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온라인 매거진

동북아시아 청년세대의 피투와 기투: 움직일 것이냐, 멈출 것이냐

이 글은 포스트압축근대 시기 한중일 청년세대의 모빌리티를 하이데거의 ‘피투’와 ‘기투’ 개념으로 이해해 보려는 시도다. 동북아 청년들은 사회적 상승이동 사다리의 붕괴, 표준적 생애모델의 와해, 극심한 경쟁체제라는 공통의 피투적 조건에 내던져져 있다. 이에 대한 청년들의 기투적 응전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임모빌리티 측면에서는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사토리 세대, 한국의 N포세대, 중국의 탕핑이 관찰되며, 모빌리티 측면에서는 한국의 수도권 집중, 일본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정주, 중국의 2·3선 도시로의 역방향 이동 등 다양한 실천이 나타난다. 청년들은 로컬리티 기반의 대안적 삶과 초국적 모빌리티를 통해 다양한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로부터 향후 동북아시아 청년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김란(아시아연구소)
한국의 시민단체가 마련한 프로그램 <헬조선 리셋 게임>에 참여한 청년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참여연대(https://www.flickr.com/photos/pspd1994/33146252484/)

 

동북아시아 포스트압축근대, 청년들의 출구 찾기

오늘날 세계는 유례없는 가변성과 유동성으로 특징지어지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1990년대부터 몰아닥친 탈냉전-세계화-정보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초국경적인 정보-물류-인간의 모빌리티는 거대한 복잡계를 구성하면서 이동성이 극대화된 21세기를 열었다. 이는 동북아시아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2022년 봄, 서울 노량진 고시촌의 한 청년은 7평 남짓한 방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사한 시기, 항저우의 한 청년은 ‘탕핑(躺平)’하는 삶을 선택했다고 SNS에 고백했다. 도쿄 근교의 한 청년은 고향 가고시마로 돌아가 지역 NPO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이 세 청년의 선택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인다. 고시원에 붙박혀 있기도 하고, 유동적인 일과 삶을 추구하기도 하며,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들은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압축적 근대화를 비교적 성공시킨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세 나라는 초저출산과 청년세대들의 경제적 불안정이라는 ‘포스트압축근대’의 사회문제를 공유하고 있다(장경섭, 2023). 지금까지는 각 나라가 자신들의 사회문제를 주로 일국 단위로 고민해 왔지만, 이제는 동북아시아 세 나라 청년들이 공히 겪는 구조적 무게의 유사성을 서로 연계하고 비교해 가면서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주목할 것은 청년들이 기존의 생애 표준모델이 붕괴하거나 불확실해지면서 감행하는 ‘모빌리티(mobility)’ 또는 그러한 모빌리티와 연동되는 ‘임모빌리티(immobility)’다. 표준모델에 따라서만 살기에는 그 성취 가능성이 적어지고 있으며, 생애의 불확실성은 너무 크다. 그러므로 불안한 환경 속에서 청년세대들이 기존의 안정적 표준모델에 더 강하게 집착함으로써 극심한 경쟁을 추구하거나 그것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동/멈춤을 통해 출구를 찾기도 한다. 어쩌면 ‘최소화된 사회(계층)적 이동’과 ‘최대화된 공간적 이동’이라는 불가항력의 조건에 사로잡힌 것인지도 모른다.

공간적 이동의 불가피성은 국민국가 내에서의 트랜스로컬(trans-local)한 이동은 물론,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한 이동의 흐름을 야기하고 있으며, 그 주축은 단연 청년층이다. 교육, 취업, 결혼, 문화 등 다양한 동기와 유인을 좇아 이동하는 청년인구의 흐름은 다변적이고 복합적이어서 이들은 각국 수도권 집중화의 주범인 동시에 소멸위기에 놓인 ‘지방도시 살리기’의 기대주로 간주되기도 한다. 따라서 변화하는 동북아시아와 청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주와 이주의 20세기적 통념을 뛰어넘는 ‘유동적 관계인구’로서 존재하는 청년 모빌리티의 다면성과 복합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글은 동북아시아(한‧중‧일) 청년의 모빌리티의 양태를 피투와 기투라는 개념틀에 따라 도해(mapping)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제기한 내용들은 앞으로 충분한 연구과 근거를 통해 보완되어야 할 것이지만, 적어도 시각 전환에의 요청은 가능할 것이라 기대한다[1].

