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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Observer

아시아브리프/정치

중국의 대도시화와 탄소배출

1980년대 개혁기 들어선 중국은 기존과 다른 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하였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속도와 규모의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도시화는 에너지 소비 증가와 탄소 포집 저장 능력의 감소를 초래하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신형도시화’ 추진과 산업구조 고도화로, 탄소배출 증가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2030년 탄소피크와 2060년 탄소중립을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아시아 지역 내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에 초점을 맞췄던 트럼프 1기와 달리 보다 광범위한 국가들과 경제적 관계 재설정을 꾀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예상보다 한층 강도 높게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강화된 자국 우선주의 및 리쇼어링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의 규모 축소와 소수 집중성을 높일 개연성이 크다. 한편, 중국을 위시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공급망 다변화 및 대미 투자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제조업 탈중국과 함께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 본격 편입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의 연쇄적이지만 전략적인 직접 투자 유지 기조도 지역 공급망 재편의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트럼프 2기 급진적이면서도 모호성이 높은 정책 변화가 촉발하고 있는 국가 간, 초국적 기업 간 새로운 경쟁과 협력 속에 전환기 아시아 및 글로벌 공급망은 한층 복잡하고 불확실한 각축의 장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가?

중국은 2024년 7월에 개최된 공산당 20기 3중전회를 통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 대신에 중장기적으로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혁신 체제를 수립한다는 ‘고품질 발전’과 ‘전면 혁신 체제’ 수립 방침을 결정했다. 이후 중국은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추진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 방침에서 벗어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아니었다. 다만 2025년에는 국내 수요를 확대하고 실업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전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브리프/경제

중국의 대도시화와 탄소배출

1980년대 개혁기 들어선 중국은 기존과 다른 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하였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속도와 규모의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도시화는 에너지 소비 증가와 탄소 포집 저장 능력의 감소를 초래하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신형도시화’ 추진과 산업구조 고도화로, 탄소배출 증가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2030년 탄소피크와 2060년 탄소중립을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아시아 지역 내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에 초점을 맞췄던 트럼프 1기와 달리 보다 광범위한 국가들과 경제적 관계 재설정을 꾀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예상보다 한층 강도 높게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강화된 자국 우선주의 및 리쇼어링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의 규모 축소와 소수 집중성을 높일 개연성이 크다. 한편, 중국을 위시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공급망 다변화 및 대미 투자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제조업 탈중국과 함께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 본격 편입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의 연쇄적이지만 전략적인 직접 투자 유지 기조도 지역 공급망 재편의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트럼프 2기 급진적이면서도 모호성이 높은 정책 변화가 촉발하고 있는 국가 간, 초국적 기업 간 새로운 경쟁과 협력 속에 전환기 아시아 및 글로벌 공급망은 한층 복잡하고 불확실한 각축의 장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가?

중국은 2024년 7월에 개최된 공산당 20기 3중전회를 통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 대신에 중장기적으로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혁신 체제를 수립한다는 ‘고품질 발전’과 ‘전면 혁신 체제’ 수립 방침을 결정했다. 이후 중국은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추진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 방침에서 벗어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아니었다. 다만 2025년에는 국내 수요를 확대하고 실업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전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브리프/사회, 문화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통해 본 동아시아

오늘날 한국, 일본, 대만(중화권) 사회는 어떤 유사성과 차이점을 띠고 있을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 초점을 맞춰 세 나라를 비교해 보면, 동아시아 국가로서 유사성을 띨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연령대별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20대 이하의 경우, 한국과 대만에 비해 일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는 일본의 낮은 대학진학률과 이른 사회 진출 경향에 기인한다. 30~40대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참가율의 하락이 두드러진 반면, 중화권에서는 양육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중화권에서는 ‘어머니가 반드시 어린 자녀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 않기 때문으로, 이는 보육 제도보다는 사회적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50대 이상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는 고령 여성의 노동 참여가 비교적 활발한 반면, 중화권은 노부모의 노동활동이 자녀의 체면을 손상시킨다고 여기는 문화적 관념으로 인해 급격한 하락세를 띤다. 이처럼 오늘날 세 나라는 공통적으로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지만,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 참여 방식에 있어 서로 다른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아시아브리프/이슈 인사이트

한국 신정부의 대(對)중앙아시아 정책 제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내부 협력에 힘쓰면서 외부적으로도 협력관계를 다변화하고 있다. 한국 신정부는 중앙아시아 공동의 협력사업을 발굴하되, 국별 상황에 따라, 첨단 산업 분야와 ODA를 연계한 소규모 사업 개발 등을 다층화하여 추진하는 협력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새 정부에 바란다: 대(對) 인도 외교 제언

최근 지속적인 교류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기 힘든 한국-인도 관계는 글로벌 안보환경 악화,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신흥 안보 위기 확산,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미국 우선주의 정책 등의 요인들로 인해 양적, 질적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였다. 조선업, 방산, 해양안보, 우주, 반도체, AI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은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에 실용외교 측면에서 협력의 제도화 등을 통한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견국의 교차로: 중동과 동아시아 사이 한국의 전략적 선택

