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공산당 제14차 당대회의 의미

베트남공산당 제14차 당대회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최고지도자 중심의 집중형 체제로의 이행, 체제 정당성의 재구성, 그리고 국가 시스템의 전면적 재편을 동반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또럼 총비서를 중심으로 총비서와 국가주석의 겸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의 권력 균형 구조가 약화되고, 인사 구성과 대표자 선출 방식에서도 권력 집중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동시에 “민족 부흥의 새 시대”라는 담론이 제시되며, 체제 정당성은 안정과 성장의 균형에서 벗어나 고도성장과 국가적 도약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외교 역시 핵심 전략 영역으로 격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행정개혁, 반부패, 산업전환을 결합한 국가 시스템의 전면적 업그레이드와 맞물려 진행되며, 특히 지방 인사 통제 강화와 중앙집권화는 최고지도자의 정책 집행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제14차 당대회는 베트남이 점진적 성장 모델을 넘어, 집중된 리더십하에서 고속 성장과 국가 역량의 집중을 지향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로 이해할 수 있다.

김용균(서울대학교)
2026년 1월 22일, 또럼 베트남공산당 중앙위원회 총비서가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공산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하였다. 출처: Vietnam News Agency

 

서론

베트남공산당 당대회는 베트남 체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이다. 특히 제14차 당대회는 단순한 임기 교체를 넘어 권력 구조, 국가 운영 방식, 발전 전략, 외교 위상, 지방 통치 메커니즘이 함께 재편되는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1986년 제6차 당대회 이후 가장 역사적인 당대회로 평가된다. 제14차 당대회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또럼 총비서를 중심으로 한 1인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둘째, 베트남은 “민족 부흥의 새 시대”를 공식화했다. 셋째,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행정·경제 전반에서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추진되고 있다. 이 세 흐름은 서로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 프로젝트를 이룬다. 민족 부흥이라는 국가 전략을 실현하려면 기존의 분산된 시스템을 재편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14차 당대회의 정치적 성격을 분석한다.

집단지도체제의 약화와 또럼 1인체제의 부상

베트남공산당의 전통적인 통치 원리는 집단지도체제였다. 그동안 베트남은 총비서와 국가주석의 분리 원칙을 유지해왔고, 총비서·국가주석·수상·국회주석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네 개의 기둥” 체제가 권력 균형의 핵심 장치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제14차 당대회를 전후한 변화는 이러한 구조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2025년 9월 중앙위원회 규정 368호는 핵심 지도체제를 기존 4주체제에서 5주체제로 조정해 비서국 상임비서를 추가했다. 그러나 실제 당대회에서는 여전히 4명만이 전면에 등장했다. 이는 총비서와 국가주석의 겸직을 위한 사전 정비로 해석된다. 즉 형식상 조정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또럼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방향으로 재구조화가 진행된 것이다. 향후 체제는 “또럼 국가주석-레민흥 수상 체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중국식 최고지도자 중심체제와 유사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직위 겸직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번 당대회 대표자 구성 역시 또럼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총 1,586명 가운데 1,070명이 합병된 성 당위, 중앙부처 당위 소속 정치국 지명 대표였다는 점은 과거와 비교해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당대회가 상당 부분 사전 조율된 정치 과정이었음을 시사하며, 폐막이 이틀 앞당겨진 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권력 집중은 인적 기반의 재편과도 맞물린다. 흥옌성 출신 중앙위원 수가 크게 늘었고, 흥옌과 공안 계통이 교차하는 인맥이 정권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는 또럼 체제가 단순한 개인적 카리스마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지역·인맥·공안 관료집단을 축으로 한 권력 연합 위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제14차 당대회는 베트남식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 최고지도자 중심의 집중형 체제로 옮겨가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민족 부흥의 새 시대”와 체제 정당성의 재구성

제14차 당대회의 두 번째 핵심은 “민족 부흥의 새 시대”의 선포이다. 또럼이 2024년 9월 선언한 이 표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앞으로의 국가 프로젝트를 압축하는 핵심 정치언어이자 체제 정당성을 재구성하는 상징 자원이다.

도이머이 이후 베트남공산당의 정당성은 경제성장과 안정의 결합에 기반해왔다. 그러나 제14차 당대회는 이러한 균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 정부는 2026~2030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하며, 평균적인 성장만으로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2030년 1인당 GDP 8,500달러라는 목표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이는 과거의 “안정 속 성장”에서 “성장 우선”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민족부흥 담론은 이러한 고도성장 전략을 정치적으로 정당화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성장 목표는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베트남이 역사적 도약 국면에 진입했다는 선언과 결합하면서 강한 동원력을 획득한다. 이 담론은 국가적 자부심, 체제의 역사적 사명, 지도자의 결단을 하나의 서사로 묶고, 경제성장 목표를 국가적 의지의 문제로 전환시킨다.

또한 민족부흥 담론은 외교 위상 강화와도 결합한다. 또럼은 외교를 경제발전과 안보에 유리한 대외환경을 조성하는 핵심 영역으로 규정했고, 2024년 9월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외교에 국방·안보와 동격의 중요성이 부여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제14차 당대회 정치보고에도 반영되었다. 이제 외교는 경제성장을 보조하는 주변 영역이 아니라, 민족부흥 시대를 국제적으로 연출하고 뒷받침하는 핵심 장치가 되었다.

