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2025년 6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한류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케이팝을 소재로 하는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인 케데헌은 공개 석 달 만에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로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고, OST ‘골든’은 빌보드를 비롯한 여러 차트를 석권하며 그래미 ‘올해의 노래’ 후보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류는 케데헌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케데헌은 관광, 음식,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케데헌의 성공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평론과 분석이 이루어졌다. 나 또한 케데헌이 보편성과 특수성을 잘 아우른 글로컬 컨텐츠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특성은 정확히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구현되고, 또 수용된 것일까? 이는 앞으로 한류 연구자들이 다양한 지역적·산업적 맥락에서 경험적으로 더 연구해야 할 부분임이 틀림없다. 동시에 이는 생산, 소비, 팬덤을 아우르는 총괄적인 의미의 케이팝 그 자체가 본격적으로 IP화되고 있는 지금,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많은 케이팝 팬이 극 중에 등장하는 가상의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를 보고 블랙핑크나 스트레이키즈 등 기존의 그룹을 자연스레 연상하며 비교·분석하는 것은 ‘케이팝’이 여러 지역적·개인적 맥락 속에서 다양하게 정의됨에도 불구하고 그 교집합이 분명히 존재함을 방증한다. 약 30년간 케이팝은 생산자와 수용자 사이의 끊임없는 협상을 통해 ‘청순,’ ‘걸크러쉬’ 등의 ‘컨셉’을 중심으로 한 미학적 레퍼토리를 구축하고 확장해 왔다. 이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개별 그룹들을 ‘점’, 이들이 공유하는 미학적 코드를 ‘선’, 그리고 이 점과 선들이 구현되고 수용되는 전 과정을 ‘면’이라 할 수 있겠다. 케데헌은 이처럼 수많은 그룹이 팬덤과 함께 쌓아온 궤적 속에서 형성된 점, 선, 면과 무속을 비롯한 한국적 요소를 접목하여 ‘한국’을 입체적으로 구현해 냈다.
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케데헌 속의 음악과 안무는 케이팝 제작에 오랜 기간 몸담아 온 프로듀서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블랙핑크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 있는 테디(더블랙레이블), 히트 안무가 리정, SM 연습생 출신 프로듀서 이재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을 섭외한 캐나다계 한국인 감독 매기 강이 1TYM 시절 테디의 팬이기도 했으며, 1세대 케이팝 아이돌을 향유했던 X세대라는 것이다. 또 극중 사자 보이즈의 대표곡인 ‘유어 아이돌’과 ‘소다팝’에 유키스 케빈, 더블랙레이블의 대니 정, SM의 앤드류 최, SM, JYP 등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앨범을 다수 프로듀싱한 Samuil Lee 등이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에 대해 ‘교수님들의 팀플’이라는 유쾌한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이 농담을 단순한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그간 다양한 형태의 인적 자본과 역량을 축적해왔으며, 이는 한국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케데헌은 케이팝이라는 문화적 대상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사람이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무형의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케데헌의 성공 이후 IP의 소유권과 확장성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었지만, 이가 인재 육성과 교육에 시사하는 바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다양한 분야와 산업으로의 확장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IP의 확장을 주도하고 매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본 글에서는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교육과 산업이라는 두 가지 층위를 중심으로 풀어나가 보고자 한다.
