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청년들, 불안에서 저항으로 — 그리고 남은 과제

동남아시아에서는 최근 청년들의 저항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가의 거시경제 지표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러한 성과는 청년들의 일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불안정한 삶의 조건은 거리와 온라인 공간에서의 저항으로 표출됐다. 동남아시아 청년 저항은 문화적 표현과 평화적·윤리적 방식으로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확산됐고, 이를 통해 청년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그러나 저항은 장기적인 시민사회 형성이나 제도적·구조적 변화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 성과와 한계는 모두 이 저항이 주로 도시 지역의 교육받은 엘리트 청년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박준영(아시아연구소)

들어가며

동남아시아의 청년 세대는 오늘날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삶의 조건에 놓여 있다. 교육 수준은 향상됐지만 안정적인 일자리에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렵고, 장기적인 생계 계획이나 결혼·출산과 같은 삶의 이행은 지속적으로 지연되거나 포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더 이상 개인의 좌절에 머물지 않고, 거리와 온라인 공간에서의 집단적 저항으로 표출되며 정치적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다만 이 저항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회적 위치와 감각에 기반한 방식으로 조직되면서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이 글은 동남아시아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이 어떻게 저항으로 전환됐는지, 그리고 그 저항이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한계를 보인 주요 원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의 주요 국가인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을 사례로 논의한다. 이들 국가는 인구 규모와 경제적 비중에서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이자, 최근 청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집단적 저항이 가시적으로 나타난 공통점을 지닌다. 동시에 정치 체제와 사회적 맥락은 서로 달라, 유사한 불안정한 삶의 조건이 각기 다른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비교·분석하기에 적합하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본 글은 동남아시아 청년 저항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성장하는 경제, 심화되는 격차, 불안정해지는 청년의 삶

동남아시아의 주요 국가는 지난 몇 년간 외형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지속해 왔다. 2024~2025년 세계은행(World Bank) 통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per capita)은 약 미화 4,925달러, 필리핀은 약 3,984달러 수준이다. 같은 시기 연간 경제성장률은 인도네시아 약 5.0%, 필리핀 약 5.7%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1인당 GDP가 약 7,346달러로 동남아시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며, 경제성장률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보다 낮지만 약 2.5%로 완만한 회복 국면에 있다. 이러한 거시 지표만 놓고 보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발전 경로 위에 안정적으로 올라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경제 성장은 청년 세대의 교육 기회 확대와도 맞물려 나타났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대학 총등록비율(GER)은 약 44.9%로, 2000년대 초반 10%대에 머물던 수준에서 크게 상승했다. 필리핀과 태국 역시 각각 약 47%, 45% 수준으로, 고등교육 진입이 청년 세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세계 평균인 44%를 웃도는 수치로, 세 나라 모두에서 고등교육이 더 이상 소수 엘리트의 경로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오늘날 동남아시아의 청년들은 경제 성장과 함께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높은 기대를 지닌 상태로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외형적 경제 성장과 교육 확대는 청년 세대의 삶에서는 그 성과가 충분히 체감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약 13.1%로, 같은 시기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필리핀 역시 청년 실업률이 약 6.9%로 나타나, 성인층보다 청년층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훨씬 높은 실업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제 성장과 교육 수준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많은 청년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고용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비정규직·단기 계약·저임금 노동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불안정은 높은 교육 수준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기대하는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로 이동하기 어렵게 만든다.

청년들의 삶의 불안정은 단지 고용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역시 청년층의 기회와 삶의 전망을 왜곡한다. 한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이 자국의 소득 분배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인도네시아 약 67.3%, 필리핀 약 62.8%, 태국 약 60.3%에 달해(파이낸셜뉴스, 25/09/07), 체감되는 불평등 인식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체감 불평등은 객관적 통계에서도 나타나는데,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지니계수는 최근 약 0.36 수준으로, 완만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뚜렷한 소득 격차가 존재한다. 필리핀은 지니계수가 약 0.42로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에 속하며, 태국 역시 약 0.43 전후의 지니계수를 기록해 성장의 성과가 사회 전반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불평등 구조에서 청년층은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소득 격차와 계층 간 이동의 제약을 동시에 경험한다.

