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청년과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 취업 알선 및 인신 매매형 취업 사기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사기범죄 단지는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을 포함해 총 50여 곳으로 여기에 가담한 범죄종사자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되고 그중 우리 국민 피의자는 1,000명에서 2,000명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이 필리핀, 태국, 라오스 등 제3국을 거쳐 이동하거나 구출되는 등 지역 간 연계 범죄화 양상이 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 및 취업 사기 예방을 위한 지역 허브형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10월 21일 전국 18세 이상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국민 대상 범죄에 정부가 어떤 대응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현지 정부와 협력 및 공조 수사에 집중’이란 응답이 3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교 채널을 통한 강력 항의 및 제발 방지 협약 추진’이 27.5%, ‘군사작전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25.2%였다.
이 글에서는 취업 사기뿐만 아니라 초국가범죄 대응을 위해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력뿐만 아니라 아세안 국가와의 다자적 정책 공조 방안과 영사 조력법 개정 등 법적, 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캄보디아 취업 사기 재발 방지의 핵심은 사전 예방, 현지 대응, 국제 공조라는 통합관리체계 구축에 있다. 우선, 사전 예방 강화조치를 위해 첫째, 정보 제공 확대 및 경고 강화가 필요하다. 주캄보디아 대사관과 외교부 홈페이지, SNS, 유튜브를 통한 ‘해외 취업 사기 유형’ 및 ‘캄보디아 내 위험 사례’를 정기적으로 안내하는 것뿐만 아니라 취업 알선 사이트, SNS 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허위 구인광고에 경고문을 게재하는 한편, SNS·유튜브 등을 활용한 ‘해외 취업 안전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외교부에서는 해외안전여행 대학생 서포터즈를 통하여 SNS로 캄보디아 해외 취업 사기에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안전한 구직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 KOTRA, HRD Korea, 월드 잡플러스(WorldJob+) 등 공신력 있는 채널만을 통한 공식 구직 경로를 안내하고, 현지 합법 고용주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여 이를 대사관 홈페이지 공개하는 한편, 사전계약서 검증 제도를 도입하여 계약서에 대사관 ‘사전 확인 스탬프’를 부여하는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다음은 현지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어려움에 부닥친 재외국민이나 구직자를 돕기 위해 영사 보호를 강화하고 ‘취업 사기 전담 영사’를 지정하거나 신속대응팀을 구성(경찰·노무·법률 자문 포함)하여 캄보디아 경찰·노동부와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피해 신고 시 즉시 공동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긴급 보호 핫라인을 운영(한국어·크메르어·영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해 임시보호소 및 안전귀국 지원 프로그램(항공권·숙소·통역 지원)을 운영하는 한편, 필요하면 국선변호사 연계 및 법률상담 지원으로 피해금 회수 및 가해자 처벌을 지원하고, 피해사례의 데이터베이스화로 유사 사기 수법을 조기 차단하여야 한다.
둘째, 불법 취업 알선 단속 정보 공유, 피해자 조기 구조, 공조 수사 시스템 구축을 통해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 대상 취업 사기 재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양국 경찰과 공안 당국 고위관계자의 상호방문을 통해 양국 간 치안 협력 MOU 체결 등 협력을 제도화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말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코리아 전담반” 설치를 합의하였고 그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11월 9일-11일간 캄보디아를 방문하였는데 앞으로 외교부와 경찰청 고위관리가 참여하는 영사협의회를 매년 개최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캄보디아가 ‘스캠(Scam: 사기)’의 온상이라고 보았다. 전화 금융사기, 로맨스스캠(혼인빙자사기)와 같이 인터넷과 전화 메신저 등 디지털 통신 수단을 이용해 이루어지는 온라인 사기를 지칭하는 사기범죄가 캄보디아를 허브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가 중요한 이유는 온라인 사기가 국경을 초월하는 범죄이기도 하며 복잡한 범죄 구조 때문이다.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은 중국인 자본에 의해 운영되며, 한국인 조직원들이 가담하는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한 나라만의 수사로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자금줄 차단과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서도 캄보디아 정부와 중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27일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온라인 사기센터 범죄 근절을 위한 아세아나폴(ASEANAPOL, 아세안 지역 경찰협력체)과의 합동 수사와 공조체계 구축을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 2025년 11월 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3차 아세아나폴 총회에서 한국 경찰청이 제안한 ‘초국가 사기 인신매매 대응을 위한 글로벌 공조 작전(작전명: Breaking Chains·사슬 끊기)’ 결의안이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아세안은 회원국 간 공동 대응을 통해 전화금융사기와 같은 신종범죄에 맞서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의심스러운 거래나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의 발생 빈도와 패턴을 파악하여 예방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따라서 아세안 국가들이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여 사이버 보안 수준을 높이고 아세안 내 사이버 보안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편, 아세안 국가들과 AI를 통한 정보 공유와 협력을 통해 범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특히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 대한 치안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캄보디아 취업 사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에 있어서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캄보디아 전역을 ‘범죄도시’로 단정하거나 캄보디아 영토에 군대를 투입하는 것은 국제법상 침략 행위로 간주할 수 있으며 막대한 외교적 논란과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군사적 대응보다는 캄보디아 정부와의 외교적 공조를 통해 범죄 단지를 소탕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둘째, 영사 조력의 기본 원칙과 캄보디아 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 경찰이 캄보디아에 가서 직접 범죄자들에 대한 응징을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캄보디아의 공권력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자를 체포하고 처벌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캄보디아 정부의 책무이며 외국은 캄보디아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 결국, 캄보디아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해외 취업 정보의 공신력 인증제 도입 ▲불법 취업설명회 및 모집 망에 대한 상시 단속 체계 ▲재외공관의 긴급 대응팀 상시 배치 ▲청년 대상 해외 안전 교육의 실효성 강화 등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및 범죄 가담 사건과 관련하여 국민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강력히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사후관리 및 지속점검을 위해 분기별 현지 취업 실태조사를 하여 외교부·고용노동부, 경찰청, 법무부 등 관련 부처 간 피해사례 공유 시스템과 캄보디아를 포함한 아세안 내 공관과 정보를 연계하여 효과적인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개정 등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저자 소개
한동만(dmhan85@yonsei.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연세대학교(미래캠퍼스) 초빙교수
전) 주 필리핀 대사, 외교부 재외동포영사 대사,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외교부 국제경제국장
<주요 논문과 저서>
『주요국의 재외국민보호제도와 영사조력』 (공저), (푸른길, 2025).
『국제질서의 변곡점에 선 한국외교의 고뇌』 (공저), (박영사, 2024).
『대한민국의 신 미래전략, 아세안이 답이다』 (글로벌콘텐츠, 2019).
<최신관련자료>
외교부 (2025). “캄보디아 취업 사기‧감금 피해에 대한 외교부‧주캄보디아 대사관 대응 노력 관련.” 보도자료.
https://overseas.mofa.go.kr
외교부 (2025). “캄보디아 취업 사기·감금 정부 합동대응팀, 캄보디아 정부 고위급 인사 면담 및 사기단지 현장점검.” 보도자료.
https://fi.mofa.go.kr
전현진 (2025). “‘사기범죄’ 거점 된 동남아 국가들, 한국 경찰이 제안한 ‘국제 공조 작전’ 결의안 채택.” 『경향신문』 11월 6일.
신혜연 (2025). “캄보디아 사태, 동남아 국가 여행에 영향 ‘82.4%’[리얼미터].” 『중앙일보』 10월 23일.
YTN (2025). “캄보디아 취업 사기 피해, 대처 방법은?” 『해외안전여행정보』 10월 2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