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내 온라인 범죄는 사라질 것인가?

이 글은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발생한 온라인 범죄의 기원, 진화와 발전 과정, 단기적 미래를 전망한다. 온라인 범죄는 지리적으로 열린 동남아의 부정적 단면으로서 동남아로 입국하거나, 또는 현지 범죄자가 일차적으로 자국민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뒤 그 범죄 대상을 또 다른 국가의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피해자의 국적과 규모를 키웠다. 특히 중국 범죄자들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폐쇄성이나 비밀주의를 악용하여 건설 프로젝트라는 명분으로 도박 시설이나 향후 범죄단지가 되는 위락시설을 조성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온라인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계기였고, 각국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범죄 자체를 발본색원하기에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다. 배후에 범죄자와 결탁한 정·재계 거물이나 토호가 존재하고, 각국의 허약한 거버넌스는 온라인 범죄가 단기에 척결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장준영(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외부 세계에 바다와 육지가 열린 동남아는 전통 시대부터 동서 교역의 중심지로 저명한 동남아 역사학자의 정의를 빌리면 “바람 아래의 땅”(the lands below the winds)이었다. 무역풍을 따라 인간과 상품의 이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와 이념이 이 지역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지리적 개방성은 긍정적인 효과만은 낳지 않았다. 싱가포르 해역을 근거지로 한 악명 높은 해적의 행적은 말라카 딜레마(Malacca Dilemma)를 가중하는 요인이고, 미얀마-태국-라오스를 잇는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지역은 지금도 세계적인 아편 생산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특히 냉전 종식 이후 동남아 국가 간 교류는 육로를 통해 확대되었고,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서 범죄도 초국적 양상으로 확산했다. 나아가 인신매매, 강제 노동, 밀매와 밀수, 불법도박, 감금과 납치 등 전통적 인간안보 문제는 IT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이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형태로 첨단화했다. 이 글에서는 최근 동남아, 특히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 확산한 온라인 범죄의 양상과 특성, 그리고 각국의 미미한 대응과 원인을 살펴보고 가까운 미래를 내다본다.

시장 개방과 지하경제의 활성화

미얀마와 캄보디아는 독립 이래 장기간 내전으로 국민국가 형성에 지난한 세월을 보냈다. 식민시기부터 시작된 미얀마의 중앙과 지방 간 갈등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며, 신정부가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쿠데타 후유증으로 인한 내전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캄보디아는 왕당파와 공산주의자, 친중파와 친베트남파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 과정에서 수백만 명 이상의 양민이 학살당한 ‘킬링필드’가 발생했다.

1990년대 들어 두 국가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신군부가 집권한 미얀마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의 폐기와 시장 개방으로 은둔의 장막을 걷었으나 서방의 제재와 맞닥뜨렸다. 사업과 투자환경이 악화하자 외투기업은 빠른 속도로 미얀마를 빠져나갔고, 공동화된 미얀마 시장은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의 몫이 되었다. 1993년 왕정으로 복귀한 캄보디아는 산업 발전의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도박산업을 합법화했다. 수도 프놈펜(Phnom Penh)을 비롯하여 태국과 베트남 국경 등 관광객이 붐비는 곳에 카지노영업을 허가했고, 중국계 캄보디아인 또는 동남아 국적의 중국인이 다수의 카지노를 운영했다.