한국은 중동의 불안정성과 동아시아의 안보 위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전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기존의 거래 중심 외교를 넘어, 가치 기반의 다층적 외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튀르키예의 중재 외교 사례는 중견국 외교의 유의미한 참고점이 된다. ‘MENA–동아시아 다이얼로그’와 같은 새로운 다자 플랫폼 구상은 중견국 협력의 제도화를 이끌 수 있다. 한국은 중동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외교적 설계자로서, 실질적 다자 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다양성+아시아/동북아시아

동북아 공동기후재난과 재난의 일상성: 한‧중‧일의 기후재난 협력은 가능한가

이 글은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일상화되고 상시화된 현실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공동기후재난에 대한 한중일 3국의 협력 가능성을 고민하려는 시도이다. 2020년 동아시아 집중호우 사례를 통해 중국 창장 일대에서 시작된 비구름이 일본 규슈와 한반도 남부로 연쇄적으로 이동하며 피해를 준 현상을 통해 우리는 동북아시아가 재난의 측면에서 '하나의 사회'로 기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각국의 재난 대응 체계는 한국의 국가 주도 하향식 관리, 일본의 지역사회 중심에서 국가 주도로의 전환, 중국의 국가주도에 지방정부의 협력 요소의 강화 등으로 조금씩 다르지만 수렴점도 찾을 수 있다. 현재 동북아 기후협력은 시장 기반 해결책에 치중하고 있어 재난 '이후' 사회 회복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이에 이 글은 커먼즈(commons) 개념을 동북아 스케일로 확장하고, 학술교류를 통한 민간 협력에서 시작하여 공식적 협의체 구축으로 나아가는 단계적 접근을 제안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정상 민주주의로의 복원력(resilience)

세계적 민주주의 후퇴 현상 속에서 한국 민주주의도 위기를 겪었었으며, 특히 2024년 윤석열 정권의 친위 쿠데타 시도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국민과 제도권의 대응은 한국 민주주의가 강한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스트롱맨과 포퓰리즘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을 거치며 유사한 후퇴를 경험했지만, 시민들의 저항과 제도적 절차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대응은 보수의 엘리트 주도적 절제와 진보의 대중 참여 확대라는 상반된 해법이 있으나, 한국은 ‘빛의 혁명’이라 불리는 촛불과 시민 행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제도 혁신과 정치 교육의 내면화가 필요하다.

(동)아시아 대중문화: 근대화, 지구화, 권역화

이 글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한정하여 아시아 대중문화와 역사에 관한 하나의 접근을 제공한다. 편의상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총칭하는 용어로 (동)아시아를 사용한다. 여기서는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역사와 현재를 근대화, 지구화, 권역화의 범주로 설명한다.

다양성+아시아/동남아시아

인간이 만든 재난, 자연이 되갚는 위기: 아랄해 고갈, 세미팔라틴스크 대지 오염,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기후 변화

오늘날 기후 위기로 인해 인간의 삶이 도전을 받는 것은 전지구적 현상이 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아시아 기후 변화의 핵심 지표는 빙하량이라 할 수 있는데, 1980년대 이래 빙하량이 2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빙하 감소의 원인이 아랄해의 고갈과 사막화된 아랄해 해저 표면에서 비롯된 바람에 의한 침식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야기한 아랄해의 고갈과 더불어 세미팔라틴스크의 심각한 대지오염은 과거의 유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1960년대까지 세계 4대 내해였던 아랄해는 면화 생산량 증대의 폐해로, 세미팔라틴스크는 냉전기의 집중적인 핵실험으로 인해 심각한 토양 오염을 겪고 있다. 특히 아랄해는 인간이 초래한 환경 재난이 축적되어 기후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이러한 중앙아시아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층적인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신권위주의, 정당성을 외주화하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국가 설립 이래 30여 년이 지난 현재 권위주의 체제로 귀결되었다. 이들 정권은 ‘신권위주의’의 전형으로서, 외형상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한 채 이를 활용하여 통치를 정당화하고 시민사회를 효과적으로 억압해 왔다. 특히 권위주의가 공고화될 수 있었던 핵심 기제는 엘리트의 자원 독점, 외국자본과의 결탁, 강대국의 직간접적 지원으로 이는 정권의 정당성의 토대를 외부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특히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정보통제 기술과 법제도를 공유하며 중앙아시아만의 ‘권위주의적 지역주의’를 형성했다.

