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시아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부상하여 한때 세계 경제 2위의 지위를 확보하였고,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쟁 이후 극빈국에서 산업화에 성공하여 경제 발전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기며 세계 13위권 내외 수준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19세기 중반 아편전쟁 이후 1세기 이상 국가의 잠재력에 비해 극히 낮은 경제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9% 내외의 기록적인 고속 성장을 달성하였다. 이처럼 거대한 인구 규모를 가진 거대 경제가 이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수십 년간 지속했다는 사실은 인류 역사에서 독보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성장론에 대한 담론에 비하여 동아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종합적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본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동아시아 주식시장의 구조와 특징을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지면의 한계로 심층적 분석을 다루지 못하지만, 향후 논의를 위한 기초적 틀을 제공하는 데 의의를 둔다. 한편, 중국은 대륙의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동아시아 경제는 대체로 국가 주도 산업화를 추진해 왔으며, 기업집단 중심의 산업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전통적으로 은행 중심의 금융 구조에 의존해 왔다는 점도 중요 공통점이며 이는 자본시장 중심 구조를 발전시켜 온 미국과 대비된다. 물론 유럽 대륙 역시 대체로 은행 중심 구조를 가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특성이 동아시아의 고유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주식시장은 1990년 상하이와 1991년 선전 거래소가 운영되면서 시작되었으며 2021년에는 베이징 거래소가 추가로 설립되었으나 그 규모는 다른 두 거래소에 비해 상당히 작다. 상장사 수는 약 5,400개이며 CEIC에 의하면 2026년 2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약 16.9조 달러 수준인데, 대륙의 거래소만으로도 미국에 이어—물론 그 격차가 상당하지만—세계 2위 규모이다. 이에 비해 일본과 우리나라의 시가총액은 약 8.8조 달러와 4조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수치는 시장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환율과 시장 상황, 통계가 말일 기준인지 기간 평균인지, 그리고 대상 국가 모두에서 비교 가능한 동일 기준일의 공식 데이터가 확보되는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대적 규모를 파악하는 참고 지표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자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하였고, 2012년 말 출범한 제2차 아베 정부의 ‘세 개의 화살’ 정책을 계기로 주식시장은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다만 닛케이 225 지수는 2024년에 이르러서야 1989년에 기록한 고점을 회복하였다.
동아시아 삼국 중, 우리나라와 중국은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는 주식시장이 노이즈 트레이딩이나 군집현상(herding) 등 행동경제학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시장의 효율성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나라와 중국은 투자자 보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물론 일본에서도 올림푸스 사건과 같은 스캔들이 발생한 바 있으며, 중국은 캉메이 제약 사건을 계기로 감독 및 사법 당국이 자본시장 내 회계 부정과 증권사기에 대하여 강경한 대응을 보였다. 이를 통하여 투자자 보호와 공시의 중요성이 재확인되었고 독립이사제에 대한 개편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총수(공정거래법상 자연인인 ‘동일인’)가 지배하는 기업집단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배주주의 전횡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최근에는 물적분할 등 소수 주주 보호 문제가 불거졌으며, 이는 상법 개정 논의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국유기업이 주식시장의 중심이었으나 민영기업의 비중도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동아시아 전반에서 서구보다 대체로 강하게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정부의 정책 개입 이외에도 국민연금과 공적연금기금(GPIF)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중국에서 정부의 영향력은 보다 전방위적이어서 거시경제, 금융 및 산업정책 기조에 따라 주식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데, 이는 플랫폼 및 사교육(에듀테크) 규제 정책이 시장에 미친 지대한 영향에서도 볼 수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정하에서 지배주주 가문 중심의 자이바츠 체제가 해체되었다고 평가되며, 이는 대체로 지배주주 없이 느슨하게 연계된 게이레츠 체제로 재편되었다. 이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약화되었으나, 여전히 우호적인 회사들끼리 상호 주식 보유를 통해 ‘안정주주’ 집단을 형성하여 적대적 기업인수 등 외부 위협을 방어하기도 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 역시 중요 변수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 매우 높은 반면 중국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영향력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크다고 보인다. 또한 일본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영권 분쟁 및 주주 행동주의 사례에도 외국자본이 깊이 연루되곤 하였다. 