결국 민족부흥 담론은 내부적으로는 성장국가적 동원, 외부적으로는 외교적 위상 강화, 상징적으로는 최고지도자의 역사적 사명론을 결합한다. 제14차 당대회는 새로운 슬로건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제의 정당성 기반을 “집단지도 아래의 점진적 성장”에서 “강한 지도자 아래의 국가적 도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전면적 시스템 업그레이드

세 번째 축은 전면적 시스템 업그레이드이다. 최근 베트남은 고도성장을 강조하고 민족부흥 시대를 선언하는 한편, 행정개혁과 제도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개혁의 심화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를 발전 지향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하며, “제2의 도이머이”로 이해할 수 있다.

2013년 이후의 흐름을 보면, 11기에는 “당건설, 정돈” 사업이 시작되며 개혁의 기반이 마련되었고, 12기에는 반부패 투쟁과 정책노선 변화가 본격화되었다. 13기에는 제도 건설이 중점 과제가 되었고, 2024년 8월 또럼이 총비서로 선출된 뒤에는 행정개혁이 더욱 속도를 냈다. 14기에는 전면적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민간 주도 첨단산업 발전 노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핵심은 반부패, 제도개혁, 산업전환이 서로 분리된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발전전략으로 통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시스템 혁신의 차원에서 2017년 국가조직 개혁은 중요한 선행 단계였다. 이 개혁은 국가조직을 “작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관료체계 축소, 국가역량 누수 방지, 권한 남용 억제, 공개성과 책임성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제14차 당대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더욱 급진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 통치 구조의 변화는 시스템 업그레이드의 정치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2025년 4월 중앙위 지시 45호는 모든 성의 당비서와 인민위원장을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닌 간부 가운데서 선출하도록 했다. 이는 지방 유착과 부패를 줄이고 능력주의 인사체계를 강화하며, 당중앙, 특히 총비서의 지방 통제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이해된다. 그 결과 지방의 핵심 직위에는 중앙이 지명한 외부 인사들이 배치되었고, 이는 지방 분권의 약화와 중앙집권의 강화를 의미한다.

결국 시스템 업그레이드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수행한다. 경제적으로는 첨단산업 발전과 고도성장을 위한 국가 역량 집중을 가능하게 하고, 행정적으로는 국가조직을 정비해 정책 집행의 속도와 일관성을 높이며, 정치적으로는 중앙권력을 강화해 최고지도자의 정책 의지를 전국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통치 메커니즘을 확립한다.

결론

베트남공산당 제14차 당대회는 단순한 정례적 당대회가 아니다. 그것은 베트남 정치의 권력 구조, 정당성 담론, 국가 시스템을 동시에 재편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다. 핵심은 또럼 총비서를 중심으로 한 1인체제의 강화, 민족부흥의 새 시대라는 국가 비전의 제시,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면적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있다. 집단지도체제의 약화와 총비서-국가주석 겸직은 베트남 정치가 더욱 집중적이고 위계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민족부흥 담론은 고도성장, 외교의 전략화, 국가주의적 동원을 결합해 새로운 체제 정당성의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행정개혁과 지방 인사 통제, 성 통폐합, 국가조직 재설계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시대를 떠받치는 제도적 기반도 형성되고 있다. 결국 제14차 당대회는 도이머이 이후의 “안정 속 점진적 성장”을 넘어 “집중된 리더십 아래 고속 성장과 국가 업그레이드”를 추구하는 새로운 베트남의 출발을 알리는 사건이다. 따라서 제14차 당대회는 하나의 정치 일정이 아니라 하나의 체제 전환으로 읽혀야 한다.

저자 소개

김용균(yongkyunkim@snu.ac.kr)

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부교수, 아시아연구소 베트남센터장, 학부대학 광역주임

전) 서울대학교 사회대 부학장, 베트남국립대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방문교수

<주요 저술>

“베트남 2024: 정치 격랑 속 순항한 경제.” 『동남아시아연구』 35(1), 2025.

“2008년 이후 베트남 발전모델의 변화: 혼종성의 내향적 정교화.” 『아시아리뷰』 12(2), 2022.

“외국기업의 정치적 위험관리 전략으로서 현지 CSR의 효과 분석: 베트남 도시개발 진출 한국기업의 비시장 전략 비교.” 『동남아시아연구』 31(4), 2021.

“Subnational Investment Promotion Agencies and Foreign Direct Investment in South Korea: A District-Level Analysis.” Korea Observer 52(1), 2021.

“When It Rains, It Pours: Foreign Direct Investment and Provincial Corruption in Vietnam.” Journal of East Asian Studies 19(2), 2019.

관련 자료

김용균 (2019). “당의 귀환: 갈림길에 선 베트남.” 『다양성+Asia』 4,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김용균 (2024). “베트남 이슈의 2023년 회고와 2024년 전망.” 『아시아브리프』 4(2),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이한우 (2026). “베트남 제14차 공산당대회 결산: ‘민족 부흥의 신기원’을 선언하다.” 『전동연 이슈페이퍼』 46, 전북대학교 동남아연구소.

Nguyen Khac Giang (2026). “Power, Reform, and the Next Political Generation.” The Diplomat, Janua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