경제적 불안정은 결혼과 출산과 같은 생애주기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필리핀과 태국에서 출산율은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해 왔으며, 이는 가족 형성 단계의 어려움이 구조적 조건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필리핀의 경우, 세계은행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약 2.21명에 달하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2023년에는 약 1.92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인구 재생산 수준(약 2.1명)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수치로, 경제적 부담과 삶의 불확실성이 결혼 및 출산 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기준 약 1.21명으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나 일본과 비슷한 초저출산 구간에 해당하며, 장기간 누적된 경제적 불평등이 결혼·출산을 억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Whittaker, 2022). 이러한 지표들은 동남아시아 주요국의 청년들이 고용, 소득, 가족 형성 전반에서 불안정과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불안정한 삶에서 저항으로: 동남아시아 청년 정치의 등장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불안정한 고용, 심화되는 소득 불평등, 그리고 결혼과 출산으로 대표되는 생애주기의 지연은 동남아시아 청년들의 삶 전반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이러한 구조적 조건은 더 이상 개인 차원의 적응이나 인내로 감내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의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집단적 저항 실천에 나서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도시 지역은 청년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대학과 직장, 공공 공간이 밀집해 있어 다수의 사람이 비교적 쉽게 모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저항이 조직되고 가시화되기 적합한 공간으로 기능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도시 청년들은 거리 집회와 디지털 공간을 결합한 방식으로 구조적 불평등과 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두드러진 역할을 수행했다. 이 집회는 단순한 분노의 분출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경험한 불안정성과 축적된 교육 수준, 그리고 도시적 환경 속에서 형성된 정치적 감수성이 결합되며 나타난 집단적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저항 시위
출처: Unsplash / 작가: Iqro Rinaldi

 

인도네시아에서 2025년 전개된 대규모 시위와 저항은 정치 엘리트의 특권 구조와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조건이 누적된 결과였다. 국회의원에게 고액의 주택 수당이 지급·확대된 사실이 8월 말 알려지면서 사회적 분노가 급격히 표면화됐고, 이러한 문제 제기는 국회가 위치한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위로 조직됐다. 이후 시위는 자카르타를 거점으로 주요 대도시로 확산되며 전국적 저항으로 전개됐다. 이러한 분노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20대 플랫폼 배달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더욱 격화됐고,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분노는 애도와 결합되며 시위가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과 청년 노동자들이 시위의 전면에 나서며 거리 집회와 온라인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 시위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불평등한 정치·경제 구조의 개혁을 요구하는 이른바 ‘17+8 개혁안’으로 구체화 됐다. 개혁안은 정치 엘리트의 특권 축소를 넘어, 청년 세대가 직면한 불안정 노동과 사회적 불평등을 구조적 문제로 제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저항의 압박 속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회의원 특권 축소와 일부 수당 철회 방침을 발표했다. 비록 요구의 전면적 수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은 청년 세대가 불평등한 정치·경제 구조에 대해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공적 의제로 부각시키는 정치적 주체로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필리핀 저항 시위
출처: Pexels / 작가: Mico Medel

 

2025년 필리핀에서 벌어진 반부패 시위는 단순한 정치적 불만이 아니라, 홍수 통제·재난 대응 사업에서의 부패 의혹과 일상적 피해 경험이 결합된 결과였다. 2025년 9월 전후로 수도권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는 정부가 추진해 온 수많은 홍수 방지 프로젝트가 부실 시공이나 미완성 상태로 방치됐고, 일부 사업은 실체 없이 예산만 집행된 이른바 ‘유령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수십억 페소 규모의 공공 예산이 비정상적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와 국회 차원의 조사, 청문회를 통해 드러나면서, 공공 인프라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9월 21일 메트로 마닐라 일대를 중심으로 전개된 대규모 반부패 시위로 이어졌으며, 다수의 시민과 대학생·청년 단체들이 참여해 투명성, 책임성, 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이 시위는 공공 재정의 부패가 단순한 행정 실패를 넘어 일상적인 재난 피해로 귀결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해 형성됐으며, 재난 경험과 정치적 책임을 직접적으로 연결한 동시대 필리핀 시민 저항의 특징을 보여준다.