일본의 불독소스 사건(스틸 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시도)과 우리나라의 소버린-SK 그룹 사건과 엘리엇-삼성 그룹 사건이 그 예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와 은행주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높으며 특히 대형주 보유 외국인의 거래 동향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는 구조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자본 유출입 제약이 적고 수출 중심의 고도화된 경제 구조로 인해 글로벌 환경에 민감하며,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자본 유출입이 환율 동향과 결합되어 변동성을 키운다. 반면 내수 비중이 큰 일본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대외 변수에 덜 민감하며, 특히 중국은 규제로 인해 외국인의 주식시장 비중이 상당히 낮다. 물론 중국은 A주와 B주,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 제도, 그리고 후강통 및 선강통 등 대륙과 홍콩의 증시 연결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낮은 외국인 비중은 대외 변수에 대한 민감도를 더욱 낮추지만, 시장 수요를 제한하고 정보 전달 구조를 국내 참가자로 한정하여 밸류에이션과 시장 효율성 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GDP 대비 시가총액(Buffett 지수)이 중국보다 현저히 높은데, 그 이유는 자본시장 중심주의 이외에도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개방성 차이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수요 세력의 저변과 강도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추가적인 대외 개방이 필요하지만, 이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기업 지배,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영향력 확대, 채권시장과 연계된 외환시장에 대한 파급 효과도 낳게 되므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안화의 국제화나 기축통화화는 트리핀(Triffin)의 역설을 수반한다. 기축통화국으로서 전 세계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적으로 감내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필요한데, 수출 주도 성장 기조를 유지해 온 중국이 이러한 구조적 전환을 수용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한편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주식시장의 종목별 시가총액 편중도를 파악하기 위해 원래 독과점 지표로 사용되는 CR이나 HHI 지수를 차용해 보면 높은 집중도는 확인된다. 이는 지배주주의 전횡, 높은 외국인 비중과 결합하여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동아시아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특징은 복수의결권의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이 제도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유사 제도를 도입하였지만 실제 활용은 미미하다. 우리나라도 2023년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적용 범위와 운용상 한계가 뚜렷하다. 중국은 2019년 이후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채택 기업의 수는 아주 소수이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우선하는 중국 규제 당국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이다. 또한 중국의 많은 기업이 미국에 상장되어 있지만 최근 지정학적 요인으로 대륙 및 홍콩 시장에서 상장하거나 미국에서 이동시키려는 정책의 방향성이 보인다.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과 상장 폐지는 상징적 예시이다.
주제가 광범위하고 지면의 한계로 복잡한 내용을 단편적으로 다룬 부분도 있고 충분히 다루지 못한 쟁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글이 동아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향후 논의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저자 소개
강상엽(sang918@gmail.com)
현) 북경대학교(北京大學校) 국제법학원 정교수, 법학박사(J.S.D., Columbia University School of Law), 미국 변호사, CFA, FRM.
<주요 저서와 논문>
“Unveiling Misconceptions of Tunneling: Market Capitalization-Based Analysis.” Michigan Business & Entrepreneurial Law Review 13(2), 2024.
『대기업집단 규제론』(공저), (법문사, 2021).
The Law and Finance of Related Party Transactions: A Comparative Analysis (Enriques, L., et al.),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9).
“Rethinking Self-Dealing and the Fairness Standard: A Law and Economics Framework for Internal Transactions in Corporate Groups.” Virginia Law & Business Review 11(1), 2016.
“‘Generous Thieves’: The Puzzle of Controlling Shareholder Arrangements in Bad-Law Jurisdictions.” Stanford Journal of Law, Business & Finance 21(1), 2015.
관련 자료
최신관련자료
자본시장실 (2026). “2026년 자본시장 주요 이슈.” 『자본시장포커스』 26-03, 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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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tina, Juan J., eds. (2023). “The Intenationalization of China’s Equity Markets.” Working Paper 23-026, International Monetary Fund.
Kang, Sang Yop and Ling, Tong (2025). “China’s Experiment of Dual‑Class Equity Structures: Regulatory Frameworks and Investor Protection.” Washington International Law Journal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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