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분석: 미·중 콘도미니엄의 시작?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이란전 승리와 에너지 압박, 첨단 기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제안하고 미국이 호응한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국제질서에 대한 공동 관리, 미·중 콘도미니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내용 미디어 행사로 기획된 듯한 트럼프의 방중 일정을 고려하면, 중국의 대등한 지위 요구와 대만에 대한 권리 주장을 미국이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조형진(인천대학교)
2026년 5월 1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실패한 미국의 카드: 전쟁 승리와 에너지

지난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당초 미·중 양국은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로 일정을 합의했었으나, 트럼프가 미국-이란 전쟁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하면서 늦춰진 방문이었다. 이 기간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이란과의 전쟁을 빨리 승리로 마무리하고, 여세를 몰아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였던 듯하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이 중국을 옥죌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은 원유 수입을 줄이고 12억 배럴에 달하는 비축유를 활용하면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The Economist 2026/05/12). 오히려 이란이 걸프 지역 전체로 전장을 확대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황이 꼬였고, 트럼프의 방중은 의도와 정반대로 이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점은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동행한 것이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 방중 이래 처음이라는 보도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SCMP 2026/05/13). 미·중 국방부장관이 별도의 장관급 회담을 진행하곤 하지만, 국방부장관의 정상회담 동행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보도는 자그마한 오보로 보인다. 자료를 뒤져보면, 1972년에 멜빈 레어드(Melvin Laird) 국방부 장관은 동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의 방중 동행은 첫 사례로서 더욱 이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작게는 미국-이란 전쟁의 해결이 그만큼 급했거나, 크게는 미국이 이제는 중국을 전 지구적 차원의 안보 문제를 논의할 파트너로 공인한 셈이니 어느 쪽도 미국에 유리하게 해석하기는 힘들다.

 

미·중의 첨단 기술 경쟁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본래 방중 기업인 명단에 없었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트럼프의 전화를 받고 알래스카에서 뒤늦게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느껴 부랴부랴 젠슨 황을 추가했었던 듯하다. 젠슨 황이 포함된 줄 알았었다는 트럼프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백악관과 국무부의 업무 체계가 망가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방중 일정과 달리, 양국 기업인이 참여하는 오찬이나 서명식은 없었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엔비디아의 칩 구매를 거부하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열흘 뒤, 중국의 반도체 기업 화웨이는 ‘타우의 법칙(Tau Scaling Law)’을 발표했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칩의 구조와 패키징, 데이터 전송 효율의 증가 등 첨단 장비 없이도 진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최대한 발전시켜 자신들의 방식으로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며칠 앞서 미국은 IBM 등 양자 컴퓨팅 기업 9곳에 20억 달러가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 세대 앞서서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이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즉흥적이고 예외적인 트럼프의 행보와 달리 중국은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中美建设性战略稳定关系)’라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진핑이 정상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발언한 “중·미 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안을 내놓은 셈이다. 인류운명공동체, 글로벌 발전·안보·문명·거버넌스 이니셔티브 등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세계에 제시했던 개념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 그랬듯이 미사여구로 가득한 이 단어의 구체적 내용과 실천을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공식 입장과 언론 보도를 통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립을 통해 양국이 협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의도는 명료하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비유에서 보듯이 오늘날의 혼란을 극복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세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언적 합의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지켜봐야겠지만, 중국이 미국과 세계를 공동 관리(condominium)하겠다는 선언이다. 최소한 각자의 통치 영역을 존중해야만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안 관계의 위험성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대만 문제가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며, “잘못 처리되면 양국 관계에 충격이 오거나 심지어 충돌이 일어나 전체 중·미 관계가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안정적 관계를 위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통치 영역으로서 대만에 대한 권리를 완고하게 재천명했다. 중국의 입장은 새롭지 않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은 귀국 이후, 언론과의 각종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정책은 불변일지 모르지만, 태도는 달랐다. 트럼프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시진핑이 대만이 공격을 받으면 방어할 것인지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고,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도 상세하게 논의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대만에 무기를 팔 수도, 안 팔 수도 있다며, 심지어 대만 반도체 기업이 미국으로 오면 좋고 긴박한 상황이니 그렇게 하는 게 훌륭하다는 말까지 했다. 이번 정상회담 관련 인터뷰를 비롯해 최근 트럼프는 대만 문제를 거론할 때, 대만이 ‘9,500마일’ 떨어져 있다는 점을 언급하곤 한다. 매번 숫자를 제멋대로 말하는 트럼프가 ‘9,500마일’만은 정확하다. 사실 워싱턴 D.C.와 타이베이의 실제 거리가 이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거리 자체가 과장되었지만, 그렇다. 이처럼 트럼프는 대만 문제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만이 중국과 거래 가능한 대상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발언들은 당연하게도 대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우려스러운 점은 대만 정치의 극단적 분열 상황이다. 5월 19일 대만 입법원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총통 탄핵안 표결이 있었다.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탄핵안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은 탄핵을 시도했다. 작년에는 라이칭더 총통과 여당인 민주진보당이 여소야대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야당 입법위원들에 대한 국민소환, 이른바 ‘대파면(大罷免)’을 시도했다가 전부 실패했다. 극단적 여야 대립의 핵심 문제는 중국이다. 반중과 친중이 극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책임하고 변덕스러운 태도는 라이칭더 정부를 궁지로 몰아 대만으로부터 양안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 너무 이르지만 더 극단적으로는 전쟁 승리, 기술, 에너지 등 모든 카드가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은 논리적이고 전략적으로 대만 위기를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고 중국의 힘을 빼려고 할지 모른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안의 위기 가능성을 중국의 공세성만으로 분석해서는 안 되며, 대만 내부와 미국의 전략적 사고까지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중 콘도미니엄이 시작되는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과거와 달랐다. 9년 전 트럼프의 방중과 비교하면,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대만에 대한 권리를 강변하고 세계에 대한 공동 관리를 제안했다. 미국은 중국의 제안에 화답하면서 대만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전면적 전환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트럼프의 방중 일정을 보면, 특히 그렇다. 이번 정상회담은 폭스뉴스가 백악관과 협력하여 국내용 미디어 행사처럼 꾸며졌다(Fox News 2026/05/12). 트럼프는 사실상 하루 반나절에 불과한 일정 동안 폭스뉴스 앵커들과 두 번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방문국 주요 언론도 아니고 자국의 특정 언론과 현지에서 두 차례 인터뷰를 진행한 정상외교의 사례는 주요국 외교사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한 앵커는 대통령 전용기가 베이징으로 가는 와중에 공식 직책도 없이 동행한 트럼프의 아들, 에릭 트럼프 부부와 신변잡기 위주로 한 시간 동안 잡담을 나눴다.

