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미-이란 전쟁은 당사국 간의 군사적 충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란이 비대칭전략의 일환으로 주변 아랍 국가들을 공습하면서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전면 봉쇄하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 유례없는 거시경제적 충격과 공급망 교란이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5%와 천연가스 교역량의 약 20%, 비료 교역량의 약 30%가 지나는 핵심적인 해상 운송로이다. 걸프 국가들이 생산한 원유와 천연가스, 나프타, 비료 등의 수출이 막히면서 걸프 국가들의 경제 악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및 원자재·비료 가격이 급등하였고, 이는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전쟁 이전 전망보다 0.1~0.2% 포인트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아시아 경제 역시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과 공급망 충격의 직격탄을 맞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원유와 천연가스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하는 만큼,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이는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석유 금수 조치 이후 가장 심각한 에너지 공급 위기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각국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비상조치를 시행했다. 필리핀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너지 관련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하는 한편,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학교의 원격 수업을 허용했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재택근무를 장려했다. 한국을 비롯한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 중동 이외의 산유국으로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전쟁은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에 따른 아시아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정유, 석유화학, 전력 업종뿐만 아니라, 그 연관 산업인 제조업과 운송업의 비용 상승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정학적 위험의 확대는 해상보험료, 전쟁위험 할증료, 해상운임 및 연료비 등을 동시에 끌어올렸고, 이는 아시아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다. 나프타 공급 차질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는 의료용 주사기, 산업용 포장재, 비닐봉지 등 다양한 생활·산업용 제품의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을 초래하였다. 또한 항공유 가격 상승은 항공운임 인상으로 이어져 관광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도의 경우에는 가정에서 취사용 연료로 사용하는 LPG의 수입 물량 가운데 약 9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았다.
농업 부문 역시 식량 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질소비료(요소, 황산암모늄)와 인산 비료(DAP, MAP)는 모두 천연가스를 활용한 암모니아가 주요 원료이며, 인산비료 제조에 필요한 황산의 원료인 황 역시 천연가스 정제 과정에서 생산된다. 따라서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비료 원료의 공급 차질은 비료 생산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비료 및 비료 원료 교역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해상 운송로이기 때문에 중동산 비료 및 비료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큰 인도, 태국, 파키스탄,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비료 가격 인상으로 농가 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가계 식비 부담은 커지게 된다. 또한 옥수수, 밀, 쌀 등 주요 곡물의 파종 및 생육 시기에 적정량의 비료 투입이 어려워지면 향후 수확량 감소 및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식량 안보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료용 옥수수 가격 상승은 곡물 사료 비중이 높은 축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 및 비료 수출 제한 조치가 이루어졌으며, 2007~2008년 세계 식량위기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식량위기에 이어, 또 다른 세계 식량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실물경제의 충격은 아시아 금융시장에도 변동성을 확대시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원유가 미 달러화로 거래되는 특성상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 환율 상승을 초래하였다. 또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졌고, 이것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면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인도 루피화, 필리핀 페소화, 태국 바트화뿐만 아니라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도 약세를 나타냈다. 현지 통화가치 하락은 다시 에너지 수입 비용 및 여타 상품의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확대하는 악순환을 야기하였다.
종전을 위한 MOU 서명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군사적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으며, 향후 어떠한 국면이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란 등 주요 산유국 간 경쟁과 협력이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지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어떻게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에너지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전략 비축유를 확충하는 등 에너지 공급망을 정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전환 전략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저장시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저자 소개
이권형(khlee@kiep.go.kr)
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2센터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 선임연구위원, 한국·아랍 소사이어티 자문위원
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주요 저술>
“Prospects for Trilateral Tech Cooperation Among South Korea, the UAE and Israel.” Workarounding: Tech Middle Power Cooperation in a Turbulent World (Mayer, M., et al.(eds)), (Palgrave Macmillan, 2026) (with co-authors).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AI 산업전략과 정책 시사점』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6).
『에너지전환시대 중동 산유국의 석유산업 다각화 전략과 한국의 협력방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2).
관련 자료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26). World Economic Outlook, Global Economy in the Shadow of War.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orld Bank (2026). Global Economic Prospects. World Bank Group.
박미숙·신민금·김도연·유광호 (2026).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비료 가격 상승이 주요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 『세계경제포커스』 9(25),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광호·김도연·김영선·김승현 (2026). “중동산 원유 의존국의 위기 대응 전략 비교 및 시사점.” 『세계경제포커스』 9(35),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강문수·백하은 (2026). “중동 전쟁에 따른 비료 공급망 위기와 글로벌 사우스 식량안보.” 『오늘의 세계경제』 26(14), 대외경제정책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