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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Observer

아시아브리프/정치

중국의 대도시화와 탄소배출

1980년대 개혁기 들어선 중국은 기존과 다른 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하였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속도와 규모의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도시화는 에너지 소비 증가와 탄소 포집 저장 능력의 감소를 초래하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신형도시화’ 추진과 산업구조 고도화로, 탄소배출 증가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2030년 탄소피크와 2060년 탄소중립을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아시아 지역 내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에 초점을 맞췄던 트럼프 1기와 달리 보다 광범위한 국가들과 경제적 관계 재설정을 꾀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예상보다 한층 강도 높게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강화된 자국 우선주의 및 리쇼어링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의 규모 축소와 소수 집중성을 높일 개연성이 크다. 한편, 중국을 위시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공급망 다변화 및 대미 투자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제조업 탈중국과 함께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 본격 편입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의 연쇄적이지만 전략적인 직접 투자 유지 기조도 지역 공급망 재편의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트럼프 2기 급진적이면서도 모호성이 높은 정책 변화가 촉발하고 있는 국가 간, 초국적 기업 간 새로운 경쟁과 협력 속에 전환기 아시아 및 글로벌 공급망은 한층 복잡하고 불확실한 각축의 장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가?

중국은 2024년 7월에 개최된 공산당 20기 3중전회를 통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 대신에 중장기적으로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혁신 체제를 수립한다는 ‘고품질 발전’과 ‘전면 혁신 체제’ 수립 방침을 결정했다. 이후 중국은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추진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 방침에서 벗어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아니었다. 다만 2025년에는 국내 수요를 확대하고 실업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전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브리프/경제

중국의 대도시화와 탄소배출

1980년대 개혁기 들어선 중국은 기존과 다른 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하였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속도와 규모의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도시화는 에너지 소비 증가와 탄소 포집 저장 능력의 감소를 초래하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신형도시화’ 추진과 산업구조 고도화로, 탄소배출 증가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2030년 탄소피크와 2060년 탄소중립을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아시아 지역 내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에 초점을 맞췄던 트럼프 1기와 달리 보다 광범위한 국가들과 경제적 관계 재설정을 꾀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예상보다 한층 강도 높게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강화된 자국 우선주의 및 리쇼어링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의 규모 축소와 소수 집중성을 높일 개연성이 크다. 한편, 중국을 위시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공급망 다변화 및 대미 투자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제조업 탈중국과 함께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 본격 편입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의 연쇄적이지만 전략적인 직접 투자 유지 기조도 지역 공급망 재편의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트럼프 2기 급진적이면서도 모호성이 높은 정책 변화가 촉발하고 있는 국가 간, 초국적 기업 간 새로운 경쟁과 협력 속에 전환기 아시아 및 글로벌 공급망은 한층 복잡하고 불확실한 각축의 장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가?

중국은 2024년 7월에 개최된 공산당 20기 3중전회를 통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 대신에 중장기적으로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혁신 체제를 수립한다는 ‘고품질 발전’과 ‘전면 혁신 체제’ 수립 방침을 결정했다. 이후 중국은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추진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 방침에서 벗어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아니었다. 다만 2025년에는 국내 수요를 확대하고 실업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전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브리프/사회, 문화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통해 본 동아시아

오늘날 한국, 일본, 대만(중화권) 사회는 어떤 유사성과 차이점을 띠고 있을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 초점을 맞춰 세 나라를 비교해 보면, 동아시아 국가로서 유사성을 띨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연령대별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20대 이하의 경우, 한국과 대만에 비해 일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는 일본의 낮은 대학진학률과 이른 사회 진출 경향에 기인한다. 30~40대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참가율의 하락이 두드러진 반면, 중화권에서는 양육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중화권에서는 ‘어머니가 반드시 어린 자녀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 않기 때문으로, 이는 보육 제도보다는 사회적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50대 이상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는 고령 여성의 노동 참여가 비교적 활발한 반면, 중화권은 노부모의 노동활동이 자녀의 체면을 손상시킨다고 여기는 문화적 관념으로 인해 급격한 하락세를 띤다. 이처럼 오늘날 세 나라는 공통적으로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지만,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 참여 방식에 있어 서로 다른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아시아브리프/이슈 인사이트

2025 전망: 아시아-아프리카 관계를 중심으로

2025년 아시아-아프리카 관계는 다양한 각도에서 전망될 수 있지만, 국제정세 변화와 글로벌 사우스 부상이라는 거시적 맥락을 토대로 양 대륙 간의 가장 핵심적인 분야인 경제협력, 디지털 중심의 기술협력, 기후환경을 비롯한 지속가능발전, 안보협력 및 외교적 연대 가능성에 집중하여 양 대륙의 복합적인 관계를 전망하고자 한다.

2025년의 남아시아: 25년의 경제와 24년 정치의 힘겨루기

2025년에 세계를 지배하는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확실해 보이는 것이라고는 미중 패권경쟁의 격화와 미국의 고립주의 내지는 선별적 개입이 불러올 파장인데, 이 예측불가의 상황 자체를 트럼프는 이미 유효한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24년 ‘정치의 해’를 넘긴 남아시아 각국은 정치적 격변을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안은 채 25년 ‘경제의 해’를 맞게 될 것이다. 지역패권국 인도는 BRICS를 넘어 글로벌사우스의 장에서 불확실성의 카드를 활용해 독립변수가 되고자 시도할 것이고, 다른 역내 국가들은 미국·중국·인도 삼각형의 무게중심을 향해 움직이겠지만 삼각형 자체가 항상 변하는지라 끝없는 여정에 묶여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 남아시아는 다극구도의 세계질서에 대응하는 능력을 평가받는 면접시험장이 될 것이다. 모르는 것과 불편한 것을 짚어 질문을 받게 될 상황이 예정되어 있다고 보인다.

