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 “Innovating at Scale”의 경제학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하계 다보스포럼은 ‘Innovating at Scale’을 주제로, 혁신 자체보다 혁신을 산업과 시장 전반으로 확산시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생성형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세계경제가 저성장과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혁신의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려면 기업의 투자와 금융, 제도, 국제협력이 유기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 네트워크가 긴밀히 연결된 아시아, 그 중에서도 ASEAN+3는 혁신을 성장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핵심 지역으로 평가된다. 또한 AMRO와 CMIM을 중심으로 한 역내 금융협력은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유지함으로써 혁신과 장기 투자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으로 기능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은 기술 혁신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금융환경과 지역 협력, 개방적 경제 생태계가 함께 구축될 때 가능할 것이다.

이재영(AMRO)
2026년 6월 23일, 중국 다롄에서 세계 경제 포럼이 개최되었다. 출처: 세계 경제 포럼(WEF) 웹사이트 ©2026 World Economic Forum

 

올해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다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하계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Innovating at Scale’이었다. 직역하면 ‘대규모 혁신’ 정도가 되겠지만, 올해 포럼이 전달하고자 한 의미는 그보다 훨씬 깊다. 하계 다보스포럼이 던진 질문은 ‘더 많은 혁신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등장하고 있는 혁신을 어떻게 경제 전반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갈 것인가’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늘날 세계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저성장과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투자와 고용,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과제는 혁신을 새롭게 창출하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혁신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diffusion)시키는 데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Innovation’이 아니라 ‘Innovating at Scale’을 포럼의 핵심 주제로 선택했을 것이다. 여기서 ‘Scale’은 단순히 규모를 키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혁신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새로운 기업과 시장을 만들며,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으로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올해 포럼에서 기업가정신, 혁신, 그리고 민관협력이 함께 강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은 민간이 만들지만, 혁신이 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융과 제도, 시장, 국제협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혁신은 발명되는 순간 바로 경제를 바꾸지는 않는다. 기업이 이를 활용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증기기관의 발명보다 철도망의 확산이 산업혁명을 완성했고, 인터넷의 개발보다 기업과 개인이 이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 디지털 경제를 만들었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뛰어난 AI 모델 자체보다 그 기술이 제조업과 금융, 의료, 교육,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때, 비로소 혁신의 경제적 가치가 실현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올해 하계 다보스포럼은 AI나 혁신 자체가 아니라 혁신을 성장으로 연결하는 경제적 메커니즘, 즉 ‘혁신의 경제학’을 논의한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많이 개발하느냐보다,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하여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핵심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이러한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으로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 간 경제협력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도 기업들의 투자 전략과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혁신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혁신이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기반 역시 함께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아시아는 세계경제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제조업 기반과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첨단 제조업과 핵심 부품·소재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ASEAN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고, 인도 역시 디지털 경제를 중심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도 특히 서로 다른 비교우위를 가진 아세안+3 경제들—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이 지역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최근 AI 인프라 구축과 반도체 투자, 전기차(EV)와 배터리 산업, 첨단 제조업의 공급망을 살펴보면 이러한 특징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연구개발은 한 나라에서, 핵심 부품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은 또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여기에 금융과 물류가 더해져 글로벌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한다. 혁신은 이제 개별 국가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과정이 되고 있다.