주목할 점은 두 국가의 시장 개방은 경제발전보다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를 형성하고 강화하는 계기로 작동했다. 토지와 벌목 사업의 수익성이 감소하면서 캄보디아 각 지역의 유력자들은 도박산업에 뛰어들게 되었는데, 합법과 불법의 영역을 넘나드는 이들의 사업은 당국의 협조, 묵인, 방관이 필요했다. 정치인과 경제인의 결탁, 경제인의 정계 진출은 부를 독점할 수 있게 하는 카르텔 형성과정이었다. 예를 들어 하이난성(海南省) 출신의 4선 상원의원인 꼭안(Kok An, 符國安)은 태국과 국경을 맞댄 포이펫의 통관, 전기, 용수 공급 등 정부의 업무까지 독점하는 “포이펫의 대부”(Godfather of Poipet)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운영하는 카지노는 흔히 ‘25층 건물’로 불릴 정도로 국경에서 가장 주목받는다. 그와 사돈 관계인 리융팟(Ly Yong Phat, 李永法)은 일찍이 호텔관광업, 플랜테이션, 부동산업 등 재계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고, 꼭안과 함께 훈센(Hun Sen) 전 총리와 각별한 관계로 알려진다. 이들은 정부가 인증하는 옥냐(Oknha)라는 작위를 받고, 정부의 비호 아래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미얀마 사례는 더 복잡하다. 1996년 정부에 투항하기까지 약 30년간 골든트라이앵글을 호령했던 ‘마약왕’ 쿤사(Khun Sa)의 사례처럼 미얀마에서 소수종족무장단체(EAO: Ethnic Armed Organization)가 경략(經略)하는 지역은 난공불락의 요새이다. 1989년부터 군부는 EAO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거나 정부군과 함께 사업할 수 있는 독점권을 부여하는 대가로 EAO와 빠른 속도로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정전자본주의(ceasefire capitalism)와 군자본주의(military capitalism)가 결합한 독특한 형태의 경제생태계가 탄생했다. 자금력을 갖춘 재계 거물이 군부와 EAO 사이에 개입함으로써 정실자본주의는 강화되었다.

두 국가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사실은 대규모 중국 자본의 유입과 중국인의 참여다. 중국 지방정부나 동남아 중국계 기업이 개별적으로 동남아에 진출하던 관행은 2013년 중국이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을 발표하면서 그 양상은 크게 바뀌었다.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맹점을 이용하여 중국 자본, 심지어 갱단의 건설 프로젝트도 국가사업이라는 명분으로 현지에 진출했다. 화교 네트워크를 이용한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 확장은 그야말로 국경을 초월했다. 이들은 현지 유력가, 당국과 유착함으로써 공고한 지하경제를 활성화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온라인 범죄로의 진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대륙동남아 내 대도시와 각 정부가 설치한 경제특구(SEZ)에서 두드려진다. 특히 경제특구는 해안 도시나, 육로로 동남아를 연결하는 중국과 인접한 국경을 중심으로 지정되었는데, 다수는 자금력을 가진 중국기업이 개발자로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부터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Sihanoukville)로 대거 유입되었는데, 이듬해 20개 이상의 고층 건물은 모두 중국인 투자자가 건설했고,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Construction & Property Magazine 19/07/17; AFP 19/01/27). 또 다른 사례로 2007년 라오스 보케오주(Bokeo Province)가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 지정하고, 홍콩 자본이 이 지역에 카지노와 부대시설로 대규모 리조트 단지를 조성했으며, 중국-미얀마 경제회랑(CMEC)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양국 국경에도 막대한 중국 자본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중국 자본은 지역경제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건설프로젝트는 종국에는 카지노를 비롯하여 휴양시설이 대부분으로 현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소비 대상이 되지 못했다. 신규 조성된 산업단지에 대한 수요도 크지 않았다. 나아가 이들 프로젝트가 주로 국경에 위치하므로 접근성도 좋지 않다. 태국에서 불법인 도박을 하기 위해 포이펫 소재 카지노를 찾는 소수의 태국인을 제외하고, 카지노의 주요 이용자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그뿐만 아니라 캄보디아는 1996년, 미얀마는 2019년 도박 금지법(억제법)을 제정함으로써 사실상 내국인이 도박장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캄보디아에서 카지노 수는 1990년대 말 65개소, 2015년 75개소, 2025년 195개소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그렇다면 도박장은 왜 대륙동남아에 집중되었는가? 1990년대 대만과 중국에서 시작된 온오프라인 도박은 2012년 중국 당국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지로 이동했다. 그 중 필리핀은 2003년부터 원외 원격도박(POGO, Philippine Offshore Gaming Operator)제도를 운영했는데, 중국인이 실질적 운영자이자 소비자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취임한 두테르테(R. Duterte) 대통령은 POGO와 국제범죄조직 간 연관을 의심하며 전국의 불법 온라인 카지노를 폐쇄하고 의혹이 있는 중국인을 체포하는 등 도박산업에 철퇴를 가했다. 이에 도박업자들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캄보디아로 집단 이주했고, 시아누크빌의 사례처럼 시장으로 매력이 있는 도시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2017년 말부터 2019년 중반까지 캄보디아 당국은 시아누크빌에서 도박을 규제하지 않았고 심지어 카지노 사업장까지 무분별하게 허가했다(Tower and Clapp 2020, 7).