“케이팝이 좋아서 유학 왔어요” : 경험적 소비와 한류 교육
최근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한류의 국제적 부상과 깊이 결부되어 있는 한편, 유례없는 저출생의 여파로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에 봉착한 국내 대학들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린다. 정부 또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교육부는 Study in Korea 프로젝트를 통해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30만 명까지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실제로 2025년 4월 집계된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의하면 국내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25만 3,43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인 학생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베트남 학생의 비중이 급증하며 새로운 형태의 국적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절반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이 여전히 10개국 미만의 유학생만을 유치하고 있어 다양성 확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윤주 외 2025).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류는 점차 교육적 자원이자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으며, 외국인 대상 여름 캠프나 어학연수의 커리큘럼에서 케이팝은 단골 주제가 된 지 오래다. 또한, 최근 몇 년 새 한류나 케이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전공명이나 학부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교를 중심으로 한류 관련 학과가 신설되거나, 기존의 실용음악과가 ‘K-pop 학과’로 개편되고 있다. 이에 더해 케이팝을 비롯한 한류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외국인 전용 학부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케이팝은 이제 ‘전공’이라는 형태로 기존의 제도권 교육 및 지식 체계 속으로 편입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렇듯 대학이 한류를 매개로 외국인 학생들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한편, 기획사들은 케이팝 제작 시스템 자체를 IP화하여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SM 엔터테인먼트가 2020년에 설립한 엔터 전문 교육 기관 SM 유니버스는 싱가포르의 교육 기업 Associated Leisure International Pte Ltd와의 협력하에 2025년 7월 싱가포르 센터를 개관했으며, YG 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태국의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업 GMM Grammy와 합작하여‘YGMM’을 설립하여 현지 인재 발굴·육성에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산업 종사자들을 인터뷰하며 케이팝 제작과 연습생 시스템의 수출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태권도나 양궁의 비유를 드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태권도와 양궁 선수 및 코치가 해외로 나가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전 세계로 확산한 것처럼, 케이팝도 제작 인력과 노하우를 수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케이팝의 저변을 확대하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이 단순한 기술 이전이나 시장 확대로만 환원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한류 교육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교육은 아주 강력한 경험적 소비이자,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넘어 가치관이나 세계관(worldview)의 변형과 확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한류 교육은 한국 사회 내 국적 위계, 글로벌 문화 산업 속의 불균형, 한국학 담론의 재구성 등 다층적인 쟁점과도 맞물려 있다. 한류가 외국인 유학생의 유학 결정에 있어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는 만큼(박준용 외 2020, 한영균 2024), 고등교육이라는 장 속에서 한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출처: SM 유니버스 홈페이지 갈무리
한류 교육의 현실과 과제
지난 2년간 나는 한국학 수업에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학회 발표를 하며 케이팝 산업에 대한 연구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공유해 왔다. 나는 케이팝 제작 생태계 속에서 학원이 개인들의 노동 시장 진입을 어떻게 매개하는지를 주로 다뤘는데, 학교에서 산업으로 이어지는 공식적인 파이프라인 및 기존 학제 내 실무 중심 교육의 부재 속에서 실용음악학원, 작사가 학원 등 여러 종류의 학원들이 그 빈 공간을 채우고 있음을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케이팝에 대한 개인적인 팬심이나 음악 비즈니스 전공·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케이팝 산업에서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학원’이라는 체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창의 산업인데 어떤 고정된 틀이나 방법을 가르치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 학생도 있었지만, 비용이나 기간, 커리큘럼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는 학생도 있었다. 그들과의 논의는 연구자로서 즐겁기도 했지만, 나는 종종 고민에 빠졌다. 케이팝 기획사들이 아직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할까? 아니면 학원과 같은 대안적 경로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잘못된 기대나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는 비단 나 개인의 고민이 아니라, 한류 교육 생태계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공백을 드러낸다.
한류를 매개로 한국에 유입되는 외국인 학생도, 한류 속에서 직업적 기회를 보는 외국인 학생·문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학·석사 학위 취득 이후 진로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하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자국으로 돌아가 현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거나 한류 관련 비즈니스를 하려는 학생들도 있다. 기획사들이 글로벌 확장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들 학생은 한국과 자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매개하는 핵심 인력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식 획득을 넘어, 케이팝의 시스템을 자국의 맥락에서 어떻게 응용하고 변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과 문화적 감수성일 것이다.
다만 기존의 대학 체제 내에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효성 있는 케이팝 교육 과정이 장기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외국인 유학생 상당수가 서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하여 서울이나 수도권에 신규 학과를 설립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연자 중심이었던 기존의 실용음악과나 유관 학과에 음악산업 비즈니스 세부 전공을 개설하여 정원을 재편성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겠으나, 학과 방향성에 대해 기존 교수진과의 의견 조율 및 자격을 갖춘 새로운 교수진을 확보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교수 임용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학위 소지자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수법에 대한 연구도 미비하다. 더욱이 현직 업계 종사자를 강사로 초빙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규칙한 스케줄로 인해 수업의 질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학교에서 제시할 수 있는 강사료 수준도 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제도권 교육이 아직 산업 현장의 노동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케이팝 지식의 생산과 유통은 상술한 학원 이외에도 다양한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나는 케이팝을 주제로 한 독서 모임이나 작사가 지망생들을 위한 모임 등 여러 종류의 공동체에서 참여 관찰을 진행해 왔다. 