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후반 한중관계사론
저자: 김형종(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24
청은 왜 근대 외교 체제를 수용하면서도 조선과의 관계에서 ‘편법 외교’를 지속했는가?
이 책에서는 특히 19세기 후반 조선(한국)과 청의 외교적 관계의 특성을 ‘편법’ 외교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다. 천조상국(天朝上國)을 자처하면서 조선을 ‘속국’으로 간주하였던 청은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의 도전 아래 대등한 독립 주권 국가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근대적 외교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천조상국이라는 체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청은 마지막 조공국으로 남은 조선에 대해 전통적 조공 관계와 근대적 외교 관계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그 사이의 빈틈을 노리는 ‘편법’을 계속 모색하였다. 조선은 속국이지만 종래 내정·외교는 스스로 해 왔다는 ‘속국자주’론이나 조선이 서구 국가와 조약을 체결할 때마다 각국에 보내도록 요구한 ‘속방조회’라는 것은 그 대표적 사례가 된다. 이를 통해 청은 ‘속국’ 조선을 근대적 식민지·보호국으로 ‘치환’하려는 사고를 보여 주었으며, 이후 조선과의 외교 관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상국의 ‘체통’에 얽매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김형종 교수는 이러한 설명을 통해 청이 근대적 외교 체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관념을 받아들이는 데 여전히 큰 한계가 있었음을 입증하였다. 이 점은 조선과 청이 근대화에 실패한 점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논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