2025 전망: 중앙아시아의 주요 이슈

2025년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중첩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경제발전과 성장, 지역통합과 연결성 강화의 기회를 맞이하면서도 지정학적 압력과 환경문제라는 중대한 도전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성+아시아/동북아시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정상 민주주의로의 복원력(resilience)

세계적 민주주의 후퇴 현상 속에서 한국 민주주의도 위기를 겪었었으며, 특히 2024년 윤석열 정권의 친위 쿠데타 시도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국민과 제도권의 대응은 한국 민주주의가 강한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스트롱맨과 포퓰리즘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을 거치며 유사한 후퇴를 경험했지만, 시민들의 저항과 제도적 절차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대응은 보수의 엘리트 주도적 절제와 진보의 대중 참여 확대라는 상반된 해법이 있으나, 한국은 ‘빛의 혁명’이라 불리는 촛불과 시민 행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제도 혁신과 정치 교육의 내면화가 필요하다.

(동)아시아 대중문화: 근대화, 지구화, 권역화

이 글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한정하여 아시아 대중문화와 역사에 관한 하나의 접근을 제공한다. 편의상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총칭하는 용어로 (동)아시아를 사용한다. 여기서는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역사와 현재를 근대화, 지구화, 권역화의 범주로 설명한다.

도깨비의 기원과 한중일의 요괴문화

아시아는 서양의 근대문명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상상력 속에 수많은 신과 요괴문화를 창조하고 일찍부터 조형화했지만, 아쉽게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의 요괴 연구와 콘텐츠 창조는 매우 저조하다. 이것은 아마도 조선시대 성리학의 영향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나 ‘잡것’에 대한 논의를 외면했던 경향 때문일 것이다.

다양성+아시아/동남아시아

인간이 만든 재난, 자연이 되갚는 위기: 아랄해 고갈, 세미팔라틴스크 대지 오염,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기후 변화

오늘날 기후 위기로 인해 인간의 삶이 도전을 받는 것은 전지구적 현상이 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아시아 기후 변화의 핵심 지표는 빙하량이라 할 수 있는데, 1980년대 이래 빙하량이 2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빙하 감소의 원인이 아랄해의 고갈과 사막화된 아랄해 해저 표면에서 비롯된 바람에 의한 침식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야기한 아랄해의 고갈과 더불어 세미팔라틴스크의 심각한 대지오염은 과거의 유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1960년대까지 세계 4대 내해였던 아랄해는 면화 생산량 증대의 폐해로, 세미팔라틴스크는 냉전기의 집중적인 핵실험으로 인해 심각한 토양 오염을 겪고 있다. 특히 아랄해는 인간이 초래한 환경 재난이 축적되어 기후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이러한 중앙아시아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층적인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신권위주의, 정당성을 외주화하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국가 설립 이래 30여 년이 지난 현재 권위주의 체제로 귀결되었다. 이들 정권은 ‘신권위주의’의 전형으로서, 외형상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한 채 이를 활용하여 통치를 정당화하고 시민사회를 효과적으로 억압해 왔다. 특히 권위주의가 공고화될 수 있었던 핵심 기제는 엘리트의 자원 독점, 외국자본과의 결탁, 강대국의 직간접적 지원으로 이는 정권의 정당성의 토대를 외부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특히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정보통제 기술과 법제도를 공유하며 중앙아시아만의 ‘권위주의적 지역주의’를 형성했다.

지금, 영화로 만나는 중앙아시아

이 글에서는 2000년대 이후 공개된 중앙아시아 영화 중 필자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화 제작이 금지되었던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중앙아시아 4개국 영화의 주요 작품들을 나라별로 3편씩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중앙아시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가족’이며, 이외에 국가별로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다양성+아시아/중앙아시아

필리핀 해안 지역의 생계는 공정한 전환이 필요하다

이 글은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인 필리핀의 해안 지역 생계에 주목한다. 필리핀의 전체 인구는 약 1억 1,400만 명에 이르며, 이 중 약 60%가 저지대 해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지역 사회는 태풍과 폭풍뿐 아니라, 홍수, 염수 침투, 해안 침식, 해수면 상승, 남획, 그리고 도시 지역의 토양 침하 등 다양한 환경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2014년부터 필리핀 해안 지역 사회에 대한 현지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특히 어업 종사자와 해초 양식업자들이 이러한 환경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하는지, 그리고 관련 정책이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다. 이 글에서는 그간의 조사에서 발견한 주요 사례와 함께, 정책과 실무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향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팔라완(Palawan) 주의 해초 양식업자와 관련되어 있으며, 두 번째 사례는 일로일로(Iloilo) 주의 어부 공동체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해안 전환을 이루기 위해, 해안 및 해양 경관을 보다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어업, 대체 생계, 해외 송금의 역할과 같은 지역 경제 선택지뿐 아니라, 기후 재정, 해안 가구의 역량 강화, 그리고 다양한 환경적 과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군부정치, 세습정치, 초국적 탄압: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위기의 키워드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위기는 현실이지만 하나의 설명으로 묶어내기는 힘들다. 이 글에서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군부정치와 세습정치, 초국적 탄압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풀어내려고 한다. 미얀마에서 가장 선명하게 작동하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군부정치가 명분의 문제에 시달리는 가운데, 군부의 또 하나의 약점인 선거정치는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정치 가문들에 의한 세습정치의 고착화를 겪고 있다. 한편 민주주의의 퇴행은 타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무감각한 정부들에 의한 초국적 탄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대중음악으로 경험하는 아시아의 동시대성

