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성범죄를 둘러 싼 인식과 사실

인도는 한국 사회에서 흔히 ‘성범죄의 나라’로 인식되지만, 공식 통계와 실제 현실, 그리고 대중적 인식 사이에는 복잡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 글은 인도와 한국의 성범죄 통계, 신고율, 유죄율, 언론 보도 방식을 비교하며, 인도 성범죄 문제를 단순한 낙인이나 변호가 아니라 통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인식이 형성되는 과정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한다.

맹현철(아시아연구소)
2012년 델리 집단 성폭행 사건 후 정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작가: Jim Ankan Deka

 

인도에 관한 대표적인 부정적 이미지로 ‘성범죄’를 들 수 있다. 성범죄가 만연해 있고,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sexual offences in India” 또는 “sexual assaults in India”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인도 성범죄와 관련된 기사를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언급하기에도 싫을 정도의 끔찍한 성범죄가 종종 언론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기도 하고, 성범죄가 사법체계 안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기사도 많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도의 이런 모습은 한국 언론에도 소개되며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인도는 성범죄가 만연하고 이에 관대한 나라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특히 언론에서는 ‘XX분 마다 성폭행이 발생한다’라는 상용 어구를 동원해서 인도 성범죄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사례가 많다.[i] 성폭행이 발생하는 인터벌이 이렇게 짧으니, 성범죄가 얼마나 만연한지 확실하게 각인된다.

그런데 시간 당 횟수로 한 국가의 범죄를 요약할 때는 그 국가의 인구를 무시하는 큰 오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인구를 감안해서 국가간 범죄를 비교하기 위해서 인구 당 범죄 숫자를 비교한다. 최근 10년 간 인구 10만 명 당 강간을 비교하면 인도는 평균 4.4인 반면 한국은 두 배가 넘는 평균 10.6 수준이다. 강간과 성추행을 합친 숫자 역시 인도는 지난 10년 간 평균 17.0이고 한국은 두 배를 상회하는 평균 42.2를 기록 중이다.[ii] 인도 성범죄 데이터 출처는 국가범죄기록국(National Crime Records Bureau, NCRB)이며, 이는 인도 정부의 공식 데이터이다. 한국 성범죄 데이터 역시 정부의 공식 데이터인 대검찰청의 자료이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NCRB의 인구 10만 명 당 성범죄는 여성 인구 기준인 반면, 한국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합한 인구가 기준이다. 즉, 인도 데이터를 총 인구로 환산하면 한국 데이터와 격차는 더 벌어진다. 그러면 한국에서 인도보다 성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을까? 성범죄에 관해서 인도가 한국보다 더 안전한 나라인가? 사실 이는 한국인의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 어쩌면 인도인의 인식과도 다를 수 있다. 이에 두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하나는 범죄 통계에 대한 의문이고, 다른 하나는 인식에 대한 의문이다.

인도 성범죄 통계의 한계

인도 정부의 공식 범죄 통계는 NCRB가 매년 발행하는 “Crime in India”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의 출발점은 인도 전역의 최하위 현장 경찰서(Thanas)로, 시민들이 범죄 피해를 고발하면 경찰관이 사건의 신빙성을 심사한 후에 비로소 최초정보보고서(First Information Report, FIR)를 공식적으로 등록한다. 이렇게 전산화된 개별 FIR 기록은 더 높은 행정단위인 구(district)로, 구 단위의 데이터는 집계되어 주(state) 단위로 집계된다. 각 주는 취합된 데이터를 검증한 후에 인도 연방 정부의 NCRB에 제출하며, NCRB는 이를 정제하고 표준화한 다음에 매년 보고서 형태로 공표한다. 즉, 인도의 범죄 통계는 실제 발생한 범죄 총량이 아니라, 일선 경찰의 재량과 사법 시스템의 문턱을 거쳐 공식 기록된 신고 데이터를 담아낸 것이다.

[그림 2]에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NCRB에 기록된 강간 신고 숫자를 정리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신고된 성범죄 숫자는 매년 5~7% 증가하다가 2013년에는 49%, 2014년에는 14%가 증가했다. 특히 성추행과 치한이 56%와 16.3% 증가했다. 이는 니르바야(Nirbhaya)[iii] 사건과 관련이 깊다. 2012년 12월에 인도뿐 아니라 전세계를 분노하게 한 델리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가해자의 강력 처벌과 여성 안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인도 전역에서 벌어졌다. 2001~2018년 사이 인도 성범죄 통계는 유의미하게 증가했는데, 통계 상승분의 절대다수가 2012년 델리 사건 이후에 집중되어 있다(Dandona et al., 2022). 이는 끔찍한 성범죄가 발생한 후에 성범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성범죄 신고가 늘어난 것이다. 성범죄의 대대적인 미디어 보도와 사회적 공론화가 성폭력 피해자가 통상적으로 겪는 사회적 낙인을 완화한 것이 신고가 늘어난 첫 번째 원인이다(Mathur et al., 2019). 또한 일선 경찰이 FIR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면 사법 처벌을 받는 형법 개정안이 사건 직후에 의회를 통과한 점이 성범죄 통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Dandona et al., 2022).

