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9일~25일간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제9차 북한 노동당 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당 대회는 향후 5년간의 북한의 대내외 정책 노선과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계획을 공식화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이번 노동당 대회의 메시지와 권력 구조 변화는 북한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제9차 당 대회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핵보유국 지위의 기정사실화와 그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다. 둘째, 김정은 유일지도체제 아래 노동당 체제 정비다. 셋째,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 2단계 진입 선언과 민생 중심 기조의 강화다. 여기에 더해 ‘적대적 2민족 2국가론’과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인식도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아래에서 외교·안보 및 군사 부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핵능력 고도화, 핵무기 실전 운용 능력 강화 추진 및 경제 회복
김정은은 이번 제9차 당 대회 개회사에서 자위적 국방력이 북한 존립의 초석이라고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군사력 건설을 역설했다. 핵심은 ①핵무력 건설 노선의 진화, ②첨단 기술군으로의 혁신, ③이른바 ‘대한민국’과의 국경 요새화와 대남(對南) 억제력 강화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김정은은 또한 “핵능력 고도화를 통해 국가의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굳건히 다졌다”라고 평가하면서, 핵보유국 지위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2021년 제8차 당 대회 당시 대외 환경을 ‘엄혹한 정세’로 규정했던 것과 비교할 때 중요한 변화다.
북한은 제9차 당 대회에서 핵능력을 단순한 위기 대응 수단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불변 구조로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대내외 전략 구상의 기초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ICBM 발사가 가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등 핵능력 지속 고도화와 첨단 재래식 전력 강화, 그리고 국방과학기술 발전도 주요 과업으로 제시했다. 지속적인 성능 개량을 통해 북핵의 신뢰성을 높이는 질적 증강 역시 강조됐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투발(launch) 수단을 포함한 핵능력 고도화에 집중해 왔다. 제8차 당 대회가 핵무기 개발 자체를 강조했다면, 제9차 당 대회에서는 핵무기의 실전 운용 능력 강화로 중심축을 이동시켰다. 즉 핵능력 자체를 목표로 설정하기보다 이미 확보되어, 기정사실화된 전략적 전제조건으로 간주하고, 그 토대 위에서 경제 회복과 민생 개선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제9차 당 대회 군사 부문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과의 군사분계선 지역 요새화와 군사력 증강 배치다. 북한은 한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거듭 강조하는 한편, 군사분계선을 이른바 ‘남부 국경선’으로 부르며 요새화를 강조했다. 이는 선진 군사강국 한국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 약화로도 볼 수 있지만, 만약 기회가 올 경우 대륙간탄도탄(ICBM)으로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면서 저위력 전술핵무기를 동원하여 한국을 굴복시켜 ‘핀란드화(化)’ 또는 ‘홍콩화(香港化)’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무기체계와 드론, 한국이나 미국 등 적대국의 인공위성을 공격하기 위한 특수자산, 강력한 전자전 무기체제, 진화된 정찰위성’ 등의 개발이 언급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 이란 등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ICBM 대기권 재진입 등 기술 고도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JL-2(쥐랑<巨浪>-2)급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제조와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건조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항모를 겨냥한 핵탑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5년간 ICBM 시험 발사, 정찰위성 발사 시험, 다양한 미사일 발사 시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북한 스스로의 평가에 기초한다. 핵능력 고도화에서 나아가 실전 배치와 사용을 위한 지휘통제 체계와 핵무기 저장 및 관리 시설 문제로 주요 전략적 중심축이 이동한 것이다.
북한은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적대국’ 한국을 겨냥한 무기체계의 실전 배치도 강조했다. 향후 5년간 ‘한국 전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주요 무기들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급 600㎜ 초정밀 대구경 방사포(KN-25)와 (저위력) 전술핵 미사일을 연차별로 실전 배치하여 집중 공격의 밀도와 지속성을 높임으로써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저위력 전술핵무기 개발과 배치 시도는 한국 외교·안보 전문가들로 하여금 한국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판단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일본이 핵무장을 결심할 경우 한국도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추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북한은 ‘2026 자유의 방패(FS)’ 훈련 기간(3.9.∼3.19.) 중이던 지난 3월 14일 600㎜ 대구경 초정밀 다연장 방사포 10발을 동해 방향으로 발사하여 발사지점으로부터 약 364.4㎞ 떨어진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한·미 연합방어망을 돌파하여 한국 내외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심리전적 성격과 무력시위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한편, 2025년 중대급 이상 FS 야외기동훈련은 총 51건 실시됐는데, 2026년에는 여단급 이상 6건, 대대급 10건, 중대급 6건 등 총 22건 실시됐다. 여단급 이상 야외기동훈련도 2025년 13건에서 올해 6건으로 줄어들었다. FS 규모를 축소한 것은 북한에 화해와 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일부 양보로 해석된다.
‘핵보유국’ 기정사실화와 대외관계 개선 추진
북한은 제9차 당 대회 보도를 통해 “미국이 헌법에 명시된 우리나라(북한)의 현 지위(핵보유국: Nuclear Power State)를 존중하며 대조선(對朝鮮)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미국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하면서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비핵화 협상 테이블 복귀 의지가 아니라, 북한 헌법에 명시된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조건부 메시지로 이해해야 한다. 즉 북한의 대미(對美) 대화 전제는 핵 포기가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군축 협상) 인정에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사실상 ‘핵보유국 간 관계’ 수준으로 격상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으면서도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제도화하고, 인정받으려는 전략적 의도를 동시에 드러냈다.