한편, 코로나 팬데믹은 도박산업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첫째, 공중보건 조치로 카지노업장이 강제 폐쇄되었고, 이에 대응하여 카지노업자들은 규제가 약한 지역이나 수익성이 높은 온라인으로 옮겨 갔다. 이미 카지노를 포함하여 각종 불법행위에 깊숙이 개입한 범죄조직은 이주 노동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중국 관광객 수가 급감하자 2021년부터 온라인 도박 시설은 스캠센터로 전환했다. 그들은 도박은 기본이고, 보이스 피싱, 스미싱, 로맨스 스캠, 취업 사기, 금융 사기 등 온라인 상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범죄로 그 영역을 넓혀갔다. 둘째,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강제적 이동제한 조치, 경기 침체로 인해 대규모 실직 사태가 현실화했다. 이에 온라인에서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거나 대체 생계 수단을 찾으려는 이들은 범죄자들의 주요 범죄 대상이 되었다.

범죄 피해자도 최초 중국인에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증가했다. 예컨대 베트남에서 온라인 도박이 증가하자 베트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박사이트가 개설되었다. 2025년 한국인 피해자가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전 이미 인도인, 일본인, 말레이시아인, 심지어 유럽인 등 다양한 국적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범죄 수법과 유형도 진화하고 증가했다. 기존 범죄가 금전적 피해를 당한 뒤 수치심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법적 구제 수단이 부족한 이유로 피해 복구가 되지 않은 채 그대로 상황이 종료되는 경우가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취업 사기의 사례처럼 이미 범죄에 가담한 범죄자가 친구나 지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신매매와 불법 송금과 같은 범죄도 저지르고, 온라인상에서 장기간 교류하다가 모든 재산을 탕진하게 하는 돼지도살(pig butchering)이라는 신종 범죄도 등장했다.

조직화한 범죄단체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운영이 중단되거나 버려지다시피 한 카지노, 리조트, 콘도미니엄, 산업단지 등을 저렴하게 임대 또는 구매하고 여기를 범죄 소굴로 만들었다. 인적이 드물거나 고립된 국경에 위치하므로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은 낮고, 기존 생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자급자족도 가능하다. 철저히 고립된 내부는 피라미드식으로 운영된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하극상이 발생하면 폭력이나 마약 투여와 같은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조직 내 구성원을 자포자기하게 만든다. 일부 스캠센터 내부에서 조직원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신체적 학대와 고문을 당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삼합회가 칭한 은어인 웬치(Wench, 園區), 즉 범죄단지(Compound)가 2025년 기준, 전국적으로 최소 53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Amnesty International 2025, 36). 시아누크빌의 범죄단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22개이고, 태국과 베트남 국경에는 각 6개, 수도 프놈펜에도 4곳이나 소재한다. 공교롭게도 범죄단지, 카지노업장, 그리고 경제특구의 위치는 일치한다. 범죄단지를 운영하는 갱단은 네트워크를 확장하여 다른 폭력조직과도 연계한다. 예컨대 2025년 8월 보도된 한국인 피해자는 사망하기 전 캄보디아에서 미얀마로 ‘팔려 갈 것’이라고 했다.

