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과 한-중 문화교류의 진정성

한한령은 외교 갈등에서 시작됐지만 이후 문화안보·산업경쟁 논리 속에서 선택적 통제로 유지되었다. 그간 제재 속에서도 우회적 소비와 교류는 지속되었으나, 향후 한한령 해지 이후에 대해서는 고민할 지점이 많이 남아 있다.

김태연(서울시립대)
2026년 1월 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중 문화 컨텐츠 교류를 확대해나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출처: 청와대

 

중국에서 한국의 대중문화 진출이 제한된, 소위 ‘한한령’이 시행된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주지하다시피, 한한령은 2016년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으로 시작되었으나, 201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제 “조짐”, “기대”만 거듭될 뿐, 실질적인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는 중이다. 올 초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더불어 한한령 해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으나,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다시 확인한 상태이다.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진출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방송, 영화, K-팝 등, 기존 ‘한류’의 중심에 있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한한령 이후 중국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진출은 분야별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한되거나 조정되어 왔다. 우선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영역은 방송·공연 중심의 전통적 문화산업이었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2017년 전후로 중국 내 방송국과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실상 방영이 중단되었고, 영화 역시 극히 소수의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극장 개봉이 불가능해졌다. 또한 한국 가수들의 경우, 1만 명 이상 대형 공연이 불허되면서 실질적으로 K-팝 가수들의 중국 콘서트와 팬미팅이 중단되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러한 조치는 공식적인 법령 형태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드라마·영화·음악·연예인 활동 전반의 유통과 공연 허가가 차단되면서 실질적으로는 강력한 진출 제한으로 작동해 왔다.

게임 산업 역시 초기에는 큰 영향을 받았다.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판호 발급이 한동안 한국 게임사에 거의 허용되지 않으면서 신규 진출이 사실상 막혔고, 이로 인해 게임 업계 역시 한한령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다만 게임 분야의 경우 다른 문화산업에 비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제한이 부분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해 2022년 이후에는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일부 재개되었다.

한편 모든 문화산업 분야가 동일하게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음반 판매, 음원 스트리밍, 도서 시장,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분야는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고, 온라인 플랫폼이나 엔터기업 간의 상호 투자 및 협력은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또한 한시적으로, 혹은 작품별로 상영 혹은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드라마와 K-팝 공연처럼 대중적 영향력이 크고, 기존 중국 시장에서 큰 수익을 창출했던 영역에서는 장기간 강한 제한이 유지되었고, 게임이나 산업 투자 분야에서는 부분적 완화가 이루어졌으며, 일부 문화교류는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채 우회적 형태로 지속되었다. 즉, 한한령이 모든 형태의 문화교류를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었고, 중간중간에 다양한 우회로들이 존재해온 셈이다.

하지만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한한령 해제가 우리 문화산업의 중국 진출을 10년 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것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10년 사이 중국의 문화산업 생태계와 미디어 환경 자체가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비록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방송과 OTT에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없고, 한국 가수들이 대규모 공연을 열지 못하였기 때문에, 한국 문화산업이 중국에서 1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전혀 접하지 못한 것은 또 아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통틀어 보아도 오늘날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기존의 TV 방송이나 OTT 편성에서 벗어나 훨씬 다각화되었다. 10년 전에 비해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TV와 OTT 플랫폼에서 드라마 전편을 ‘정주행’ 하는 소비자는 대폭 감소하였고, 숏폼 플랫폼이나 SNS에서 요약본, 하이라이트와 같은 2차 창작의 형태로 컨텐츠를 소비하거나, 온라인 크리에이터가 창작한 컨텐츠를 즐기는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중국의 젊은 이용자층 역시 주로 숏폼이나 크리에이터들의 창작물을 통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 혹은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주류가 되었다. 이제 소위 ‘한류’는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경로를 통해 유통하는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오히려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류 콘텐츠의 외연을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제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한국 영화, 드라마와 예능, K-팝, 게임에만 집중되지 않고,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되어 소비된다.

이를테면 독서 시장의 경우, 한한령 이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비하면 그 경제규모는 훨씬 작다고 할 수 있겠지만, 『82년생 김지영』의 중국어 번역본이나 한강, 김초엽, 김애란을 필두로 한 한국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한녀(韩女)문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중국 출판산업 내에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과거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인들의 생활방식을 이해했다면, 오늘날 중국의 소비자들은 각종 온라인 플랫폼의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한국인들과 한국적 생활방식을 접하고 있다. 한한령 이전의 중국인들이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한국 음식을 접했던 반면, 오늘날 중국의 SNS 플랫폼에는 “성수동 핫플 베이커리 10곳”, “한국 드럭스토어 신상 화장품 Best 10” 같은 콘텐츠가 넘쳐난다. 요컨대 한한령 이후에도 한국 문화는 새로운 경로와 방식을 통해 계속 중국인들에게 소개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현재 중국에서 ‘한한령’이 갖는 의미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한한령을 단순히 특정 외교 갈등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만 이해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 지난 10여 년 사이 중국에서는 문화 영역을 국가 안보의 일부로 바라보는 ‘문화안보’ 개념이 제도적·정책적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안보(cultural security)’란, 군사나 영토 개념에서의 전통적 안보에서 그 대상을 확장하여 정체성, 담론, 문화적 영향력 등을 모두 안보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개념이다. 특정 사회나 국가가 자신의 가치, 정체성, 문화적 서사, 상징체계, 생활양식을 외부 또는 내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재생산하려는 모든 행위들이 이 개념 안에 포함된다. 중국에서는 2014년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문화안보의 중요성을 천명한 이래, 정부를 중심으로 외부 문화의 침투로부터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이 공산당 정권의 이데올로기적 안정을 위해 필수적임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외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은 자국 문화산업 보호와 사회적 가치 관리라는 측면에서 관리 대상이 되어 왔다. 여기에서 ‘관리’라 함은, 차단의 개념이 아니라, 선택적 수용의 의미이다.

