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민의 빛과 그림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내 한국 및 일본 이민 비교
저자: 민원정(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
『이베로아메리카 연구』36권 2호
한국과 일본의 국가 주도 이민 정책의 차이는 브라질·아르헨티나 한인·일본인 디아스포라의 형성과 정착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본 연구는 20세기 중후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한국과 일본 이민의 제도적 기획과 디아스포라 형성 양상을 비교 분석한다. 일본은 1908년 브라질 이민을 시작으로, 전후 농촌 인구 해소와 해외 식량 확보를 위한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JICA 및 전신 기관을 통해 체계적 이민 지원 체계를 구축하였다. 일본계 이민자들은 출국 전 영농 교육, 언어 및 생활 오리엔테이션, 공동 정착 등 다층적인 제도화를 경험하며 안정적인 농업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반면, 한국의 이민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 하에서 외화 획득과 인구 분산을 위한 수단으로 추진되었으나, 준비와 제도적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비하였다. 많은 한국계 이민자들은 농업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출국했으며, 이로 인해 정착 초기부터 농업 대신 도시 상업 중심의 생존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특히 브라질의 봉헤찌로, 아르헨티나의 플로레스타 및 온세 지역은 한인 상권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친족망과 종교기관 중심의 자조조직이 공동체의 기초를 이루었다. 본 연구는 양국의 이민 정책과 제도화 수준의 차이가 디아스포라의 직업 구조, 공간 분포, 수용국과의 관계 형성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며, 기획 이민의 국가 주도성과 이민자 주체성 간의 긴장 관계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