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온라인 매거진

바자르에서 시작된 변혁: 2026 이란시위의 본질과 전망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1979년 혁명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25년 말 치솟는 물가와 화폐가치 폭락을 견디다 못한 ‘바자르 상인’들의 파업을 시작으로 전국 단위로 시위가 확산되었고 정부는 실탄 진압과 인터넷 완전 차단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저항 세력 내 통일된 지도부 부재와 군부의 강력한 권력 장악으로 체제 전환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혁(한국외대)
2026년 1월 8일, 이란 시위 기간 텅 빈 테헤란 마트의 식용유 선반. 출처: 저자 제공

 

2025년 12월 28일, 이란 테헤란 남부의 전자 제품 및 자동차 부품을 유통하는 바자르 상인들이 판매를 중단하고 거리로 나섰다. 리얄화 가치가 달러당 142만 리얄까지 폭락하고 2018년 이후 연평균 40~45%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전통적으로 정권을 지지해온 상인 계급마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라며 봉기에 나선 것이다. 시위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1월 4일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무력 진압을 천명한 가운데, 기존에 파악되지 않았던 무장 단체까지 등장하면서 사태는 내전 수준으로 격화되었다. “여성, 삶, 자유”를 외쳤던 2022년과 달리, 이번 시위는 “변화를 위한 마지막 투쟁이다”, “자유”, “더 이상 두렵지 않다. 함께 하자”, “독재자에게 죽음을”, “왕이여 영원하라” 등의 다양한 구호가 등장하며 이란은 1979년 이슬람 공화국 수립 이래 가장 심각한 체제 위기에 직면했다.

2026년 1월 8일, 달걀, 유제품 등 기본 생필품 구매 영수증. 현지화 1,122만 리얄(원화 약 1만 2천 원)은 긱 경제 종사자의 일주일 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출처: 저자 제공

 

금융·인프라 붕괴가 촉발한 생존의 위기

2026 이란 시위는 과거의 녹색 혁명이나 히잡 시위와는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달리한다. 이전의 시위들이 정치적, 사회적 요구에 기반했다면, 지금의 불안은 국가 경제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된 구조적 붕괴의 신호탄이다. 특히 시위의 발화가 이란 경제의 실핏줄이자 중추인 ‘바자르(Bazaar) 상인’이라는 점은 현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이는 단순한 민생고에 대한 불만 표출을 넘어, 이란의 국가 공급망 전체를 마비시키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은 대형 현대 유통망이 부재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바자르’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채소나 쌀과 같은 생필품을 넘어 철강, 전자, 자동차 부품 등 국가 핵심 산업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공급망을 책임지는 핵심 경제 주체다. 바자르 상인들의 파업은 곧 이란 국가 공급망 전체의 ‘셧다운’을 의미한다. 산업 전반의 생산 활동이 멈추고, 이는 경제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권 입장에서 이는 통치 기반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자르 상인들이 전통적으로 현 신정 체제의 주요 지지 계층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정부와의 긴밀한 결탁 관계 속에서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아 온 친 정부 집단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생존의 한계에 부딪혀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은, 정권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정치적 신호다.

이처럼 전통적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 근본 원인은, 이란 경제를 지탱해 온 최후의 보루인 외환 보유고와 지하 경제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수십 년간의 국제 제재 속에서도 고도로 발달한 ‘지하 경제(블랙마켓)’를 통해 버텨왔다.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 거대한 내부 경제 시스템이 외환 부족 문제를 완충하며 체제 붕괴를 막아온 마지막 안전판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는 이 지하 경제마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1달러당 3만 5천 리얄에서 2025년 140만 리얄을 돌파한 환율은 지하 경제의 완충 능력마저 무력화시켰고, 이는 곧 경제 시스템의 전면적인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위기와 더불어 2025년 여름부터 전국에서 지속되고 있는 정전과 단수의 일상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대기오염은 국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란 행정부별 환율 추이. 출처: 저자 제공(bonbast.com 데이터 이용)

 

시위의 전국 확산과 정권의 강경 대응

시위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졌고, 이란 정부는 대화가 아닌 무력 진압으로 대응했다. 12월 31일, 정부는 지방 소도시에서부터 실탄 사용을 허가했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먼저 실탄을 사용한 것은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민병대가 시위 진압에 소극적일 것을 우려하여, 극도의 공포를 통해 시위를 조기에 진압하려 한 것이다. 1월 1일, 첫 공식 사망자가 발생했다. 1월 3일에는 시위가 이란 31개 주 중 18개 주로 확산되었고, 1월 4일 하메네이가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무력 진압을 천명할 때는 23개 주로 번졌다. 1월 8일, 정부의 무력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27개 주로 재확산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정권이 친 정부 시위를 동원하는 여론전도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란 사회 내부 여론이 완전히 반정부로 돌아선 것은 아니며, 정권 지지층을 결집시켜 시위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반정부 세력을 소수 ‘폭도’로 고립시키려는 전략임을 보여준다. 정부는 1월 9일, 역대 최강 수준의 인터넷 차단에 나섰다. 30분 만에 트래픽이 90% 감소했고, 최초로 스타링크까지 차단했다. 2019년 이후 누적 차단 시간은 892시간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예상치 못한 역효과를 낳았다. 이란에서는 약 2천만 명 이상이 ‘스냅(Snaap)’ 같은 우버형 차량 공유, 배달 앱 등 긱 경제(gig economy)에 종사한다. 전체 인구 9천만 명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터넷이 차단되면 이들의 생계가 즉각 위협받는다.

