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미국·이스라엘 전쟁과 이슬람공화국의 미래

2026년 2월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은 단순한 핵 비확산 조치가 아니라, 2023년 가자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수행해온 ‘저항의 축’ 해체 전략의 완결이자 협상 직전에 감행된 선제 타격이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암살된 이후에도 이란 체제가 즉각 붕괴하지 않은 것은 체제의 진정한 기반이 성직자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군사·경제·정보 복합체로 성장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있기 때문이다. IRGC의 압박 하에 이루어진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후계 승계는 호메이니가 설계한 이슬람 법학자 통치론—벨라야테 파키—이 사실상 군사 권위주의로 전환됐음을 공식화했다. 도시 청년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반체제 민심은 실재하지만, 조직력의 부재와 외부 전쟁이 불러온 민족주의 감정이 뒤엉키면서 혁명적 전환의 동력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질문은 “무너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이며, 주식시장과 유가에 묶인 시선을 거두고 이란 국민의 생명과 존엄에 눈을 돌릴 때이다.

구기연(아시아연구소)
2026년 3월 3일,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테헤란의 모습. 출처: Avash Media (CC BY 4.0)

 

  1. 전쟁의 시작: 협상 테이블 위로 날아온 미사일

2026년 2월 28일은 이란 이슬람공화국 47년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하루였다. 미국의 ‘거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와 이스라엘의 ‘포효하는 사자(Operation Lion’s Roar)’가 동시에 실행되며 12시간 동안 약 900회의 공습이 이란을 강타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관저에서 암살됐고, 수십 명의 군사·정보 지휘관이 함께 사망했다. 이 공습은 바로 핵 협상의 결정적 고비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공습 전날, 오만 외무장관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수준을 ‘가능한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데 동의했으며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갑작스러운 전쟁은 시작되었고, 2주를 넘기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 전쟁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른바 ‘저항의 축’—하마스, 헤즈볼라, 이라크 민병대, 예멘 후티, 그리고 이 모든 세력의 후원자 이란—을 단계적으로 해체해 왔다. 가자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헤즈볼라는 약화되었고,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붕괴했다. 2025년 12일 전쟁에서 이란의 핵·미사일 인프라를 일차 타격한 이스라엘은, 이번에는 체제 자체를 겨냥했다. 이스라엘의 판단은 이란의 핵무장 완성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란의 전략적 위협이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만큼 임박한 것이었는지는 논쟁적이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핵 비확산 조치라기보다는, 이스라엘-가자전쟁에서 시작된 지역 패권 재편의 마지막 국면을 이스라엘이 자국에 유리한 시점에 강행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1. 이란의 반격: 이슬람 정권은 어떻게 전쟁을 버티는가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섰고, 영민한 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공격 대상을 이스라엘만으로 두지 않고, 바레인·카타르·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 9개국의 미군 기지와 민간 인프라를 동시에 겨냥했다. 그렇다면, 이란은 군사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2주를 넘기며 이 전쟁을 버텨나가고 있는가? 최고지도자가 암살된 직후에도 이란 체제가 즉각 붕괴하지 않은 이유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정치구조의 작동 원리에서 찾아야 한다. 이란 헌법은 최고지도자 유고 시, 대통령·사법부 수장·헌법수호위원 3인으로 구성된 임시지도위원회가 국정을 이끌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신정 체제가 47년을 유지하면서, 점차 이 권력의 방점과 체제의 진정한 내구성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로 옮겨가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이념 수호대로 출발한 IRGC는 이란-이라크전(1980~1988)을 거치면서 군사력을 키우고, 이후 건설·에너지·금융 이권을 장악하며 국가 내 국가로 성장했다.

최고지도자가 사라진 빈자리에서 IRGC는 지휘 체계를 유지하고, 바시지(Basij) 민병대를 통해 국내 통제를 이어갔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내구성은 한 최고지도자의 권력이 아니라 이를 유지시키는 제도적 억압 기구의 힘으로 옮겨간 것이다. 2026년 현재, 이 권력 구도는 역전되었고, IRGC가 최고지도자 선정에 힘을 실어주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로 변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전쟁을 둘러싼 이란 국내외 국민들의 민심도 정치적, 종교적 성향에 따라 갈라지고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이슬람 정권에 대한 개혁 성향의 이란 국민의 불신은 오래됐다. 2019년과 2022년, 그리고 2026년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친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경제 제재발 인플레이션, 청년 실업, 개인 자유의 억압에 대한 누적된 분노의 표출이었다. 특히 2026년 1월 시위에서 IRGC는 이틀 동안 자국민을 향해 발포해 수천 명(혹은 수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하메네이 암살 직후 일부 이란 시민들이 거리에서 환호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보안군은 이들을 향해 다시 총을 겨눴다.