김정은 유일지도체제 아래 노동당 중심 체제 정비
제9차 노동당 대회는 당 규약 개정과 함께 중앙 지도기관 개편을 단행했다. 당 집행부의 약 60%가 교체됐고, 비서국 성원도 기존 7명에서 11명으로 확대됐다. 외교·안보 라인 역시 재배치됐다. 특히 ‘원로 퇴진과 세대교체’가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났다. 2인자로 알려진 최룡해와 함께 박정천, 리병철, 리선권, 김영철 등 군(軍)과 대남 부문 원로급 인사들이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배제됐다. 대신 김정은이 직접 육성한 조춘룡 등 60대 이하 비교적 젊은 기술·경제·과학 분야 엘리트들이 당 중앙위원회에 진입했다.
이는 김정은 중심 노동당 주도 체제를 기능적으로 정비하려는 시도다. 노동당 국제비서직 복원이나 외무상과 국제부장의 정치국 진입 등은 대외 정책을 노동당 차원에서 보다 집중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로 관찰된다. 군사·외교·경제 문제를 개별 부처 중심으로 대응하기보다 노동당 중심의 통합적 정책 관리 체제 안에서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적대적 2민족 2국가론’ 강조와 한반도 정세 변화
이번 제9차 당 대회에서는 남북 관계를 ‘적대적 2민족 2국가 관계’로 규정하는 입장이 다시 확인됐다. 북한은 남북 관계에서 기존의 ‘동족’ 개념을 배제하고, 국가 대(對) 국가 관계라는 틀을 강조했다. 이는 남북 간 협력이나 교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축소시키는 동시에 군사적 대치 구조를 장기적으로 고착시키려는 전략적 인식 및 태도 변화로 해석된다.
다만, ‘적대적 2민족 2국가 관계’ 설정을 곧바로 전면적 관계 단절로 해석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라는 틀 속에서도 일정한 대화와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회복과 민생 개선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대외 긴장을 장기적으로 극단적 수준으로까지 첨예화시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적대적인 다른 민족 다른 국가’ 주장에서 읽을 수 있는 북한의 진정한 속내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강력한 선진 동족국가 한국이라는 존재 자체가 북한의 존립에 크게 위협이 되느니 만큼, 앞으로 상당 기간 한국과 담을 쌓고 지내다가 개발 중인 ICBM을 이용하여 만약 기회가 되면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저위력 전술핵을 동원하여 한국을 무릎 꿇리려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분석 및 평가
제9차 당 대회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가 발전 전략을 ‘경제와 민생’으로 재구성하려는 의도와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군사 분야에서는 핵무력 고도화와 첨단 군사기술 확보를 병행하면서 실전 운용 능력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향후 북한의 정책 방향은 ①핵보유국 지위의 국제적 기정사실화, ②핵무기 실전 배치와 군사력 현대화, ③내부 경제 관리 체제 안정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대응
첫째, 지속적인 화해 메시지 발신이다. 북한 지도부에 불필요한 긴장 고조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면서도 각종 도발에 적극 대비하는 한편, 대화와 협력의 메시지는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적대적 다른 민족 다른 국가(2민족 2국가)’라는 북한의 강변과 궤변(詭辯)에 대한 대응 논리와 정책도 개발해야 한다.
둘째, 북한과의 경계지역 관리다. 서해 5도 및 DMZ 일대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의 명분을 제공하지 않도록 정찰 활동과 군사 훈련 과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자체 방어 태세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셋째, 한미 연합방위태세 확보·강화다. 한국군의 자체 대응 능력도 계속 배가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군사력 강화가 결코 한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로 이어질 수 없다는 점을 군사적 측면에서 명백히 증명해야 한다.
넷째, 과학기술적 우위 확보다. 분야별로 북한의 무기체계를 압도할 수 있는 대응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북-러, 북-이란 간 등 간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을 면밀히 추적하고, 신기술 분야의 정보 획득 역량을 획기적으로 증강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다. 한미 확장억제정책협의체(NCG)를 통한 작전계획 발전과 더불어 ‘핵연료 주기 완성’을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추진과 함께 ‘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 논의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이 논의가 현실화되어 조속히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중동산 석유와 천연가스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위 문제도 충분히 감안하여, 미국이 요청하는 해군 함정 중동 해역 파견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 문제는 남북관계의 틀로만 접근·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한국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철저·냉정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대응 옵션을 사전 준비함으로써 여러 가지 정책적 선택지를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어야 한다.
저자 소개
백범흠(yimbek3112@snu.ac.kr)
현)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자문위원,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연구원,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중·일 3국협력사무국 사무차장, 강원도 국제관계대사,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
<주요 저술>
『전문가들을 위한 미·중 신냉전과 한국 2』 (늘품플러스, 2022).
『전문가들을 위한 미·중 신냉전과 한국 1』 (늘품플러스, 2020).
『지식인을 위한 한중일 4000년』 (늘품플러스, 2020).
『통일, 외교관의 눈으로 보다』 (늘품플러스, 2019).
『중국, 외교관의 눈으로 보다』 (늘품플러스, 2010).
관련 자료
이상근 (2026). “9차 당대회에서 나타난 북한 대외정책 평가 및 전망.” 『이슈브리프』 811,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진 (2026). “북한 제9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정책 기조와 한반도 정세.” 『KIP 이슈브리프』66, 한반도평화연구원.
홍민 (2026). “정동 칼럼: 전략적 불안정 시대, 다시 쓰는 비핵화.” 『경향신문』 2월 9일.
https://www.kha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