 

한중일 청년 피투의 공통 구조

한중일 청년이 경험하는 사회구조는 과거 세대가 경험하는 사회구조와 어떻게 다른가? 단순히 객관적인 사회 변동이 아닌, 이들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사회구조는 어떠할까?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제시한 ‘피투(被投, Geworfenheit)’ 개념은 인간이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시공간적 조건 속에 내던져진 존재임을 기술한다(하이데거, 2025). 이는 사회 행위자들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사회구조와 환경을 묘사하는 데 적합한 단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양극화나 불안정한 고용구조라는 객관적인 경제구조가 개별 사회행위자들에게 어떻게 느껴지는가, 그들이 자신들의 생애와 전망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동아시아 청년들이 ‘내던져진’ 세계에 대해 그들은 혼란스럽게 느끼는 듯하다. 부모 세대가 경험한 한국의 한강의 기적, 일본의 1억총중류, 중국 G2부상이라는 압축적 근대화의 성공서사가 청년 세대들에게 더 이상 체감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고성장기에는 발전주의 국가의 주도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과 산업화가 이루어졌고, 농촌 인구가 대도시로 대거 이동했다. 이 시기에는 계층 상승이 가능했고, 청년들은 노력(‘분투’)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그림이 완전히 바뀌었다.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청년들은 부모 세대가 경험한 기회를 갖기 어렵다. 더 근본적으로는 성장 중심 패러다임 자체가 한계에 도달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기후위기가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디지털 전환이 노동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과거의 성공 공식을 고집한다. 압축적 근대화 이후의 위기를 압축적 근대화 시기의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장경섭, 2023). 이 불일치가 청년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기는 듯하다. 그들은 작동하지 않는 규칙을 따르도록 강요받으면서,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곤 한다.

이러한 피투적 조건은 우선 한중일의 청년세대 담론에 반영되어 왔다. 한국 청년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화 된 노동시장에 내던져졌다. ‘88만원 세대’에서 시작된 청년 담론은 ‘N포세대’를 거쳐 ‘헬조선’이라는 절망적 자기규정을 거쳤다. ‘헬조선’은 ‘탈조선’이란 용어와 동시에 유행했는데, 신자유주의 시대 청년들의 구조적 절망을 표현하는 정치적 언어인 셈이다. 다만 헬조선은 탈조선이라는 바깥으로의 모빌리티를 통해 극복 가능한 점이 암시되지만, ‘수저계급론’과 ‘계급통’은 양극화와 계층재생산의 장벽이 극복될 수 없음에 대한 자각인 듯하다. 일본 청년들은 1990년대 버블붕괴 이후 소위 ‘잃어버린 30년’ 속에서 ‘로스트 제너레이션’으로 명명되었고, 이는 ‘사토리 세대(悟り世代, 깨달음의 세대)’라는 체념의 문화로 이어졌다. 중국 청년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도성장이 둔화되면서 ‘개미족(蟻族)’에서 ‘탕핑’ 세대로 변모했다. 이제 중국 화이트칼라 청년들은 자신들이 블루칼라인 농민공과 다를 바 없는 ‘따공런(打工人)’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김란·박치현, 2023).

중국의 탕핑과 한국의 N포세대,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비교한 게시물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디지털투데이(https://news.nate.com/view/20210914n10639)

 

청년세대 담론은 그 내용은 비슷하더라도 나라별로 ‘시차’가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버블붕괴 이후 저성장에 진입했고, 종신고용제의 붕괴와 함께 프리터와 니트족이 등장하면서 ‘로스 제네’ 담론이 등장했다. 한국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전환점으로 비정규직화가 고착되면서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었다. ‘88만원 세대’론은 이 시기부터 등장하였다. 중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추세로 전환됨과 동시에 대학진학률 급증에 따른 대졸자의 취업난이 가시화되면서 화이트칼라의 주거 빈곤을 묘사하는 ‘개미족’ 담론이 등장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급속한 고성장의 추세가 저성장 추세로 꺾이는 변곡점에서 청년세대의 ‘경제적 곤궁’을 강조하는 세대담론이 공통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 청년세대론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들을 가지고 세 나라 청년들이 공유하는 피투의 조건을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 상승이동의 사다리가 치워졌다. 과거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중산층이 된다”는 공식이 작동했지만, 이제 그것은 신화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노력 이데올로기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 둘째, 표준적 생애모델(학교-직장-결혼-출산-주택 소유)이 붕괴했다. 이 모델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평범하게 사는 것’, 부모님 세대처럼 사는 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가 된다. 여기에는 특히 주거비용의 폭등이 핵심적이다. 서울, 도쿄, 베이징·상하이의 집값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평생 소득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셋째, 극심한 경쟁체제와 공간적 일극화로 인해, ‘생존주의’가 지배하면서 사회적 연대가 위기에 처하고 집합적 저항의 가능성도 쇠퇴한다고 지적된다(김홍중, 2015).