최근 아시아의 대중음악은 국가의 경계를 넘는 활발한 교류와 함께 영향력을 더해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특히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인디음악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의 공연장과 페스티벌에서도 인도네시아 음악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음악적 토양이 지닌 역사성과 역동성을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인도네시아 음악에 담긴 서사와 의미를 이해하고자 한다.

다양성+아시아/남아시아

서아시아 정치 불안의 기폭제, ‘기후 위기’

이 글은 서아시아에서 기후변화가 정치 불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시리아 내전, 이라크에서 IS 세력 확장, 이란의 반정부 시위 등은 기후 위기와 정부의 대응 실패가 결합되어 정치 불안을 심화시킨 사례다. 서아시아에서 기후 위기는 안보와 체제 정당성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다.

위기와 기회 사이에 놓인 이스라엘 민주주의

건국 이후로 이스라엘은 내부의 극우 보수주의 정부와 외부 테러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끊임없이 도전받아 왔다. 하지만 안보 포퓰리즘에 기댄 권위주의적 정부의 시민 사회 통제는 점차 시민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후 2023년에 사법부를 무력화하고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 담긴 사법개편안을 발표하자 한계를 느낀 시민들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시위를 일으켰다.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 내며 단호하게 맞선 사법개편반대시위는 시민들이 세대와 계층, 종교, 정치적 당파를 초월해 연대한 이례적인 시위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와 방식을 재고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되었다.

저항을 이끄는 횃불: 팔레스타인 저항음악, 시에서 힙합까지

이 글에서는 팔레스타인 힙합 음악과 팔레스타인인, 특히 청년들의 투쟁 의식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팔레스타인 힙합 음악의 1999년 결성된 힙합 트리오인 DAM이 리드(Lydd) 지역에서 결성되며 시작되었다. DAM는 이스라엘 점령 아래에 사는 팔레스타인 아랍인의 감정을 가사와 리듬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DAM이 팔레스타인 힙합 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다양성+아시아/아시아-아프리카

세계 3위의 온실가스 배출국 인도,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나아가는 저탄소 경제의 길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한 기후변화 피해에 직면한 국가이면서 동시에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이다. 2021년 COP26을 전후로 인도는 2070년까지 순배출 제로(Net Zero)에 도달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발표하고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207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의 구체성도 다소 불분명하고 탄소 의존적인 현재의 에너지 믹스를 고려할 때 인도가 걸어가야 할 길이 쉽지는 않지만, 인도 정부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저탄소 경제 달성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혁의 갈림길에 선 남아시아 민주주의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남아시아에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민주주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살고 있는 곳이 남아시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남아시아의 세 나라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독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나라의 국민들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권위주의적 정부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고 있지만은 않았다. 선거를 통해서든 반정부 시위를 통해서든 적극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표면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이나 어쩌면 남아시아 민주주의가 새로운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볼리우드에서 변두리로: 인도 대중음악의 다양화와 미래

인도의 대중음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영향력 있는 장르는 볼리우드(Bollywood) 영화 음악이다. 인도에서 볼리우드 영화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이야기를 담아내며 인도인들의 엄청난 인기를 받고 있는 문화 장르로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역할을 한다. 대중음악 역시 영화 음악이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영화의 흥행은 곧 영화 음악의 히트로 이어진다.

다양성+아시아/서아시아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위기에서 기회로?

아프리카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특히 취약하지만, 이러한 취약성을 해결하는 일은 단순한 기후 정의의 문제를 넘어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을 위한 구체적인 기회를 창출한다.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에 대한 담론은 대륙의 역동성과 성장 잠재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회복력 강화, 생태계 복원, 에너지 접근성 확대, 그리고 환경과 개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투자와 기업가 정신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낸 데 따른 결과다. 이 글은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과 관련되어 광물 가치 사슬, 생태계, 도시화, 인프라 등 다양한 우선순위 주제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된 담론과 새롭게 나타나는 기회를 살펴본다. 또한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과를 검토함으로써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의 잠재력을 조명한다.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실제로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이러한 파트너십이 지역 주민의 생계와 생태계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끝으로, 이 글은 올해 9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북아프리카 민주주의의 위기, 유럽 이민정책과의 연계성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민주화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권위주의로의 회귀가 심화되고 있다. 2019년 당선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2021년 의회 해산, 국회의원 면책 특권 박탈 및 일련의 급진적 조치를 단행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으나, 위로부터(top-down)의 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실망감 속에서 많은 국민들은 사이에드의 결정을 지지했다. 권위주의 부상에서 국내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사이에드 집권 초기와 달리 현재 튀니지 민주주의 위기는 외부요인과도 연관되어 있다. 특히 유럽 이민정책의 외부화(externalization)는 주변 북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튀니지 정부가 경제·사회 개혁에 실패하며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던 시점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 강화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아프로, 끊임없이 태어나는 아프리카의 음악