트럼프이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던 이 괴상한 정상회담 일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프로토콜 붕괴 때문일 수도 있지만(Reuters 2026/05/21), 트럼프의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적절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를 통해 외관만 요란하게 꾸미고 실질적인 목표 자체를 희석하려고 했을 수 있다. 트럼프는 시진핑의 답방을 요청했다면서 정상회담의 일반적 발언 방식에서 벗어나 ‘9월 24일’이라는 정확한 날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란과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추가적인 카드를 마련한 이후, 중간선거를 앞둔 다음번에 진짜 정상회담을 준비하려는 요량일 수도 있다. 요컨대 중국의 동등한 지위 요구를 미국이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는 다음 정상회담까지 봐야 할 듯하다.

저자 소개

조형진(hjcho@inu.ac.kr)

현) 인천대 중국학술원 부교수, 인천대 중국연구소 소장, 현대중국학회 총무위원장

전) 인천대 중국학술원 부원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주요 저술>

“12⋅3 계엄 이후, 반중 내러티브의 형성과 확산.” 『현대중국연구』 27(4), 2026.

『‘큰 외교’로 여는 ‘더 큰 대한민국’』 (공저), (다해, 2025).

“위안화 국제화와 일대일로: 위안화의 유입-유출 불균형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중심으로.” 『평화연구』 31(1), 2023.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와 시진핑의 통치 방식: 개인 권위의 강화와 제도 건설의 지속.” 『의정연구』 29(1), 2023.

『삼농과 삼치: 중국 농촌의 토대와 상부구조』 (역서), (진인진, 2020).

관련 자료

최신관련자료

조영남 (2026), “변화된 미·중 관계를 보여준 역사의 한 장면: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분석.” 『Pacific Report』 35호, 5월호.

Dang, Yuanyue (2026). “US defence secretary joins Trump on China trip in rare diplomatic move.” South China Morning Post, May 13.

Economist (2026). “How the world has avoided an oil catastrophe so far.” The Economist, May 12.

Fox News (2026). “FOX NEWS CHANNEL TO CONDUCT FIRST INTERVIEW WITH PRESIDENT DONALD TRUMP FROM BEIJING FOLLOWING MEETING WITH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May 12.

Marshall, Andrew R.C. et al. (2026). “(A REUTERS SPECIAL REPORT) Inside the unraveling U.S. diplomacy under Trump.” Reuters, May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