2025년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 7개국 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률 조사에서 한국(서울)이 1위, 중국(베이징)이 2위, 일본(도쿄)이 3위를 차지했다.
출처: 중앙일보 / 제작: 정근영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확인하는 통계청의 최근의 조사인 <2021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인구 중 노력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5.2%에 그쳤다. 반면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60.6%였다. 이중 ‘비교적 낮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41.1%, ‘매우 낮다’는 응답 비율은 19.4%였다. 자녀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다’는 응답 비율이 29.3%, ‘낮다’는 응답 비율이 53.8%로 집계되었다(한경우, 2021/11/17). 중국의 경우에도, “가난한 집안에서 성공하기 어렵다(寒门再难出贵子)”에 58.25%의 청년 응답자가 동의했다. 또한 62.62%의 응답자가 “청년의 상향 이동 통로가 줄어들었다”는 질문에 동의했다. 자신이 사회 하층에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일수록 여기에 동의했으며(70.03%), 이 수치는 중하층(64.87%), 중층(60.85%), 중상층(58.07%), 상층(56.43%) 응답자보다 높았다(國家治理, 2023/10/17).

이와 같은 한국과 중국의 계층이동 인식 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과거처럼 경제발전이 국가의 통치 정당성을 자동적으로 확보해주던 시기가 저물었음을 보여준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각국 정부는 정당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어 국가-사회관계의 전면적 재구성이 사회 전체의 과제로 제기된다. 경제적 양극화가 고착되면서, 한국이든 중국이든 계층 상승의 가능성에 대해 갈수록 회의적인 구성원들이 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2030 세대 내 자산 격차는 무려 ‘64배’에 달한다. 상위 20%가 평균 10억 원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할 때, 하위 20%는 1,500만 원 남짓을 쥐고 있을 뿐이다. 10년 전 약 30배였던 이 간극이 불과 한 세대도 지나기 전에 두 배 넘게 벌어졌다(홍정민, 2026/01/02). 지역격차도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도 ‘지방시대’를 내걸었으며, 이재명 정부도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국가주도적 국토개발 과정에서 대도시로 집중된 인구를 재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저출생과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위기의식이 급격히 확대된다.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즉 ‘로컬’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며, 이는 실존적 위기에 처한 청년들의 사회적·공간적 모빌리티 실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상·하위 20% 가구의 자산 격차가 64배까지 확대됐다.
출처: YTN 뉴스라이더(https://www.ytn.co.kr/_ln/0102_202212080905356790)

 

기투의 다양성: 움직임과 멈춤의 스펙트럼

한중일 청년들이 처한 피투된 조건은 유사하더라도, 청년들의 기투(企投, projection, Entwurf) 실천은 다양하다. 기투는 주어진 조건에 대한 응전으로서, 미래를 향한 기획이자 실존적 선택이다(하이데거, 2025). 여기서는 모빌리티를 통해 이루어지는 기투를 피동적/능동적 임모빌리티, 피동적/능동적 모빌리티로 나누어 이해해 보려 한다.

우선 임모빌리티의 측면을 살펴보자. 일본의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 은둔형 외톨이)’는 피동적 임모빌리티의 극단적 형태로 보이지만, 장기불황과 블랙기업 문화에 대한 방어기제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국의 ‘N포세대’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인정하는 현실적 판단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멈춤이 수동적인 것은 아니다. 일본의 일부 청년들은 ‘사토리(悟り, 깨달음)’라는 이름으로 소비주의와 경쟁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삶을 선택한다. 한국의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나 니트족의 일부도 체제에 대한 능동적 거부의 성격을 띤다.

2021년 중국에서 유행한 탕핑은 단순한 개인적 포기가 아니라 ‘내권(內卷, involution; 과도한 소모적인 경쟁)’에 대한 집단적 저항이라 할 수 있다[2]. 탕핑 검색을 금지할 만큼, 중국 당국의 대응은 그 심각성을 오히려 명확히 드러내 주었다. 겉모습은 피동적으로 보이지만, 중국 정치체제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피동적 임모빌리티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빌리티를 강제하는 환경에서 임모빌리티를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중국 당-정부가 청년들에게 ‘분투(奋斗)하라’며 청년들의 노력을 촉구할 만큼, 탕핑은 체제에 위협적인 문화정치적 실천으로 인식되고 있다(김란, 2024).

