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쉬와 네팔, 다리를 불태웠지만 수영은 못한다
방글라데쉬에서 2024년 8월 독립 유공자 할당 문제로 촉발된 청년 시위는 하씨나(Hasina) 정권을 축출했고, 2025년 9월 정부의 SNS 차단 조치로 촉발된 네팔의 청년 시위는 부정부패한 고위층 자녀들의 호화생활에 대한 분노를 담아 정권붕괴를 초래했다. 표면적으로는 SNS 사용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민감해진 청년들이 주도하는, SNS를 기반으로 조직된 시위가 국가권력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이 부각되었지만, 배후에 자리 잡은 원인은 미비한 제조업 기반과 허약한 산업구조에서 비롯된 좋은 일자리의 부재에서 오는 청년 실업률의 압력이었다. 그런데 방향성이나 주도 세력 없이 이루어진 두 나라의 시위는 정권붕괴 이후에, 엄밀한 의미에서 초헌법적인 과도정부를 만들어 냈고 안정적인 토대 위에서 개혁을 현실화시킬 동력 확보에 실패했다. 금년 2월로 예정된 방글라데쉬 총선에서는 반인도 친파키스탄 성향의 BNP(방글라데쉬 국민당)가 압승할 것이 예견되지만, 청년층의 방향성 없는 개혁 요구에 올라타고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노리는 유누스(M. Yunus)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의 연계에 주저함이 없다. 이는 독립 이후 유지된 세속주의의 위기를 뜻하며, 양대 정치세력 중 하나인 기존 집권당 아와미리그(Awami League)를 금지시키는 극단적 결정으로, 방글라데쉬의 미래에 정치적 불안정성을 시한폭탄으로 심어 두었다. 3월로 예정된 네팔의 총선에서는 기존의 부패한 정치세력들이 다시 제자리로 복귀할 것이 확실해 보이고, 이는 또다시 2008년 공화국 선포 이후 14번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정치 현실이 무한 반복의 과정을 겪을 것임을 암시한다.
인도, 안에서 외치는 메아리는 밖에서 외치면 투쟁이 되어야 한다
유사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닌 인도는 청년층의 대규모 시위를 겪고 있지 않은데, 이는 연방과 주들 그리고 하부단위 민주주의로 분산된 체제와 지리적 규모에서 오는 인도의 강한 정치적 회복탄력성, 주저 없이 인터넷 차단을 실시하는 국가 기구의 통제력, 그리고 종교와 결합한 힌두국수주의 이데올로기와 애국주의 정치 담론으로 지배되는 정체성 정치의 힘이 만든 결과이다. 그런데 농촌지역 실업자들을 위한 공공 근로 사업(MGNREGA)과 긱 경제(Gig Economy)의 팽창이 제공해 온 완충 기능이 트럼프의 관세 공격 때문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남아시아를 흔들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결부시킨 징벌적 관세가 8월에 추가로 25% 부과되면서 인도는 남아시아 지역 최고인 50% 관세에 직면했다. GTRI 보고서(Srivastava, 2025)에 따르면 5월부터 9월 사이 인도의 대미 수출은 37.5%가 감소했다. 트럼프식 거래주의 구도에서는 대미 무역흑자를 누리면서도 미국의 패권에 균열을 초래하는 BRICS 연합을 추구하는 인도의 기존 외교노선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무역거래의 면에서는 이러한 현실이 무관세 품목의 역설(Paradox of Tariff-Free Items)로 나타났는데, 5월부터 9월 사이 전체 대미 수출 감소보다 더 높은 47% 감소가 무관세 품목들에서 관찰되었다. 무관세 품목인 스마트폰은 58%, 미국 복제약 시장의 1/3을 차지하는 의약품은 필수재임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15.7% 하락했다(GTRI 보고서). 현실화되기는 어렵겠지만, 트럼프 진영 인사들은 인도의 IT-하청업에 대한 관세(HIRE 법안)까지 언급하면서 압박을 키워 왔다. 무관세 품목의 역설은 이례적인 경제적 현실이며 동시에 국제 정치의 냉혹함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과 심리적 공포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미국이 인도 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들이 더욱 강하게 타격을 입고 있어서, 가뜩이나 심각한 인도의 실업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물류망이 미비한 인도의 산업계에서는 전체 물동량 감소가 곧바로 모든 수출 품목의 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G1(미국)과 G2(중국) 사이의 줄타기가 아닌 당당한 G3 자격을 주장하던 인도는 미국이 세워 놓은 울타리 안에서 외치는 ‘전략적 자율’이 울타리 밖에서는 힘을 통해 관철시켜야 하는 투쟁의 내용임을 확인하고 있다. 인도는 G1에 대해 브라질처럼 즉각적 보복 관세를 통해 충돌하기보다는, 무역 보복을 자제하며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G3 지향 국가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전략적 인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인도의 외교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보인다. 경제 외교에서는 다자정렬(Multi-alignment) 전략을 적극 구사하면서 영국(2025년 7월 CETA)이나 오만(2025년 12월 CEPA)과 자유무역협정을 서둘러 체결하고 유럽자유무역연합(2024년 3월 TEPA)과의 협정을 넘어 유럽연합과 적극 협상 중이다. 페루와는 금년 중으로 협정 체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대폭적인 간접세와 소득세 인하를 통한 내수 진작과 제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모든 노력은 인도가 전략적 자율성을 구호가 아닌 현실의 국제관계에서 관철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직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한-인도 관계에서도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반드시 구축해야 하는 제조업 기반 구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파트너로서 한국의 위상이 인도 내에서 사뭇 다르게 인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측면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쌍둥이 적자와 에너지 해외 의존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은 채 격변하는 국제정세와 AI로 촉발된 산업화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 인도에게 한국은 적절한 거리와 규모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훌륭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남아시아, 배는 흔들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스리랑카가 2022년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때까지도 이는 집권층의 무능과 부패에 의한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였고, 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안정된 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보였다. 현재 스리랑카는 -7.3%(2022년)와 -2.3%(2023년)의 경제적 수축기를 지나 5.0%(2024년, 스리랑카 정부 발표)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정상화 과정에 안착했다. 몰디브의 권위주의적인 집권세력은 일방적인 다수 의석을 동원해 언론법을 통과시키며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지만, 불안정 사태를 맞을 상황은 아니다. 또한 위기를 넘기고 있는 방글라데쉬와 네팔의 격변 상황에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바로 두 나라의 군부가 정권 탈취가 아닌 헌정 수호를 택했다는 사실이다. 파키스탄에서 군부와 국가의 최고 실세인 무니르(A. Munir)는 스스로 원수 계급장을 수여할 만큼의 지배력을 가지고 미국과의 화해모드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중동의 격변하는 정세에서는 유일한 핵무력을 갖춘 이슬람 국가로서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려 사우디와의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하여 핵 억지력 제공을 처음 공식화했다. 파키스탄 군부는 가자 지구의 국제안정화군(ISF) 파병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최소한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틀은 지키고 있다. 모두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지만, 헌정체제의 안정성을 지켜가는 최소한의 정치적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합의는 남아시아 전역에서 확고하다고 보인다.
