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온라인 매거진

중국 전승절과 북중 관계 전망: 우리가 마주하는 도전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중·러는 다각적 세계 질서의 중심 국가로서의 상징적 모습을 연출하였다. 이러한 북·중·러 연대는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의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우리는 먼저 중국, 러시아 등과의 외교 복원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의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나치게 서둘러서는 안 되며, 우선적으로 우리의 할 일을 차분하게 준비해 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영철(서강대학교)
2025년 9월 3일, (좌측 두번째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여하였다. 출처: 러시아 대통령 관저 (http://kremlin.ru)

 

2025년 9월 3일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인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가운데에 두고, ‘좌 북한, 우 러시아’의 3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냉전 이후 최초였다. 과거 1959년 10월 중국 건국 10주년을 맞아, 북한, 중국, 소련의 지도자들이 천안문 마루에 자리를 함께 한 적은 있었지만, 냉전의 시대적 조건과 함께 이 당시에는 소련(흐루쇼프)과 중국(모택동)이 주인공이었고, 김일성과 호찌민, 그리고 주은래가 자리를 함께 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의 3개국이 함께 하는 자리는 그 상징성이 현재의 국제질서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당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북·중·러 3국은 현재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관세 전쟁, 미·중 갈등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불안한 중동 질서, 그리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미국과의 갈등 와중에서 반미 연대의 상징적인 국가로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미, 반서방 진영의 결집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와는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모습은 결국 미국 패권의 약화와 함께 세계가 다극화, 다자주의로 향하고 있거나 적어도 이러한 도전이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전승절은 주요한 국제질서의 변화의 한 계기로서 역사의 한 장면으로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북한이 보여준 모습과 앞으로의 북중관계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이미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동맹 수준의 결속을 이루고 있고, 쿠르스크 파병을 통해서 군사적, 경제적,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양국의 관계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또한, 지난 러시아 전승절 당시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면 모스크바 광장에 자리를 함께 했던 점에서 반미를 고리로 한 연대의 강화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그간 북한과 중국은 코로나 이후, 별다른 연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2024년)가 북중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는 ‘친선의 해’로 선포되었음에도 그 해 4월 자오러지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북 이후, 친선의 해 폐막식도 없었고 고위급 인사의 방북도 없었다. 중국이 새로운 세계 질서의 패권을 지향하고, 북한이 반미를 중심으로 다각적 세계질서 속에서 전략국가로서 정상 국가를 지향하면서, 북중 양국은 함께 다각적 세계 질서를 주창하였지만, 서로 매끄러운 접점에 도달하지는 못해왔던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북한과 중국은 지난 2019년을 마지막(시진핑의 방북)으로 소원한 관계를 지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세계 질서의 다각화가 더욱 심화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이후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는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미중 관세 문제가 잠시 소강상태에 있고 합의의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때 중국과 미국이 주고받았던 145%와 125%의 관세 전쟁은 중국에 다음과 같은 이중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 번째 과제제로 중국은 미국을 상대할 자신들의 진영을 결집시키고(인도, 브라질 등), 두 번째로 군사적으로도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다양한 미국의 중국을 향한 군사적 위협과 봉쇄에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한미일 협력을 통해 압박하는 동북아 역내 정치, 군사적 지형에서 대단히 중요한 협력의 상대로서 중국에 그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북한의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필수적인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하노이에서의 북미 협상의 실패와 그 이후 미국의 소위 ‘대 조선 적대시정책’의 폐기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은 ‘핵 보유의 기정사실화’를 이루고, 신냉전 질서에의 편승과 전략국가로서의 입지를 다지면서, 경제적으로도 반미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제재의 무력화 등을 이루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을 중심에 둔 다양한 분야의 협력은 제재를 무력화하는 커다란 균열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지원을 통해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고 분석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러시아에 이어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실질적인 경제적 물품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3일의 전승절 행사는 북한과 중국 모두에게 가장 좋은 명분이자, 동시에 상징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학자들과 언론이 김정은의 전승절 행사의 참가를 두고 최초의 다자외교 무대에의 등장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다양한 나라들과의 외교 행사를 같이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와만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점에서 진정한 다자외교라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 푸틴과의 회담은 서로가 자리를 양보하는 등 지속된 친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은 고위급 교류와 양국 간 관계의 강화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중요한 지점이라 할 것이다. 사실, 이 시점에 북중 간 관계 강화의 초점은 크게는 정치적인 고위급 교류의 지속과 친선의 강화에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단절된 북중 간 경제적 교류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있다. 이미 일부 인사들의 북중 왕래가 부분적으로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2014년 완공 이후 미뤄지고 있던 신압록강대교의 북한 구간에서 세관 건물로 추정되는 건물이 들어서는 등 조만간 양국의 경제거래가 이루어질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 이미 자신들의 참여에 의해 만들어진 대북 제재를 전면적으로 거스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더욱이 세계질서의 주도자로서의 지위를 목적으로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를 마냥 무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의한 단독 제재는 무시할 가능성이 크며(이와 관련해서 중국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를 지키지 않고, 이란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 여전히 제재의 빈틈으로 남아있는 영역에서는 교류와 협력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관광 사업은 제재의 대상도 아닐뿐더러, 북한에는 현금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교류의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과 중국은 지난 북·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것처럼 고위급의 교류와 함께 다양한 방면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일정을 보자면 오는 10월에 평양에서는 당 창건 80주년 기념식을 대규모로 준비하고 있다. 이 행사에 시진핑 주석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리창 총리가 참여함으로써 최고위급의 대표단을 파견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점차 북중 간에 여러 가지 교류와 협력이 구체화되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북중 접경 지역에서는 철도 연결이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소규모이지만 인적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도전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북한은 자신을 전략국가로 위치시키고 있으며, 남북한 관계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 9월 22일 자 『로동신문』에 실린 김정은의 발언을 통해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다. 우리로서는 남북관계, 주변국 관계 등 어느 하나 쉬운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을 상대로 힘겨운 통상의 문제를 헤쳐가고 있는 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로운 한반도의 안정적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국과의 무너진 외교를 복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사실, 현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선언 이후, 남북 간의 접촉이 쉽지 않은 시기에, 주변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 혹은 조력자를 얻는 것일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서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승절의 ‘역사적 상징’을 염두에 두면서도, 우리 역시 하루빨리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의 복원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두고 우선은 주변국 관계 및 국제 무대에서의 우리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요구된다. 북중 관계가 밀착할수록 우리 역시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며, 그래야만 북·중·러와 갈등하는 한·미·일 대결구도에 우리 스스로가 말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주변국 외교의 복원과 강화, 그리고 평화로운 한반도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도 우리에게는 내부적으로, 그리고 외부적으로도 지금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꿰뚫은 시중(時中)의 눈을 가져야 할 때이다.

