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동북아시아 전망

2026년 동북아시아는 어디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국제질서는 미·중 간 관리된 갈등을 배경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블록 간 네트워크 구조가 굳어질 전망이며, 경제적으로는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AI와 첨단기술투자, 공급망 재편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초저출산과 초고령화, 청년 위기, 이주민 증가 경향이 지속될 것이며, 문화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과 생성형 AI의 확산, 대중문화의 다극화, 그리고 식민지·전쟁·냉전을 둘러싼 기억·역사 갈등이 대중문화 변동과 시민사회 담론장 변화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백영(아시아연구소)
2025년 가을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 모인 각국의 정상들.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지난 2025년 동북아시아는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장기화된 경제 침체, 각국 내부의 이슈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냈다. 특히 미·중 경쟁 구도가 격화되면서 북·중·러 연대가 강화된 점, 양안 관계의 위험지수가 높아진 점,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겪은 국내 정치변동 등으로 인해 역내 불확실성이 증폭된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인공지능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AI가 국가안보와 산업전략의 핵심 전략자산으로 떠오른 점, K-콘텐츠를 비롯한 동아시아 소프트파워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산된 점도 인상적이었다. 작년에 동북아시아를 뒤흔든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변화무쌍한 사회문화적 유동성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이다.

과연 올 한 해 동북아시아는 어디로 향해 나아갈 것인가? 쉽사리 예측을 불허하는 ‘시계(視界) 제로’의 상황이지만, 2026년 동북아시아의 향방을 정치·국제관계, 경제·산업, 인구·사회, 문화·담론의 네 갈래로 가닥을 잡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정치·국제관계: 구조화된 갈등과 관리되는 충돌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미·중 간 관세 및 무역 갈등은 동북아 국제정치에 주된 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하지만 미·중 관계는 전면적인 디커플링(decoupling)보다는 탈동조화와 관리된 갈등이 병행되는 구조로, 기술·안보 핵심 분야에서는 대치가 심화되는 반면, 여타 영역에서는 제한적 협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26년에도 한·미·일 간의 안보 공조는 북핵·미사일 위협과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대응하여 북·중·러의 전략적 밀착 또한 무기 거래, 에너지·식량 교역, 외교적 상호 지원 등의 형태로 이어질 것이다. 이로 인해 동북아시아는 냉전형 양극체제라기보다 ‘블록 간 네트워크’의 형태로 점차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2025년 기준 북한은 최소 수십 기의 핵탄두와 상당한 양의 핵물질을 보유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2026년에는 ‘완전한 비핵화’ 의제보다는 ‘억지·관리’ 프레임이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며, 한국 내부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부상할 여지가 있다. 대만해협에서는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항공·해양 무력 시위와 경제·사이버 압박—이 상수화되고, 이에 대응해 미국·일본·대만 간 안보 협력 논의 역시 한층 노골화될 개연성이 크다. 일본은 이미 방위비 증액과 장거리 반격 능력 보유를 추진 중이며, 2026년에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전략에 대한 해석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미·일과의 삼각 공조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과의 갈등 관리와 경제적 실리 사이에서 전략적 줄타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산업: 저성장 고착, 첨단기술 투자, 공급망 재편

IMF의 전망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성장률은 3.1%로 약간 둔화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시 4.1% 수준으로 완만한 하락세가 예상된다. 관세 인상과 통상 긴장으로 인해 동북아 경제는 전반적으로 둔화 국면에 진입하겠지만, AI와 첨단기술 투자가 성장 하방을 일정 부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 회복과 내수 개선으로 성장률이 전년도 0.9%에서 올해 1.8-2.1% 수준으로 점차 개선될 전망이지만, 낮은 성장 국면의 연장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디플레이션 압력 속에서도 올해 5% 안팎의 성장 목표를 유지하고 있는데, 재정·통화 완화와 AI·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통해 ‘느리지만 플러스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동북아 제조업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화 설비 등 기술 중심 산업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철강·석유화학·일반 기계 등 전통 제조업은 과잉 공급과 가격 압박으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은 자동화와 정책 주도의 산업 전환을, 일본은 고부가가치 제조와 공급망 안정성을, 한국은 첨단기술 중심 제조업 강화를 각각 핵심 전략으로 선택하는 국가별 분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여전히 중간재·자본재 공급의 핵심 축을 유지하고 있으며,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 확산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고착된 상호의존 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과 일본 기업들에게 생산 거점 다변화와 함께 중국 내 고부가가치 영역에 대한 전략적 집중을 동시에 요구한다.

인구·사회: 초고령화, 청년 문제, 이주 확대

합계출산율 기준으로 한국은 2013년 이후 줄곧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심각한 저출산 국가다.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저출산 현상은 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2026년에는 한·중·일 세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연금 개혁, 장기요양 및 의료 재정 문제, 이른바 ‘누가 돌볼 것인가’라는 돌봄 위기가 사회적으로 매우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인구학적 위기는 단지 출산율 하락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청년층을 둘러싼 구조적 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만성적인 저성장과 고령화가 중첩된 조건 속에서 동아시아의 청년층은 불안정 고용, 주거비 부담, 결혼·출산 기피를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한국·일본·대만·중국의 대도시에서 모두 관찰된다. 2026년의 동북아 사회에서는 청년세대의 좌절과 탈정치화 현상이 심화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 위기, 젠더 불평등, 주거 양극화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급진적인 정치적 목소리가 더 도드라지게 나타날 수 있다.