오늘날 혁신은 더 이상 한 국가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연구개발, 생산, 물류, 금융이 여러 국가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혁신의 성공 여부는 개별 국가의 기술력뿐 아니라 이러한 연결망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가에 달려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말한 ‘Scale’은 결국 이러한 연결성을 바탕으로 혁신이 산업과 시장, 나아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긴밀한 역내 경제통합을 바탕으로 아시아는 혁신을 실질적인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은 안정적인 거시경제와 금융 환경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투자와 위험의 감수를 필요로 한다. 기업은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고, 금융은 그러한 투자를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투자 심리는 위축되고, 혁신의 확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과 금융안정은 서로 다른 정책 영역처럼 보이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관점에서는 서로를 떠받치는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는 이러한 교훈을 이미 경험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금융 불안이 얼마나 빠르게 지역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후 아세안+3 국가들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를 구축하고, 이를 지원하는 거시경제 감시기구인 AMRO(ASEAN+3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를 설립하는 등 역내 금융협력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제도들은 위기 발생 시 외화 유동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회원국에 대한 정기적인 거시경제 감시와 정책 대화를 통해 역내 금융안정과 정책 신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험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재편, 기술 경쟁, 기후변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제적 충격은 국경을 넘어 더욱 빠르게 전파되고 있으며, 개별 국가의 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과 거시경제의 안정, 금융의 건전성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이루어야 한다. 생산과 금융,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된 아세안+3 지역에서는 정책 공조와 지식 공유, 지속적인 거시경제 감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역내 금융안전망 역시 단순한 위기 대응을 위한 장치를 넘어, 평상시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지역경제의 회복력(resilience)을 강화하는 다자 협력의 핵심적인 제도적 기반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ASEAN+3 금융협력은 단순한 위기 대응 체계를 넘어, 역내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금융협력 자체가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기업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거시경제와 금융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역내 금융협력은 바로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올해 하계 다보스포럼이 던진 ‘Innovating at Scale’이라는 화두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혁신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할 것인가? 그 답은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혁신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도전과 투자,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 그리고 개방된 시장과 국가 간 협력이 함께 필요하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지고, 산업의 혁신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시아는 이미 세계경제의 중요한 성장축이자 혁신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역할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과 함께 금융안정과 지역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AMRO와 역내 금융안전망을 축으로 한 ASEAN+3 금융협력은 혁신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정적인 거시경제와 금융 환경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지역 공공재(regional public good)이다.

혁신은 연구실에서 시작되지만, 시장과 금융, 그리고 국가 간 협력을 통해 비로소 경제성장으로 완성된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세계경제 속에서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혁신이 산업과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는 협력의 기반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올해 하계 다보스포럼이 아시아에 던진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Innovating at Scale’이 아시아에 던지는 진정한 메시지는 더 많은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있다. 앞으로 혁신의 확산이 역내의 생산과 금융 네트워크에 더욱 크게 의존하게 될수록, ASEAN+3 금융협력은 혁신이 꽃피울 수 있는 안정적인 거시경제와 금융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혁신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지만, 성장은 연결 속에서 완성된다.


Disclaimer: 이 글에 제시된 견해는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ASEAN+3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AMRO) 또는 AMRO 회원국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 소개

이재영(lee.jaeyoung@amro-asia.org)

현) AMRO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그룹헤드

전) 기획재정부 국장 · 외화자금과장 · 금융협력과장,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

<주요 저술>

“Estimating Threshold in China’s Real Estate Market: Lessons from Big Data.” (Lee et al.), AMRO Analytical Note, 2024.

“Prospects for China’s Long-Term Growth amidst Population Aging.” (Zhai et al.), AMRO Analytical Note, 2023.

“Macroeconomic Surveillance Frameworks and Practices in Non-Crisis Time.” (Choi et al.), AMRO Policy Perspective, 2020.

AMRO Annual Consultation Reports on Hong Kong, China (co-authors), (AMRO, 2022, 2023, and 2025).

AMRO Annual Consultation Reports on China, Japan, Thailand, and Myanmar (co-authors), (AMRO, 2017–2026)

관련 자료

ASEAN+3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 (AMRO) (2026). ASEAN+3 Regional Economic Outlook 2026. AMRO.

Khor, Hoe Ee and Jae Young Lee (2025). “ASEAN+3 in a Fragmenting World.” Project Syndicate, June 12.

World Bank (2024). World Development Report 2024: The Middle-Income Trap. World Bank.

World Economic Forum (2026). “Annual Meeting of the New Champions 2026: Innovating at Scale.” (accessed July 22, 2026)

https://www.weforum.orgx

https://www.asahi.com

NHK (2025). “憲法「改正が必要」39% 「必要ない」17% NHK世論調査.”

https://news.web.n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