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의 구조 개혁과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명암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에서 대학은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혁신 거점이다. 중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여해 고등교육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개혁하며 연구 생산성 세계 1위를 달성했으나, 학문 다양성 고사, 학술 자유 위축, 자포자기에 해당하는 고학력 청년의 ‘탕핑’ 현상 등 구조적 한계도 노출했다. 반면 한국 고등교육은 입시 서열 중심의 ‘상징 자본’에 치중하여 지식 생산 유인 구조가 부족하고 ‘지식 공동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이 고등교육을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과감한 재정 투자와 균형 잡힌 연구 벨트를 벤치마킹하되, 기초학문 보호, 지식 노동 보상 체계 법제화, 지역 거점 대학의 자율 재정 지원, 수능 서열이 아닌 지식 생산성 중심의 평가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원동욱(동아대학교)
중국의 대학 졸업생들이 마오쩌둥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clmcdk fejcn (Pexels)

 

​글로벌 지식 기반 경제 체제 아래에서 대학은 단순한 인재 배출 기관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지식 생산 거점이자 혁신의 중심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6년 중국 교육부 직속 대학 예산 공시와 주요 고등교육 평가 지표는 이러한 구조적 대전환을 가시적으로 증명한다. 칭화대학의 연간 예산이 약 9조 3,000억 원에 이르고, 저장대학과 상하이교통대학이 각각 8조 원대와 7조 원대를 기록하는 등 중국 상위권 대학에 대한 국가적 재정 투여는 가히 파격적인 수준이다. 반면 대한민국 최고 학술 기관인 서울대학의 연간 순수 운영예산이 여전히 1조 원 안팎에 정체되어 있는 현실은 양국 간 고등교육 자본의 심각한 격차를 극명히 드러낸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대학 투자는 라이덴대학의 ‘2025 라이덴 랭킹’에서 저장대학이 연구 생산성 세계 1위에 오르고 상위 10개 대학 중 7개교를 중국 대학이 독점하는 상징적 성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고등교육 개혁의 내면을 밀도 있게 들여다보면, 막대한 자본 투입과 국가 주도 시스템이 창출한 압도적 성과 이면에 학문 생태계의 불균형과 노동시장과의 불일치라는 심각한 구조적 부작용이 동반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 대학 개혁의 6대 핵심 지향성

​중국 교육부의 ‘제15차 5개년 계획(十五五)’ 가이드라인과 최근의 구조 개혁은 대학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체질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다음의 여섯 가지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첫째, 수도권 일극 집중을 극복하는 격자형 지식 생태계와 지역 거점 육성이다. 수도인 베이징에만 재정이 매몰되지 않고 항저우, 상하이, 하얼빈, 광저우, 시안 등 전국 주요 거점에 자원을 고루 배분함으로써 견고한 균형 연구 벨트를 형성했다. 특히 선전대나 쑤저우대 같은 지방 거점 대학들은 지역 산업 생태계와 밀착하여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냈다.

​둘째, 국가 전략 연계형 학과 구조 재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신소재 등 미래 첨단 기술 분야로 자원을 파격적으로 집중시키는 동시에, 산업적 수요가 감소한 전통 학과에 대해서는 과감한 정원 감축과 폐지를 단행하고 있다.

​셋째, 산학융합 및 학부박 관통형 인재 양성이다. 첨단 연구 인프라와 산업 현장을 교육과 일체화하여, 학부 입학부터 박사 학위 취득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끊김이 없는 고도 전문 인력을 집약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넷째, 실질적 기여도를 평가하는 파오우웨이(破五唯)’ 평가 체계의 도입이다. 기존의 단편적인 논문 게재 수, 학위 타이틀, 대학 간판, 수상 실적, 직급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실제 국가 전략 기여도와 산업적 실질 성과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식으로 평가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다섯째, AI 기반 교육·연구의 디지털 전환이다. 인공지능을 단순한 교육 보조 도구가 아닌 연구 알고리즘과 현장 수업의 표준 모델로 전면 통합하는 한편, AI 활용에 관한 엄격한 학술 윤리와 규제 프레임워크를 동시에 마련하고 있다.

​여섯째, 학문적 자본에 대한 제도적 보상 체계이다. 대학원 진학을 청년 실업의 도피처가 아닌 합리적 투자로 전환하기 위해, 석·박사 학위를 노동시장 내 직급, 호봉, 정규 경력으로 명확히 연계해 주는 유인 구조(Incentive Structure)를 제도화했다.

중국 대학 개혁의 구조적 한계와 부작용

​중국형 대학 개혁은 압도적인 속도와 규모를 자랑하지만, 강력한 국가 주도형 모델이 지닌 고유한 한계점 또한 명확히 노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문적 다양성의 훼손과 인문·기초학문의 고사(枯死)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국가 전략과 첨단 이공계(STEM) 분야로 자원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인문학, 사회과학, 기초 예술 관련 학과들이 대규모로 폐지되거나 축소되었다. 이는 비판적 사고의 토대이자 종합적 학문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학술의 자유 위축과 연구의 유연성 상실을 들 수 있다. 중앙집중식 통제와 국가 과제 중심의 자금 집행 구조 아래에서는 정해진 국가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순수 학술 연구나 기반 연구가 배제되기 쉽다.