한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신고된 범죄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통계를 발표한다. 두 나라의 인구 당 범죄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범죄 신고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살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의 경우 국가 발전과 신고율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소득 불평등은 신고율을 낮추는 반면, 경제 성장과 교육은 신고율을 높인다(Soares, 2004). 인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인도의 인구 당 범죄는 선진국 대비 낮다. 인도에서 범죄 신고율이 낮은 이유를 피해자 측 원인과 사법 시스템적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피해자 스스로 해당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경찰이 무능력하거나 비협조적일 것으로 생각하여 신고하지 않는 비율이 높았다. 피해자들이 신고한 경우에도 경찰이 노골적으로 거부하거나, 경찰이 성과 달성을 위해서 FIR를 의도적으로 낮추기도 한다(Banerjee et al., 2021). 특히 성범죄, 넓게는 여성 대상 범죄의 신고율이 다른 유형의 범죄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이며, 사회적 낙인, 사법 기관의 무관심과 지연, 피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주요 원인이다(Mathur et al., 2019).

성범죄 발생과 신고 사이의 차이는 성범죄 통계가 실제를 축소해서 왜곡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편, 이와 반대로 인도에서 성범죄 통계가 실제를 과장해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다수의 인도 언론은 NCRB의 데이터를 근거로 인도 성폭행 유죄 판결이 매우 낮다는 점을 비판한다.[iv] NCRB의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 성폭행 유죄 판결 비율은 30% 수준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Rukmini (2022)는 2013년에 델리 법원에서 판결 받은 475건의 강간 판결을 분석하여, 실제 강간 유죄 판결 비율이 75%에 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475건 중에서 189건은 미혼 커플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으나 여성 집안에서 결혼에 반대하기 위해서 남성을 성폭행으로 고발한 사례이다. 인도에서는 여전히 중매혼이 결혼의 기본으로 여겨지며, 그 대표적인 이유가 동일 종교, 동일 카스트 결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카스트가 다르거나 종교가 다른 사람 간의 결혼은 집안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 젊은 커플은 부모를 떠나서 몰래 동거하기도 하는데, 여성의 가족이 이런 커플을 떼어 내기 위해서 남성을 강간으로 신고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남성이 결혼을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자 여성 집안에서 결혼시킬 목적으로 남성을 성폭행으로 고발한 사례가 109건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을 제외한 강간 판결 중에서 유죄 판결 비율은 75%에 달했다.

인도 성범죄 인식의 한계

인구 10만 명 당 실제 발생한 성범죄 숫자는 인도와 한국 중 어디가 더 높을까? 두 나라의 인구 10만 명 당 신고된 성범죄는 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이 적게는 두 배가량, 많게는 네 배 이상 더 많다. 신고율은 한국이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데이터의 공백으로 인해서 어느 나라에서 성범죄가 실제로 더 많이 발생하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인도라는 국가의 수식어구로 ‘성범죄’가 따라다닌다. 사실의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는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범죄 위험도 인식은 실제 통계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통계보다 생생한 정보 또는 정보에 대한 기억이 범죄 위험도 인식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실제와 다른 왜곡을 야기하기도 한다. 범죄 위험도 인식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기제로 행동경제학에서 오래 전에 연구한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을 들 수 있다(Tversky & Kahneman, 1974).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보다 높으나, 대중은 비행기를 더 위험한 교통 수단으로 인식한다. 이는 사고 위험성을 인식할 때 발생 확률은 덜 고려하고,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참상이 더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가용성 휴리스틱으로 인한 인식의 형성 또는 왜곡은 범죄 위험도 인식에서도 적용된다(Jackson, 2011).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인도 범죄 중 성범죄의 비중이 높으며, 그 중에서도 끔찍한 사건이 주로 보도된다. 미디어 산업의 치열한 조회수 경쟁으로 인해서 더 자극적인 범죄가 보도 대상으로 선택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 대중은 인도의 성범죄 위험도를 과대 인식하게 된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나 고정관념 증폭(stereotype amplification)을 통해서 ‘성범죄의 나라 인도’라는 인식이 형성되거나 강화될 수 있다. 확증편향은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이나 인식에 맞는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고, 더 잘 기억하며,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다. Quallian and Pager(2010)는 미국 백인 응답자가 범죄 피해 위험을 판단할 때 실제 범죄와 상관관계가 높은 ‘경제적 조건’보다는 이보다 상관관계가 낮은 ‘동네 흑인 인구 비율’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인도 성범죄 인식 형성에도 이와 같은 고정관념 증폭이 적용될 수 있다. 인도에 대해서 가지는 ‘가난’, ‘더러움’, ‘혼잡’, ‘차별’, ‘낮은 여성 인권’ 등과 같은 고정관념이 인도 성범죄 위험도 인식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PEW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인도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이 2024년 58%에서 2025년 42%로 16%p 감소했다(PEW Research, 2025). 이는 역대 가장 큰 폭의 하락이며, 인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형성과 증폭으로 인한 인도 성범죄국 인식 형성을 우려하게 된다.