지금, 영화로 만나는 중앙아시아

이 글에서는 2000년대 이후 공개된 중앙아시아 영화 중 필자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화 제작이 금지되었던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중앙아시아 4개국 영화의 주요 작품들을 나라별로 3편씩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중앙아시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가족’이며, 이외에 국가별로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다양성+아시아/중앙아시아

필리핀 해안 지역의 생계는 공정한 전환이 필요하다

이 글은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인 필리핀의 해안 지역 생계에 주목한다. 필리핀의 전체 인구는 약 1억 1,400만 명에 이르며, 이 중 약 60%가 저지대 해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지역 사회는 태풍과 폭풍뿐 아니라, 홍수, 염수 침투, 해안 침식, 해수면 상승, 남획, 그리고 도시 지역의 토양 침하 등 다양한 환경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2014년부터 필리핀 해안 지역 사회에 대한 현지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특히 어업 종사자와 해초 양식업자들이 이러한 환경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하는지, 그리고 관련 정책이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다. 이 글에서는 그간의 조사에서 발견한 주요 사례와 함께, 정책과 실무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향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팔라완(Palawan) 주의 해초 양식업자와 관련되어 있으며, 두 번째 사례는 일로일로(Iloilo) 주의 어부 공동체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해안 전환을 이루기 위해, 해안 및 해양 경관을 보다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어업, 대체 생계, 해외 송금의 역할과 같은 지역 경제 선택지뿐 아니라, 기후 재정, 해안 가구의 역량 강화, 그리고 다양한 환경적 과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군부정치, 세습정치, 초국적 탄압: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위기의 키워드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위기는 현실이지만 하나의 설명으로 묶어내기는 힘들다. 이 글에서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군부정치와 세습정치, 초국적 탄압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풀어내려고 한다. 미얀마에서 가장 선명하게 작동하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군부정치가 명분의 문제에 시달리는 가운데, 군부의 또 하나의 약점인 선거정치는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정치 가문들에 의한 세습정치의 고착화를 겪고 있다. 한편 민주주의의 퇴행은 타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무감각한 정부들에 의한 초국적 탄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대중음악으로 경험하는 아시아의 동시대성

최근 아시아의 대중음악은 국가의 경계를 넘는 활발한 교류와 함께 영향력을 더해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특히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인디음악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의 공연장과 페스티벌에서도 인도네시아 음악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음악적 토양이 지닌 역사성과 역동성을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인도네시아 음악에 담긴 서사와 의미를 이해하고자 한다.

다양성+아시아/남아시아

서아시아 정치 불안의 기폭제, ‘기후 위기’

이 글은 서아시아에서 기후변화가 정치 불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시리아 내전, 이라크에서 IS 세력 확장, 이란의 반정부 시위 등은 기후 위기와 정부의 대응 실패가 결합되어 정치 불안을 심화시킨 사례다. 서아시아에서 기후 위기는 안보와 체제 정당성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다.

위기와 기회 사이에 놓인 이스라엘 민주주의

건국 이후로 이스라엘은 내부의 극우 보수주의 정부와 외부 테러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끊임없이 도전받아 왔다. 하지만 안보 포퓰리즘에 기댄 권위주의적 정부의 시민 사회 통제는 점차 시민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후 2023년에 사법부를 무력화하고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 담긴 사법개편안을 발표하자 한계를 느낀 시민들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시위를 일으켰다.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 내며 단호하게 맞선 사법개편반대시위는 시민들이 세대와 계층, 종교, 정치적 당파를 초월해 연대한 이례적인 시위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와 방식을 재고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되었다.

저항을 이끄는 횃불: 팔레스타인 저항음악, 시에서 힙합까지

이 글에서는 팔레스타인 힙합 음악과 팔레스타인인, 특히 청년들의 투쟁 의식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팔레스타인 힙합 음악의 1999년 결성된 힙합 트리오인 DAM이 리드(Lydd) 지역에서 결성되며 시작되었다. DAM는 이스라엘 점령 아래에 사는 팔레스타인 아랍인의 감정을 가사와 리듬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DAM이 팔레스타인 힙합 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다양성+아시아/아시아-아프리카

세계 3위의 온실가스 배출국 인도,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나아가는 저탄소 경제의 길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한 기후변화 피해에 직면한 국가이면서 동시에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이다. 2021년 COP26을 전후로 인도는 2070년까지 순배출 제로(Net Zero)에 도달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발표하고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207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의 구체성도 다소 불분명하고 탄소 의존적인 현재의 에너지 믹스를 고려할 때 인도가 걸어가야 할 길이 쉽지는 않지만, 인도 정부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저탄소 경제 달성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혁의 갈림길에 선 남아시아 민주주의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남아시아에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민주주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살고 있는 곳이 남아시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남아시아의 세 나라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독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나라의 국민들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권위주의적 정부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고 있지만은 않았다. 선거를 통해서든 반정부 시위를 통해서든 적극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표면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이나 어쩌면 남아시아 민주주의가 새로운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볼리우드에서 변두리로: 인도 대중음악의 다양화와 미래

인도의 대중음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영향력 있는 장르는 볼리우드(Bollywood) 영화 음악이다. 인도에서 볼리우드 영화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이야기를 담아내며 인도인들의 엄청난 인기를 받고 있는 문화 장르로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역할을 한다. 대중음악 역시 영화 음악이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영화의 흥행은 곧 영화 음악의 히트로 이어진다.

