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의 항일빨치산 기억의 전유(專有)와 주체의 재구성 — 공식기억에서 대항기억으로, 순응과 저항의 동학
사회와 역사 150, 2026
저자: 김윤희(아시아연구소)
북한의 공식기억은 인민에 의해 어떻게 생존과 저항을 위한 대항기억으로 전환되는가?
본 연구는 북한의 공식기억인 항일빨치산 서사가 인민적 대항기억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조명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 인민이 순응과 저항 사이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집단적 주체성을 개별적 주체성으로 재구성해 나가는 방식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기억의 활력’ 개념을 제시한다. 기억의 활력이란 사회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기억 형식으로 저장되었다가 특정 계기를 통해 활성화되어 실천 행동과 결합하며 발휘되는 정신적 역동성으로, 인민이 공식기억을 능동적으로 전유하고 대항기억을 형성하는 내적 동력이다. 북한 인민은 국가가 주입한 항일빨치산 기억을 자신들의 생존 전략 및 저항의 기제로 전유(專有)하였다. 이는 표면적으로 혁명 정신의 내면화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인과 가족 단위의 생존 전략으로 재해석되어 국가의 부재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하는 실천적 동인으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인민은 집단에 충실한 존재에서 자신과 가족에 충실한 개인주의적 생존 주체로 변모하였다. 본 연구는 통치자가 역사를 독점하고 있는 북한의 특수한 환경 속에서도, 피지배자들이 공식 이데올로기를 선택적으로 수용·재해석·전용하며 능동적 의미생산자로 기능하고 있음을 고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