이러한 문화안보 관점에서 보면 한한령은 처음에는 외교적 보복의 처사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시행되는 과정 속에서 점차 중국 내부에서 외부의 문화적 영향력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의 하나로 작동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중국은 문화안보 전략을 통해 외국 문화산업의 영향력을 줄이는 동시에 자국 문화산업의 성장과 확산을 도모해왔다. 한한령 역시 이처럼 외부 콘텐츠의 영향력을 통제하면서도 자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적 틀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한국의 대중문화 컨텐츠가 문화안보라는 틀 속에서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K-팝 같은 한국적 산업 모델이 거대한 팬덤 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이 중국 공산당의 정책 기조와 충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2021년에 매우 강력한 온라인 팬덤 규제 정책을 내놓은 이래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팬덤 현상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오고 있다. 팬덤은 늘 강한 조직력과 과열된 경쟁, 과시적 소비 등으로 인해 중국 사회에서 크고 작은 사회문제의 원흉으로 지적되어 왔고, 정부가 직접 팬덤에 대한 관리에 나선 이후에는 팬덤이란 늘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正能量)’을 발휘한다는 전제하에서만 허용되는 개념이 되었다. 그런데 K-팝 같은 경우는 강력한 팬덤을 운영하고 동원하는 것이 매우 중시되는 산업이기에 당연히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한령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중국 온라인에서 애국주의 네티즌, 소위 소분홍(小粉紅)이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극성스러운 한류 팬덤에 대한 중국인들 내부에서의 반감이 거론된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문화산업과 팬덤이라는 차원으로 넘어가면, 우리는 혹시 한한령이 전면 해지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대해 어떠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의 K-팝 팬덤 사이에서 강한 반한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K-팝 밴드의 콘서트에서 ‘원정 관람’을 간 한국인 팬들이 현지 팬들과 공연 관람 태도를 놓고 갈등을 빚었고, 이것이 그간 동남아시아 지역 팬덤 내에 누적된 ‘한국인 팬덤에 대한 서운함’과 결합하여 온라인에서 반한 정서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유난히 높은 강도로 K-팝 내부 한국 대 외국 팬덤 간의 갈등을 폭발시킨 것이지, 그간 유사한 사건은 종종 있어왔기에, 이번 사태는 어찌 보면 예견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사태는 발단이 된 장소가 말레이시아였을 뿐이지, 만일 한한령이 해제되어 중국에서 K-팝 콘서트가 자주 열리게 된다면 한-중 간에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사건이라고 보인다. 이러한 갈등은 이미 한한령 이전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한한령 이후에 한국 가수의 콘서트가 중국에서 열릴 수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환경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뿐이다.

우리는 늘 한한령이 한-중 문화교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아직 실현 가능성이 가시화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전제하에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도 함께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한-중 문화교류와 양국 간의 우호적인 감정을 끌어올리는 극적인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어쩌면 ‘금지된 것’을 핑계 삼아 모든 사안을 단순화시키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김태연(tykim6@uos.ac.kr)

현)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전임강사

<주요 저서와 논문>

『오늘날 중국의 문화연구』 (역서), (학고방, 2025).

“플랫폼은 어떻게 성별화되는가 — 중국 온라인 플랫폼과 젠더 정치.” 『중국현대문학』 2025.

“중국의 소셜 미디어와 래디컬 페미니즘.” 『현대중국연구』 2024.

“소분홍과 사이버 민족주의의 새로운 경향.” 『중국학보』 2022.

『아이돌이 된 국가』 (공역), (갈무리, 2022).

최신 관련 자료

권기영 (2017). “‘한한령(限韓令)’을 통해 본 중국 대외문화정책의 딜레마.” 『중국문화연구』(37), 25-49.

설래온 (2026). “[한한령, 그 10년] ①실체 없는 제재, 어떻게 한국 흔들었나. 『아이뉴스』 1월 1일.

https://www.inews24.com

안창현 (2018). “한한령의 현상과 본질, 그리고 우리의 대안 모색.” 『글로벌문화콘텐츠』 33, 113-131.

Kyong, Yoon (2025). “The Order of Restriction on Hallyu in China in the Age of Digital Platforms.” in Jin, D.Y. & Yoon, K., Ed. East Asian Media Culture in the Age of Digital Platforms: Narratives, Industries, and Audiences. Rout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