다양성+아시아/서아시아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위기에서 기회로?

아프리카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특히 취약하지만, 이러한 취약성을 해결하는 일은 단순한 기후 정의의 문제를 넘어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을 위한 구체적인 기회를 창출한다.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에 대한 담론은 대륙의 역동성과 성장 잠재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회복력 강화, 생태계 복원, 에너지 접근성 확대, 그리고 환경과 개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투자와 기업가 정신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낸 데 따른 결과다. 이 글은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과 관련되어 광물 가치 사슬, 생태계, 도시화, 인프라 등 다양한 우선순위 주제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된 담론과 새롭게 나타나는 기회를 살펴본다. 또한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과를 검토함으로써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의 잠재력을 조명한다.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실제로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이러한 파트너십이 지역 주민의 생계와 생태계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끝으로, 이 글은 올해 9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북아프리카 민주주의의 위기, 유럽 이민정책과의 연계성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민주화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권위주의로의 회귀가 심화되고 있다. 2019년 당선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2021년 의회 해산, 국회의원 면책 특권 박탈 및 일련의 급진적 조치를 단행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으나, 위로부터(top-down)의 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실망감 속에서 많은 국민들은 사이에드의 결정을 지지했다. 권위주의 부상에서 국내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사이에드 집권 초기와 달리 현재 튀니지 민주주의 위기는 외부요인과도 연관되어 있다. 특히 유럽 이민정책의 외부화(externalization)는 주변 북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튀니지 정부가 경제·사회 개혁에 실패하며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던 시점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 강화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아프로, 끊임없이 태어나는 아프리카의 음악

이 글에서 필자는 2008년 가을 서아프리카 말리 등지로 떠난 음악여행을 통해 개인적으로 체험한 바를 토대로 아프리카 대중음악의 본질과 그 세계적 전파과정의 특징을 파악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음악이 비트(beat) 단위의 프로토콜을 지닌 ‘아프로 모듈’로 변환되면서 전 세계의 대중음악을 하나로 연결하는 일종의 ‘공유 플랫폼’으로 구동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단행본

Asianization of Asia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아세안은 지정학적 중요성, 경제적 역동성, 그리고 한국과의 활발한 인적교류를 바탕으로 한국 외교 다변화의 핵심 대상이다. 새로운 정부는 아세안을 ‘공동 미래 설계자’로 인식하고 안정적인 추진 체계를 갖추어 단계적인 외교·안보 협력, 아세안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경제 협력,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사회·문화 협력 등 분야별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Territorial Expansion and Great Power Behavior During the Cold War

Motin examines great powers’ reactions to the rise of new powers in bipolar international systems by exploring an understudied problem: the rarity of armed emergence after 1945. The book focuses on Egypt, Iraq, Syria, and Vietnam; the few minor powers that attempted to emerge as great powers through force during the Cold War. Geography and existing powers’ reactions are analyzed as the two key factors determining a nation’s attempts at territorial expansion to achieve power on the global political stage. This systematic investigation of previously overlooked cases has profound implications for the scholarship on the rise and fall of great powers.

서평

일본의 동남아시아 침략과 전쟁범죄 – 극동국제군사재판을 중심으로

이 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쿄에서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IMTFE)을 중심으로 일본의 동남아시아 침략 및 전쟁범죄를 다룬다. 일본제국이 개전한 태평양전쟁은 동남아시아 식민지의 해방을 명분 삼아 이를 일본 권역에 포함시키려는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태평양전쟁의 중심에 동남아시아가 있었지만, 일본의 침략을 심판한 재판에서 동남아시아 문제는 부차적인 사안으로 다루어졌다. 이 글은 극동국제군사재판의 기소, 심리, 판결 과정에서의 법적·정치적 논의를 검토하여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침략과 전쟁범죄가 서구 식민주의와 일본 제국주의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었는지를 다룬다. 특히 필리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네덜란드령 동인도의 사례를 통해 동남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지배와 점령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에 주목하여, 전후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극동국제군사재판이 제국주의적 이중성을 어떻게 드러냈는지 분석한다. 일본의 대동아공영이나 동아 신질서와 같은 전쟁 구호는 일본 전쟁범죄의 잔인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그 정당성을 상실하였으나, 일본의 범죄를 처벌하는 재판이 곧 서구 제국의 지배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극동국제군사재판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성을 규명하면서도 동시에 서구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이를 통해 전후 동남아시아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지배가중층적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merging Middle Powers and the International Order: The Cases of Turkey and South Korea

The rise of China and the relative decline of America, as well as Russia's aggression in Ukraine, raise questions about the future of the rules-based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his article aims to analyze the role of emerging middle powers in maintaining the US-led international order by comparing the elements of soft power in Turkish and South Korean foreign policy strategies. This analysis provides an account of these emerging middle powers’ soft power agenda and their possible role in promoting and helping to sustain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urkey's increasing military activism and democratic backsliding over the past decade have led the country to distance itself from the Western model of liberal democracy and the Western alliance. In contrast, South Korea has maintained a positive global image through its vibrant democracy and the current international success of its popular culture, despite the recent threat to the country's democracy.

