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온라인 매거진

새 정부에 바란다: 대(對) 인도 외교 제언

최근 지속적인 교류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기 힘든 한국-인도 관계는 글로벌 안보환경 악화,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신흥 안보 위기 확산,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미국 우선주의 정책 등의 요인들로 인해 양적, 질적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였다. 조선업, 방산, 해양안보, 우주, 반도체, AI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은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에 실용외교 측면에서 협력의 제도화 등을 통한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김태형(숭실대학교)

2025년 6월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장에서 개최된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한-인도 정상회담. 출처: 인도 외교부

 

최근 분쟁의 확산과 악화로 인한 불안정성, 관세전쟁과 공급망 혼선으로 인한 경제 분야 불확실성의 확대로 인해 국제사회가 홍역을 앓는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도 이러한 복합다중위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어느 때보다 역내 국가들 간 연대와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한국-인도 간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커지게 한다. 양국 관계는 2000년대 들어 양국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서로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필요와 협력이 안겨주는 큰 이득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과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명 신정부는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천명하며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실무적인 외교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였는데 실용외교의 중요한 축으로서 인도와의 협력 확대도 강조하였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은 6월 중순의 G-7 회의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 양국 간 전략적 협력 확대를 약속한데 이어 인도를 우선 외교 국가 중 하나로 선정하여, 7월 초 김부겸 전 총리를 비롯한 특사단을 인도에 파견함으로써 인도는 신정부가 가장 먼저 특사단을 파견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특사단은 모디 총리를 예방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올해 수립 10주년을 맞이하는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Special Strategic Partnership) 관계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인도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인도 측의 지원을 당부했고, 방산과 핵심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지속 강화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모디 총리는 양국 간 협력의 확산, 특히 한국이 주도하는 조선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증대 희망을 피력하였다. 이제 양국 간 전략적 협력관계에서 말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신임 조현 외교부 장관은 2015-2017년 2년간 인도대사를 역임한 경력도 있기에 한국-인도 간 협력은 더욱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양국 간 실질적 협력을 증대할 수 있는 분야는 차고 넘친다. 먼저 양국 정상이 모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 조선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인도 정부는 각각 지난 2021년, 2023년에 ‘인도 해양산업 비전 2030′, ‘해양산업 암릿 칼(황금기) 비전 2047’ 등 야심찬 해양산업 육성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현재 95%의 무역이 상선을 통해 진행되지만 인도산 상선이 오직 6%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여 2030년까지 조선업 세계 10위 국가로, 2047년까지 세계 5위 국가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도 조선업 시장은 2022년 9000만 달러(1325억 원)에서 오는 2033년 81억2000만 달러(11조 955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인도 조선소의 건조 역량이 부족하여 한국 등 조선 강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2024년 말 인도 정부 관계자가 한국의 ‘빅3’ 조선업체(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를 방문한 데 이어 올해 1월 한화오션이 인도 힌두스탄조선소(HSL)를 찾았다. 7월에는 HD한국조선해양이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CSL)와 조선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이번 협력을 통해 한국과 인도 조선업 협력의 첫 단추가 끼워진 만큼 협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는 양국 간 해양안보와 방산의 전반적인 협력과도 연결된다. 인도양 지역은 물류, 공급망, 에너지 안보, 지정학적 이해관계 충돌 등 전략 요충지로서 전통안보, 신흥안보 모든 분야에서 다자적 안보 협력이 요구되는 곳이다. 최근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견제하고 강대국 부상을 위한 해양수송선(SLOC)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해군력을 강화해 온 인도와는 해양 합동 군사훈련과 해양 안보 협력의 제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주변국뿐만 아니라 미국 포함 쿼드 국가, 최근에는 EU 국가들과도 해양안보 관련 협력을 증대하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였기에 인도양의 해양수송로 안전성이 중요한 우리에게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조선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과 긴밀히 연계하여 잠수함을 포함한 방위산업 및 군사기술 분야의 협력 확대도 필요하다. 한국은 방산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여 세계 10위권의 방산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세계 1위 수준의 무기 수입국인 인도는 Make in India라는 구호 아래 국산화와 기술이전을 통한 방산 역량 강화를 추구하고 있기에 한국-인도가 공동으로 방산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기술 협력을 추진할 경우, 상호 간 신뢰 제고와 동시에 역내 방산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다. 한화와 L&T 간의 성공적인 K-9 자주포의 인도 버전 협력생산 후 지지부진했던 방산 분야 협력은 서로에게 큰 윈-윈이 될 것이다. 양국 간 우주 분야에서의 협력도 중요하다. 현대전에서 다중영역에서의 작전이 중요해지면서 특히 촉망받고 있으며 강대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우주 분야에서, 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에 착륙할 만큼 이미 상당한 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한 인도와 새로운 기술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간 위성·우주탐사 협업 등의 협력 강화는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통상 및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도 중요하다. 인도에 무려 50%를 부과한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무기화와 무차별 통상 압박은 한국-인도 간 협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정학적 경쟁 심화와 글로벌 불안정성, 불확실성 속에서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는데 미국의 압력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양자, 소다자 협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양국 간 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다. 특히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이 크게 기대된다.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국이고 인도는 저비용 제조 역량과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AI 분야도 양국의 기술 역량과 전략적 이해가 교차하는 분야로서 AI 공동 연구개발(R&D) 플랫폼 구축, AI 스타트업 등 기업 간 파트너십 확대, 인적 교류 증대 등을 통한 적극적 협력 시 시너지 효과가 증폭될 수 있는 영역이다. 인도 정부가 2030년까지 50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할 정도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이다. 하지만 관련 기술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인데 최고 수준의 기체분리막·바이오가스 기술과 인프라 역량을 보유한 한국과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2010년 발효한 한-인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CEPA)은 인도의 무역적자 폭을 고려하고 각종 비관세장벽을 조정하는 방향으로의 개선을 통하여 경제 통상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면 소기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양국 간 협력 증대와 진정한 신뢰 구축은 경제, 기술협력 외에 인적 교류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K-문화의 확산 등 한국-인도 간 인적·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아직 소통의 어려움 등 한계도 뚜렷한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 정책이 한-인 양국 간 인적 교류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미 행정부의 공격적인 이민정책으로 인도의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 분야 석박사, 박사 후 과정을 위한 미국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국의 대학, 연구소, 기업체와 긴밀히 연계함으로써 양국 모두에게 유리한 학문, 기술, 산업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도는 외교 다변화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를 추구하면서 대상 국가 확대와 협력 범위 증대를 꾀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게 큰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과 multi-alignment 외교전략을 추진하며 쿼드(QUAD) 등 서구 국가들과의 협력과 함께 BRICS, 상하이 협력기구(SCO)를 통한 비서구 국가들과의 연대도 지속하고 있으며, 냉전 시기 비동맹 운동의 맹주 시절부터 이어온 상당한 영향력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인도와의 교류와 협력 확대는 적극적인 대(對)글로벌 사우스 외교를 추진하는데 든든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안보,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의 공감대와 지속적인 고위급 교류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기 힘든 한국-인도 관계는 급변하는 국내외적 환경에 따라 양적, 질적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였다. 글로벌 안보환경 악화,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신흥 안보 위기 확산,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미국 우선주의 정책 등의 요인들이 모두 한국과 인도 간 끈끈한 협력관계 증진을 추동하고 있다, 한층 진일보한 한-인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협력의 제도화이다. 정례적인 양국 외교·국방 장관 회담, 경제 안보 대화 채널 구축, 민간 및 학술 교류의 확대 등이 뒤따라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공동 프로젝트와 규범 설정을 통해 전략적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인도는 지정학적, 경제적, 규범적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인 전략적 파트너이다. 양국이 긴밀한 전략적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에 기여할 수 있으며, 동시에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김태형(tkim2002@ssu.ac.kr)

