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의 그림은 2024년 한국, 일본, 대만 세 나라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필자는 약 40년에 걸쳐 이 세 나라(그리고 중국과 북한도 포함하여)의 젠더에 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들 세 사회는 경제의 발전 수준이 거의 같고, 모두 동아시아에 위치해 있기에 서구의 연구자들은 세 나라를 비슷한 사회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 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다른 점들이 많다. 이 글에서는 이 그래프를 통해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 왜 남성 그래프가 아니라 여성 그래프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그 이유는 청년기나 노년기에는 남성 그래프에서도 차이가 보이지만, 출산과 육아 시기인 30대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여성의 데이터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여성의 취업률은 낮아지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 이 하나의 그래프만으로도 각 사회가 지닌 특성에 대해 꽤나 많은 점들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프의 왼쪽(20대까지), 중앙(30~40대), 오른쪽(50대 이후)을 차례대로 살펴보자.
- 20대까지: 저학력의 일본사회
우선 그래프의 20대 이하 부분이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 영향을 미치는 병역 의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이를 배제한 비교가 가능하다. 한국과 대만에 비해 일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데, 이는 일본이 저학력 사회라는 점, 다시 말해 누구나 대학에 가려고 하지는 않는 사회임을 뜻한다. 국제적인 대학 진학률을 실제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본은 (학교교육법상 ‘대학’이 아니고 주로 2년제인) 전문학교를 포함하지 않으면 약 50% 수준임에 비해 한국과 대만은 70~80% 정도로 훨씬 높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일본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낮으며, 한국에서는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2년제 고등교육기관(단기대학)의 학생 9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으로, 이는 일본 고등교육의 남녀차별을 상징한다. 또 하나는 애초에 일본은 남성의 대학 진학률도 한국과 대만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계층이 한국이나 대만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남성에게서 두드러져서, 공업고등학교 졸업자도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 가령 일본의 어린이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인 신칸센 운전사는 고졸 학력으로도 될 수 있다. 따라서 고졸 채용 공무원 시험에 대졸자가 몰려드는 현상은 일본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으며, 2010년대에 두드러졌던 한국의 고시원 문화 같은 것도 일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블루칼라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가 한국에 비해 일본이 높은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일본의 대학원 진학률은 문과 계열이 매우 낮고, 이과 계열에는 여성이 적다. 재학생의 아르바이트 비율도 높기 때문에 20~2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 육아기 여성의 취업: M자형 곡선
그래프의 중앙 부분에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한국과 일본에서 나타난다. “출산과 육아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서구 선진국은 다르다”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이는 대만만이 아니라 중국 본토,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즉, 중화권 사회에서는 ‘아이 곁에 반드시 어머니가 있어야 한다’는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 30대는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보육시설이나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면서도 일을 계속하려 한다. 또 일본과 비교하면 ‘식사는 반드시 집밥이어야 한다’는 규범이 약해서, 저녁은 가족과 함께 포장마차에서 먹거나 사 먹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도 ‘저녁은 반드시 엄마가 손수 만든 집밥이어야 한다’는 규범은 일본에 비해 훨씬 약하다. 오히려 일본의 ‘엄마가 만든 집밥’ 규범이 비정상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이 이런 비교를 통해 드러난다.
더 나아가, 육아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정도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오랫동안 ‘M자형 취업 곡선’이라 불려왔지만, 최근 수치를 보면 30대에서의 하락은 이미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여성이 출산과 무관하게 일하게 되었다는 의미인지는 확실치 않다. 만혼화, 출산율 감소, 육아기 여성의 비정규직 증가 등의 영향으로 그래프 상에서 30대의 하락이 과거만큼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출산 후에도 정규직으로 계속 일하는 여성의 비율은 절반 정도에 머무른다.

이에 비해 한국의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매우 뚜렷하다. 최근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약 1.3이고 한국은 약 0.8인 점을 고려하면, 아이가 적은 만큼 하락 폭도 작아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아직도 ‘세 살 신화’―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어머니가 곁에 있어야 한다는 속설―을 믿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여성은 아르바이트 등 파트타임 일을 시작한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아이가 고등학교 입시를 경험하지만, 이때 부모(특히 어머니)는 정신적 지지 정도만 제공하며, 학습 지도는 학교나 학원, 예비학교 교사가 맡는다. 어떤 예비학교가 좋은지도 아이가 스스로 조사한다. 대학 입시까지 어머니의 역할이 이어지는 한국과는 크게 다르다.