이 글에서 필자는 2008년 가을 서아프리카 말리 등지로 떠난 음악여행을 통해 개인적으로 체험한 바를 토대로 아프리카 대중음악의 본질과 그 세계적 전파과정의 특징을 파악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음악이 비트(beat) 단위의 프로토콜을 지닌 ‘아프로 모듈’로 변환되면서 전 세계의 대중음악을 하나로 연결하는 일종의 ‘공유 플랫폼’으로 구동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단행본

Asianization of Asia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아세안은 지정학적 중요성, 경제적 역동성, 그리고 한국과의 활발한 인적교류를 바탕으로 한국 외교 다변화의 핵심 대상이다. 새로운 정부는 아세안을 ‘공동 미래 설계자’로 인식하고 안정적인 추진 체계를 갖추어 단계적인 외교·안보 협력, 아세안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경제 협력,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사회·문화 협력 등 분야별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Territorial Expansion and Great Power Behavior During the Cold War

Motin examines great powers’ reactions to the rise of new powers in bipolar international systems by exploring an understudied problem: the rarity of armed emergence after 1945. The book focuses on Egypt, Iraq, Syria, and Vietnam; the few minor powers that attempted to emerge as great powers through force during the Cold War. Geography and existing powers’ reactions are analyzed as the two key factors determining a nation’s attempts at territorial expansion to achieve power on the global political stage. This systematic investigation of previously overlooked cases has profound implications for the scholarship on the rise and fall of great powers.

서평

일본의 동남아시아 침략과 전쟁범죄 – 극동국제군사재판을 중심으로

이 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쿄에서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IMTFE)을 중심으로 일본의 동남아시아 침략 및 전쟁범죄를 다룬다. 일본제국이 개전한 태평양전쟁은 동남아시아 식민지의 해방을 명분 삼아 이를 일본 권역에 포함시키려는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태평양전쟁의 중심에 동남아시아가 있었지만, 일본의 침략을 심판한 재판에서 동남아시아 문제는 부차적인 사안으로 다루어졌다. 이 글은 극동국제군사재판의 기소, 심리, 판결 과정에서의 법적·정치적 논의를 검토하여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침략과 전쟁범죄가 서구 식민주의와 일본 제국주의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었는지를 다룬다. 특히 필리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네덜란드령 동인도의 사례를 통해 동남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지배와 점령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에 주목하여, 전후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극동국제군사재판이 제국주의적 이중성을 어떻게 드러냈는지 분석한다. 일본의 대동아공영이나 동아 신질서와 같은 전쟁 구호는 일본 전쟁범죄의 잔인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그 정당성을 상실하였으나, 일본의 범죄를 처벌하는 재판이 곧 서구 제국의 지배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극동국제군사재판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성을 규명하면서도 동시에 서구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이를 통해 전후 동남아시아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지배가중층적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merging Middle Powers and the International Order: The Cases of Turkey and South Korea

The rise of China and the relative decline of America, as well as Russia's aggression in Ukraine, raise questions about the future of the rules-based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his article aims to analyze the role of emerging middle powers in maintaining the US-led international order by comparing the elements of soft power in Turkish and South Korean foreign policy strategies. This analysis provides an account of these emerging middle powers’ soft power agenda and their possible role in promoting and helping to sustain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urkey's increasing military activism and democratic backsliding over the past decade have led the country to distance itself from the Western model of liberal democracy and the Western alliance. In contrast, South Korea has maintained a positive global image through its vibrant democracy and the current international success of its popular culture, despite the recent threat to the country's democracy.

논문

아연은 지금!

Tuesday, August 19, 2025

퀴어 X 아시아 : 동아시아 퀴어 지정학과 초국경 이동성

동아시아의 역내 이동과 연결의 증가는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들을 이끌어 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퀴어’는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첨예한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퀴어는 동아시아의 국내외 정치경제, 사회문화, 그리고 친밀성의 영역에서 기존의 지정학적 위계와 분절들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 글은 최근의 몇 가지 경향들을 동아시아에서의 퀴어 지정학이라는 관점으로 읽어보고자 한다. 소제목의 X는 지정학적 요소들과 퀴어 사이의 아직 확정되지 않은 교차의 양상들을 의미한다.

전원근 (숙명여자대학교)

지정학 X 퀴어

최근 몇 년 사이에 ‘퀴어’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그렇다. 이 글은 최근의 몇 가지 경향들을 동아시아에서의 퀴어 지정학이라는 관점으로 읽어보고자 한다. 소제목의 X는 지정학적 요소들과 퀴어 사이의 아직 확정되지 않은 교차의 양상들을 의미한다.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먼저 ‘지정학’을 다시 개념화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지정학은 학문이기보다는 남성 국가엘리트들 사이의 증강현실이었다. 자주 다툼과 경쟁으로 표현되곤 하지만 사실 지정학 담론은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그들의 연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비판지정학과 페미니스트 지정학은 기존의 지정학이 국제정치에 대한 현실주의적 분석이기도 하지만, 국제정치 자체를 특정한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권력의 실천이기도 하다는 점을 발견해왔다. 시스젠더 남성 엘리트들의 독점적 영역으로서 지정학은,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거기에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배제되는가, 그리고 누가 지정학을 논할 수 있는가를 결정해왔던 것이다.