지역을 만들지 못하는 지역 패권국은 설 자리가 없다
남아시아의 지역 패권국인 인도는 실제로 남아시아를 한 ‘지역’으로 묶어내는 일에서 정치를 넘어서는 경제적 통합에 실패해 왔다. 인도의 전체 대외 교역량에서 남아시아 국가들(SAARC 회원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교역액 기준으로 2.5~3% 정도에 불과하고 2024-25회계년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수출은 약 6~7.5%이지만 수입은 0.5~0.8% 수준에 불과하다. 지정학적인 고려에서 주변국 우선 정책(Neighbourhood First Policy)를 표방하지만 인도는 지역 패권국으로서 일방주의 외교를 관철시키려고 할 뿐, 지역의 통합성을 구성해 내고 있지 못하다. 당장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며, 힌두국수주의(Hindutva) 정치로 인해 주변국인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쉬에서 강력하게 반감을 불러오고 있는 현실에 보다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 당장 방글라데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인도에 망명 중인 하씨나 전 총리의 소환을 요구하는 방글라데쉬의 목소리에 인도는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은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에 이루어지기는 난망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 관세 면제 항목들, IT-BPM의 하청 용역이나 제네릭 약품 그리고 아이폰을 포함한 IT 기기가 국익에 가장 큰 관심 대상이다. 그리고 나아가 BRICS의 자체 결제망 구축과 같은 시도에 강력 대응할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를 자신의 영역 안에 묶어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실을 아는 인도도 ‘최소 무역 합의’(Mini Trade Deal)를 염두에 두고 대응하며, 공식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인도에서 인구는 늘어나고 청년실업률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인도의 노동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67% (2024년 기준, The World Bank’s World Development Indicators)로 중국의 69.4%보다 낮 만큼, 교육을 받아야 하고 앞으로 취업해야 할 젊은 인구가 많다. 인도의 청년실업률 압력은 높게 유지될 것인데, 작년 11월 비하르주 선거에서 보여준 모디 정부의 발전 아젠다를 카스트 정치와 결합시키는 강력한 국내 정치에서의 장악력으로 인해 당장 정치적 소요사태나 사회적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라앉은 격동은 미래의 쓰나미로 되돌아올 수 있다.
저자 소개
강성용 (citerphil@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 한-인도산업포럼 상임위원장
전) 국제 울너사본 프로젝트 발기인, 무진불교학술상 집행위원장
주요 저서와 논문:
『위대한 인도』 (공저), (문학동네, 2024).
『미처 몰랐던 불교, 알고 싶었던 붓다.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 (불광출판사, 2024).
『Saṃskṛtavākyopakriyā 인도 고전어 쌍쓰끄리땀 첫마당 2』 (도서출판 라싸, 2024).
“The Future of RMG Industry of Bangladesh Confronting COVID-19 and Industry 4.0: A Thematic Analysis.” (Kang et al.), Chittagong Independent University Journal. 2023.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진출 전략: 제도적 공백의 극복방안을 중심으로.” 『Korea Business Review 신년 특별호』 (공저), 2021.
최신 관련 자료
강성용 (2025). “네팔의 Gen Z 시위, 히말라야 고봉은 그것을 만든 압력의 표현이다.” Global Issue Brief 30, 91-101.
강성용·이승민 (2025). “2025년 아시아 회고: 남아시아의 2025년.” 『아시아브리프』 2025(21),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Bajpaee, Chietigj (2025). “Trump’s Tariffs Put Strain on US–India Ties, But Relations Will Endure in the Long Run.” Chatham House, August 12. https://www.chathamhouse.org (접속일 2026년 01월 10일)
Srivastava, A. (2025). “Impact of US tariffs on sectoral export to US: Exports to US slide across sectors for fourth consecutive month driving a 37.5% Decline (May-Sep 2025) (GTRI Report).” Global Trade Research Initiative, November 2.
https://gtri.co.in (접속일 2026년 01월 10일)
Kugelman, Michael (2025). “5 Things to Watch in South Asia Next Year: The region faces some risks after a tumultuous 2025.” Foreign Policy, December 31. https://foreignpolicy.com (접속일 2026년 01월 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