논문

아연은 지금!

Thursday, August 21, 2025

유령도시에서 벗어나기: 중국의 도시 건설 과정과 지역시민권의 구성

최근 중국의 경제위기설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맞물리며 빈집 문제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유령도시 담론으로부터 이어져온 과잉 공급과 빈집의 문제는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 새로운 현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유령도시와 빈집 담론은 지역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는 지속적인 도시 건설 과정과 새로이 개발된 도시 지역의 변화 양상을 간과하게 한다. 톈진시에서 수행한 현장연구를 바탕으로 한때 유령도시로 불렸던 신도시가 어떻게 이 오명을 벗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이 사례는 중국 도시화 과정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정해영 (아시아연구소)

최근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설은 빈집 문제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건설 산업의 침체와 그에 따른 중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는 빈집의 이미지와 결합되며 구체성을 부여 받고 있다. “현재 미분양 빈집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전문가들마다 그 수치가 천차만별이지만 14억 인구를 다 동원해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직 국가통계국 국장의 최근 발언은 외신을 통해 중국 외부에도 빠르게 전파되었다.1) 중국 유수의 부동산개발 기업들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고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대내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중국의 빈집을 둘러싼 논란은 근래의 현상만은 아니다. 2000년대 말부터 등장한 유령도시(鬼城, ghost city) 담론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제기된 바 있다. 비어 있는 도시(空城, empty city)로도 불리는 유령도시는 새로이 건설되었지만 지극히 낮은 입주 비율과 계획한 규모에 크게 못 미치는 인구 규모를 특징으로 하는 신도시 지역이나 개발 지구를 의미한다(Woodworth and Wallace, 2017). 유령도시 담론에서 제기된 빈집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구 집적의 효과와 그에 따른 도시 활력의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일정 기간 거래되지 않고 있는 미분양 주택은 물론 분양은 완료되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비워둔 주택과 완성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는 주택까지 다양한 형태의 빈집이 많은 중국 도시에서 새로운 현실로 부상했다.

중국의 유령도시가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내몽고자치구 어얼둬쓰시에 위치한 신도시 캉바스(康巴什, Kangbashi) 사례가 2009년 무렵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화려하고 현대적인 건축물과 대규모 광장, 고층 아파트와 고급 주택이 들어서 있지만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텅 빈 거리가 유령도시라는 이름으로 재현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온 나라에서 사람이 없는 도시는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Shepard, 2016). 특히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들이 발전전략을 수출주도 성장에서 토지중심 도시화로 전환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 등장하였다는 점에서 부동산 거품과 주택의 과잉 공급을 상징하는 개념이 되었다. 이후 다수의 도시에서 유사한 현상이 보고되면서 유령도시 담론은 강화되었다.

토지중심 도시화라는 발전전략이 야기하는 경제적 여파를 검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지역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는 도시 건설 과정을 간과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의 유령도시를 발로 뛰며 조사해 온 웨이드 셰퍼드(Shepard 2016)는 캉바스 사례를 두고 “흔히 간과되는 것은 이 도시가 건설되기 시작된 지 불과 6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6년이라는 시간은 완전히 새로운 도시 지역이 충분히 지어지기에도, 인구가 집중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유령도시 담론에 전제되는 착공으로 시작해 완공으로 끝나는 단선적이고 목적론적인 시간성은 지속적인 도시건설 과정을 비가시화하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연구들은 캉바스가 이른바 유령도시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김경환, 2023; Yin et al., 2017). 이러한 변화는 본 연구자가 현장연구를 진행해온 중국 톈진시 소재 신도시의 사례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 신도시의 사례를 통해 유령도시 담론이 간과해온 도시 건설의 시간성과 복잡성 문제를 지적한다. 캉바스와는 다른 지역적 조건에 있는 해당 신도시에서는 특권적인 지역시민권 체계의 구축과 타 지역 출신 중산층 이주민들의 유입, 경제개발구에서 발생한 환경재난이 유령도시의 극복 과정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소였다.

한때 유령도시로 불렸지만 교통체증이 등장할 정도로 비교적 활기 있는 신도시로 변모하고 있다(연구자가 2018년에 촬영).