UNODC(2024, p.18)에서 필자 수정

 

범죄의 풍선효과

2025년 하반기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캄보디아 온라인 범죄는 현재로서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7월, 훈마넷(Hun Manet) 총리가 온라인 사기방지위원회를 설립하는 법령을 도입하고 스캠센터 단속을 위한 전담반(TF)을 출범시킨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당국은 전국적으로 1천 명의 범죄자를 비롯하여 10월까지 3천 명 이상의 용의자를 체포했다(Alzajeera 2025/07/16; Straits Times 25/07/17; Viet Nam News 2025/10/17).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을 중심으로 활동한 프린스그룹의 천즈(陳志) 회장도 2026년 1월 체포되어 중국으로 압송되었고, 캄보디아 법무부는 온라인 사기에 대처하기 위한 법령을 도입했다(Alzajeera 2026/04/03).

그런데, 2023년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OHCHR 2023, 7),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스캠 관련 종사자가 최소 10만 명이다. 이를 참고할 때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으로 체포된 범죄자들의 수는 미미하다. 즉 신변의 위협을 느낀 범죄자들의 다수가 국내나 해외 모처로 피신한 뒤 상황이 누그러지기만 기다리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육로로 열린 국경은 이미 밀수와 밀매가 성행한 곳이며, 국경 세관원을 매수행위는 보편적이므로 범죄자들의 은신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이 향할 곳은 어디인가? 미얀마-태국 국경, 미얀마-중국 국경이 유력하며,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범죄가 확산할 때 이미 이 지역도 ‘범죄도시’가 되는 중이었다. 다만 지리적 폐쇄성, 피해 규모나 상황에 대한 객관적 정보 부족 등으로 주목을 받지 못할 뿐이었다. 실제로, 미얀마 온라인 스캠센터에 종사하는 인력은 캄보디아 내 숫자보다 많은 최소 12만 명이고(OHCHR 2023, 7), 미얀마 당국의 범죄 척결 의지는 확인되지만 소위 발본색원할 수 있는 여건은 형성되어 있지 않다.

2021년 미얀마 쿠데타와 내전으로 인해 중앙의 통제력이 약화하자 국경에서 활동하는 EAO는 중국 출신의 온라인 범죄자의 유입과 이들의 불법행위를 용인했다. 중국은 미얀마 군정에 이들에 대한 체포와 스캠센터의 폐쇄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자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EAO를 지원하여 미얀마 군대(Tatmadaw)를 대상으로 ‘1027작전’을 실시했다. 2023년 작전으로 한 EAO는 2만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인 라웃까잉(Laukai, 老街)을 접수했는데, 여기에만 최소 15개, 이외 7개의 미얀마-중국 무역도시에도 최소 35개 이상의 온라인 스캠센터가 있었다(ISP 2024/03/22). 지역사령부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스캠센터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증거였다.

이후 미얀마 정부는 국영신문에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중국으로 압송하는 등 중국정부와 공조체제를 갖추는 듯 하다. 그러나 태국 국경은 중국 국경에 비해 중국 공권력이 미치는 범위가 적고, 접근성도 좋아서 캄보디아에서 도피해 온 범죄자들의 소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지역은 꺼잉족(Kayin)의 독립을 주창해 온 꺼잉족 반군의 중심지로서 1990년대 들어 반군이 분파한 뒤 친군부 EAO인 민주까렌불교군(DKBA, Democratic Karen Buddhist Army)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갔다. 2009년 군정과 합의로 국경수비대가 된 DKBA는 정부의 비호 아래 중국의 개발프로젝트 유치에 성공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매우 필연적으로 캄보디아 내 온라인 범죄의 위험성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2017년부터 야타이국제도시(Yatai International City), 후안야국제도시(Huanya International City), 사이시강 산업단지(Saixigang Industrial Zone) 등 중국 자본이 투입된 새로운 건설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세 곳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알려졌고, DKBA와 같은 현지 무장단체가 토지를 제공하는 합작형태였다. 세 지역 모두 프로젝트의 목적과 달리 자금 세탁, 암호화폐 거래, 범죄 네트워크의 중심지가 되었다.

