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되지 않으면 정의도 없다”: 바이럴리티가 정의 쟁점의 공적 가시성을 형성하는 방식
출처: Rawayan Getih, BEM Kema FIP, Universitas Pendidikan Indonesia.

인도네시아의 ‘curhat(개인적 경험 공유)’와 ‘No Viral, No Justice’ 현상을 통해 소셜미디어가 개인의 목소리를 공적 의제로 전환하는 공간이 되어온 과정을 살펴본다. 동시에 법과 플랫폼, 알고리즘, 바이럴리티가 표현의 가시성과 의미를 좌우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보드리야르와 아렌트의 논의를 바탕으로, 디지털 자유를 단순한 표현의 자유를 넘어 타인과 함께 등장하고 말하고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디지털 공적 자유(digital public freedom)’로 재구성한다.

『공간과 사회』 36권 2호, 2026

심한별(아시아연구소), 이도은(이화여자대학교)

이 연구는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30~40대 고학력 여성 17명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주거 공간에 부여하는 의미와 주거 선택의 논리를 분석한다. 참여자들은 자녀 출생 이후 교육환경과 돌봄 인프라, 자산 가치, 이웃의 계층 등 여러 조건을 함께 고려했다. 아파트 단지가 투기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생활환경과 문화자본, 계층적 지위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공간으로 의미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도철학』 76호, 2026

최성호(아시아연구소)

이 논문은 『유가사지론』의 오명(五明) 교육과 초기 불교 문헌의 수행자상을 비교해, 보살의 이상이 개인의 해탈에서 타인의 구제로 확장된 맥락을 분석한다. 초기 불교 문헌이 수행자의 정신적 수양을 강조한 데 비해, 대승불교는 다른 학문도 중생을 돕고 불교에 대한 관심을 이끄는 데 필요하다고 보았다. 오명 학습의 확립이 불교 전통에서 이타주의와 포교를 강조하는 흐름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9791139234657

지식과감성, 2026

아디티 싱(아시아연구소, 편저), 방준형·이승민(서울대학교, 역)

이 책은 소액금융을 기반으로 성장한 AFINIT의 사례를 통해 인도의 금융 포용과 AI 금융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대안 신용평가와 디지털 대출, 농촌 보험 서비스가 금융이력 부족자와 농촌 주민의 금융 접근성을 넓힐 수 있는 경로를 검토한다. 금융 서비스가 실질적인 포용으로 이어지려면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신뢰, 데이터 및 소비자 보호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처: ChatGPT 생성 이미지(Generated by Chat GPT)

필리핀은 한때 동남아시아의 주요 제조업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러한 기대를 실현하지 못했다. 이 글은 필리핀 정치 엘리트들이 내린 중대한 결정들이 어떻게 이 나라의 산업화를 정체시켰는지를 추적한다. 정치·경제적 위기에 시달린 국가는 해외 노동력 송출에 주력했는데, 이는 처음에는 임시방편이었지만 이후에는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상시적인 전략이 되었다. 소비 주도의 저생산성 성장에 집중한 결과, 필리핀 제조업 기반의 성장이 저해되었다. 반도체 산업처럼 제조업 내에 성과를 보이는 분야도 있었지만, 이는 비판자들이 현재 ‘얕은 산업화’라고 부르는 현상에 기여했을 뿐이다. 필리핀은 생산의 하류 단계에 머물렀으며, 50년 동안 글로벌 가치사슬의 하단에 남아 있었다. 국가 주도 전략을 추진한 아시아의 이웃 국가들과 달리, 필리핀은 외국 자본에 크게 의존하는 자유주의적·시장 주도의 경제 전략을 채택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행정부는 이제 국내 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상위 단계로 올라서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화 기회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 실리카(Pax Silica)와 관련된 협정들을 체결했지만, 이 협력의 성공 여부는 정부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데 달려 있다
The Philippines was once positioned to become a significant manufacturing hub in Southeast Asia, but has failed to deliver on this promise. The article traces how consequential decisions made by the Philippine political elite stalled industrialization in the country. Pummeled by political and economic crises, the state focused on labor migration, initially as a stopgap measure, but later as a permanent strategy to help its economy stay afloat. The focus on consumption-led, low-productivity growth stunted the country’s manufacturing base. While bright spots in manufacturing existed, such as its semi-conductor industry, this has only contributed to what critics now call “shallow industrialization.” The country has remained at the downstream end of production, keeping the country at the lower end of the global value chains for five decades. Unlike its Asian neighbors that pursued state-led strategies, the Philippines has employed liberal, market-led economic strategies, heavily reliant on foreign capital. The Marcos Jr. administration is now taking advantage of a new opportunity for industrialization to help local industries move up the global value chains. It has signed agreements with the US-led Pax Silica; however, the success of the partnership hinges on the state not repeating the mistakes of the past.

2026년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중앙아시아 정상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중앙아시아가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고 한국 역시 경제안보 수단의 다변화를 요구받는 지금, 한-중앙아 협력은 상호 보완적인 전략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은 강대국과 자본 규모를 겨루기보다 제조·기술 역량과 산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생산, 기술이전, 인재 양성을 결합한 협력 모델에서 차별점을 찾아야 한다. 한-중앙아 협력의 성공은 한국의 공급망 다변화와 중앙아시아의 산업 고도화를 함께 실현하는 공동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사회와 역사 150, 2026

김윤희(아시아연구소)

북한의 공식기억인 항일빨치산 서사가 인민에 의해 선택적으로 수용·재해석되면서 대항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사회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특정 계기를 통해 실천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역동성을 ‘기억의 활력’으로 개념화하고, 국가가 주입한 혁명 서사가 개인과 가족의 생존 전략 및 저항의 기제로 전유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북한 인민이 집단에 충실한 주체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우선하는 개별적 주체로 재구성되며, 공식 이데올로기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 의미생산자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The Geographical Journal 192(2), 2026