국제 정세의 급변과 외부 개입

2026년 시위의 또 다른 배경은 국제 환경의 급변이다. 2025년 1월 트럼프가 재선되며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이 부활했다. 트럼프는 “이란 국민은 변화를 원한다. 미국은 그들과 함께한다”라고 밝혔고, “필요하다면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경고했다.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핵 시설과 군사 기지가 타격받으면서 정권의 정통성은 치명타를 입었다. 동시에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이라 불리는 대리 세력 네트워크의 약화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이란은 지중해로 이어지는 전략적 통로를 잃었다. 이란은 전략적으로 고립된 상황이다. 과거처럼 대리 세력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졌고, 직접 맞서기에는 군사력이 열세이다.

레자 팔라비의 부상과 한계

시위 구호에 등장한 ‘레자 팔라비’는 1979년 팔라비 왕정의 마지막 국왕 무함마드 레자 팔라비의 장남이다. 그는 부왕 사망 후 망명 정부를 이끌며 이란 민주화를 주장해왔고, 2026년 시위가 확산되자 “이란 국민과 함께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시위대가 팔라비 왕가의 깃발을 흔들고 “자비드 샤(왕이여 영원하라)”를 외치는 모습은 이란 사회 일각에 왕정 복귀 향수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레자 팔라비는 1979년 이후 46년간 해외에 거주하며 이란 내부와 단절됐고, 구체적인 국내 지지 기반이 없다. 국외 디아스포라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현 하메네이 체제 분열을 촉진하는 상징적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실제 통합된 지도부를 구성할 능력은 부족하다. 오히려 체제 붕괴의 더 현실적인 가능성은 IRGC 내부에서 나올 수 있다. IRGC는 단순한 군사 조직이 아니라 석유, 건설, 수입, 금융 등 이란 경제 전반을 장악한 거대 카르텔이다. 경제 붕괴는 IRGC 엘리트의 이익에도 타격을 주고 있고, 일부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무능한 대응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IRGC의 움직임은 양날의 검이다. IRGC 엘리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하메네이를 축출한다 해도, 그들이 민주 정부를 세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군부 독재 체제로 전환될 위험이 크다.

결론: 체제 위기의 임계점,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

2026년 1월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 수립 이래 가장 심각한 체제 위기를 맞고 있다. 50억 달러 규모의 은행 파산, 10년간 47배 폭등한 환율, 연평균 40~45% 인플레이션, 72% 식품 가격 상승, 바자르의 이탈, 무장 단체 등장, 역대 최강 인터넷 차단의 역설, 시리아 붕괴로 상징되는 저항 축의 연쇄 붕괴, 트럼프 2기의 최대 압박 재개 등 모든 요인이 동시에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현 체제 전환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바자르 상인과 체제 엘리트의 이탈. 둘째, 전략적 요충지 점거 능력. 셋째, 통일된 지도부의 출현. 넷째, 정권 붕괴 이후 구체적 계획. 다섯째, 총파업과 같은 광범위한 동참이다. 2026년 시위에서 첫 번째 조건은 부분적으로 충족되었으나 나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IRGC는 막강한 물리력으로 무자비한 진압을 이어가고 있고, 반대파는 왕정파와 개혁파로 분열되어 있으며, 미국의 군사개입 위협은 오히려 반미 감정을 자극하여 시위대를 고립시킬 위험이 있다. IRGC 내부 균열은 민주화가 아닌 군부 쿠데타로 귀결될 수 있다.

2026년 이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바자르와 IRGC 엘리트가 정권과 완전히 결별할 것인가. 둘째, 반대파가 통일된 지도부와 구체적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가. 셋째, 국제 사회가 이란 국민의 자발적 저항을 지지하되 역효과를 낳는 과도한 개입을 자제할 수 있는가. 현 단계에서 시위의 본질은 여전히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절박한 요구에 있으나, 정부의 강경 진압이 계속되고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정권 퇴진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 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버틸 수 없다. 정권은 IRGC를 동원한 단기적 통제력 확보와 장기적인 체제 정당성 상실 사이에서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강경 일변도의 대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체제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것이다. 중동 질서의 재편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2026년, 이란의 선택은 역내 전체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저자 소개

김혁(aqayekim@hufs.ac.kr)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겸임교수, 한국-이란협회 사무국장

전) LG전자 이란법인 주재(Display Product Director, 2011-2016)

<주요 저서와 논문>

“이슬람 초기 칼리프제의 사산 왕조 페르시아 행정체계 계승: 우마이야-압바스 왕조의 사산 왕조 통치모델 수용을 중심으로.” 『한국중동학회』 46(3), 2026.

“Navigating tradition and modernity: legitimacy and identity strategies of authoritarian regimes in Saudi Arabia and Iran.” (Lee et al.), Third World Quarterly, 2025.

“이란 핵 프로그램과 국가 정체성: 트럼프 2기 핵 협상 시나리오 분석.”『중동연구』 44(1), 2025.

『비즈니스 페르시아어』 (공저), (CFL, 2021).

최신 관련 자료

임화섭 (2026). “아얀데 은행 파산이 이란 체제 위기 최대 조짐.” 『연합뉴스』, 1월 14일.

https://www.yna.co.kr

Nader, A., Kowsar, N. (2026). “Iran’s Currency Crisis Could Be the Regime’s Downfall.” Foreign Policy, January 9.

Golkar, S., Brodsky, J. M. (2026). “What’s New About This Wave of Protests in Iran.” Foreign Policy, January 5.

Wizevich, E., Davey, M. (2026). “Iran’s Internet Blackout by the Numbers.” Foreign Policy, January 13.

Chandelier, A. (2026). “Water shortages, blackouts and air pollution: how environmental damage fueled Iran’s protests.” Euronews, January 15.

https://www.euronews.com

Golshiri, G. (2025). “In Iran, regular power and water outages disrupt daily life and economic activity.” Le Monde, August 7.

https://www.lemond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