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공격했다고 발표한 순간, 중동의 지정학적 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약 2시간 후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는 “오늘 밤, 전 세계에 이번 공격이 군사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고한다. 이란의 핵심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제거되었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아, 현지시간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상황은 사실상 매일 급변하고 있으며, 언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미국의 직접 개입은 단순한 군사 행동을 넘어 40년간 지속되어 온 중동의 권력 균형을 송두리째 흔드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사태의 발단은 2025년 6월 13일 새벽 3시, 이스라엘의 ‘일어나는 사자(Operation Rising Lion)’ 작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종료 이후 37년 만에 이란 수도 테헤란이 직접 공격받는 상황이 현실화되었다. 테헤란 북부 고급 주거지역에서 정밀 유도 드론들이 이란의 핵심 군 장성들과 저명한 핵과학자들의 자택을 차례로 타격했다. 이번 공격에서 가장 주목할 요소는 이란 군부 최고위층의 동시 제거였다. 혁명수비대와 정규군을 아우르는 30여 명의 고위 지휘관들이 각자의 거주지에서 표적 공격을 당했으며,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인력인 과학자 9명 또한 생명을 잃었다. 150여 곳에 달하는 목표물에 대한 체계적 타격은 이스라엘이 상당 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계획한 작전임을 입증했다. 이란의 반격은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진정한 약속 3(Operation True Promise III)’ 작전으로 이스라엘 본토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해 이란 나탄즈 핵시설 내 농축시설이 파괴되어 방사능 및 화학 오염이 발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변화가 특히 주목된다. 초기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암묵적 동조 태도를 취하다가, 돌연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초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반대했으나 이란의 핵농축 능력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후 제한적 지원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무조건 항복하라!”, “테헤란을 떠나라” 등 이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던 트럼프는 6월 17일 “우리는 이른바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라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요청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암살 작전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6월 20일 2주 안에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틀 만에 바로 공격을 단행했다.
현 상황에서 군사적 압박을 통한 문제 해결 시도가 오히려 대화의 문을 좁히고 지역을 더 큰 불안정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결과 중 하나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경로가 현재로서는 차단되었다는 점이다. 공격 직후 예정되어 있던 6차 핵협상이 무산되고, 미국이 직접적으로 이번 전쟁에 개입하면서 평화적 해결 가능성은 후퇴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기능 마비는 국제법과 질서가 강대국의 이익에 따라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이 미국을 공격의 공모자로 규정하고 나선 상황에서 신뢰 회복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 갈등이 격화되면서 테헤란과 이스파한의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다. 친구들과 지인들은 이번 상황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면서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핵협상이 5차까지 이어지면서 물가가 안정되고 시민들이 모처럼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던 바로 그 순간, 이번 공격이 발생해 더욱 비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이란에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은행에서 출금도 제한된 지 오래다. 사재기가 횡행하고 밤새 폭탄 소리에 온 테헤란 도심이 비명으로 가득했다. 테헤란을 겨냥한 집중 공격을 피해 산간 지역이나 카스피해 연안으로 향하는 피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수도는 공포에 질린 텅 빈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미 수년간 지속된 경제 제재와 사회적 불안정으로 고통받아온 이란 사회는 이제 일상적 생존마저 위협받는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소셜미디어에는 폭격 상황에서 가족, 특히 어린 자녀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절박한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다. 심리적 트라우마를 최소화하는 방법부터 대피소 위치까지, 평범한 시민들이 전쟁 매뉴얼을 급하게 익혀가는 모습이다. 10만 명이 넘는 테헤란 주민들이 과연 어디로 대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네타냐후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자유를 위한 특별한 기회”라고 표현하며 “위대한 이란 민족”을 억압적 체제로부터 해방시키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는 이란 내부의 복잡한 사회적 동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외부에서 강요하는 단순화된 논리다. 향후 이란의 정권 붕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46년간 이어진 신정일치 체제와 고강도 경제 제재에 지친 이란 국민들의 불만이 크지만, 만약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면 이란 내부의 힘으로, 자주 주권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은 군사적 압박 상황에서는 오히려 내부 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에 비판적이던 목소리들조차 외부 침공 앞에서는 조국 방어의 논리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란 내부의 ‘여성, 생명, 자유’ 운동을 이끌었던 활동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복잡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체제에 맞서 싸워온 경험을 바탕으로 외부의 군사적 개입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이란 페미니스트 활동가는 “네타냐후가 말하는 ‘자유를 위한 기회’는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워온 구호를 도용한 것”이라며 “진정한 변화는 이란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쟁과 파괴는 오히려 우리의 투쟁을 후퇴시킬 뿐”이라며 “No War! Not in our name!”이라는 구호로 반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해외 거주 이란 디아스포라 지식인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무슬림 여성 해방’이라는 명분으로 군사 개입을 정당화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란에서도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이 합리화되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디아스포라 연구자는 “여성의 권리는 폭탄으로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란 내부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시민들조차 현 상황을 외침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이란 디아스포라들도 고국의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발만 구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범한 이란과 이스라엘의 시민들의 연대와 위로만으로는 지정학적 갈등과 군사적 충돌이라는 현실에 맞서기 어렵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결국 정치 지도자들의 결정이 무고한 시민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구조적 모순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직접적 군사 개입은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 질서에 근본적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의 지역 내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될 경우, 그 공백을 둘러싼 새로운 경쟁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같은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약화를 기회로 활용하고, 튀르키예가 자신만의 지역적 역할을 추구할 경우 중동은 더욱 복잡한 권력 재편의 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이란 하나의 약화가 아니라 중동 전체의 세력 균형이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국제법상 논란을 야기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군사 행동이 정당화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유엔 중심의 국제 질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으며, 국제법과 규범이 강대국의 일방적 판단에 따라 무시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군사적 압박을 통한 핵 문제 해결 시도는 오히려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을 통한 억지력 확보에 나서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란의 사례를 지켜본 다른 국가들은 핵무기 개발 포기가 오히려 자국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 핵 확산 방지 체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국제사회가 수십 년간 구축해온 핵 비확산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평화로 가는 길은 매우 복잡하고 멀어 보인다. 상당한 피해를 입은 이란이 현 상황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적 해결책은 일시적 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앞으로 몇 주간의 상황 전개는 중동뿐 아니라 국제 질서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미국의 직접 개입이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새로운 안정을 가져올지, 아니면 더 큰 파괴와 혼란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낼지는 앞으로의 전개가 결정할 것이다. 역사는 이 순간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중동의 새로운 질서가 평화와 안정을 바탕으로 할지, 아니면 더 큰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열어갈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구기연(kikiki9@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교수 및 서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법무부 난민위원회 자문위원
전) 한국문화인류학회 연구위원, National University Singapore Middle East Institute 방문선임연구원
<주요 저서와 논문>
『아랍의 봄: 그 후 10년의 흐름』 (공저, 책임편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2).
“트럼프 2기 행정-이란 핵협상의 지정학적 분석.” EMERICs. 2025.
“Wavering theocratic ideology and the politicization of Shia identity: Iran’s ideological rifts amid geopolitical maneuvers.” As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32(2), 2024.
“여성·생명·자유: 2022년 이란 히잡 시위와 시민 불복종 운동의 역사.” 『아시아리뷰』 14(3), 2024.
<최신관련자료>
- ALJAZEERA (2025). “Israel-Iran conflict: List of key events.” ALJAZEERA, June 22. https://www.aljazeera.com
- ALJAZEERA (2025). “History of US-Iran relations: From the 1953 regime change to Trump strikes.” ALJAZEERA, June 23. https://www.aljazee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