다음으로 피동적/능동적 모빌리티의 측면을 살펴보자. 사회적 상승이동이 불가능해지자, 청년들은 ‘공간적 이동’으로 출구를 찾는다. 그러나 이 이동의 패턴과 의미는 세 나라에서 상이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한국 청년들의 이동은 수도권 집중으로 수렴된다. 지방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서울로 향하고, 지방 출신 명문대생들은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일자리, 문화, 교육 등 모든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된 극단적 불균형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 이동은 새로운 정착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울에 와도 불안정한 주거(고시원, 월세 원룸)에서 표류하며, “삶의 환승지대”인 노량진 같은 공간에 머문다(김백영 외, 2022). 비록 귀촌/귀농의 추세가 없지 않고, 지방정부를 유도하는 지방정부의 현금성 정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멸위험 지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김이선, 2022).

지역별 청년인구 분포와 유출입 현황
출처: 국토연구원

 

일본 청년들의 이동은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도쿄 집중이 지속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 정주 경향도 나타난다. 청년 중산층의 도쿄 회귀 현상이 나타나는 한편, 사토리 세대로 대표되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도쿄가 절대적인 신기함을 상실해, 이전만큼 동경의 대상이 아니게” 되며, 태어난 지방을 ‘그럭저럭 괜찮은 천국(ほどほどパラダイス)’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나타나거나, 심지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대도시에서 지방으로의 이주를 감행하기도 한다. 수도권 대학으로의 진학률도 떨어지는 추세가 관찰된다[3]. 일본에서는 적어도 청년세대의 공간 이동에서 가치관과 행태의 ‘분화(分化)’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박지환, 2023).

중국 청년들의 이동은 호구제의 제약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1990년대 이후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신세대 농민공’은 도시에서 일하지만 도시민이 되지 못하는 이중적 지위에 놓여왔다. 그런데 최근 특대도시를 제외한 도시들에서 호구제가 부분적으로 완화되면서 ‘역방향’ 이동이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특대도시와 1선 도시의 생활비와 경쟁이 과도하자, 일부 대졸 청년들은 2·3선 도시로 이동하거나, 심지어 농촌으로 취업하거나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빌리티와 임모빌리티 양극단으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기투적 실천들이 존재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주거의 측면에서 임시적 거주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상륙(上岸) 개념도 창안되고 있다. 완벽한 안정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잠시 해안가에 상륙하는 삶을 전략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이보고, 2024).

경계를 넘는 청년들의 로커빌리티와 연대

현재와 같은 시기에 청년들의 능동적 모빌리티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은 로컬리티를 기반으로 한 지역공동체에 희망을 거는 논의들이 많다. 이를테면 일본에는 ‘지방 창생’ 실험들이 주목받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도쿄를 떠나 지방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로컬 기업, 사회적 경제, NPO 활동 등을 통해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경우다. 이들은 경제적 풍요보다 일과 생활의 균형, 공동체와의 연결, 의미 있는 일 등을 중시한다. 이는 성장주의에서 ‘지속 가능한 로컬리티’로의 가치 전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도 청년 주거 운동과 대안 공동체 실험들이 존재한다. 서울과 경기도의 일부 청년들은 셰어하우스, 협동조합 주택 등을 통해 새로운 주거 형태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또한 경남 남해, 전남 순천 등 일부 농촌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거나 도시와 다른 삶의 방식을 실험한다(서은수·이향아, 2023). 중국에서도 일부 대졸 화이트칼라 청년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생태농업, 온라인 비즈니스, 예술 활동 등을 시도하며 앞서 언급한 상륙이라는 단어로 자신들의 선택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투적 모빌리티 실천들은 아직 주변적이고 취약하다. 어쨌든 청년들은 주어진 구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과연 로컬리티를 기반으로 한 회복력과 변화 역량인 ‘로커빌리티(locability)’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많은 사례가 축적되어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동아시아 청년들의 삶이 국민국가 경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청년들은 워킹홀리데이로 일본, 호주, 유럽을 경험한다. 중국 청년들은 유학과 취업으로 한국, 일본, 미국으로 이동한다. 일본 청년들도 아시아와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한다. 이 초국적 모빌리티는 한국은 ‘탈조선’, 중국은 ‘런(润/run, 탈중국)’, 일본은 ‘소토코모리(外こもり, 외국을 떠도는 일본 청년)’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이동이 단순한 탈출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국경을 넘나드는 경험이 청년들에게 자국 사회를 상대화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극우주의화가 글로벌 추세가 되고 있지만 현재의 모빌리티의 양상은 청년들이 일국 내에 갇힌 국수주의적 사고를 하기 어렵게 한다.