 

유령도시에서 이민도시

중국 톈진시 교외에 위치한 계획신도시 그린타운(가명)은 한때 중국에서 대표적인 유령도시 중 하나로 불렸다. 현지 주민들 또한 그린타운을 중국 전역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유령도시였다고 소개하고는 했다. 녹색발전과 도시 지속가능성 실험이 포함된 주거중심 신도시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으며, 초기 계획면적 30㎢에 35만 명의 인구를 목표로 2008년에 착공되었다. 2012년 하반기에 첫 입주가 시작되었지만 2014년 8월에 연구자가 처음 방문했을 때 목도한 것은 유령도시의 특징으로 흔히 묘사되는 황량함과 폐허의 이미지였다. 거리에서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미 간판을 내건 상점과 식당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비어 있거나 공사가 유예되어 방치된 건물과 아파트 건설현장 곳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공사소음은 황량한 느낌을 배가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그린타운 정부가 밝힌 상주인구는 13만 명으로, 8천여 개의 입주 기업과 40여 개의 주거단지를 갖추고 있다. 비록 목표했던 인구에는 못 미치지만 비교적 활기 있는 신도시로 변모한 상태다. 무엇보다 주민들 스스로가 그린타운을 ‘이민도시(移民城市)’라고 규정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이 신도시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중국 전역에서 온 타 지역 출신의 중산층 이주민들이 주거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톈진시 정부의 지역 차등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 이는 그린타운이 왜 초기에 입주민 비율이 낮은 유령도시가 되었는지를 지역 내부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톈진시의 지역 차등화 정책에서 핵심은 도심과 외곽 지역을 차별화하는 호구 정책을 통해 인구 분포를 조율하는 데에 있다. 도심의 인구를 엄격히 통제하되 근교 지역의 인구 규모를 적절히 증가시키고, 외곽 지역에는 영구정착 인구를 확대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입된 제도적 장치가 차별화된 호구정착 정책(差别化落户政策)이다.2)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톈진시의 호구를 획득해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지는 것이다. 인구 이동을 통제하기보다 촉진하되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통치 방식이 특징인 최근 호구 개혁 정책의 경향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톈진시 시내에서 약 60㎞ 떨어진 교외 지역에 자리한 그린타운은 톈진시의 근교 지역에 대한 차별화 정책의 영향 하에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호구정책은 교육정책과 맞물려 있었다. 톈진시 내에서도 대학진학률이 높기로 유명한 고등학교들은 도심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호구 소재지가 도심지역의 6개 행정구가 아닌 학생들은 톈진시 호구라 해도 해당 고등학교의 입학시험을 볼 수가 없다. 톈진시 내에서도 행정구에 따른 호구 장벽이 존재해서 호구 소재지가 외곽지역인 경우에는 도심지역의 교육자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이러한 상황은 진학연령기의 자녀가 있는 톈진시 시민이 교외 거주를 주저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즉, 투자를 위해 그린타운의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이주해 거주하지는 않는 상황이 존재했다. 실제로 도심지역에서 이주해온 한 주민은 도심의 좋은 교육자원을 두고 교외 신도시로 이주해온 자신의 결정이 톈진시 시민의 시선에서는 어리석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은 도심지역에 여전히 주거지를 두고 자녀의 학업을 뒷바라지하며 주말에만 가족들과 별장처럼 그린타운의 주택을 이용하고 있었다.

신도시 정부의 후원으로 한 주거단지에서 개최된 주민행사. 공연을 하는 이들과 관람객 모두가 신도시의 주민이다(연구자가 2016년에 촬영).

 

특권적인 지역시민권 혜택의 형성

그린타운의 행정가들이 도시건설 과정에서 초기부터 고심했던 부분은 어떻게 인구 유입을 촉진해 조기에 ‘사람의 기운’(人气)과 도시의 활력을 형성할 것인가였다. 중국에서 도시개발은 정부청사가 위치한 초기개발지구의 건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도시건설 과정을 수반한다. 여기에는 교통망과 편의시설, 상업시설 등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실제로 많은 주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도시 인프라가 갖춰진 데에서 유령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를 찾고 있었다.

사람을 오게 하기 위한 신도시 정부의 활동에는 특권적인 지역시민권 혜택을 구축하는 전략도 포함되었다. 대학병원과 가족주치의 제도, 명문대학의 부속학교 등의 공공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공공주택 정책은 도시 실험의 요소이면서 도시발전을 위한 제도로 활용되어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린타운에서 주택공급은 상품주택을 중심으로 주로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공주택 또한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을 위한 요소로 강조되고 있었다. 전체 주택 공급량의 20퍼센트를 공공주택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이 혜택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에서 호구 신분은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아니었다. 즉, 호구 제약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인구 유입을 촉진해왔다.