그곳에서 나는 다양한 이유로 케이팝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만났다. 갑자기 회사에서 케이팝 아이돌 굿즈를 만들게 되었는데 케이팝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해 급한 마음에 모임을 신청했다는 회사원부터, 케이팝 팬덤 문화를 소재로 웹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 우연한 기회에 케이팝 팬덤을 위한 공간 기획을 맡게 된 공간 기획자까지. 케이팝 산업이 점차 커지고, 아티스트 IP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과 접점이 생기다 보니, 그 점을 이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케이팝은 배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모임에서 단순히 케이팝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류의 성공 요인에 대한 토의부터 최근 기획사들이 도입하고 있는 ‘본부제’ 등 변화하는 조직 문화와 의사 결정 구조, 업계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 그리고 ‘덕업일치’ 담론과 과도하게 긴 노동 시간에 대한 논의까지, 케이팝을 둘러싼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케이팝이 단순한 소비의 대상을 넘어 앎과 의미 만들기의 체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등장한 케이팝 관련 메가 IP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케이팝을 소재로 한 인기 웹소설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이나 미국·영국의 대형 출판사에 1억 원대 선인세를 받고 수출된 이희주 작가의 소설 ‘성소년’, 그리고 케데헌은 모두 케이팝 팬덤이라는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여러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케이팝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세대의 출현을 의미한다. 이러한 작품들이 주목받는 지점은 ‘현실성’이다.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의 경우 연습생 시스템과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리고 그 이면의 업계 역학과 팬덤 문화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고, 팬들은 이를 ‘고증이 잘 되었다’고 표현하곤 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역사적 사실을 검증하는 ‘고증’보다는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러나 팬들이 ‘고증’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케이팝이 단순히 즐기는 대상을 넘어, 역사화·학문화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간 비교적 조명받지 못했던 제작 인력들이 책이나 팟캐스트, 유튜브 콘텐츠 등 다양한 경로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점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비하인드 스토리를 넘어 케이팝을 이해하는 일종의 ‘교재’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케이팝에 대한 현상학적 지식, 팬 경험, 그리고 제작 경험 등이 새로운 문화 자본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케이팝을 학문적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식적 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케이팝의 역사가 ’30년’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셜 미디어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해온 케이팝을 비롯한 현대의 한국 대중문화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동시적으로 생성되고 소비된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건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더 높은 밀도로 진행되며 트렌드 또한 급속도로 변화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30년이라는 시간은 아주 길다고 할 수도 있고, 동시에 매우 짧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문화 연구가 전제해온 시간적·공간적 가정들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한류와 한류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측면을 어떻게 이해하고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한류 교육은 교수자와 학습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그 내용과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케이팝의 역사’라는 과목을 가르친다고 해보자. 2000년대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가까이서 경험해온 일본인 학생, 동남아시아 한류 붐 속에서 블랙핑크를 좋아하며 케이팝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인도네시아인 학생, 그리고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동시에 접한 이집트 출신 학생이 수업을 듣는다고 해보자. 이들은 서로 다른 경로와 동기로 케이팝을 접했고, 한국어 및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각기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교실에서는 비교문화적 관점에서의 접근, 팬덤 경험을 학문적 언어로 전환하는 훈련, 다른 인종·종교적 맥락을 고려한 비판적 읽기 등 다양한 층위에서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류 교육이라는 맥락 속에서 한류는 교수자의 위치성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또한 학습자의 위치성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한류 교육은 단순히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학습자들이 자신의 맥락에서 한류를 재해석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한류가 단순한 문화 상품의 수출을 넘어 하나의 지식 체계이자 교육 콘텐츠로서 자리잡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 왔다.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그 교육은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한류 교육이 일방적 전파가 아닌 상호 학습과 문화적 번역의 과정이 될 때, 그리고 산업을 실제로 움직이는 인력의 다양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한류의 지속 가능성과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이소윤(slee45@uchicago.edu)은
듀크대학교 정치학 학사, 시카고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동 대학 사회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케이팝 산업의 직업 훈련과 노동 경로, 그리고 젠더화된 문화 생산에 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5,000건 이상의 케이팝 콘서트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한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https://datatopower.net/hallyu), 케이팝 교육업 연구 등 다양한 한류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Cultivating A&Rs in K-pop: The Funnel Production Ecosystem in the Contemporary Popular Culture Industry”(출판 예정) 및 “Hidden Figures: Vocational Training and A&R Work in the K-pop Industry”(Oxford Handbook of Global Music Industry Studies, 출간 예정) 등이 있다.
참고문헌
박준용·김보경·김보영. 2020. “한류가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경영학회지 17권 3호, 33-64.
양윤주·최서리. 2025.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학생 유치 동향: (전문)학사 중심으로 (2008~2024).” 이민정책연구원 통계브리프. (2025-6). 이민정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2025. 2025년 국내 고등교육기관 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
한영균. 2024. 국내 일본인 유학생의 유학 동기와 한류 수용의 관계. 국제학논총, 40, 299-3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