노동력 부족과 초고령화의 압력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2026년에도 이주노동자, 유학생, 이민정책의 확대를 피하기 어렵겠지만, 그와 동시에 경기 둔화와 안보 불안으로 인해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배외주의 정치가 표출될 위험성도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긴장 관계 속에서 ‘이주–복지–시민권’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는 동북아 복지국가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동북아 여러 지역은 기후 위기로 인한 집중호우, 태풍, 폭염 등에 취약한 조건에 놓여 있다. 특히 고밀도 개발과 노후화된 인프라로 인해 도심 침수, 열섬 현상, 대기오염 등의 각종 재난 위험이 잠복해 있는 지역이 다수 존재하기에, 기후 적응과 도시 재난 거버넌스가 향후 동북아 지역에 중요한 사회적·정책적 의제로 대두될 수 있다.

문화·담론: 글로벌 확산, 플랫폼 정치, 역사 갈등

K-팝, 드라마, 게임, 웹툰 등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파급력은 2026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의 내수 기반 거대 콘텐츠, 일본의 애니메이션·게임, 대만·홍콩의 독립 영화·다큐멘터리와의 다극적 경쟁 구조가 강화될 것이다. 확대일로의 OTT 플랫폼과 숏폼 영상, 글로벌 팬덤 플랫폼을 통해 동북아 각국의 문화상품이 동시다발적으로 글로벌 문화시장의 시험대에 등장하는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텍스트·이미지·음악·영상 제작에서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작가·번역가·디자이너·사무직의 노동 불안, 저작권·데이터 주권, 인간 창의성의 의미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더 심화될 공산이 크다.

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치활동과 시민적 참여를 수행하는 세대인 10·20대를 중심으로, 극우적인 혐오·음모 담론의 확산 현상과 페미니즘, 기후정의, 지역 커뮤니티 운동의 네트워크화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 공간이자 동시에 문화 공간으로서 온라인 공간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또한 일제 식민통치, 전쟁(중일전쟁·태평양전쟁·한국전쟁), 냉전과 분단, 독재와 민주화 등 파란만장했던 동아시아 근현대사에 대한 기억을 둘러싼 갈등은 교과서, 박물관, 기념행사, 문학·영화·드라마를 통한 재현 등을 통해 한국·일본·중국·대만 각국에서 여전히 집단 정체성의 핵심 전장으로서 상시적인 갈등 폭발의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이상에서 2026년에 전개될 동북아시아의 변화 전망을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네 가지 측면에서 간추려 보았다.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관리되는 고위험 상태의 지속, 경제 전반의 저성장 기조와 첨단기술산업의 발전, 초고령화·저출산·주거 불평등 문제 및 이주 확대·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을 둘러싼 사회적·정치적 갈등, 생성형 AI와 플랫폼 정치, 역사 갈등의 지속 등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변화무쌍한 시절, 오리무중(五里霧中)의 미래를 누가 쉽사리 전망할 수 있으랴. 2026년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신기원(新紀元)이 도래하길 고대한다.

저자 소개

김백영(kimby88@snu.ac.kr)

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장 겸 학술연구부장

전) 도시사학회장, 한국사회사학회장,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방문학자

<주요 저서와 논문>

“1945년 이후 동아시아 체제 전환과 한반도 도시·지역 질서 변동.” 『서강인문논총』 74, 2025.

“다핵 메가시티 서울의 형성과정에 대한 일고찰.” 『서울학연구』 97, 2024.

“1990년대 수도권 형성과 한국 도시성의 전환.” 『사회와역사』 127, 2020.

『서울사회학』 (공편저), (나남, 2017).

『지배와 공간』 (문학과지성사, 2009).

최신 관련 자료

김란·박지수·김가연 (2025). “2025년 아시아 회고: 동북아시아의 복합 도전 속 협력과 경쟁의 균형이라는 과제.” 『아시아브리프』 2025(20),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ttps://snuacwebzine.snu.ac.kr/?p=10467

Etel Solingen (ed.) (2021). Geopolitics, Supply Chains, and International Relations in East Asia. Cambridge University Press.

Jin, Dal Yong & Yoon, Kyong (eds.) (2025). East Asian Media Culture in the Age of Digital Platforms Routledge.

Wasi, Azmine Toushik et al. (2025). “Generative AI as a Geopolitical Factor in Industry 5.0. Sovereignty, Access, and Control.” arXiv.

https://doi.org/10.48550/arXiv.2508.00973

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2025). China 2026: What to Watch.

https://asiasociety.org/

Schortgen, Francis (2025). “Storm on the Horizon? Security Challenges and the Future of East Asia’s ‘Long Peace’.” Strategy International, December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