그린타운의 공공주택은 두 유형으로, 공공분양주택(公屋)과 인재아파트(人才公寓)로 구성되었다. 공공분양주택은 다른 지역의 경제실용주택(经济适用房)과 유사한 성격이다. 그린타운이 속한 행정구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 그 신청자격은 흔히 시나 구 층위의 현지 호구 소지자인 지역민들로 한정되어 왔다. 반면 그린타운 정부는 현지 호구가 없는 이주민들에게도 개방했다. 초기에는 톈진시 호구가 아니면 부부 모두가 그린타운 내에서 3년 이상 취업상태에 있는 경우에 한정해 개방했지만 점차 그 조건을 완화했다. 2019년에는 기존의 소득상한선 제도는 유지하되 호구 제한 자체를 없애고 22세 이상으로 그린타운 내에서 6개월 이상 취업했다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인재아파트의 입주자격에도 현지인과 외지인을 구분하는 호구 제한은 없앴지만 공급은 두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첫 번째 경로는 그린타운 정부가 직접 선발한 인재가 개인 자격으로 신청하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인적자본 확보를 위한 지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중앙정부가 인재개발을 강조한 이래 다양한 층위의 도시 정부들이 지역적 인재정책(人才政策)을 운영하고 있다. 톈진시와 그린타운이 소속된 행정구는 물론 경제개발구도 이미 각각 인재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그린타운 정부는 이와 별도로 독자적인 인재정책을 마련하였다. 학력, 경력, 업적 등을 기준으로 인재를 1~7등급으로 구분하여 선발하고 혜택을 부여해온 것이다. 등급에 따라 업무보조금과 무상건강검진, 미취업 배우자의 생활보조금, 그린타운의 상품주택 구입 시 주택구매 보조금, 주택임대만으로도 가능한 호구 정착( 지원, 자녀의 유치원과 학교 우선배정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별도로 건설된 인재아파트를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두 번째 경로는 그린타운 정부와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거나 협의 중인 기업이 자체적으로 인재를 선발하여 기업 차원에서 신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국가가 직접 선발하는 인재 또한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린타운 소재 민영 기업이나 비공유제 기업의 종사자여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협조가 전제된 것이었다. 이는 공공분양주택에도 해당된다. 즉, 주거보장 혜택에 대한 접근에서 호구 신분보다는 그린타운 소재 기업에서의 고용상태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간주해온 것이다. 이는 공공주택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호구와 신이민(新移民)

그린타운 정부가 도시건설을 위해 활용한 또 다른 수단은 호구 정책이다. 주택 정책이 기업 유치와 인적자본 확보의 도구로 활용되었다면, 호구 정책은 부동산시장의 활성화와 일정한 수준의 부를 갖춘 이주민의 유입에 기여했. 주거기능의 비중이 높은 그린타운에서 주요한 재정수입원인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는 정부의 중요한 과제였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활용된 것은 남인호구(蓝印户口)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1990년대 중반부터 많은 도시들에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이주민들에게는 주택구매를 통한 지역 호구 획득의 기회를 제공했다. 2000년대부터는 도시 별로 점차 폐지됐지만 톈진시는 전국 대도시 중에서는 가장 늦게까지 유지하다가 2014년에 중앙정부가 전국적으로 발급을 중지하도록 조치하면서 폐지했다.

톈진시의 남인호구 정책은 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시행되었다. 2009년부터는 신청 요건인 구입한 상품주택의 가격 하한선을 행정구역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톈진시 중심지구와 발달한 근교 지역은 80만 위안 이상, 덜 발달한 근교 지역은 60만 위안 이상, 외곽 지역은 40만 위안 이상으로 가격 하한선이 설정되었다. 신축 상품주택을 주택담보대출 없이 현금으로 일괄 지불해 구입해야 한다는 조건은 부의 수준에 따라 행정구역 별로 이주민을 선별하여 수용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린타운은 초기에 다른 근교 지역처럼 가격 하한선을 80만 위안으로 설정했다가 2012년 하반기부터 60만 위안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이주민들에게 그린타운의 주택 구입을 통한 톈진시 호구 획득이 특히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교육자원에 있었다. 톈진시는 대학입시 천국으로 불릴 만큼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대학입시 이민(高考移民)을 계획하고 있는 전국의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중국의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교육자원이 풍부하고 명문대학 수가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인구수는 적은 편이다. 따라서 대학입시 응시자 수가 적어 대학합격선이 낮고 베이징시, 상하이시와 함께 전국에서 1~3위를 다툴 정도로 대학진학률이 높다. 그린타운 정부 또한 톈진시의 이러한 지역적 조건과 수요를 고려해 톈진시와 베이징시 소재 유명대학의 부속학교와 외국어학교, 국제학교를 유치하는 등 교육자원 확충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호구 소재지가 그린타운인 경우에 한해 이 교육자원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했다.

2014년에 남인호구 제도가 폐지된 후에 새로이 도입된 호구전입정책에는 재산권이 있는 주택 외에도 연령, 교육수준, 전문기술과 직능기술 수준 등의 다양한 심사항목이 포함되었다. 각 항목에 배분된 점수를 종합해 심사한 후에 지역 호구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그린타운의 상품주택 분양사무소에 등장한 새로운 풍경은 이 새로운 호구전입정책과 함께 톈진시가 수위를 다투는 전국 4년제 대학 합격률 순위를 안내하는 표지판이었다. 지역 호구를 획득할 만한 자격 있는 이주민이 되기 위한 조건에는 안정적인 고용상태가 아니면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주거지가 전제되고 있다. 상품주택의 소유권은 이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톈진시로 호구를 이전해오려면 상품주택을 먼저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호구 정책의 변화 이후에도 그린타운의 이주민들에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신도시 소재 초중등 외국어학교 정문 앞에서 자녀가 하교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연구자가 2017년에 촬영).