​나아가 고학력 청년 실업과 기술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석·박사 인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경기 둔화와 맞물려 이들을 수용할 고품질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학위의 상향 평준화 속에서 청년층이 구직을 포기하는 ‘탕핑(躺平)’ 현상이 사회적 리스크로 대두되었다.

한국 고등교육의 위기: 상징 자본의 과잉과 지식 공동화

​반면 한국 고등교육은 실질적 지식 생산과 깊이 있는 탐구보다는 입시 성적 서열에 따른 ‘상징 자본(Symbolic Capital)’을 분배하는 ‘간판 공장’으로 고착화되어 가는 치명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 사회에는 지식 생산 유인 구조의 부재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 석·박사 학위 취득이 노동시장 내에서 합리적인 사회적·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못함에 따라, 대학원 진학은 ‘가성비 없는 선택’이나 ‘취업 유예’ 정도로 냉대받고 있다.

​이와 함께 단기 트렌드 민감성과 학술적 냉소가 만연해 있다. 언론과 대중은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유행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 이면을 분석하고 미래를 설계할 원천 지식과 기초 학문 탐구에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로 인해 대학의 내실이 비어버리는 ‘지식 공동화(Knowledge Hollow-out)’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제기되는 ‘서울대 10개 복제론’이나 ‘지역 대학 단순 재정 지원’ 같은 대책은 외형적 개혁의 한계를 드러낸다. 간판 서열주의라는 본질적 구조를 개혁하지 않은 채 외형만 복제하는 것은 상징 자본의 가치만 희석시킬 뿐 지식을 경시하는 사회적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지식 가치 복원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

​중국 대학 개혁이 보여주는 명암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재설계를 위한 명확한 과제를 던져준다. 우리는 중국의 압도적인 재정 투여와 균형 잡힌 지식 벨트 구축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국가 주도 개혁이 초래한 학문적 다양성 상실과 노동시장 불일치라는 그늘을 선제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첫째, 학문적 다양성과 기초 연구의 균형 보장이 시급하다. 첨단 기술 유망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리되, 국가의 장기적 학술 자산인 인문학 및 기초 사회과학이 고사하지 않도록 균형적인 안전판을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지식 노동 보상 체계의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석·박사 연구 인력의 학위 과정 기간을 민간과 공공 부문 채용 시 정당한 전문 경력으로 법적 인정하고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대학원 진학의 기회비용을 낮춰주어야 한다.

​셋째, 고등교육 재정의 거점 분산과 대학 자율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수도권 일극 집중에서 벗어나 지역 거점 대학에 자율적 운용이 가능한 대규모 블록그랜트(Block Grant) 재정을 투여함으로써, 학술적 자율성과 국가적 지식 인프라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넷째, 입시 서열에서 지식 생산성중심의 평가 전환이다. 대학 평가의 기준을 입학생의 수능 점수 서열이 아닌, 대학이 실제로 창출해 낸 원천 기술, 학술적 기여도, 사회적 문제 해결 능력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이제 대학 간판의 유효기간은 종식되었다. 진짜 지식과 교육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깊이 있는 학문적 탐구가 사회적·경제적 자산으로 정당하게 대우받는 유인 구조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엔진은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저자 소개

원동욱(china@dau.ac.kr)

현) 동아대학교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 (사) 외교광장 부이사장,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현대중국학회 회장, 부산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상임위원장

<주요 저술>

“글로벌사우스의 부상과 중국의 대응: 담론과 실천을 중심으로.” 『중소연구』 46(4), 2024.

“중국의 대 미얀마 투자와 반중정서: 밋손댐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중소연구』45(4), 2022.

『중국의 초국경 경제협력구 조성협력 및 활용방안 연구』 (공저), (국토연구원, 2020).

『중국 일대일로 다이제스트』 (공저), (성균중국연구소, 2016).

『국제운송회랑의 새로운 지정학: 유라시아 실크로드 공동구축을 위한 협력방안』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5).

관련 자료

대한민국 교육부 (2026). 『2026년도 고등교육 재정 배정 및 국립대학 운용예산 공시 자료』. 교육부.

中华人民共和国教育部 (2026). 『2026年教育部直属高校预算批复及决算公开数据集 (2026년 교육부 직속대학 예산 승인 및 결산 공개 데이터)』. 중국 교육부.

中国国家统计局 (2024). 『中国统计年鉴 2024: 全国研究生招生与在校生规模分析 (2024 중국통계연감: 전국 대학원생 모집 및 재학생 규모 분석)』. 중국통계출판사.

中华人民共和国教育部 (2025). 『关于“十五五”时期高等教育分类推进改革与学科结构调整的指导意见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 고등교육 분류 개혁 및 학과 구조 조정에 관한 지도 의견)』. 중국 교육부.

​Center for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CWTS) (2025). CWTS Leiden Ranking 2025: Research Performance and Productivity Indicators of World Universities. Leiden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