지정학은 세상에 대한 인식과 실천에 관여하는 하나의 통치적 레짐으로 작동하며, 국가영역의 안과 밖, 경계, 현실과 가상, 더 안전한 지역과 더 위험한 지역, 더 살기 좋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 더 문명적인 곳과 야만적인 곳, 친밀한 관계가 (불)가능한 자들의 목록 등 시공간의 조직화와 자기정체성에 연결되어 있다. 지정학을 이렇게 해체할 수 있다면, ‘퀴어’는 SDGs의 어딘가에 해당하는 범분야 이슈(cross-cutting issue)로서 지정학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시야를 넓힌다면 기존의 지정학 자체를 재구성(queering)하는 새로운 움직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냉전분단체제 X 퀴어

동아시아의 사회정치 구조와 국가 간 관계를 규정해 온 냉전분단체제는 퀴어와 교차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먼저 대만을 살펴보자. 매년 가을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자긍심 퍼레이드(Pride Parade)는 올해 대만의 동성혼 합법화를 기념하면서 예년보다도 성대하게 열렸다.

婚姻平等의 달성을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 “Let’s celebrate love with love”, “Asia’s NO 1 Gay Pride Parade and Party” 등의 구호를 내걸고 2·28공원을 중심으로 타이베이 중심지에서 열린 2019년 대만 자긍심 행진(Taiwan Pride Parade)에는 아시아 전역으로부터 약 20만 명이 참가하였다. 참고로 타이베이 인구는 약 265만 명이며, 최근 중국당국의 대만 여행 통제를 생각한다면 이 숫자는 큰 의미를 가진다.

이날 아시아의 첫 번째 동성혼 법제화를 축하하는 행진의 저변에는 지난 10여 년 간 국경을 넘어 맺어진 수많은 친밀성의 네트워크들이 있었다. 성소수자들의 역사적 장소인 홍로우(紅樓)는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고, 타이베이의 가장 큰 호텔에서도 기념파티가 열렸다.

대만의 “Formosa Pride” 파티 홍보물과 공항에 내걸린 축하 현수막
출처 : https://formosapride.com/en/
https://www.taiwannews.com.tw/en/news/3802512

대만의 퀴어정치는 양안관계와 얽혀있다. 민진당 정부와 대만의 젊은 세대 대부분의 성소수자 인권과 동성혼 제도화에 대한 지지는 독립국가로서의 대만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오래된 친중세력과 독립세력의 구도 속에서 퀴어 이슈는 대만이 전체주의 대륙중국과 완전히 다른, 국제적 시간성에 동조되어 있는 민주주의 현대 국가임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대만의 가장 큰 성소수자 서킷파티의 이름이 ‘포모사(formosa)’라는 것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선다. 이미 1990년대부터 대만의 진보적 아카데미는 ‘퀴어’ 이슈를 진보정치 속에 담론화해왔으며, 독립국가를 꿈꾸는 젊은 세대는 성소수자를 탄압하는 중국정부를 비판하며 퀴어를 그들의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여 왔던 것이다. 2년 안에 동성혼 관련 법규를 만들라는 2017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대만입법원(국회)은 2019년 5월 17일, 반대파가 제출한 ‘동성간 시민결합’ 등 ‘결혼’이 아닌 형태의 입법안 등을 놓고 ‘결혼’이 들어간 가장 진보적인 법안을 최종 채택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이 제도화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서 2019년 기준으로 28개 국가가 동성혼을 인정하게 되었다. 후보시절부터 동성혼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던 차이잉원 총통은 법안 통과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사랑이 이겼다’고 축하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시민들의 축하 속에 수천 커플이 결혼을 신고하였다. 대만의 이러한 행보는 권리의 정치를 넘어 앞으로 (동)아시아 퀴어정치에 어떤 이정표로 기능할 것이다.

퀴어는 냉전분단체제의 희생물이기도 하고, 그것을 깨뜨리는 힘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는 기본적으로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에게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정치에서의 무관심은 한국사회가 성소수자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냈고, 성소수자 혐오는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담론을 계기로 더욱 조직화되었다.

“In Pride We Trust” :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기 위해 미대사관에서 내건 레인보우 플래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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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수집단은 성소수자 이슈를 진보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종북게이’)으로, 그리고 보수적 종교·정치 세력 내부의 차이를 봉합하고 단결시키기 위한 하나의 위기담론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시우, 2018). 수년째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반대편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채 부채춤을 추고 북을 두드리며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그리고 한 손에는 태극기 다른 손에는 성조기를 들고 “하느님의 심판”, “Park Won-Soon OUT”을 외치는 사람들은 퀴어가 냉전분단체제와 어떻게 교차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에게 퀴어는 ‘안보’와 ‘전통’의 가장 반대편에 있는 이념적·실천적 죄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찬양하는 미국은 대사관 차원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한국의 소도미법(군형법 제92조의6)이 참조하였던 미국의 소도미법은 이미 위헌으로 폐지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퀴어는 냉전분단체제와 교차하면서 기존의 냉전지정학이 결국 그들만의 퍼포먼스일 따름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한편 퀴어이슈에 무관심과 소극적 태도로 대응했던 진보세력에 대한 젊은 세대와 성소수자들의 실망과 비판이 이어졌다. 최근까지도 일부 진보세력은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등의 태도로 일관해왔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생명의 문제라는 주장 앞에 “나!중!에! 나!중!에!”를 외치기도 했다.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에 항의하며 퀴어들이 서울시청을 점거했을 때 이들을 비판하였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처럼 한국에서 성소수자 이슈는 적어도 현실정치의 측면에서는 냉전분단체제에 종속되어 있으며, 이 복잡한 교차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퀴어정치의 과제로 남아있다.