2010년대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기러기 아빠’ 현상은 일본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 한국 내 일부 계층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고등학생 자녀의 유학에 어머니가 동반하는 일은 일본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며, 오히려 유학의 방해로 여겨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30대가 아니라 40대 초반에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바닥을 찍는데, 이는 자녀 교육에서의 어머니 역할이 더 오래 지속되는 문화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대만과 비교했을 때 한국과 일본은 모두 어머니 역할이 강조되는 사회지만, 그 역할의 내용과 지속 기간은 서로 다르다.
- 50대 이후의 취업
이제 그래프의 오른쪽 3분의 1을 살펴보자. 대만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급격히 하락하고, 일본은 매우 높다. 이러한 50대 이후 경제활동참가율의 급감 현상은 대만뿐만 아니라 홍콩, 중국 본토 등 중화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해당된다. 중화문화권에서는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불문하고, 노부모가 취업하는 것은 자녀(특히 아들)의 체면을 깎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자녀가 경제적 지원을 충분히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이라는 관점이 존재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메이지 시대 이전부터 고령자의 취업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일본에서도 많은 고령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일하긴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며, 더 나아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경제적 이유로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일본의 고령자 취업 동기 중에는 “건강에 좋기 때문에”라는 이유가 일정 비율 존재한다. 이는 중화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한국 역시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데, 이는 주로 1차 산업과 자영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자녀가 서울 등 대도시로 떠난 뒤 남겨진 농지나 가게를 고령자가 운영하게 된 것인데, 이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다.
일본은 고도성장이 한국보다 더 일찍 시작되었기 때문에 1차 산업 종사자가 이미 적다. 고령자 취업률을 학력별로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학력이 높을수록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아지는 반면, 일본에서는 오히려 높아진다. 즉, 한국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인한 취업은 소극적인 편이지만,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업에 적극적인 경우가 많고, 고령자 스스로 일하려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 글을 맺으며
한국, 일본, 대만 이 세 나라는 모두 이례적인 저출산과 그에 따른 급격한 고령화라는 공통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노동력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잠재 인구는 여성(주부), 고령자, 이민자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분량상 이민자 문제는 다루지 않았지만,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만 보더라도 각 나라가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과제를 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층 노동력 문제는, 한국과 대만의 고학력화에 비해 일본이 저학력 사회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여성 노동력의 활용에 있어서는 대만이 가장 선진적이며, 한국과 일본은 뒤처져 있어서, 30대의 경제활동참가율 저하, 여성의 비정규직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고령자 노동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가장 잘 적응하고 있으며, 앞으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될 대만은 큰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은 하나의 그래프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지만, 이러한 논의는 세부적인 데이터를 확인하여 논증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논의는 세치야마 가쿠 지음, 김경옥 옮김, 서정완 감수, 『동아시아의 가부장제』 (소명출판, 2024)를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백영(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장)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세치야마 가쿠[瀬地山 角] (kaku@waka.c.u-tokyo.ac.jp)
현) 도쿄대학교 총합문화연구과 교수
전) 홋카이도대학교 행동과학과 조교,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객원연구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객원연구원
<주요 저서와 논문>
『炎上CMでよみとくジェンダー論』 (光文社新書, 2020).
『ジェンダーとセクシュアリティで見る東アジア』 (瀬地山 角 編著), (勁草書房, 2017).
Patriarchy in East Asia:A Comparative Sociology of Gender (Brill, 2013; Paperback version in 2015).
『お笑いジェンダー論』 (勁草書房, 2001).
『東アジアの家父長制ージェンダーの比較社会学』 (勁草書房, 1996).
<최신관련자료>
・가노 마사나오 (2024). 『부인·여성·여자: 남자가 읽은 일본 여성사』. 빈서재.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 (2013). 『동아시아 여성과 가족 변동』. 계명대학교출판부.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2017). 『한중 여성 트랜스내셔널하게 읽기: 지식, 인구, 노동』. 한울아카데미.
・세치야마 가쿠 (2024). 『동아시아의 가부장제: 젠더의 비교사회학』. 소명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