2025년부터 미얀마 군정은 중국의 압력에 호응하여 KK파크(KKpark)와 쉐꼬꼬(Shwe Kokko) 등 각 프로젝트의 중심 지역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관련자를 체포했다. 2025년 10월, 이 지역에서만 약 1만 명의 연루자가 구금되었다(Business Standard 2025/10/28). 이후에도 미얀마 일간지에는 이 지역뿐만 아니라 중국 국경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범죄의 단속 성과를 비정기적으로 보도하며 정부의 척결 의지를 전시하고 있다.

 

허약한 거버넌스와 미흡한 초국적 대응

국내 언론에 온라인 범죄 보도 빈도가 줄었고, 정부 차원의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가 조직된 뒤 70여 명에 달하는 스캠 조직원이 국내로 송환되면서 일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죄가 발생하는 장소는 현지 정부의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거나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토호와 외국자본이 공고히 결탁한 곳이다. 따라서 각국의 의지와 별도로 정·재계 네트워크의 청산, 중국 국적을 비롯하여 범죄자들의 정부와 현지 정부 간 지속적인 공조체제를 유지할 때 비로소 온라인 범죄를 소탕할 필요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동남아 내 온라인 범죄는 특정 국가나 국민만 겨냥하지 않고, 활동 지역도 초국적이다. 그러므로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아세안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만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온라인 범죄의 온상지라는 오명을 쓴 이들 국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표적인 친중국가이면서 법치와 투명한 공권력이 집행되지 않는 권위주의 국가이다. 부패한 공권력이 온라인 범죄의 비호세력이라는 사실은 캄보디아와 미얀마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특히 미얀마는 군부-EAO-중국 자본 간 삼자 결탁이 목격되었고, 지리적으로도 중국인의 진출이 유리한 여건을 갖추었다. EAO가 과거 아편을 비롯한 생필품 밀수와 밀매, 통행세 부과 등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면, 이제 온라인 범죄가 그 역할을 대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 수익의 얼마가 공생관계에 있는 지역 군사령부와 정권의 유력자에게 흘러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캄보디아에서도 최고 지도층과 토호 간 유착의 연결 고리 중 하나는 온라인 범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일 뿐만 아니라 부정축재의 주요 원천일 가능성이 크다. 즉 동남아 각국이 온라인 범죄를 소탕하기 위한 법이나 제도를 도입하거나 대대적인 단속을 하더라도 범죄를 소탕할 수 없는 외생 요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범죄는 풍선처럼 감시망을 피하며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다.

최신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 내 온라인 범죄에 연루된 자들은 최소 30만 명이고 이들의 국적도 66개에 달한다(OHCHR 2026, 8). 온라인 범죄의 특성상 범죄 단지의 마련과 철수는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범죄에 가담할 조직원도 음성적으로 모집하므로 사실상 일망타진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국의 단속이 헐거워졌다고 판단하면 이들은 다시 준동할 것이다. 동남아를 강타한 온라인 범죄는 허약한 거버넌스와 부패한 정부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고, 새롭게 등장한 인간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동시에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초국적 협력의 필요성을 시급한 당위성으로 전환하고 있다.

저자 소개

장준영(koyeyint@hotmail.com)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연구교수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 동남아연구소 책임연구원,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주로 동남아 정치변동과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한다. 『하프와 공작새: 미얀마 현대정치 70년사』(2017), 『봄의 혁명: ‘새로운 미얀마’를 향한 담대한 행보』(2024, 공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사평의회의 통치전략과 소수종족무장단체(EAO)의 대응: 평화협상을 중심으로.”(2024), “미얀마 2024: 지속되는 위기와 변화하는 대외관계”(2025) 등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을 출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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