Pham Thi Ngoc Quynh(하노이국립사범대학교), Thu L. T. Dinh(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Edo Andriesse(아시아연구소)

베트남 땀장-꺼우하이 석호의 소규모 어민들이 어족자원 감소, 오염, 공간 경쟁과 분절된 거버넌스 속에서 생계를 어떻게 조정하는지 분석한다. 양식업·생태관광·생계 다각화·이주와 같은 적응 전략이 추진되고 있지만, 취약한 거버넌스와 불균등한 집행, 공간적 배제로 인해 연령·성별·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기존 불평등이 오히려 재생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연안어업의 지속가능성 전환을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복잡성과 권력관계, 공간적 정의가 얽힌 정치적 과정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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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lgrave Handbook of Digital Latin American Studies, 2026

Benjamin M. Han(인디애나 대학교), Wonjung Min(아시아연구소), Dal Yong Jin(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칠레에서 K-pop 팬덤과 디지털 액티비즘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이 K-pop의 확산과 수용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과정을 글로벌 문화와 칠레의 지역적 맥락이 상호작용하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2021년 칠레 대통령선거와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국인 인종화 표현에 대한 팬들의 대응 사례를 통해 K-pop 팬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정치적·사회적 행동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또한 온라인에서 형성된 ‘디지털 친밀성’이 오프라인의 모임과 신체적 퍼포먼스, 공동체 형성, 행동주의로 이어지면서 K-pop이 일상적으로 체험되는 문화가 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2015년 남아공 케이프타운 대학교에 모인 학생들의 ‘#FeesMustFall’ 시위 장면
출처: Flickr / 작가: Tony Carr

아프리카에서 힙합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청년 세대의 현실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삶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청년들은 힙합을 통해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하고, 자신들의 언어와 음악적 전통을 결합해 힙라이프·봉고 플라바·콰이토·겐게톤과 같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왔다. 여성 아티스트들 역시 성차별과 젠더 규범에 문제를 제기하며 목소리를 넓히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흐름은 오늘날 아프리카 청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분노하며 꿈꾸는지를 보여준다.

일본 도쿄 시민들이 폭염을 피하려고 양산을 쓴 채 이동하고 있다. 출처: Riccardo Parretti (pexels)

폭염의 피해는 단순히 기온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연령과 건강 상태, 노동환경, 주거환경, 냉방비 부담 등 개인이 처한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본의 쿨링 셸터와 인도 아마다바드의 폭염대응계획은 경보와 함께 실제로 더위를 피할 공간과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기존 대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제로 닿고 있는지 점검하고, 폭염 위험이 크면서도 스스로 더위를 피할 선택지가 적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주거·노동·복지·보건 연계 대응이 필요하다.

Social Science Quarterly 107(4)

김다슬(조지타운대학교)

이 글은 권위주의 체제가 공공재 제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당제 선거 도입을 통해 형성되는 정치적 동기뿐 아니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국가역량이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 1970년부터 2015년까지 95개 권위주의 체제를 분석한 결과, 경쟁적 정당체제의 도입 자체는 공공재 제공과 부정적인 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조세 추출, 행정, 강제력 등 국가역량이 높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다당제 선거를 도입할 경우 예산에서 광범위한 공공재를 더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민주적 제도의 도입이 정책 변화를 유도하더라도 실제 결과는 체제가 이미 보유한 국가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교문화연구』 77권

윤준희(연세대학교), 구기연(아시아연구소))

이 글은 가자 지구 출신 스물두 명의 감독들이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그라운드 제로로부터>(2024)를 통해 이스라엘 식민주의 권력이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폭력과 이에 맞선 영화의 윤리적·정치적 실천을 분석한다. 영화는 죽음과 상처, 불안정한 생존이 가자 지구의 평범한 개인들의 일상에 구조적으로 스며든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감독과 등장인물들이 폭력의 조건 속에서 자신을 서술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권력이 강요한 명령을 재의미화하고 저항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는 폭력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속의 조건 내부에서 저항과 해방의 가능성을 수행하는 영화임을 보여준다.

출처: ChatGPT 생성 이미지

미국에서 시작된 힙합/랩 음악은 지난 30~40여 년 동안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중국 등 동북아시아 각 지역의 언어와 문화, 음악산업과 결합하며 성장해 왔다. 각 지역의 구체적인 전개 과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언더그라운드 씬과 주류 음악시장의 상호작용, 디아스포라와 초국적 네트워크의 역할, 그리고 2010년대 이후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산업의 영향이라는 공통적인 흐름이 나타난다. 또한 동북아시아의 힙합/랩은 사회·정치적 발화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과 자기표현, 라임과 플로우를 활용한 언어적 실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를 통해 힙합은 미국의 음악 장르가 단순히 이식된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청년들의 삶과 문화 속에서 각 지역의 방식으로 변주되고 재구성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리아의 난민 캠프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나르고 있다. 
출처: Ahmed akacha (Pexels)

2026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채택 75주년을 맞아, 변화된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 난민보호체계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1992년 협약 가입, 2012년 아시아 최초의 독립 난민법 제정이라는 제도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난민인정 확대와 실효적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정하고 전문적인 난민심사와 함께 재정착·보충적 보호경로를 확대하고, 교육·의료·노동·주거 등 국가의 일반 제도 안에서 난민의 사회통합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대학·기업, 난민 당사자가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사회통합과 난민보호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은 ‘난민을 심사하는 국가’를 넘어 난민의 인간적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고, 난민과 선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민주적 공동체를 구현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