 

자유주의 X 퀴어

그런가 하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및 젠더표현, 성적 특징에 기반한 차별의 철폐 및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국제적 규범의 형성은 동아시아 국가들을 더 선진적-문명적인 곳과 그렇지 못한 곳으로 위계화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가별로 매 4.5년마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인권현황에 대해 보고(UPR)받고 있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한국정부가 방기하고 있음을 매번 지적하고 있다.

Human Freedom Index, Rainbow Europe 등의 인덱스는 성소수자 인권친화적인 제도가 얼마나 마련되어 있는가에 따라 국가를 서열화한다. UNDP와 세계은행은 2019년 3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의제에 맞추어 51개 지표로 이루어진 “LGBTI inclusion index”를 제안하였다. 앞으로도 성소수자 인권 의제는 국가경쟁력의 주요한 지표로 점점 더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않은 사회일수록 성소수자 차별은 공고하게 나타난다. 이 말은 민주주의가 발전된 국가에는 성소수자 차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잘 보장된 국가들에서 성소수자 차별은 철폐되고 있으며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이나 소도미법의 폐기 등의 가시적 노력이 없는 한, 아마도 이러한 지표들에서 한국은 세계의 중하위 어디쯤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의 동성혼 법제화 축하 트윗

이와 같은 국제적 압력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응하는 방식들은 흥미롭다. 동성혼의 제도화가 퀴어정치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효과들은 또 하나의 퀴어 지정학을 구성한다. 최근 뉴질랜드 대사 부부를 동성혼 관계로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보여주었던 한국정부의 태도는 국제적 시간성이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위치되는가를 보여준다.

뉴질랜드 대사는 청와대 리셉션에 자신과 배우자를 초청해준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지만, 외교관 동성배우자 인정 지침 개정과 이 사건을 홍보하는 데 있어 정부는 매우 소극적으로 임했다. 참고로 한국 정부(‘진보’든 ‘보수’든)는 유엔과 같은 ‘외부’ 활동에서는 성소수자 인권보호 결의안 같은 것에 매번 찬성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부양자로서 외부에서는 국익을 위해 국제적 흐름에 동조하지만, 내부에서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바꾸는 것은 내가(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몫이라는 철저한 자유주의적 태도이다.

‘선진국’과 한국의 ‘낙차’라는 것은 명확한 시공간적 분리(역사,지리,민족,전통…)에 기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낙차’의 위상학적 관계를 만드는 것은 다층적 레벨에서 작동하는 자유주의(적 주체들)이다. 그렇다고 자유주의가 근본적으로 퀴어와 반대되거나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교차되고 어떤 효과들로 이어지는가가 중요하다.

한편 올림픽을 앞 둔 일본은 벌써 26개의 지자체가 동성 파트너쉽을 인정하는 조례를 제도화해왔다. 2016년 후생노동성은 직장내 ‘성희롱(セクハラ)’의 범위를 LGBT 등 성소수자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일본의 기업들도 성소수자 친화적인 일터와 쇼핑공간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것들은 자유주의적 제스처에 그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자민당 중의원은 2018년 방송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개인의 기호, 취미와 같은 것이며, 따라서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는 있어도 (차별금지나 동성혼 등을) 합법화할 필요는 없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동성혼 이슈는 일본 보수세력의 오래된 염원인 헌법9조 개헌과 연결되기도 한다.

올해 초 시모무라(下村博文) 자민당 중의원(자민당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헌법개정에 야당을 포섭하기 위한 제스처로 개헌시 동성혼 논의도 포함시킬 수 있다는 발언을 하였다. 결국 이는 여당내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일본은 여전히 G7국가 중 유일하게 동성혼을 법제화하지 않은 나라이며, 이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서 성소수자 이슈는 정권 연장을 협상하는 카드이다. 퀴어정치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시아 국가들의 다양한 대응들은 그것이 국제적 규범이나 트렌드, 혹은 앞선 시간성에 얼마나 동조되어 있는가의 평가와 상관없이, ‘더 안전한/문명적인/진보적인/살기 좋은’ 곳과 ‘더 위험하고/야만적인/후진적인/살기 나쁜’ 곳의 위계와 같은 지정학적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평가되든 국가의 대응은 퀴어들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리스트에서 한국은 어디에 위치할 것이며,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 DIVERSE+ASIA

 

지경학 X 퀴어

지난 10여 년 간 동아시아에서 성소수자들의 인적·물적·정보의 초국경이동은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각 사회의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형태를 만들어왔다. 자국내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발전해 온 핑크산업들은 이제 외국인을 주요한 소비자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유흥업소뿐만 아니라 패션잡화, 예술공예품, 음식점과 카페, 헬스클럽 등 다양한 서비스 상품들, 정보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 핑크경제의 발전 정도와 자본의 크기는 해당 국가의 경제규모와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역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아시아 각국의 가시적인 격차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경학은 아시아 각국을 이동하는 몸들의 형태와 연결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성소수자 초국경 이동은 시스젠더 남성 동성애자들에 의해 수행되어 왔으며, 이는 그들이 다른 집단들 – 예컨대 여성 동성애자나 트랜스여성 등 – 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제적 독립성과 남성연대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패싱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것은 아시아 사회의 젠더불평등으로부터 기인한다.

