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북극 정책과 러시아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2026년 2월 10일 러시아 RIA Novosti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북극항로(NSR, Northern sea route)의 잠재력을 활용하여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화물을 수송하고 부산항을 주요 글로벌 운송 허브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알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의 관련 기관과의 정기적인 접촉을 통해 이러한 계획의 실현이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해왔다. 특히 북극해 항해, 해상 안전 분야에서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은 필수적임을 알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향후 한국과 러시아 간의 북극항로 협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북극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이러한 주한 러시아 대사의 발언은 아직 한국의 북극항로 정책 성과가 미진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북극항로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북극항로 협력 위원회를 통한 러시아와 중국 간의 협력 강화
러시아와 중국은 북극항로와 관련된 제도적 협력 기반을 마련해 왔다. 양국 간 북극항로 협력 위원회의 구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러-중 북극항로 협력 분과위원회는 2024년에 설립되었으며, 첫 회의는 2024년 1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되었다. 알렉세이 리하쵸프 로스아톰(Rosatom) 사장, 류웨이 중국 교통부 장관이 각각 대표단 단장의 역할을 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로스아톰의 북극 담당 책임자인 블라디미르 파노프는 양국 간 주요 협력 분야를 설명했다. 이 위원회에서 양국이 다루는 협력 분야는 해상 안전, 북극항로 화물 운송, 물류 개발, 얼음 및 기상에 대한 정보 교환 등 북극항로 운항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부문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25년 10월에는 북극항로 협력 분과위원회의 제2차 회의가 중국 하얼빈에서 개최되었다. 1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측에서는 리하쵸프 로스아톰 사장과 파노프 북극 담당 책임자가 참석했고, 중국 측에서는 류웨이 교통부 장관과 함께 헤이룽장성 성장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간에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 운송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실행 계획이 승인되었다. 이 실행 계획은 지속 가능한 운송 회랑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운송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프라 구축 협력과 현대적인 물류 및 기술 협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북극항로 인프라 구축 사업에 중국 측이 투자를 계획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북극항로를 통한 중국의 컨테이너 화물 운송 증가
이러한 제도적 차원의 협력 추진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 간에는 북극항로 운항에서 실질적인 협력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24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로스아톰사와 중국 해운 회사인 하이난양푸 뉴뉴쉬핑(Hainan Yangpu NewNew Shipping)사는 북극항로를 통한 연중 컨테이너선 노선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북극항로를 항해할 수 있는 높은 등급의 내빙 컨테이너선 설계 및 건조를 위한 합작회사 설립과 컨테이너 노선의 공동 운영에 합의했다.
최근 수년간 북극항로를 활용한 러시아–중국 간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며, 운송 품목의 대부분은 에너지 자원이 차지하고 있다. 2025년에 러시아 북부 항만인 무르만스크, 우스트루가 등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동쪽 방향으로 향한 대형 벌크선들은 모두 중국 항만으로 항해했으며, 동쪽으로 운송된 석유의 대부분은 중국 항만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항로를 통한 러시아-중국 간 물동량 증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에너지 제재가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의 대외 에너지 교역에서 서방의 비중이 감소하고 중국의 비중이 급속히 커진 것이다.
이처럼 러시아에서 중국으로의 자원에너지 운송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은 컨테이너선 운항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주로 중국과 러시아 북부 지역 간에 컨테이너선이 운항되어 왔다. 뉴뉴쉬핑(NewNew Shipping) 등을 비롯한 중국 선박 회사들이 북극항로 운항이 가능한 내빙 컨테이너선으로 닝보, 상하이 등에서 러시아 아르한겔스크 등으로 정기 운항을 확대해왔다. 중국의 북극항로를 통한 컨테이너선 운항은 2023년의 7회, 2024년의 11회에서 2025년에는 14회로 증가했다.