좀 더 기대를 높이자면, 이러한 초국적 이동의 경험이 동아시아 청년들 사이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인의 무비자 중국 방문이 가능해지자, 중국 여행 유튜브 방송이 급증했다. 한국인 여행 유튜버들은 기존의 중국에 대한 혐오정서를 중국 대도시와 유적지를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서서히 무너뜨리기도 한다. 결국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그들은 유사한 구조적 모순과 실존적 위기를 공유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세계에 던져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기획하는 존재다. 동아시아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부모 세대가 만든 구조적 모순 속에 내던져졌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모색한다. 중요한 것은 기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청년들이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상상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경쟁과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 돌봄, 지속가능성,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동아시아 청년들 간의 교류, 만남, 상호 배움, 연대가 필요하다.

저자 소개

김란(jinlan8080@snu.ac.kr)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과 중국의 젠더와 가족, 청년문화 등에 대한 연구를 비교적 시각에서 수행하고 있다. 최근 논저로는 「중국 개혁개방 이후의 모성 실천: 내권적 마더링의 형성(2023」, 「중국의 ‘분투’ 문화를 통한 청년 통치성: 선전시 분투자광장(奮鬪者廣場)을 중심으로(2024)」,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 청년의 脫호명 정치: 후랑(後浪) 현상과 따공런(打工人) 정체성을 중심으로(2023)」(공저) 등이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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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박치현. 2023.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 청년의 탈호명 정치.” 사회이론, 63호, 91-152.

김백영 외. 2022. 노량진: 삶의 환승지대, 도시화의 전이지대. 서울역사박물관.

김이선. 2022. 2010년대 이도향촌 흐름: 인구이동과 농촌공간의 새로운 가능성.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학위논문.

김홍중. 2015. “서바이벌, 생존주의, 그리고 청년 세대: 마음의 사회학의 관점에서.” 한국사회학, 49권 1호, 179-212.

마르틴 하이데거. 2025. 이기상 옮김. 『존재와 시간』. 까치.

박지환. 2023. “‘적당히 시골이면서 적당히 도시인 곳’으로: 일본 청년의 지방 이주 동기와 라이프스타일.” 한국문화인류학, 55권 3호, 131-181.

서은수·이향아. 2023. “자기공간조정으로서 도시-농촌 이주: 경상남도 남해군 학교 매개 이주 사례 중심으로.” 도시연구, 34호, 95-150.

이보고. 2024. “중국 청년들을 둘러싼 저층화 공간 서사의 전환과 재맥락화.” 중국인문과학, 86호, 287-306.

장경섭. 2023. 『압축적 근대성의 논리』. 문학사상.

한경우. 2021. “성인 10명 중 6명 “사회적 계층 이동 가능성 낮아,” 한국경제 (11월 17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1111750597 (검색일: 2026.01.10.)

홍정민. 2026. “0% 잠재성장률, 청년 ‘자산 절벽’ 허물자.” 더칼럼니스트 (1월 2일),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4329 (검색일: 2026.01.15.)

國家治理. 2023. “我国青年群体竞争心态调查报告(2023).” 國家治理網 (10월 17일), https://www.rmlt.com.cn/2023/1017/685284.shtml (검색일: 2026.01.10.)

각주

[1]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는 이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동북아시아 청년 모빌리티 연구: ‘피투(thrownness)’의 구조와 ‘기투(projection)’의 실천에 대한 다중스케일 분석>란 제목으로 6년간 인문사회연구소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 글은 이 사업의 연구틀을 참고하여 작성되었다. 다만 이 글은 전체 연구진의 견해를 대표할 수 없으며 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미리 밝혀둔다.

[2] 내권(內卷/Involution)은 미국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Clifford Geertz)가 더 이상 외부로 발전되거나 확장하지 못하고 내부 경쟁과 소모로만 향하는 인도네시아 농업상황을 기술하기 위해 창안한 것으로, 역사사회학자 황종즈(黄宗智)에 의해 중국 전통 농업생산 문제에 적용되면서 학술어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학술용어였던 내권이 대중적 관심을 이끌게 된 것은 명문대 학생들의 내권 사진들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책을 보고, 자전거를 타면서 논문을 쓰고, 침대에 책이 가득 쌓여 있는 등의 모습이 널리 인터넷에 퍼지면서 이 사진들에 대한 ‘내권적’이라는 평가가 쏟아져 나오고 중국의 일상어가 되었다. 중국 저널 『교문작자(咬文嚼字)』 2020년도 10대 유행어에 선정되기까지 하였다.

[3] 이 문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경쟁이 너무 심해서 포기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쟁에 진입하기를 거부하는 측면도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 “早稲田大・慶應大、関東の一地方大学化…合格者の75%が東京圏、地方で低人気.” Business Journal (2024.11.13.),

https://biz-journal.jp/company/post_384812.html (검색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