먼저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최대 규모로 핑크경제가 발전해왔다. 이미 1970년대 초부터 성소수자들을 위한 상업적 잡지가 나타났으며,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성장하였다. 따라서 일본의 성소수자 문화와 산업의 형식들은 – 예컨대 가라오케 바나 남성성의 스타일들 – 한국과 대만 등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일본의 화보·잡지, 만화, 성인물 등 게이·야오이 컨텐츠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가며 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졌으며, 오랜 기간 동아시아 각국의 성소수자는 직접 연결되기보다는 일본을 정점으로 한 위계적 산업구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개인여행의 증가, 그리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발달은 이것을 보다 수평적인 관계들로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까지 시야를 넓힌다면 여전히 내셔널리티와 경제력 차이가 아시아 지역내 수직적 관계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퀴어 웹드라마 <상은上瘾> : 2016년 제작되어 한국에서 수입과 배급을 할 정도로 중국과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자, 2017년 중국정부는 웹드라마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뒤 웹사이트에서 해당 드라마를 포함한 동성애 컨텐츠들을 돌연 삭제했다.

한편 중국은 최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배타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핑크경제 자체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중국정부는 성소수자가 시민권적, 정치적 주체로 나아가지 않고, 사적인 영역에 행위로서만 머물러 있기를 원한다. 동성혼은 물론이고 퀴어 이슈가 어떠한 담론이나 모임이나 가시적인 어떤 것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이래 퀴어 관련 기사나 미디어 콘텐츠가 크게 줄어가고 있으며, 모든 미디어를 관리·통제하는 국가광전총국(SAPPRFT)은 2017년 동성애 묘사를 금지시켰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성적지향’이란 단어가 <정보안전기술 개인정보안전규범>이라는 국가 공식문서에 포함되게 되면서, 국가가 개인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하나로 정립되었다. 2018년 중국의 가장 큰 SNS인 웨이보는 중국 사이버보안법에 따라 “정화” 캠페인을 벌여 동성애 콘텐츠를 삭제하다가 큰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성소수자 시민단체의 등록도 거부된다.

특히 2018년 광저우 당국의 관련 사회단체 두 곳을 강제적으로 해체하고 활동을 중지시킨 사건은 중국 당국이 성소수자의 정치주체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순적인 것 같지만, 이러한 배경 속에서(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도시는 이미 아시아 게이씬과 서킷파티의 중요한 장소들이 되었으며, 중국에서 개발한 남성 성소수자 데이팅 어플은 아시아 지역내 가장 큰 사용자와 자본력을 가지고 있다. 이 어플의 개발업체는 중국 각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지역 내의 이벤트를 조직하거나 투자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논란이 있기도 했다.

 

초국경 친밀성 X 퀴어

2000년대 이래로 아시아 지역의 퀴어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친밀성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 이것은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냉전과 내셔널리즘 등 오랜 기간 ‘내셔널리티’를 중심으로 굳어버린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제도적-심리적 장벽들을 뛰어넘는 움직임이었다. 초국경적 만남과 우정, 연대와 사랑, 그리고 같은 삶의 방식의 공유는 기존의 지정학을 허물고 그것의 가치를 되묻고 있다.

전통적인 ‘퀴어’ 담론의 틀로 본다면 이러한 현상들은 퀴어정치라기보다 정체성 정치의 한계로 인식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만남과 친밀성이 가져올 효과들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꼭 그럴 필요도 없다. 물론 이것은 앞에서 지적한 지경학적 측면들, 즉 젠더와 경제적 차이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낭만화시키는 것은 위험한 주장일 수 있다. 다만 제한적이나마 이 현상이 가지는 의미는 기존의 지정학적 상상들에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 그리고 “삶의 방식으로서의 우정friendship as a way of life”(Foucault, 1981)2)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퀴어 미래성queer futurity”(Munoz, 2009)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다.

“Pride Parade of East Asia” : 동아시아 퀴어 친밀성과 연대를 나타낸 일본작가의 작품(2019)
Copyright 2019. KENRO Shinchi. All rights reserved. Instagram @kenroshinchi

