and proposals for further reorganization of the political system apparatus[Kết luận số 127 về triển khai nghiên cứu, đề xuất tiếp tục sắp xếp tổ chức bộ máy của hệ thống chính trị].

Central Committee of the Communist Party of Vietnam (2025). Resolution No. 60. Conclusion No. 127 on reorganization of the political system apparatus[Nghị quyết số 60 về tinh gọn bộ máy].

Kim, Yong Kyun, and Dao Hung (2025). “The Politics of the Provincial Merges in Vietnam.” Manuscript.

Strangio, Sebastian (2025). “Vietnam to Cut Provinces by Half in Radical Administrative Restructure.” The Diplomat, April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