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중앙아시아의 범죄 문제는 단순한 ‘치안 불안’을 넘어선 구조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구 소련 붕괴 이후 체제 전환기의 취약한 거버넌스와 독특한 대내외적 환경이 결합된 결과이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범죄는 젊은 인구의 급증이라는 인구통계학적 조건과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정정 불안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정학적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이 글은 이 같은 맥락에서 중앙아시아의 구조적 조건과 그로 인해 파생된 주요 범죄 현황을 고찰한다.
범죄 문제의 구조적 결정요인
인구통계학적 조건: 청년 팽창(Youth Bulge)의 위기
중앙아시아 국가들(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젊은 인구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2026년 기준 젊은 층 인구가 급증하는 역동적인 인구 구조를 보이고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 전체 인구는 1950년대 약 1,750만 명에서 현재 8,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1억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지역은 청년층의 비대화가 두드러지는데, 전체 인구의 약 1/3이 15세 미만이며, 2026년 현재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 인구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인구 3,6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이다(OECD, 2025).
풍부한 청년 인구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사회가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는 범죄와 사회 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범죄학적으로 15~29세 사이는 범죄에 가담할 확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이다. 연령-범죄 곡선(Age-Crime Curve)은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른 범죄 가해 행위는 15~25세 사이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경향성은 거의 모든 지역, 문화, 시대를 걸쳐 보편적으로 관찰된다(Gottfredson & Hirschi, 1990). 이 때문에 중앙아시아 지역은 전체 인구 중 ‘이 범죄 정점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통제적으로 범죄 총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State Committee of the Republic of Uzbekistan on Statistics, 2024).
이 같은 인구통계학적 조건은 생계형 범죄, 마약 밀매와 조직범죄의 유혹, 사회적 단절과 극단주의 범죄, 도시화와 슬럼화에 따른 범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먼저, 역내 경제성장 속도가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청년 실업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따라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절도, 강도, 사기 등 생계형 범죄에 유입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다음으로, 경제적 기반이 약한 청년들이 마약 운반책(Mule)으로 포섭되는 등 마약 밀매와 조직범죄에 포획되기 쉽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발 마약 밀매 조직이 중앙아시아의 취약한 청년층을 고용하여 러시아와 유럽으로 마약을 유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급격한 인구 팽창과 도시화, 거주 이동성의 증가로 부모의 부재와 같은 ‘깨진 가정’에서 자라난 소외된 청년들의 수가 증가한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유포되는 종교적 극단주의에 포획될 위험이 증대되며, 이는 단순 범죄를 넘어 테러나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농촌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타슈켄트, 알마티, 비슈케크 등)로 몰리면서 도시 외곽에 슬럼 지역이 형성되고 있다. 치안 인프라가 미치지 못하는 이 같은 도시 외곽 슬럼 지역을 중심으로 청년층을 흡수한 폭력 조직이 결성되거나 강력 범죄 발생률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UNODC, 2025).
지정학적 조건: 유라시아의 심장부와 안보 취약성
구소련 붕괴 이후 체제 전환기를 겪은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취약한 국가 거버넌스와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초국가적 조직범죄(Transnational Organized Crime)의 거점이 되었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는 이 지역 범죄 양상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흔히 세계의 심장부(Heartland)라 불리는 이 지역은 유라시아 대륙의 교차로라는 이점 때문에 초국가 범죄 조직들에게 최적의 비즈니스 경로가 되었다. 초국경 범죄의 구조적 조건이 되는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특수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앙아시아는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인 아프가니스탄과 북쪽으로 맞닿아 있다. 아프간산 헤로인과 메스암페타민이 러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통로를 ‘북부 경로’라고 부르는데 이는 아프간산 마약이 러시아를 거쳐 유럽과 북미 등 세계 시장으로 유통되는 마약 밀매의 고속도로이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총 2,300km 이상의 국경을 접하고 있어 마약 조직의 주 타깃이 된다. 이처럼 중앙아시아는 국제적 마약 거래의 길목에 위치한다(UNODC, 2024).
둘째, 중앙아시아의 ‘중간 회랑(Middle Corridor)’으로서의 지정학적 위치는 마약 이외의 각종 국제적 물류 범죄의 구조적 조건이 된다. 이는 유라시아의 동서를 이어주는 교통로로서의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조건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러시아 경유 물류망(Northern Corridor) 대신,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를 거치는 ‘중간 회랑’이 급부상했다. 최근 이 지역을 통한 국제 교역량이 급증하면서 이를 틈탄 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와 함께 역내 국가들에서 밀수품이 유통되는 지하 경제가 형성되고 있다. 한편 중앙아시아는 노동 착취나 성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적 인신매매 네트워크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되기도 한다(UNODC, 2025).