저자 소개

정영철(chungyc69@sogang.ac.kr)

현)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서강대학교 글로컬사회문화연구소 소장, (사)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소장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선임직 이사,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주요 저서와 논문>

“광복 80년, 북한경제 80년: 영광, 좌절, 그리고 재건설의 역사.” 『경제와사회』 147, 2025.

“북한의 두 개 국가론: 민족/민족주의 개념의 변화를 중심으로.” 『통일과평화』 16(1), 2024.

“김정은시대 기억의 정치.” 『북한학연구』 19(1), 2023.

“The Agency-Structure Problem in Peacebuilding: Constructing a niche in the Korea Conflicts.” Pacific Review (Online), 2022.

『김정은의 전략과 북한』 (공저), (사회평론, 2021).

<최신관련자료>

정영철 (2024). “북한의 ‘두 개 국가론’: 민족/민족주의 개념의 변화를 중심으로.” 『통일과평화』 16(1).

정인환 (2025). “천안문 망루 위와 아래는 다르다.” 『한겨레21』 1580호, 9월 4일. (접속일 2025년 9월 30일)

https://h21.hani.co.kr

신종호 (2025). “존재론적 안보와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북중 ‘전략적 협력’.” 『한국과 국제정치』 41(1).

이관세 외 6인 (2024). 『신냉전 시대는 도래하는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