태국에서 청년 세대의 저항이 투표 참여 운동으로 확장되는 모습
출처: 저자 제공 / 촬영: 이정우

 

태국의 경우, 장기간 누적된 정치적 불신과 제도적 경직성이 저항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2010~2020년대에 걸쳐 전개된 정치 개혁 및 왕실 개혁 시위는 기존 정치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포함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참여가 특히 두드러졌다(이정우, 2023). 청년들은 거리 점거와 집회뿐 아니라 문화 공연, 상징 전복, 온라인 캠페인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활용하며 시위의 형식과 담론을 확장했다(Sinpeng, 2021). 청년 세대는 이후 총선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새로운 정치 세력과 의제를 지지했고, 이는 기존 정치 질서를 흔드는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Laohabut & McCargo, 2024). 태국 사례는 청년 저항이 단지 체제 외부의 항의가 아니라, 제도 정치와 결합해 실제 권력 관계를 재편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동남아시아 청년 정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 세 사례는 동남아시아 청년 저항의 공통된 특징을 보여준다. 청년들은 음악, 퍼포먼스, 밈과 같은 문화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온라인 공간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시위를 조직했다. 동시에 참가자들의 안전과 상호 존중, 윤리적 실천을 강조하며 폭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시위 경험과 전략은 국경을 넘어 공유됐고,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청년 간 연대가 강화됐다. 이들의 요구는 개별 사건에 대한 항의를 넘어 불안정 노동, 환경 문제, 젠더와 소수자 권리 등 일상적 삶의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동남아시아 청년 저항은 거시적 담론과 생활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정치적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편적 불안정성, 제한된 정치화

이러한 저항은 동남아시아 정치에서 분명 중요한 장면을 만들어 냈지만, 정치적 목표의 실질적 달성이라는 점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국회의원 특권 축소와 같은 상징적 조치가 뒤따랐으나, 불안정 노동 구조나 정치 엘리트 중심의 제도 운영이라는 핵심 쟁점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도 반부패 시위가 강한 사회적 공감을 얻었음에도, 홍수 피해와 연결된 부패의 책임이 명확히 규명되거나 구조적 개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태국의 경우에도 왕실과 군부 권력에 대한 근본적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국경 분쟁을 계기로 애국주의 담론이 부상하며 오히려 정치적 긴장이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저항은 강한 문제 제기를 동반했지만, 제도적 변화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이 저항은 불안정 노동, 부패, 정치적 특권과 같은 문제를 전면에 제기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필요성과 정당성을 지니고 있었다. 문제 제기의 방향 역시 개별 사안에 국한되지 않고, 제도와 구조를 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저항은 사회 전반의 지속적인 공감과 참여로 확장되지 못하며, 구조적 개혁이나 장기적인 개혁운동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따라서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가 왜 제도적 변화로 축적되지 못했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청년 저항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할 때는 국가별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는 청년들의 요구가 사회적 주목을 받았음에도 제도 정치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반면 태국의 경우, 청년 저항의 일부 요구가 특정 정당과 정치 세력을 매개로 제도 정치에 부분적으로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청년들이 경험한 경제적 불안정과 불평등이 사회 정의나 정치 개혁이라는 대의와 어떻게 결합됐는지, 그리고 저항이 얼마나 장기간 축적된 정치적 경험과 조직적 기반을 갖고 있었는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다만 태국의 사례 역시 청년들의 요구가 제도적·구조적 차원에서 충분히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이 글은 국가별 차이를 세밀하게 비교하기보다, 동남아시아 도시 청년 저항이 공통적으로 왜 제도적·구조적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했는지에 분석의 초점을 둔다.