현)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전) 한국정치학회 연구위원장,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자문위원

<주요 논문>

“전략사령부 창설 어떻게 할 것인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략사령부 창설, 운용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과 함의.” 『국방연구』 67(3), 2024.

“글로벌 안정/불안정 역설의 심화: 인도-파키스탄 사례에서의 교훈과 과제.” 『국제정치논총』 64(1), 2024.

“인도의 ‘강대국’ 지향 외교와 힌두 민족주의 정책은 양립가능한가?” 『21세기 정치학회보』 34(1), 2024.

“북한은 파키스탄의 길을 가고 있는가: 북한과 파키스탄의 전술핵무기 역할과 핵지휘통제 비교.” 『국방연구』 66(2), 2023.

“미・중・러 핵트릴레마(nuclear trilemma)를 통해 본 글로벌 핵질서의 변화 전망.” 『국제정치논총』 63(2), 2023.

최신관련자료

김정곤 외 4인 (2023). “인도태평양 시대 한ㆍ인도 경제협력의 방향과 과제.” 『2023 KIEP 정책연구 브리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윤정 (2023).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인도 협력.” 『외교』 145(0).

Kim, SeungHwan (Shane) and Shubhankar Agarwal (2024). “The India-South Korea-US Triad’s Emerging Roles in the Indo-Pacific.” The Diplomat, Oct 17.

Roy, Torunika (2025). “CSL-KSOE Shipbuilding Alliance: A Turning Point for India-South Korea Cooperation.” Council for Strategic and Defense Research(CSDR), July 11. (accessed 2025, Aug 6)

Singh, Lakhvinder (2025). “Toward a new resilient India–South Korea strategic partnership The time to act is now – and the world is watching.” Asia Times, July 15.