인도 언론은 범죄를 생생하게 날 것으로 그리고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맹현철, 2026). 그 원인으로 지나친 미디어 경쟁과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을 들 수 있다. 성범죄도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자극적으로 다루기 쉬운 소재이기도 하다. Velásquez et al.(2020)에 따르면 범죄 뉴스는 실제 치안 통계와 상관없이 대중이 느끼는 “내가 범죄 피해자가 될 주관적 확률”에 영향을 미치며, 부정적 뉴스의 영향력이 긍정적 뉴스의 영향력을 크게 상회했다. 범죄 뉴스의 영향은 실제 범죄를 경험한 사람보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 인도 언론을 통해서 자극적으로 보도된 인도 성범죄는 한국 언론에 의해서 더 자극적인 내용 위주로 선별되며, 이는 인도 성범죄를 경험하지 않은 한국인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인도 성범죄를 둘러싼 논의에서 필요한 것은 인도를 변호하는 것도, 인도를 ‘성범죄의 나라’로 낙인 찍는 것도 아니다. 인도에는 분명 성범죄와 여성 대상 폭력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존재한다. 특히 사회적 낙인, 가족 명예, 경찰과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은 피해자가 피해를 신고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공식 통계에 드러난 숫자만으로 인도의 성범죄 문제가 작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잔혹한 사건 보도와 “몇 분마다 한 건”이라는 표현만으로 인도 사회 전체를 설명할 수도 없다. 범죄 통계는 실제 발생한 범죄의 총량이 아니라 신고되고 등록된 사건의 기록이며, 유죄율 역시 사건의 성격과 사법 절차, 사회적 맥락을 함께 반영한다. 언론 보도는 사회문제를 환기하지만, 동시에 특정 국가에 대한 낙인을 강화할 수도 있다. 결국 인도 성범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과 인식을 함께 보아야 한다. 어떤 사건이 통계에 들어가고, 어떤 사건이 언론에 선택되며, 독자는 그것을 기존의 인도 이미지와 어떻게 연결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도는 성범죄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다. 그러나 인도를 ‘성범죄의 나라’라는 하나의 이미지로만 이해하는 것도 사실에 가까운 태도는 아니다.


[i] XX에 해당하는 숫자는 기사마다 상이하다. 예를 들어 2021년 11월 17일 머니투데이 기사 제목에는 18분, 2020년 10월 3일 연합뉴스 기사 내용에는 15분이 언급되어 있다.

[ii] 인도 성추행은 IPC section 354의 ‘assault on women with intent to outrage her modesty’와 IPC section 509의 ‘insult to the modesty of women’을 집계했으며, 한국 성추행은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을 포함했다.

[iii] 니르바야는 두려움이 없는(fearless)를 뜻하는 힌디어 단어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저항하고 이후 13일 동안 생존을 위해 싸운 일을 기리며 붙은 이름이다.

[iv] 대표적인 예로 2024년 8월 16일 로이터 통신의 “India struggles with high rate cases, low conviction rates”, 2019년 12월 4일 인디아 익스프레스의 “32 percent conviction rate in rate cases: NCRB” 등을 들 수 있다.

저자 소개

맹현철(joshua3@snu.ac.kr)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이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인도 방갈로르 인도경영대학(IIM Bangalore)에서 약 6년간 마케팅 조교수로 재직하였다. 2024년부터는 한국을 기반으로 인도와 마케팅을 아우르는 다양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인도 게임 및 e스포츠 산업, 인도 소비시장, 對인도 개발협력, 인도 미디어·콘텐츠 산업, 인도 고등교육 및 R&D 시스템이며, 관련 주제로 다수의 논문과 연구보고서를 집필하였다.

참고문헌

맹현철. (2026). “인도 범죄 보도와 ‘미디어 재판’: 흉기 가격까지 공개? 범죄 보도가 과열되는 이유.” 신문과 방송, 4월호.

Banerjee, A., Chattopadhyay, R., Duflo, E., Keniston, D., & Singh, N. (2021). Improving police performance in Rajasthan, India: Experimental evidence on incentives, managerial autonomy, and training. American Economic Journal: Economic Policy13(1), 36-66.

Dandona, R., Gupta, A., George, S., Kishan, S., & Kumar, G. A. (2022). Administrative data deficiencies plague understanding of the magnitude of rape-related crimes in Indian women and girls. BMC public health22(1), 788.

Gubbala, S., & Prozorovsky, A. (2025) How people in 24 countries view India. PEW Research Center. https://www.pewresearch.org/short-reads/2025/08/13/how-people-in-24-countries-view-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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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ur, A., Munasib, A., Roy, D., & Bhatnagar, A. (2019). Sparking the# MeToo revolution in India: The” Nirbhaya” case in Delhi (No. 2019-06). AEI Economics Working Paper.

Quillian, L., & Pager, D. (2010). Estimating risk: Stereotype amplification and the perceived risk of criminal victimization. Social psychology quarterly73(1), 79-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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