출처: Clingendael Institute 편집: Textcetera, The Hague
셋째, 페르가나 계곡(Fergana Valley)과 같은 역내 국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경 갈등이 범죄로 직결된다. 국경선이 불분명하고 월경지(Enclave)가 많아, 범죄자가 한 국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인접국으로 도주하기 쉽다. 또한 국경 분쟁과 정부의 통제력 약화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은신하거나 조직원을 모집하는 토양이 된다. 2025~2026년 사이에도 이 지역에서의 국경 충돌은 조직적인 약탈과 폭력 범죄를 야기했다(중앙아시아연구소, 2025).
넷째,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 지정학적 조건은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의 범죄 양상을 변화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금융 제재가 강화되자,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제재 우회 및 자금 세탁의 통로로 이용되는 국제적 금융 범죄의 허브로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러시아어 사용권이라는 문화적 공통성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를 거점으로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의 부유층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및 온라인 금융 사기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Aris, 2026; Kassen, 2025).
주요 범죄 유형 및 실태 분석
중앙아시아가 직면한 핵심 범죄 문제들을 몇 가지 차원에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범죄 일반 및 통계의 함정
최근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범죄 통계를 보면 다양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2024년 총 범죄 건수는 약 13만 2천 건으로, 인구 10만 명당 약 200건의 발생률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총 범죄 건수 3,000~5,000건 내외, 미국의 2,500~4,000건 수준 등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Dark figure of crime)’가 상당 정도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낮거나, 경찰의 법집행(law enforcement)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범죄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거나 성범죄, 스토킹, 단순 절도, 폭행 등이 범죄로 인식되지 않아 통계로 잡히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우 전년 대비 범죄 증가율을 보는 것이 더 유의미할 수 있다.
범죄 증가율의 경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다른 추이를 보여준다. 2024년 기준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사기와 절도가 전체 경제 범죄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마약 관련 범죄는 전년 대비 36.8% 급증했다. 2025년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심각한 중범죄가 전년 대비 약 75%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주로 사이버 범죄의 지능화 때문으로 알려졌다(State Committee of the Republic of Uzbekistan on Statistics, 2024). 카자흐스탄의 경우 2025년 10월까지 등록된 범죄 건수는 약 9만 건으로, 2024년 대비 약 5.7% 감소하며 점진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026년 초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범죄율은 전년 동기 대비 8% 추가 하락했다. 이 같은 우즈베키스탄 대비 카자흐스탄의 범죄율 하락과 안정화는 중앙아시아에서의 가장 높은 소득 및 경제 수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Ministry of Internal Affairs of the Republic of Kazakhstan, 2026).
중앙아시아 나머지 국가들의 경우는 우즈베키스탄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2026년 6,100건의 범죄가 파악되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를 보인다. 절도(-30.8%), 강도(-50%), 갈취(-22.5%) 등 재산 범죄가 크게 감소한 반면, 대인 범죄인 폭력이 22.8%, 그리고 강간 사건이 1.4배 급증하였다(National Statistical Committee of the Kyrgyz Republic, 2026). 타지키스탄의 경우 2025년 상반기 등록된 범죄는 13,089건으로, 2024년 동기 대비 약 10.9% 증가했다. 사기(Fraud)와 절도(Theft)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뒤를 이어 마약 밀매와 소란 행위(Hooliganism)가 많다. 살인(28건), 강간(24건) 등 강력 범죄의 절대적인 수는 인구 대비 낮은 편이지만, 최근 마약 밀매 관련 범죄가 급격히 늘고 있다(Agency on Statistics under 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Tajikistan, 2025).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공식적인 범죄 통계를 거의 공개하지 않은 폐쇄성으로 인해 범죄율을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세계 감옥 브리프(WPB) 자료에 따르면(WPB, 2025), 인구 10만 명당 약 576명이 수감되어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수감률을 보이고 있다.
요약하면, 역내에서 가장 소득·경제발전 수준이 높은 카자흐스탄의 경우 범죄율이 점진적인 안정세를 보이나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범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젊은 인구의 증가는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와 같이 사이버 범죄와 같은 지능화 범죄가 급증하는 추이로 이어진다. 다만 젊은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러시아, 한국, 유럽, 미국 등 역외 지역으로 떠나는 해외 노동력 유출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범죄율 증가를 일정 정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약 밀매의 핵심 통로(The Northern Route)

출처: 유럽연합 이사회
중앙아시아 범죄 경제의 가장 거대한 축은 ‘마약’이다. 세계 최대 아편 및 헤로인 생산국인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러시아와 서유럽으로 향하는 이른바 ‘북부 루트(Northern Route)’의 핵심 경유지가 되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의 과거 자료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산 마약의 절반 가까운 물량이 이 지역을 통과해 밀수된다. 이 거대한 불법 자금은 지역 범죄 조직을 마피아 수준으로 거대하게 키우는 결정적 자양분이 되었다(UNODC, 2025).
