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과 에너지 안보: 한국의 전략 제언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에 이은 에너지 안보 위기가 불거지면서 원유 및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석유제품과 헬륨에 대한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대체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는 고유가 및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어 에너지 수입국을 중심으로 수입 다변화에 나서는 한편 걸프 산유국도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육상 수송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심의 에너지 패권이 강화되고 있으나, 에너지 수입 다변화 노력과 함께 유럽, 아시아, 중동 주요국과의 외교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구축을 주도할 필요가 있으며 한편으로는 한-미 동맹과 한-이란 협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외교 전략도 요구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전략적 의존성을 낮추는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와의 외교적 외연이 확장될 수 있는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강문수(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주요 원유 수송로와 글로벌 에너지 안보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출처: AI 생성 이미지(Chat GPT)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미-이란 간 전쟁이 격화되고 이란의 GCC 국가 타격이 이어지면서 전쟁 발발 직전 배럴당 66달러(브랜트유 기준)에 달하던 유가는 4월 2일 기준으로 111.5달러까지 상승했으며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봉쇄를 감행하면서 중동발 에너지 안보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봉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며, 이란 의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법 초안이 통과되면서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위반 여부에 대한 국제사회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주요국 외무장관을 중심으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및 자유 항행에 관한 협의가 시작되었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붕괴는 단순히 에너지 자원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넘어 산업, 소비 등의 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출 5대 분야인 석유화학 산업뿐만 아니라 화학 산업, 전력 산업 등에서 생산비 상승폭이 두 자릿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중동발 요소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에 따라 에너지뿐만 아니라 옥수수, 대두 등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및 석유제품 수입이 중동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의 대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71.7%(2023-24년 총계 기준, 관세청 자료 기준)이며 그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쿠웨이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중동에 대한 LNG 수입 의존도는 34.4% 수준이나,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2월 27일 31유로/MWh에서 3월 중순 한때 61유로까지 치솟기도 하였다. 원유와 천연가스 이외에도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대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나프타 수입액(23-24년 약 368억 달러)의 56.8%는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헬륨 수입의 43%가 카타르로부터 이뤄지고 있어 헬륨 수급 차질은 한국 첨단산업 성장률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이란 전쟁은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고조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 확대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이란 간 휴전 혹은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구조는 빠른 속도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주요국의 대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일본(95%), 한국(71.1%), 중국(56.9%), 인도(47%) 순인데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도입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은 러시아에 경제사절단 파견 계획을 밝혔으며, 양국은 러시아산 원유 조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호주산 원유를 긴급 도입하는 등 비상경제 대응을 위해 원유 수입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이는 분쟁 하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조치라기보다는 중장기적 전환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한국의 대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도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둘째, GCC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비하기 위해 지중해 혹은 오만만으로 원유 및 천연가스를 우회 수출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에 따른 이란의 GCC 공격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라 에너지 수입국뿐만 아니라 산유국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페르시아걸프만(The Gulf)을 통한 에너지 산업 육성에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점을 인식했으며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대체 수송망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기존에 건설된 파이프라인 이외에도 육상 수송망을 건설함으로써 생산 효율성보다 공급 안정성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셋째, 유럽, 아시아, 중동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협력을 위한 대화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 공격을 통해 이란의 핵 무력화 및 중동 정세 안정이라는 메시지를 냈으나, 무력을 통한 에너지 공급망 내 영향력 강화와 함께 경제 강압을 통해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이어가고자 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쟁 장기화와 함께 에너지 안보 위기가 부각되고 전략 비축유 방출 조치까지 이뤄지면서 EU, 아시아,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한 협의가 더욱 긴밀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부상에 따라 한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중동 산유국과의 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함과 동시에 호주, 캐나다, 아프리카, 중남미 주요 산유국으로부터의 공급 확보를 위한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원유,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뿐만 아니라 산업에 필수적으로 투입될 필요가 있는 석유제품, 헬륨 등의 수입 다변화, 호르무즈 해협 개방, 그리고 한-미 관계 강화, 한-이란 우호적 협력 관계 형성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외교적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유사 위기 발생 시 레버리지를 확보하고 전략적 의존성(일반적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경우를 의미하며 EU에서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의존성이 낮추고자 함)을 줄여나가는 경제안보 전략 강화가 요구된다. 또한 중동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 핵심 국가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에너지 안보 위기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국제 규범을 주도함으로써 한국의 국제사회 내 영향력을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 소개

강문수(kangms@kiep.go.kr)

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 연구위원

전) 가나안세계지도자교육원 기획평가팀장

<주요 저술>

“BRICS 확장에 따른 경제 블록화 가능성과 한국의 정책 방향 연구.”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

“홍해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과 물류 회랑 다변화에의 시사점.”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

“걸프 국가의 아시아 중시 정책과 한국의 대응방안.”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4).

관련 자료

관세청 (2026). “수출입무역통계.” 데이터베이스. (접속일 2026년 4월 9일)

https://tradedata.go.kr

빙현지 (2026).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i-KIET 산업경제이슈』 207(26-07), 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