이슬람 체제에 가장 비판적인 계층은 도시 청년층, 여성, 교육받은 중산층이며, 최근 상인 계층까지도 합류되었다.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운동이 상징하듯, 이들은 경제적 절망과 개인의 자유 억압을 동시에 겪으며 체제 자체의 근본적 전환을 원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팔라비 왕조의 레자 팔라비가 이란 디아스포라와 세속 민주화 세력의 구심점을 자처하고 있다. 비판 세력이 체제 전환의 동력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직력의 부재에 있다. 2009년 녹색운동 이후 IRGC와 바시지 민병대는 반정부 세력의 조직화를 원천 차단해왔다. 지도자 없는 분노는 광장을 채우지 못한다. 더욱이 외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내부 봉기는 오히려 민족주의 감정과 충돌한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이슬람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층들은 더욱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 이란은 이미 1980년대에 이란-이라크 8년간의 지루한 전쟁 경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안에서 시아 이슬람의 ‘저항’과 ‘순교 정신’은 이념화되었으며, 저항의 서사는 이란 시아 무슬림들의 가장 강력한 정동의 주축이 된다. 이에 이란 내 비판 세력의 에너지와 염원은 실재하지만,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그것이 이란 국내에서 결집의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

  1. 이란의 선택지: 협상인가, 결집인가

현재 이란이 직면한 선택지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제한적 협상을 통한 전쟁 종결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미 미국의 공격 중단, 국제적 보장, 피해 배상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란은 이를 ‘항복’이 아닌 ‘협상을 통한 명예로운 종전’의 틀로 포장하려 할 것이다. 2025년 12일 전쟁 직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결정적 승리’를 선포했듯, 미국, 이란 모두 승리의 서사로 끝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호르무즈 봉쇄를 지속하며 장기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그러나 봉쇄의 장기화에는 이란 스스로의 비용도 따른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를 통해 원유를 수출하며, 봉쇄가 지속될수록 이미 제재로 피폐해진 자국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사실 이란의 전략은 ‘완전 봉쇄’보다는 해협 통행을 선택적으로 통제해 협상 압박을 높이는 방식에 가깝다.

앞으로 살펴볼 더 근본적인 문제는 IRGC 내부에도 균열의 씨앗이 있다는 점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단일한 이념 혹은 군사 집단이 아니다. ‘강경 이데올로그’와 건설·에너지 이권을 보유한 ‘실용파 테크노크라트’ 사이의 긴장이 항상 존재해왔다. 실용파는 서방과의 부분적 타협을 통해 자신들의 경제적 이권을 지키려는 유인이 있다. 차기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주도의 강경 노선이 이 이익을 지속적으로 위협한다면, 내부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단기간 내 공개적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전쟁 종결 이후 이란의 전략적 방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체제의 다음 변수가 될 것이다. 결코 이란이슬람공화국은 전쟁 이후의 체제 방식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1. 나가며: “석유 냄새 때문에 이란 국민들의 피 냄새를 맡지 못한다

한 이란 여성은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석유 냄새 때문에 이란 국민들의 피 냄새를 맡지 못한다.” 역사는 반복해서 가르쳐 왔다. 지도자를 제거하면 체제가 무너지기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혼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이란이슬람공화국의 내구성은 알리 하메네이 개인이 아니라 IRGC라는 제도적 기반 위에 서 있었다. 그 기반이 건재한 한, 전쟁 속에서도 체제는 재편을 모색하고 다음 지도자를 세울 것이다. 달라진 것은 한 가지다. 이슬람 법학자의 종교적 권위에 기반했던 벨라야테 파키는 이제 군사 권력이 종교를 도구로 삼는 새로운 형태의 권위주의로 전환됐다.

미국은 전쟁의 출구 전략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애초에 치밀한 전략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트럼프의 특사 위트코프는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라고 공개 인정했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간 제한 없이 계속한다”라고 선언했다. 이 간극이 바로 이 전쟁의 본질적 불확실성이다. 걸프 수니파 산유국들은 이란의 공격으로 직접 피해를 입으면서도, 이스라엘의 공격적 군사주의가 지역 안정 자체를 위협한다는 불안감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의 길은 더 멀어졌다.

이란은 지금 세 겹의 압박 속에 있다. 외부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내부에서는 체제 정당성이 흔들리며, 경제는 이미 한계 지점에 와 있다. 그러나 이 압박이 곧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분노는 실재하지만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단순히 언제 어떻게 “무너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다.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주식시장과 유가에만 묶인 채 이란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돌아볼 때이다.

저자 소개

구기연(kikiki9@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교수 및 서아시아센터 센터장, 한국중동학회 연구 상임이사, 법무부 난민위원회 자문위원

전) 한국문화인류학회 연구위원, National University Singapore Middle East Institute 방문선임연구원

<주요 저서와 논문>

『중동을 보는 새로운 시선: 시민사회의 힘과 미래』 (공저, 책임편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5).

“Wavering theocratic ideology and the politicization of Shia identity: Iran’s ideological rifts amid geopolitical maneuvers.” As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32(2), 2024.

『아랍의 봄: 그 후 10년의 흐름』 (공저, 책임편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2).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국가의 감정 통제와 개인들의 자아 구성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7).

최신 관련 자료

최신관련자료

Atlantic Council experts (2026). “Twenty questions (and expert answers) about the Iran war.” Atlantic Council, March 11.

https://www.atlanticcouncil.org

Center for Preventive Action (2026). “Iran’s War With Israel and the United States.” Globla Conflict Tracker, March 13.

https://www.cf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