‘북부 루트(Northern Route)’는 다음과 같이 구축되어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 세계 오피움(아편) 공급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생산지로도 급부상했다. 여기서 생산된 마약이 타지키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를 거쳐 동유럽으로 육로로 이어진다. 이 경로는 발칸 경로(Balkan Route)와 함께 세계 마약 유통의 핵심 혈관이다(UNODC, 2024).
2025~2026년 기준 역내 주요 국가별 마약 범죄 현황 및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타지키스탄은 제1의 관문 역할을 하며, 아프가니스탄과 1,344km의 험준한 국경을 맞대고 있어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2025년 타지키스탄 당국이 압수한 마약은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특히 국경 수비대와 밀매 조직 간의 무장 충돌이 빈번하다. 마약 밀매 수익이 지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마약 경제화’ 현상이 일부 국경 마을에서 관찰되고 있다. 다음으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유통의 허브로 기능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아프간과 직접 연결되는 ‘테르메즈(Termez)’ 검문소를 통해 합법적인 물류 속에 마약을 숨겨 들여오는 지능형 밀매가 증가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페르가나 계곡의 복잡한 지형을 이용해 마약을 재포장하고 분산시키는 거점으로 활용된다. 최근 ‘합성 마약’ 적발 건수가 급증하며 단순 경유지를 넘어 소비지로 변모 중이다. 마지막으로 역내 국가들 가운데 가장 경제와 소득 수준이 높은 카자흐스탄은 최종 관문이자 신흥 시장으로 기능한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로 넘어가는 국경 간 이동의 마지막 단계로, 광활한 영토와 긴 국경선 때문에 완벽한 차단이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청년층 사이에서 온라인 다크웹을 통한 마약 구매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UNODC, 2024).
무기·자원 밀수 및 인신매매
마약뿐만 아니라 인간과 물자의 불법 거래도 심각하다. 경제적 빈곤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노동력 착취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구소련 시절 남겨진 무기류의 불법 거래와 더불어 금, 알루미늄 등 천연자원의 밀수도 거대한 암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경 통제가 허술하고 말단 공무원부터 고위직까지 부패가 만연해 있어 이러한 밀수 네트워크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UNODC, 2025).
첫째, 인신매매(Trafficking in Persons)의 경우 중앙아시아는 송출지(Source)이자 경유지(Transit)이며, 동시에 목적지(Destination)인 복합적인 특성을 보인다. 고질적인 청년 실업과 빈곤은 저숙련 노동자들을 해외 취업 사기에 쉽게 노출시킨다. 특히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농촌 지역 청년들이 주 타깃이 되고 있다. 노동 착취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역내 국가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제와 소득 수준이 높은 카자흐스탄이나 러시아의 건설 현장, 농장(면화 채취 등)에서 여권을 압수당한 채 강제 노동에 동원된다. 지역 내 여성들을 대상으로는 터키, 중동,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인신매매 네트워크가 활발히 가동되고 있다. 국경 수비대 및 이민국 관리들과 매수된 범죄 조직 간의 유착으로 인해 피해자 구제와 가해자 처벌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UNODC, 2025).
둘째, 중앙아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Arms Trafficking) 시장은 과거 구소련의 유산과 현재의 분쟁이 맞물려 형성되어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관리 통제를 벗어난 대량의 재래식 무기(AK 계열 소총, 수류탄, RPG 등)가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아프가니스탄 내전과 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 분쟁 지역을 중심으로 무기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21년 탈레반 재집권 이후 미군이 남긴 현대식 무기 일부가 중앙아시아 암시장으로 유입되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 무기들은 단순 범죄 조직뿐만 아니라 지역 내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전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어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UNODC, 2025).
셋째, 천연자원 밀수(Resource Smuggling) 역시 주요한 역내 국경 간 범죄 문제에 해당한다.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국가 재정의 기반이지만, 동시에 거대한 지하 경제의 원천이 된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소규모 불법 채굴장에서 생산된 금이 인접국으로 밀수되어 자금 세탁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알루미늄, 구리, 석유 제품 등이 관세 포탈을 위해 서류를 조작하여 국경을 넘어 밀거래되고 있다. 자원 밀수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단순 조직폭력배보다는 ‘정치-비즈니스 엘리트’와 결탁한 화이트칼라 범죄 성격이 강하다. 이는 국가 자산의 유출과 직결되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UNODC, 2025).
