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해방의 가능성과 수행적 자기-구성: 영화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를 중심으로
『비교문화연구』 77권
저자: 윤준희(연세대학교), 구기연(아시아연구소)
영화는 가자 지구의 폭력을 어떻게 재현하고, 그 속에서 저항과 해방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가?
본 논문은 가자 지구 출신 스물두 명의 영화감독들이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그라운드 제로로부터>(2024)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이스라엘 식민주의 권력이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극심한 폭력의 구체적 작동 방식과 이에 맞서 영화가 수행하는 윤리적ㆍ정치적 실천을 고찰한다. 본고는 우선 영화 속에 재현된 폭력을 아쉴 음벰베의 ‘죽음정치’와 자스비르 푸아의 ‘불구화할 권리’ 개념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가자 지구의 일상에 구조적으로 배치된 죽음, 상처, 그리고 생존의 위태로움을 소명한다. 이러한 폭력은 주류 미디어에서 흔히 소비되는 스펙터클화된 비극 서사를 넘어, 다양한 젠더ㆍ연령ㆍ직업을 지닌 ‘평범한’ 개인들의 삶에 침투한 상시적 조건으로 제시된다. 나아가 이 논문은 ‘서사 정체성’과 관련한 주디스 버틀러의 논의를 매개로, 영화 속 팔레스타인 감독과 등장인물들이 상처를 주는 권력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윤리적 ‘자기-구성’의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자기 자신의 불투명성과 취약성이 처벌과 복수의 논리에서 빠져나오는 윤리적 계기로 전환되는 방식 역시 조명한다. 이러한 윤리적 자기-서사는 권력이 강요한 명령을 재의미화하고 ‘부당 전유’함으로써 정치적 수행으로 확장된다. 본 연구는 <그라운드 제로로부터>가 폭력의 재현을 넘어, 예속의 조건 내부에서 저항과 해방의 가능성을 실천적으로 제시하는 영화로서의 수행임을 밝히며, 동시대 식민주의 폭력과 이미지 정치의 관계를 재사유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