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온라인 매거진

동남아시아가 AI 허브로 급부상하는 이유와 한국과의 협력방안

전 세계 IT 및 AI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의 AI 분야 협력은, 중국·미국 중심 협력 구조에서 벗어난 신흥 디지털 파트너를 확보하는 등 외교 다변화를 기하고, 글로벌 AI 생태계를 연계하여 한국의 AI 기업과 동남아 시장 및 인재를 연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장 확대 및 공동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의 AI 기술력과 동남아의 잠재력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 각국의 국가별 AI 수준과 수요에 맞게 맞춤형 협력 설계와 차등형 접근이 필요하다.

한동만(연세대학교)
2024년 12월 3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아세안 국가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한-아세안 디지털 아카데미’ 사업 추진을 위해, 인도네시아 및 라오스 정부 기관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출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동남아시아는 최근 몇 년간 빠른 디지털 전환과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주요국들이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략과 민간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AI)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 중이다. 싱가포르는 ‘Smart Nation’, 인도네시아는 ‘Making Indonesia 4.0’, 베트남은 ‘AI National Strategy’ 등의 전략을 통해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유명 컨설팅업체 AT Kearney는 2030년 AI가 동남아에서 9,500억 달러(약 977조 5,215억 원) 이상의 경제 성장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동남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 정도 되는 수치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가 규모로는 가장 큰 3,660억 달러(GDP의 12%) 경제 성장 효과를 보고 비중으로는 싱가포르가 GDP의 18%를 차지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국가로 분석됐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등도 GDP의 10~13%를 AI 분야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낙점했다. 동남아시아가 전 세계 IT 기업들의 AI 허브로 급부상하는 이유는 약 6억 7천만 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한 방대한 데이터 생성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모바일·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청년층이 많아 디지털 혁신 수용성이 높은 데다가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가 데이터센터의 중심지가 된 것은 저렴한 물가 때문이다. 동남아는 토지와 물, 전기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IT 기업들에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AI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의 AI 산업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AI 분야의 고급 인재가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데이터 보호와 윤리 면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등 규제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둘째, 국가 간 디지털 인프라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는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있지만,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는 이러한 AI 생태계가 조성이 안 되어 외국 투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동남아시아는 AI 기술의 실험실이자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지속해서 확대하며, 글로벌 AI 혁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의 과감한 AI 정책은 한국이 아세안과의 기술 협력의 중심으로 나아갈 기회다. 스마트그리드와 고효율 전력 장비, 메모리 반도체,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에서 한국은 데이터센터 핵심 기술 공급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한국의 AI 기술력(반도체, 클라우드, 통신, AI 알고리즘 등 고도화된 기술 기반 보유)과 동남아의 잠재력(인구 구조, 빠른 디지털화, 풍부한 데이터, 높은 수요 등 AI 응용에 최적화된 환경)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 AI 분야 협력은 중국·미국 중심 협력 구조에서 벗어난 신흥 디지털 파트너를 확보하는 등 외교 다변화를 기하고, 글로벌 AI 생태계를 연계하여 한국의 AI 기업과 동남아 시장 및 인재를 연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장 확대 및 공동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앞으로 동남아 각국의 국가별 AI 수준과 수요에 맞게 맞춤형 협력 설계와 차등형 접근이 필요하다.

AI 분야에서 개발 협력 분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22년 베트남과는 디지털 행정·AI 헬스케어 협력을 추진하였고, 인도네시아와는 4차 산업혁명 협력 MOU를 체결하고 클라우드 및 스마트 시티 분야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싱가포르와는 AI 윤리 기준 논의 및 연구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공동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을 구축하였으며, 캄보디아·라오스와는 디지털 공공행정 구축을 위한 기초 인프라와 인재개발을 중점 지원했다.

앞으로 디지털 정부 구축 지원(예: 베트남 전자정부, 캄보디아 디지털 행정 협력), 기술 이전 및 공동연구 AI 기반 스마트 시티, 농업 자동화 등 분야의 산학연 협력(한국-싱가포르 AI 포럼, 한국-베트남 ICT 협정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도시문제 해결 및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고 AI 기반 헬스케어 협력을 위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과 의료데이터 기반 진단 AI 공동 개발 및 시범사업 추진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디지털 전문성을 기반으로 현지 디지털 교육기관과 협업하여, 디지털 역량 강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국가별 연 100명씩 2년간 총 200명을 교육하고, 지속 가능한 AI·디지털 분야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수료생이 현지 사회 AI·디지털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취업 연계를 비롯해 네트워킹 데이, 취업 훈련 교육 등도 지원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AI 기술·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KOICA와 NIPA가 실시하고 있는 AI 인력 육성사업에 더하여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 IT 특성화 대학 설립, 공동 AI 교육 프로그램 개설, 한국의 대학·연구기관과 동남아 현지 대학 간 AI 커리큘럼 공동 개발 온라인 강의, AI 인재 양성 장학 제도와 사이버대학 운영이 필요하다. 한국과 아세안의 ‘AI-데이터 공동체’ 구상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한 기술 수출이나 투자 유치를 넘어, 상호 보완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자는 접근이다. 한국의 반도체·전력 효율화 기술과 아세안의 데이터 수요·재생에너지 역량이 결합한다면, 미·중 양극 체제 바깥에서도 경쟁력 있는 AI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다.

셋째, 네이버·KT·LG AI 연구소 등의 현지 스타트업 투자, 기술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등 민간 투자를 연계함으로써 민관협력(PPP) 모델을 확대하여 기업과 정부, 학계의 유기적 협력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AI 스타트업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한-아세안 스타트업 파크와 연계한 기술 교류와 더불어 AI 및 디지털 기술에 특화된 한-아세안 공동펀드로 혁신기업을 지원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 윤리와 거버넌스 분야 협력을 강화하여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발전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가는 한편, AI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데이터 관련 개인정보보호 분야 협력방안 등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저자 소개

한동만(dmhan85@yonsei.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연세대학교(미래캠퍼스) 초빙교수, 가톨릭대 국제학부 초빙교수, 성신여대 법학부 초빙교수

전) 주 필리핀 대사, 외교부 재외동포영사 대사,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외교부 국제경제국장

<주요 저서>

『주요국의 재외국민보호제도와 영사조력』 (공저), (푸른길, 2025).

『국제질서의 변곡점에 선 한국외교의 고뇌』 (공저), (박영사, 2024).

『대한민국의 신 미래전략, 아세안이 답이다』 (글로벌콘텐츠, 2019).

<최신관련자료>

고영경 (2025). “아세안 데이터센터 붐…‘아시아 AI-데이터 공동체’ 구상 펼쳐야.” 『중앙일보』, 6월 25일.

김준석·구자윤 (2025). “AI 인프라 핵심지 된 동남아, 글로벌 빅테크들 몰려든다.” 『파이낸셜 뉴스』, 5월 27일.

송은정 (2024). “동남아, 전 세계 IT 기업들의 AI 허브로 떠오르는 이유는?” 『뉴스핌』, 9월 3일.

안정빈 (2024). “빅테크 기업, 동남아 인공지능 진출 본격화.” 『KIEP 동남아시아 세미나』,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