범죄–테러 결합 (Crime-Terror Nexus)
최근 국제 안보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조직범죄 그룹의 밀수 루트와 자금력이 지역 내 이슬람 극단주의 및 테러 조직(예를 들면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 등)과 결탁하는 현상이다. 테러 조직은 마약 밀매를 통해 활동 자금을 조달하고, 범죄 조직은 이들의 무장력을 활용하거나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단속을 피하는 공생 관계가 형성된다.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IMU: Islamic Movement of Uzbekistan)은 아프간-타지키스탄 국경의 마약 경로 점유, 밀매업자 보호에 가담하고 있다. IS-K(Islamic State-Khorasan)는 타지키스탄 및 키르기스스탄 청년 포섭과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 양상을 보인다. 타지키스탄의 마약 카르텔은 테러 조직에 무기와 자금 제공의 대가로 국경 수비대의 눈을 피하고 있다(International Crisis Group, 2026).
범죄-테러 공생(Symbiosis)은 다음의 세 가지 축으로 작동한다. 먼저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운동이나 IS-K는 활동 자금의 상당 부분을 마약 밀매에서 얻는다. 이는 마약 밀매 조직이 테러 조직의 통제 지역을 통과할 때 ‘통행세’나 ‘보호세’를 지불하거나, 테러 조직이 마약의 직접 생산과 유통에 관여하여 고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음으로, 밀수 루트와 위조의 인프라를 공유한다. 범죄 조직이 오랫동안 다져온 정교한 밀수 경로를 이용해 테러 조직이 테러 요원을 침투시키거나 위조 여권, 가공 계좌, 암호화된 통신망 등 범죄 조직의 ‘기술적 서비스’를 테러 조직이 구매 또는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실패’를 유도함으로서 전략적 상호 이익을 공유한다. 국가 실패는 범죄 조직의 비즈니스 이익과 테러 조직의 무장력과 정치적 영향력의 강화에 모두 도움이 된다(International Crisis Group, 2026).
맺음말
중앙아시아의 범죄 문제는 청년 인구 급증이라는 인구학적 압박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위치한 유라시아 중심부로서의 지정학적 조건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조건의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따라서 역내 범죄의 증가와 초국경 조직범죄가 함께 나타나며 이 둘은 서로 연동되어 있다. 이에 더해 국제적 조직범죄와 테러리즘 그리고 조직범죄와 부패-뇌물의 카르텔 역시 서로 공생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아시아의 범죄문제는 다면적·다층적 특성을 띤다. 중앙아시아의 범죄-테러-부패 문제와 치안 불안은 유라시아 전체의 물류, 초국가 범죄, 테러 등의 안보 위협과도 직결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중앙아시아 범죄 문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역내 거버넌스 구축과 국제적인 지원과 협력이 요구된다.
저자 소개
윤민우(minwooy@hotmail.com)는
가천대학교 교수이다. 미국 샘휴스턴 주립대학교에서 형사사법대학원에서 범죄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서 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윌링제수이트 대학교 사회과학학과 조교수, 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조교수, 국가정보원 특별보좌관 등으로 근무하였다. 국제안보, 전쟁, 전략, 사이버 안보, 정보심리전, 유라시아 지역 연구, 국제조직범죄, 테러리즘, 범죄학 등에서 다수의 논문과 저서, 보고서 등을 출판하였다.
참고문헌
Agency on Statistics under 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Tajikistan. (2025). Statistical Yearbook of the Republic of Tajikistan: Crime and Justice Section. Dushanbe.
Aris, S. (2026). The Crime-Terror-Sanctions Nexus in Eurasia. International Affairs.
Gottfredson, M. R., & Hirschi, T. (1990). A general theory of crime. Stanford University Press.
International Crisis Group. (2026). The Silk Road of Shadows: Crime and Militancy in Central Asia (Europe and Central Asia Report No. 284). https://www.crisisgroup.org
Kassen, M. (2025). Geopolitics of Digital Space in Central Asia: Cybersecurity and Cybercrime Challenges. Central Asian Survey.
Ministry of Internal Affairs of the Republic of Kazakhstan. (2026). Annual Report on Crime Statistics and Public Safety for 2025. Astana.
National Statistical Committee of the Kyrgyz Republic. (2026). Quarterly Bulletin: Social and Economic Situation of the Kyrgyz Republic (January-June). Bishkek.
OECD. (2025). Economic Outlook for Central Asia 2025: Balancing Demographics and Employment. OECD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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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 (2024). World Drug Report 2024: Special focus on the Northern Route. United Nations.
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 (2025).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 Assessment: Central Asia and the South Caucasus. United Nations.
World Prison Brief (WPB). (2025). World Prison Population List: Turkmenistan and the Central Asian Context. Institute for Crime & Justice Policy Research.
중앙아시아연구소 (2025). 중앙아시아의 초국가적 조직범죄와 안보 위협: 페르가나 계곡을 중심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