뉴뉴쉬핑은 2024년 동안 13번에 걸쳐 ‘아크틱 익스프레스 1호’로 명명된 북극항로 노선 운항을 했으며, 점차 운항 지역과 횟수를 늘리고 있다. 뉴뉴쉬핑은 러시아 아르한겔스크 항만의 심해 부두 및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여 2032년까지 완공하고, 이 항만을 기반으로 북극항로 운항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5년 10월 중국 선사는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최초의 상업용 컨테이너선 운항에 성공했다. 홍콩 국적 ‘시베전드’사의 컨테이너선인 ‘이스탄불 브릿지’호는 9월 23일 중국 닝보항에서 4,000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출항해 20일 만인 10월 13일 영국 동부 펠릭스토우 항에 도착했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 같이 수에즈 운하를 통한 항로에 비해 약 15일이 단축된 항해 기간이다. 향후 이 선사는 북극항로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을 운영할 계획이다.

러–중 북극항로 협력 증가 속에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양국 간의 북극항로 협력 확대는 러시아와 중국의 상호 이해관계가 정확하게 일치한 결과이다. 서방의 대러 에너지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북극지역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자원을 중국으로 수출할 필요성이 증대했다. 중국으로서도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북극 해상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17년에 3대 일대일로 해상통로에 북극항로를 포함시키고, 이를 ‘빙상실크로드’로 명명하며 북극항로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현재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물동량의 90% 이상이 중국과 러시아 간의 교역 물동량으로 알려진다. 최근의 양국 간 북극항로 협력을 고려하면 기존에 주로 운송되어온 원유, 석탄, LNG 등 에너지 자원에 추가하여 컨테이너 화물량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선박들은 러시아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자동차 부품 등의 컨테이너 화물을 정기적으로 운송할 것이며, 북극 지역 러시아 항만을 주요 물류 거점항으로 육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서방의 대러 제재 해제로 다수의 국가들이 북극항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도, 중국은 북극항로 운영에서 단연 앞선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언급한 주한 러시아 대사의 인터뷰는 러시아 정부가 한국과의 협력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진전을 살펴볼 때 한국의 북극항로 참여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북극항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며, 이는 지금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북극항로에 대한 산업, 물류, 인프라 측면에서의 협력 뿐 아니라, 환경, 소수민족, 문화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러시아와 북극 협력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그때에 북극항로는 우리에게 운송물류망의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길’로 발전할 것이다.
저자 소개
조영관(jycil@hanmail.net)
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강원연구원 연구위원
<주요 저서와 논문>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앙아시아의 대외 에너지 협력에 미친 영향.” 『슬라브학보』 2024.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금융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 금융제재 조치와 대외 금융협력 정책 연구.” 『중소연구』 2023.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앙아시아 지역 경제안보에 대한 영향 연구.” 『중소연구』 2023.
『한-러 경협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역할과 과제』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2).
『정체성으로 본 푸틴의 러시아』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
『신흥국의 대중국 경제협력 전략: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9).
최신관련자료
Interfax (2025). “China’s NewNew Shipping Line might invest up to 200 bln rubles in Arkhangelsk port – authorities.” July 25. (accessed Feb. 11, 2026)
https://interfax.com
RIA Novosti (2026). “Посол Георгий Зиновьев: Россия сохраняет диалог с Южной Кореей.” February 10. (accessed Feb. 10, 2026)
https://ria.ru
Rosatom (2025).“Rosatom Fosters Collaboration with China on the Northern Sea Route.” Atom Media, October 14. (accessed Feb. 7, 2026)
https://atommedia.online
Rosatom (2024). “Rosatom signed an agreement with a Chinese company to organize year-round international transportation along the Northern Sea Route.” Atom Media, June 6. (accessed Feb. 9, 2026)
https://atommedia.online
Rosatom (2025). “Northern Sea Route in the Spotlight.” Rosatom Newsletter 292, August 25. (accessed Feb. 9, 2026)
https://rosatomnewsletter.com
UFL (2025). “China expands Arctic container shipping with record 14 voyages in 2025.” December 23. (accessed Feb. 11,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