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범죄의 처벌과 경계 넘어서기–미국의 요코하마 전범재판 사례를 중심으로
공준환(아시아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 객원연구원)
『한국민족운동사연구』 122호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는 전쟁범죄로 규정될 수 있는가?
본 연구는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 과정에서의 불법적 행위를 전쟁범죄로 조명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미국의 요코하마 전범재판에서 다루어진 세 가지 재판 사례를 분석하여 그 의미를 규명한다. 극동국제군사재판을 비롯한 연합국 전범재판소에서 식민지배 관련 문제는 전쟁범죄로다루어지지 않았다. 일본 본토와 한반도를 관할 지역으로 하였던 요코하마 전범재판에서도 식민지배 문제는 배제되었고, 재판을 위해 설치된 군사위원회에서는 주로 전쟁포로에 대한 잔학행위를 처벌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중국인 민간인에 대한 전쟁범죄를 다룬 일부 사례에서는 식민지배와 전쟁범죄를 연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는 각 사건의 재판 과정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재판의 법적 관할권을 둘러싼 쟁점을 검토하였다. 특히 식민지 문제를 전쟁범죄로 다루기 위해서 넘어야 할 경계지점인 국적과 신분, 통치의 합법성, 전쟁의 범위 및 적용에 대한 해석 문제에 주목하였다. 먼저 하나오카 사건 재판에서는 강제동원과 강제노동의 불법성이 핵심 쟁점이었으며, 군사위원회는 하나오카 사건을 둘러싼 일본의 통치행위 전반을 불법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오사카 경찰서에서 발생한 중국인 학대에 대한 두 재판에서는 중국인 피해자의 국적과 신분, 이들에게 적용된 일본 국내법의 정당성, 사법 행위와 전쟁의 관련성이 주요한 쟁점이 되었다. 아울러, 각 재판에서 ‘인도에 반하는 죄’는 기소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피고의 범죄 사실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안으로 논의되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요코하마 전범재판의 역사적·법적 한계를 밝히는 한편 식민지 문제를 전쟁범죄로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