아시아 초국경 퀴어 친밀성은 다양한 축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먼저 가상공간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되었으며, 특히 SNS는 퀴어들이 국경을 넘어 손쉽게 서로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는 종종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SNS 이용이 국가에 의해 통제된 중국 퀴어들과의 네트워킹 제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태국, 일본, 대만, 중국, 한국의 대도시에서 번갈아가며 개최되는 서킷 파티Circuit Party와 같은 상업적 이벤트 또한 특정 퀴어 집단들에게 있어 국적, 인종, 계층, 세대를 넘어 서로 만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한시적 시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각국 당사자운동이나 시민단체 간의 연대도 중요한 축이다. 활동가들은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한국, 대만, 일본의 자긍심 퍼레이드에 교차하여 참여한다. 2019년 8월 한국에서는 가장 오래된 국제단체 중의 하나인 국제성소수자협회(ILGA)의 아시아지역 컨퍼런스가 “운동을 연결하기3)”라는 주제로 열리기도 했다. 도쿄의 20대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젊은 아시아 이주자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2017년 재일 외국인 남성 성소수자들의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자조모임 ‘Not Alone Cafe’가 결성되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국적과 출신지역을 떠나 같은 퀴어 정체성을 기반으로 자발적인 도움과 연대의 장을 마련해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지역 퀴어 예술가, 창작자, 연구자들의 교류와 공동작업도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 2015년에 시작되어 올해 5회차로 개최된 서울프라이드페어에는 외국인 팀을 포함하여 80여팀의 창작자, 예술가 집단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퀴어 당사자성의 협소한 틀거리 너머 퀴어적 세계관의 형질전환에 연결”되는 한편 “동시대적 연대의 표현”을 만들어가고 있다(남웅, 2019)4).

출처 : https://www.seoul2019.org/ 2019년 서울에서 열린 제8회 ILGA 아시아 컨퍼런스
일본의 재일외국인 남성성소수자를 위한 모임 NOT ALONE CAFE
Facebook @NotAloneCafe

 

지식권력 X 퀴어

마지막으로 한국 아카데미에서 ‘퀴어’의 위상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퀴어queer는 영미권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적 용어로 사용되었으나, 90년대를 전후로 아카데미와 문화예술계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이성애규범적인 사회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는 성찰과 자기긍정의 용어가 되었다. 알려져 있듯이 ‘Queer theory/studies’는 이미 서구권 아카데미에서 가장 섬세하고(복잡하고!) 첨단적인(이해하기 어려운!) 논의지형과 학제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그 논의지형의 변두리에서 그것의 뒤를 쫓고 있으며, 그 시간적, 지리적, 언어적 격차는 퀴어 연구자들에게 ‘멜랑콜리’라는 정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정민우, 2012).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작 된지 30년이 된 퀴어연구가 한국의 아카데미 안에 위치하고 있는 모습은 참담할 정도이다.

본래 학제간·융합적 분야이기는 하지만, 대학이나 연구소 어디에도 퀴어연구를 하나의 제도적 교육과정이나 연구 아젠다로 설정한 곳이 없다. 관심과 수요는 높은데 그것을 강의하고 연구할 사람들에게는 안정적이고 정당한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 퀴어연구는 여전히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무게감 없는 ‘취미’와 같은 연구영역으로 여겨진다. 말하자면 ‘퀴어’라는 용어 자체는 적어도 아카데미에서조차 낡은 지정학의 희생물인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과 아시아의 연구자, 활동가, 예술가들은 지난 10여 년 간 ‘퀴어’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다. 예전부터 사용해왔던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바이’ 또는 ‘성(적) 소수자’는 분명히 사회운동과 권리주장의 차원에서 매우 효과적이며, 또 그 의미도 분명하다. 그에 비해 ‘퀴어’는 의미도 불분명하고, 논란도 있으며,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용어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점점 더 ‘퀴어’를 이야기할까?

그것은 필자가 이 글 전체에서 필요에 따라 LGBT와 성소수자와 퀴어를 선택해서 사용한 전략적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퀴어함queerness은 기존의 성소수자 범위를 넘어, 보다 다양한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제한하고 구조화해왔던 기존의 지정학을 넘어, 또 다른 가능성들, 또 다른 관계들, 또 다른 미래에 대한 상상들을 열어놓기 때문이다.

“범람하고, 확장하는 Q / Flooding, Expanding Q” : 2019년 10월 개인전에서 전나환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기록을 통해 퀴어의 의미들이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자 촬영.
Instagram @nahwan_jeon

 

저자소개

전원근(wonggui@sookmyung.ac.kr)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1970년대 국토경관의 사회적 구성”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시아에서 섹슈얼리티, 공간, 친밀성, 과학기술이 안보의 정치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들에 관심이 있다. 연구로는 “1980년대 「선데이서울」에서 나타난 동성애 담론과 남성 동성애자들의 경험”(2015), “1970년대 국가 프로젝트로서 ‘땅굴’과 전방의 냉전경관화”(2019) 등이 있다.

 


1) www.hani.co.kr/arti/PRINT/914654.html

2) caringlabor.wordpress.com/2010/11/18/michel-foucault-friendship-as-a-way-of-life/

3) 류민희, “운동을 연결하기” – 제8회 일가 아시아 컨퍼런스를 마치며, 웹게시글
hopeandlaw.org/운동을-연결하기-제8회-일가-아시아-컨퍼런스를-마/

4) 남웅, 동시대 퀴어/예술의 예속과 불화: ‘퀴어’, 특수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웹게시글
www.zineseminar.com/wp/issue02/동시대-퀴어-예술의-예속과-불화/

 


참고문헌

  • 시우, 2018, 퀴어 아포칼립스: 사랑과 혐오의 정치학, 현실문화
  • 정민우, 2012, 퀴어 이론, 슬픈 모국어, 문화와 사회 13, pp,53-100.
  • Jose Esteban Munoz, 2009, Cruising Utopia: The Then and There of Queer Futurity (Sexual Cultures), NewYork University Press.

 

*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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