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평등하지 않다: 누구를 먼저 지킬 것인가

폭염의 피해는 단순히 기온의 높고 낮음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연령과 건강 상태, 노동환경, 주거환경, 냉방비 부담 등 개인이 처한 조건에 따라 불평등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쿨링 셸터와 인도 아마다바드의 폭염대응계획 사례를 살펴보며, 폭염 경보와 함께 실제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함을 제시한다. 한국 역시 기존의 폭염 대응책이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닿고 있는지 점검하고, 냉방이나 휴식이 어려운 사람들의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폭염 위험이 크면서도 스스로 더위를 피할 선택지가 적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주거·노동·복지·보건을 연계한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송영 (연세대학교)
일본 도쿄 시민들이 폭염을 피하려고 양산을 쓴 채 이동하고 있다. 출처: Riccardo Parretti (pexels)
일본 도쿄 시민들이 폭염을 피하려고 양산을 쓴 채 이동하고 있다. 출처: Riccardo Parretti (pexels)

 

올여름에도 폭염으로 사람이 숨졌다. 질병관리청이 9월 12일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4,027명이고 이 가운데 34명이 사망했다. 전체 환자의 35%는 65세 이상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환자 수는 적었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많았다. 환자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여름이었다.

폭염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기온이다. 오늘은 몇 도까지 올라가는지, 지난해보다 얼마나 더운지부터 확인한다. 그런데 같은 날, 같은 도시에서 35도를 경험하더라도 사람들이 처한 상황은 꽤 다르다. 냉방이 되는 사무실에서 일하다 잠시 밖으로 나오는 사람과 한낮의 도로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배달노동자에게 그 온도가 같을 수는 없다. 집에 돌아가 에어컨을 켜면 되는 사람도 있지만, 전기요금이 걱정돼 리모컨을 들었다가 내려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몸이 더위를 견디는 능력도 다르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같은 온도에서도 신체적 위험이 높고,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은 일하는 동안 계속 열에 노출된다. 주거환경이 열악하면 집 안에서도 더위를 피하기 어렵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곁에서 알아차려 줄 사람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폭염의 위험을 설명하면서 나이와 건강 상태뿐 아니라 직업, 주거환경, 사회경제적 여건을 함께 살피는 이유다.

이렇게 놓고 보면 폭염은 자연현상이지만, 그 피해를 기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얼마나 더운 곳에 오래 머무는지, 몸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위험해졌을 때 어디로 피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특히 정책이 살펴야 할 것은 마지막 문제다. 더위를 피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아시아 도시들의 폭염 대응

이 문제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아시아는 최근 수십 년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 2025년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두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다. 아시아의 도시들로서는 폭염이 찾아올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여름을 넘기는 데 그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기후변화적응법에 따라 지방정부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을 ‘쿨링 셸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집 밖에서도 잠시 몸을 식히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지역사회 안에 확보하려는 것이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2026년 8월 20일 기준으로 1,259개 지자체가 법에 따른 쿨링 셸터를 지정했다. 일반적인 더위 피난시설까지 포함하면 이러한 시설을 지정한 지자체는 1,411곳이다.

인도 아마다바드는 폭염이 닥쳤을 때 여러 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체계를 마련했다. 계기는 2010년의 폭염이었다. 당시 최고기온이 46.8도에 이르고 사망자가 급증하자, 시 정부는 폭염 대응을 공중보건의 중요한 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후 마련한 폭염대응계획(Heat Action Plan)은 주민 대상 사전 안내, 기온 예측에 따른 단계별 경보, 의료기관의 대응 준비를 연결했다. 경보 수준이 올라가면 주민에게 보내는 안내뿐 아니라 행정과 보건의료기관의 대응도 함께 강화되는 방식이다. 도입 전후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계획 시행 이후 고온 시 사망위험이 낮아지는 변화가 관찰됐다.

일본의 사례가 더위를 피할 장소를 확보하는 데 주목한다면, 아마다바드의 사례는 위험을 알린 뒤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구체화한다. 한국에서도 두 가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보를 받은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 있는지, 혼자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은 누가 찾아갈지, 환자가 늘어날 때 의료기관은 어떻게 대응할지까지 준비해야 한다. 경보가 울린 다음의 일이다.

쉬라고 했다면, 쉴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도 이미 여러 대책이 있다. 폭염특보와 재난문자, 무더위쉼터, 취약계층 안부 확인, 야외작업장 안전 점검 등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 대책에는 쉼터의 접근성을 점검하고 열대야에 맞춰 운영시간을 늘리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지금의 과제는 대책을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일이라기보다, 마련된 대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제로 닿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가깝다.

이를 위해서는 ‘폭염 취약계층’으로 분류된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한다. 같은 고령자라도 냉방이 잘 되는 집에서 가족과 생활하는 사람과, 냉방이 어려운 집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은 다르다. 야외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작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과 일을 멈추면 곧바로 수입이 줄어드는 사람에게 같은 안내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할까. 연령이나 직업에 따른 분류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지원의 내용과 순서를 정하기는 어렵다.