 

환경재난과 유령도시의 극복

많은 중산층 이주민들이 톈진시 내에서도 그린타운의 주택을 선택해 구입한 이유에는 교육자원 외에도 부동산 투자의 목적도 있었다. 특히 그린타운에 제조업과 공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 주거환경에 가치를 두는 중산층 집단의 선호가 맞물려 있었던 것이다. 전통적인 공업도시면서 산업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톈진시의 맥락에서 공장이 없는 환경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2015년에 톈진시 교외의 경제개발구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는 이러한 환경에 보다 가치가 부여되기 시작한 중요한 계기였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에서는 화재나 가스누출사고 등 산업 인프라를 둘러싼 수많은 재해가 발생해 왔다. 그 중에서도 2015년의 시점에서 톈진시 폭발사고는 가장 심각한 환경재난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1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톈진시 전체에 지속적인 여파를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사고 지점과 가까운 거리에 고급 중산층 아파트가 밀집한 주민 주거구역이 위치해 있었다는 점이다. 그간 고도 성장기를 누리며 성실히 축적해온 부가 하룻밤 사이에 파괴되고 중산층들이 ‘난민’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상실감과 불안의 정서를 자아냈다. 실제로 폭발사고로 크게 제기된 문제의식은 도시계획 상의 안전거리 문제였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 6백 미터 거리에 아파트 단지가 위치하면서 재산 피해는 물론 화학약품 누출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 문제도 대두되었다. 이와 함께 생산공장과 위험시설물이 없는 그린타운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었다.

피해 보상 방식도 그린타운에 인구가 유입되게 된 중요한 이유였다. 피해 주민들의 요구와 집단행동 끝에 톈진시 정부는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부동산기업 사회책임연맹을 설립해 피해를 입은 아파트 단지의 주택 소유주에게 주택 시장가치의 1.3배의 가격을 치르고 파손된 주택을 회수했다. 개발구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이 배상금을 이용해 그린타운의 주택을 구매해 거주하게 된 것이다.

그린타운의 개발 목표 중 하나는 기존에 수출주도 성장을 뒷받침해온 도시개발 모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린타운이 차별화하고자 했던 대상은 1990년대까지 중국에서 지배적인 도시개발 모델이었던 경제개발구였다. 비록 중국의 경제개발구는 일반적인 산업단지와는 달리 종합적인 도시개발의 성격을 띠어 왔지만 기존에 주요한 산업구조였던 제조업과 수출산업을 뒷받침하며 양적 경제성장을 목표로 해왔다는 점에서 산업기능이 보다 강조되었다. 하지만 점차 질적 성장과 산업구조의 업그레이드, 지속가능한 발전이 중시되면서 새로운 공간 전략이 요구되었다. 특히 화이트칼라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더 나은 주거환경이 선호되면서 주거구역과 생산공장 및 위험시설물 간의 근접성이 문제시되기 시작하였다. 폭발사고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그린타운이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벗게 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저자소개

정해영(hychung2023@gmail.com)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로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이자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강사로 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중국의 도시화와 토지개발, 환경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유예된 주거: 중국의 건설노동자와 농민공 주거의 재생산」, 「거저 주지 않는 국가: 확장된 협상과 재정착 농민의 권리 실천」, 「도시화의 배반: 중국 톈진시에서 약속으로서 실험적인 신도시 개발」 등이 있다.

 


1) 现有住房14亿人都住不完!国家统计局原副局长发声. <每日经济新闻>, 2023年 09月 24日. Even China’s 1.4 billion population can‘t fill all its vacant homes, former official says, Reuters, September 25, 2023. 유령 아파트 넘쳐나는 중국… “인구 30억 있어야 빈집 채운다”, <한국경제> 2023. 9. 25.

2) 2017년 1월부터 시행된 호구제도 개혁의 진일보한 추진에 대한 톈진시 인민정부의 의견(天津市人民政府关于进一步推进户籍制度改革的意见). 톈진시 정부가 2017년 3월에 공표한 ‘톈진시의 비호구인구의 도시정착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天津市推动非户籍人口在城市落户工作方案).

 


참고문헌

  • 김경환. 2023. “중국 어얼둬쓰시 캉바스의 유령도시화 현상 해소 연구.” 『중국지역연구』 10(3): 165-186.
  • Shepard, Wade. 2015. Ghost Cities of China. London: Zed Books.
  • ________, 2016. “An Update On China’s Largest Ghost City – What Ordos Kangbashi Is Like Today.” Forbes (April 19).
  • Woodworth, Max D. and Jeremy L. Wallace, 2017, “Seeing Ghosts: Parsing China’s “Ghost City” Controversy.” Urban Geography 38(8), 1270-1281.
  • Yin, Duo, et al. 2017, “Living in the Ghost City: Media Discourses and the Negotiation of Home in Ordos, Inner Mongolia, China,” Sustainability 9,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