이러한 한계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동남아시아 도시 지역에서 청년 저항의 성과로 평가되어 온 요소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저항이 다른 계층과 지역, 세대로 확장되지 못하면서 그 결과 구조적·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주요 원인은, 도시에서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저항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다는 사실로부터 설명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대학 교육을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와 정치적 감수성, 국제적 감각과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저항을 조직하고 전개했다. 그 결과 저항은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집약하고, 상징적 공간과 장면을 만들어 내며, 사회적 주목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구조적 불평등과 정치적 책임이라는 의제를 명확하게 제기하고, 이를 집단적 행동으로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다만 이러한 성과는 동시에 저항의 경험과 언어가 특정한 사회적 위치와 교육적 배경에 기반해 형성됐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저항은 국제적 감각에 기반한 언어와 문화적 퍼포먼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초국가적 연대를 통해 빠르게 가시화되며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분명한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 방식과 정치적 언어는 고등교육과 문화적 자본을 전제하고 있었으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다수 시민의 일상적 경험과는 일정한 거리를 형성했다. 그 결과 저항의 메시지는 단기간에 결집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어 장기적인 지지와 지속적인 참여를 형성하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Agojo et al., 2023; Sastramidjaja, 2024). 실제로 온라인 홍보와 선전물에서는 영어가 주로 사용됐고, 국제적인 음악과 영화를 차용한 문화적 표현이 활용됐으며, 성명서와 개혁안 역시 전문적인 제도 언어로 작성됐다. 이러한 방식은 요구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에는 기여했지만, 일상적 언어로 폭넓게 공유되지는 못했다. 다시 말해 도시 엘리트 청년을 중심으로 형성된 저항은 보편적 불안정성을 제기했음에도, 그 전달 방식은 제한된 범위에서 가시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체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동남아시아의 비수도권,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 도시에서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청년들, 혹은 도시에서 비공식·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청년들에게 이 저항은 실제로 접근 가능하고 참여 가능한 정치적 실천이었는가라는 물음이다. 저항이 제기한 핵심 의제는 불안정 노동과 불평등처럼 광범위한 사회 문제였지만, 그 조직 방식과 참여 경로, 사용된 언어는 특정한 사회적 경험과 자원을 전제하고 있었다. 그 결과 많은 청년들은 불안정성의 당사자였음에도, 저항의 주체가 되기보다 설명의 대상이나 배경으로 주변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동남아시아 청년들이 구조적으로 공유하는 보편적 불안정성은 전사회적 정치 경험으로 확장되기보다는, 제한된 사회적 위치와 자원을 가진 집단의 저항으로 가시화됐다. 이는 저항의 요구가 협소했기 때문이 아니라, 불안정성을 정치적 언어와 실천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충분히 다층화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청년 저항은 동남아시아 주요국에서 관찰되듯, 청년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구조적 해법으로 이어지기보다 애국주의나 인기영합적 정치의 영향에 흡수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향후의 과제는 일시적 동원과 상징적 항의가 어떻게 지속적인 참여 구조와 장기적 개혁 요구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묻는 데 있다. 이는 동남아시아 청년 정치가 특정 집단의 문제 제기를 넘어 다양한 삶의 조건을 포괄하는 정치적 실천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쟁점이다.

저자 소개

박준영(disciple0411@snu.ac.kr)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의 공동연구원이다.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의 도시와 이주 현상을 연구해 왔다. 특히 도시 공간에서의 비공식 노동과 돌봄 노동 이주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 노동, 젠더, 이주가 교차하는 동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노동과 이주를 다룬 다수의 학술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참고문헌

김준석. 2025. “선진국 꿈꾸는 동남아… 청년들은 살기 어려워 출산 포기”. 파이낸셜뉴스 (9월 7일). https://v.daum.net/v/0VMl2BiBa8?f=p&utm

이정우. 2023. “태국의 세대 정치: 세대의 차이와 유권자의 정치적 관심.” 동남아시아연구, 제33권 4호, 85-121.

Agojo, Kevin Nielsen M., et al. 2023. “Activism beyond the streets: Examining social media usage and youth activism in the Philippines.” Asian Journal of Social Science 51:3, 180-187.

Laohabut, Thareerat, and Duncan McCargo. 2024. “Thailand’s movement party: the evolution of the Move Forward Party.” Journal of East Asian Studies 24:1, 25-47.

Sastramidjaja, Yatun. 2024. “Rhizomatic protest, generational affinity and digital refuge: Southeast Asia’s new youth movements.” in The Palgrave handbook of political norms in Southeast Asia. Singapore: Springer Nature Singapore, 501-520.

Sinpeng, Aim. 2021. “Hashtag activism: social media and the# FreeYouth protests in Thailand.” Critical Asian Studies 53:2, 192-205.

Whittaker, Andrea. 2022. “Demodystopias: Narratives of ultra-low fertility in Asia.” Economy and Society 51:1, 116-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