물을 마시고 쉬라는 말부터 생각해보자. 더운 날에는 당연히 필요한 안내다. 그런데 일을 멈추는 동안의 수입을 걱정해야 한다면, 쉬라는 말을 따르는 일도 쉽지 않다. 폭염이 심할 때 작업시간을 바꾸거나 일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소득의 공백을 어떻게 줄일지도 함께 다뤄야 한다. 휴식 기준이 마련돼 있다면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살펴야 하고, 그 보호를 받기 어려운 노동자는 누구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쉬라고 했다면, 쉴 수 있는 여건까지 살펴야 하는 것이다.

무더위쉼터도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에게는 동네에 쉼터가 있다는 사실보다 그곳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가 먼저다. 한낮에 걸어서 이동하기 어렵다면 이동을 도울 방법이 필요하다. 집을 나서기 힘든 사람에게는 방문 돌봄과 주거지 냉방 지원을 우선 연결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시설을 열어두는 일과 필요한 사람이 그 시설을 이용하는 일 사이에는 이런 차이가 있다.

에어컨을 보급한 뒤에도 확인할 일이 남는다.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지, 전기요금 때문에 켜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냉방기기 지원과 냉방비 지원을 따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낮 동안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루의 위험이 모두 다뤄지는 것도 아니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날에는 밤에도 머물 수 있는 시원한 공간이 있는지, 야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는 어떻게 연락할지까지 준비해야 한다.

도시 차원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동네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이라는 한 도시 안에서도 확인할 것이 많다. 그늘과 녹지가 얼마나 있는지, 주택은 열을 얼마나 머금는지, 고령자가 많이 사는 곳은 어디인지, 냉방비 부담이 큰 가구와 야외 작업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동네별 열 환경에 인구, 주거, 노동, 복지 정보를 겹쳐 보면 우선 찾아가야 할 지역과 사람을 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파악한 정보는 실제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위험한 가구를 확인했다면 누가 방문할지, 냉방이 어렵다면 어느 부서가 지원할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어떻게 보건의료서비스로 연결할지를 정해야 한다. 폭염 대응을 담당하는 부서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거, 노동, 복지, 보건을 맡은 부서들이 같은 사람의 상황을 놓고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여름이 지나도 남는 문제

누구를 먼저 지킬 것인가. 위험이 크면서도 스스로 더위를 피할 선택지가 적은 사람부터 살펴야 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소득이 낮다는 이유 하나로 순서를 정하기보다 여러 어려움이 겹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모든 시민에게 기본적인 보호를 제공하되, 그 보호에 닿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한 번 더 찾아가는 일이 필요하다.

여름이 지나면 그동안의 대응도 이런 기준으로 돌아봤으면 한다. 쉼터를 몇 곳 운영했는지에 더해, 이용이 필요했는데도 가지 못한 사람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냉방기기를 지원받고도 더운 집에서 지낸 가구는 없었는지, 쉬라는 안내를 받고도 일터를 떠나지 못한 사람에게 무엇이 더 필요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여름에 같은 대책을 반복하는 데서 조금은 나아갈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9월 중순에는 날씨가 선선해졌다. 폭염이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렇다고 폭염 시즌을 지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다음 여름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공평하지 않은 폭염에 대한 이야기는 다가올 추위에도 적용된다. 계절이 바뀐다고 냉난방비를 걱정하는 사정이나 혼자 더위와 추위를 견뎌야 하는 생활까지 바뀌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저자 소개

송영(young.song@yonsei.ac.kr)

현)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주요저술>

“Easier Signed than Done: Natural Resource Sharing in the Shadow of Conflict on the Korean Peninsula.” (Song and Hastings), Territory, Politics, Governance 13(10), 2025.

“Rethinking Maritime Security from the Bottom up: Four Principles to Broaden Perspectives and Centre Humans and Ecosystems.” (Fabinyi et al.), Npj Ocean Sustainability 4(1), 2025.

“Finding the Origins of COVID-19: China’s Strategic Narratives in the Pursuit of Discourse Power.” (Song et al.), International Relations of the Asia-Pacific 25(3), 2025.

최신 관련 자료

관련자료

일본환경성 (2026). “指定暑熱避難施設(クーリングシェルター)・リンク集.” 『熱中症予防情報サイト』.

https://www.wbgt.env.go.jp (접속일 2026년 9월 14일)

질병관리청 (2026). “2026년 온열질환감시체계 운영 결과 (5.15~9.12).” https://www.kdca.go.kr (접속일 2026년 9월 14일)

Hess, J. J. 외 14인 (2018). “Building Resilience to Climate Change: Pilot Evaluation of the Impact of India’s First Heat Action Plan on All-Cause Mortality.” Journal of Environmental and Public Health.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6). “Heat and Health.” 7월 31일.

https://www.who.int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2026). “Extreme Heat and Rainfall, Glacier Loss and Record Ocean Heat Impact Asia in 2025.” 6월 17일.

https://wm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